"좀좀이님은 밤에 카페 돌아다니는 거 안 무서우세요? 안 위험해요?"
심야시간에 카페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하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물론 밤에 다니는 것은 낮에 다니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사실이에요. 제가 밤에 돌아다니는 이유는 가식과 위선 없는 서울의 풍경을 보려고 돌아다니는 것인데, 이런 가식과 위선이 없는 서울의 모습이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매우 치안이 좋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곳이 다 안전한 것은 아니에요. 저 역시 아주 야심한 밤에 혼자 돌아다닐 때는 안전한 큰 길로만 다녀요. 골목길은 최대한 피해요.
하지만 제가 자정 너머 심야 시간에 혼자 절대 안 가는 곳이 두 곳 있어요. 하나는 대림이고, 다른 하나는 이태원이에요.
이태원을 심야 시간에 절대 혼자 안 가는 이유는 여기가 사건 사고 많기로 악명이 높은 곳 중 하나거든요. 대림이 조선족들이 치고박고 싸우는 스트리트 파이트의 링이라면, 이태원은 덜아이들이 참 많아요. 중국 여행을 같이 다녀온 친구와 심야시간에 이태원에 걸어간 적이 몇 번 있는데, 갈 때마다 덜아이들을 꼭 보았아요. 그래서 친구와 같이 갈 때도 여기는 긴장을 하고 가는 곳.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일할 때도 이태원은 덜아이 많기로 악명 높은 곳이었어요. 술 마시고 덩실거리다 덜아이 되는 데에는 지구는 둥글고 만민이 평등해요.
그래서 이태원에 있는 24시간 카페는 나중에 중국 여행을 같이 다녀온 친구가 서울 올라오면 그때 둘이 밤길을 같이 걸으며 가볼까 하고 있었어요.
마포역에 있는 24시간 카페에 도착하니 아직 어둠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다른 곳 갈 데 없나?'
마포역에서 4월 마지막 심야 시각 24시간 카페 돌아다니기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기에는 어둠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이제 곧 심야 버스가 끊기고 첫 차가 버스 종점에서 출발하기 시작하는 대중교통의 공백기가 시작되겠지만 이렇게 끝내자니 너무 아쉬웠어요.
서울 지도를 실행시키고 마포역 주변에 24시간 카페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어요. 보이지 않았어요.
'확 이태원 넘어가? 그런데 이태원 갈 수 있나?'
이제 슬슬 동이 틀 때가 되어 가니 그래도 덜 위험하지 않을까? 설마 동 텄는데 덜아이짓 하는 놈들 많지는 않겠지.
마포에서 이태원 가는 경로를 찾아보았어요. 마포역에서 바로 가는 방법은 없고 공덕역에 있는 공덕오거리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110B 버스를 타면 이태원을 갈 수 있었어요. 이 버스는 새벽 4시 5분 기점인 정릉에서 첫 차가 출발했어요.
이태원은 제가 서울 와서 교보문고 이후 처음 가 본 곳. 이태원도 나름 여러 추억이 있는 곳이에요. 이태원 모스크는 매년 라마단 때마다 한 번씩 이프타르를 구경하러 가는 곳. 예전 미군 기지 앞 유흥가 분위기는 이제 거의 없어졌지만 이태원은 낮에 종종 가던 곳이라 이런저런 추억이 많아요. 친구와 밤에 종로에서 남산을 넘어 이태원까지 걸어가기도 했구요. 제 대학생 시절 이런 저런 추억이 있는 곳이에요.
이날 영등포, 여의도, 마포 모두 제 대학생 시절 추억이 깃든 장소. 여기에 만약 이태원까지 추가된다면 제 대학생 시절 추억이 있는 곳은 거의 다 가보는 것이었어요.
이태원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검색해보았어요. 몇 개 있었어요. 그 중 지금까지 안 가본 곳이 있어서 거기로 가기로 했어요. 첫 차를 타고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급히 쓰던 글을 마무리짓고 4시 30분에 카페에서 나와 공덕오거리를 향해 걸어갔어요.
4시 38분. 공덕오거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요.
4시 51분. 110B 버스가 도착했어요. 버스를 탔어요.
내가 첫 차를 타는 사람이다!
원래는 밤거리를 걸어보려고 한밤중에 카페를 가던 것이었는데 이제 걷기보다는 버스를 타고 지역을 옮겨다니며 동네 구경하는 것으로 목적이 바뀌었어요.
이태원이 가까워지자 차가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어요.
"아, 역시 내 이럴 줄 알았다."
가뜩이나 택시가 바글거려 길이 막히는데 중앙선 바로 옆 차로에서 어떤 술 취한 청년이 택시에서 택시 기사를 끌어내려 한 판 붙으려 하고 있었어요. 이태원에 덜아이가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고, 제가 야심한 시각에 이태원 올 때마다 덜아이 하나는 구경한다는 것 역시 변함이 없었어요. 택시 운전석 문을 열고 잡고 계속 택시 기사를 끌어내리려고 하고 택시 기사는 안 나오려고 버티고 있으니 가뜩이나 미어터지는 길에서 차선 하나가 막혀 버렸어요. 인도쪽 차선은 택시와 덜아이들의 비빔밥. 한강진역으로 가는 길이 원래 3차선인데 졸지에 1차선이 되어 버렸어요.
버스가 씽씽 달려서 이태원 근처까지 상당히 빨리 왔는데 정작 이태원에 있는 2정거장을 못 가서 5시 7분에야 버스에서 내렸어요.
이태원 클럽이 딱 끝난 시각이었나봐요. 버스에서 내리니...
우주삼라만돌하이 다 몰려있는 듯.
내가 이래서 심야시간에는 이태원 갈 때 긴장하고 가지. 웃기다고 하면 웃긴 거고 짜증난다면 짜증나는 모습. 차도를 진짜로 덩실덩실 얼쑤얼쑤 농무 추며 건너는 놈, 택시가 횡단보도로 삐져들어오자 차를 탕탕 치면서 돈두댓 하는 놈, 중앙선으로 들어와서 택시 잡는 놈 등등 올해 심야시간 돌아다니며 구경한 돌하이들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덜아이들을 이태원 와서 한 번에 다 봤어요. 그렇다고 차들이 곱게 다니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어요. 속도는 못 내는데 다 뒤엉켜 있었어요. 가장 안쪽 차선이고 바깥쪽 차선이고 사람들 막 태우고 공간 있으면 머리 디밀고 있었어요. 버스 정류장에도 그냥 주차해놓고 손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짜 길바닥이 엄청나게 더러웠는데, 더러워서 다행이었어요. 더러우니 드러눕고 자빠지고 널부러져서 돌하이짓하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정말 술 마시고 덩실덩실하다 덜아이 되는 것에는 지구가 둥글었어요. 우주의 기운이 모이고 있었어요. 우주의 기운이 모여 창조돌하이들이 탄생하는 스팟이었어요.
다행히 제가 갈 카페는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매우 가까웠어요.
이번에 간 서울의 24시간 카페는 이태원에 있는 카페 네스카페 이태원점이에요. 카페 네스카페 이태원점은 이태원역 4번 출구 옆에 있어요.
카페 네스카페 이태원점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카페 네스카페 이태원점은 2층과 3층이에요.
2층으로 올라갔어요.
카운터는 이렇게 생겼어요.
2층은 이랬어요.
음료를 주문해서 받은 후 3층으로 올라갔어요. 어차피 3층으로 올라가야 했어요. 2층에는 빈 자리가 아예 없었거든요.
3층에는 자리가 여기저기 있었어요.
3층에서 아예 쿨쿨 자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어요.
위 사진에서 왼쪽 빨간 벽처럼 보이는 것이 흡연실이에요. 루프탑 라운지는 막아놓았어요. 이해되었어요. 저거 열어놓으면 갑자기 새가 빙의해서 머리도 새대가리 되어 플라이 투 더 문 스커드 미사일 점프하는 놈이 분명히 나올 테니까요.
아침 6시가 되어가자 거리가 좀 진정이 되었어요. 이게 거리에서 볼 때는 참 안 즐거운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또 재미있는 이태원의 새벽 풍경이었어요.
이것이 아침 6시에 카페에서 바라본 이태원 풍경이에요.
이태원에서 아주 야심한 밤에 책 읽고 글 쓸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거에요. 이태원이 밤에 시끌벅적한 거야 서울에서 유명하니까요. 홍대입구야 거기 대학교가 있어서 조용히 공부하고 책도 볼 수 있는 카페도 있고 쿵짝쿵짝 놀다 쉬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도 있지만 이태원은 주변에 학교 자체가 없고 밤에는 쿵짝쿵짝 우주삼라만도라이 집합소이니 조용히 홀로 공부하고 책을 읽을 공간을 아예 기대할 수 없어요.
여기가 낮에는 꽤 괜찮은 카페라고 해요. 새벽 6시가 넘어가자 분위기가 매우 차분해지고 괜찮은 카페가 되었어요. 새벽 5시의 카페 모습과 6시의 카페 모습은 많이 달랐어요. 제가 본 것은 어디까지나 새벽의 분위기. 낮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니 제 글을 보고 낮에도 이럴 거라 지레짐작하지 말아주세요.
참고로 낮에는 이렇게 좋은 카페에요.
이태원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카페 네스카페 이태원점이 이태원역 4번 출구에 있어요. 2번 출구에는 할리스 커피 이태원점이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