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체리를 싫어한다. 그런데 체리 제품은 좋아한다.
저는 체리 제품은 좋아해요. 케이크 위에 올라간 체리라든가 체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매우 좋아해요. 왜냐하면 향긋하고 달콤하니까요. 체리 제품에서 나는 향기는 어렸을 적 먹었던 어린이 영양제인 미니막스에서 느껴졌던 향과 비슷해서 좋아해요.
하지만 체리 그 자체는 매우 싫어해요. 왜 체리를 싫어하냐하면 시기 때문에 싫어해요.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수입산 미국 체리도 제게는 너무 셨고, 심지어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어본 체리조차 셨어요. 그냥 신맛투성이였어요. 그래서 체리를 정말로 싫어해요. 만약 사탕처럼 달콤한 체리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때는 체리를 좋아하겠죠.
실제 체리는 싫어하면서 가공되고 변형된 체리와 체리향이 가미된 가짜 체리들만 좋아하는 모순. 뭐 그래도 좋아요. 허상을 좋아하든 실상을 좋아하든 일단 제가 맛있다고 느끼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나뚜루팝 매장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 천천히 살펴보다 '체리 블라썸'이라는 아이스크림이 보였어요.
이거 이름대로라면 벚꽃 아이스크림 아니야?
우리 말로 번역하면 벚꽃. 체리나무와 벚나무 모두 장미목 장미과에 속해요. 체리 나무, 벚나무, 앵두 나무 모두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에요. 그리고 벚꽃을 흔히 체리 블라썸 cherry blossom 이라고 번역하죠.
사실 그냥 '체리' 라고 하면 밋밋해서 일부러 뒤에 '블라썸'도 붙인 거라는 것 알고 있었어요. 뭔가 기대를 크게 하고 먹는다든가 하는 것은 없었어요. 저는 원래 체리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니까요.
나뚜루 아이스크림 체리 블라썸은 이렇게 생겼어요.
나뚜루 홈페이지에는 분홍빛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실물은 연보랏빛이었어요.
나뚜루 홈페이지에서는 이 체리 아이스크림에 대해 '신선한 체리과육이 듬뿍 함유된 제품'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 아이스크림은 국산 유크림과 미국산 체리가 들어 있대요. 싱글컵 용량인 100g 기준으로 열량은 200 kcal 래요.
이것은 우유맛이 확실히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체리향이 강하지 않고 적당했어요. 시작은 체리향이었고, 마지막은 우유향이었어요.
맛이 부드러워서 먹는 동안 물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체리 과육은?
먹는 동안 아무리 찾아보아도 체리 과육은 홈페이지 설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끝까지 다 먹는 동안 아주 작은 체리 과육 조각 한 개 발견했어요. 홈페이지를 보고 먹은 것이 아니라 먹은 후 글을 쓸 때 참고하려고 홈페이지를 들어간 것이에요. 그래서 먹는 동안 체리 과육 한 조각 나온 것을 보고는 '이거는 원래 체리를 아주 잘게 갈아서 섞는 것인데 잘 갈리지 않은 것 한 조각이 들어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홈페이지 멘트와 달리 체리 과육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맛 자체는 괜찮았어요. 체리향과 우유맛이 맛을 양분하고 있는 무난한 체리 아이스크림이었어요. 무언가 딱 그려지는 이미지라든가 특별한 격한 감정 같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체리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면 무난한 선택지가 될 아이스크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