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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리학 - 신문화지리학의 경관 이론

좀좀이 2017. 2. 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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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 신문화지리학의 개념과 연구 방법에서 경관은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문화지라학과는 달리 지리학 외부에서 많은 이론적, 방법론적인 개념을 가져와 당시 인간주의 지리학자들의 경관에 대한 반과학주의적, 전체론적 holistic, 주관적 경관론을 비판함.


1. 보는 방식으로서의 경관 관념과 투시법


- 경관은 지구의 표면 중 일부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지역 area, region 과 의미의 상당 부분을 공유. 경관은 지표 위의 사상 事象 - 자연현상이나 인문현상의 시각적, 기능적 배치와 질서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물리적 구성을 넘어서 그 질서가 갖는 사회, 문화적 의미까지 포함하는 개념.

- 신문화지리학에서 보는 경관 관념의 이론적 정립은 토지를 둘러싼 사회적 실천 - 즉 토지(공간)의 소유 및 상품화와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따라서 경관은 토지의 통제와 지배에 대한 자산가 집단의 욕망에 의해 구체화.

- 경관을 통해 구성되는 권력은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이고 이데올로기적.

- 경관은 개별적 관찰자에 의해 전유될 수도 있도록 외부 세계를 프레임 속에 구조화하는 보는 방식.

- 기하학과 투시법의 규칙을 통해 개인의 시선은 사회적 권력을 표상하게 되며, 이는 개인과 사회를 중재하는 경관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완성.

- 투시법의 장치는 기하학적인 공간 속에서 관찰자로 하여금 질서와 통제의 환상을 갖게 함. 한편 투시법은 관찰자를 세계와 결정적으로 분리시키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 세계에 투시법의 축을 따라 그림 속으로 들어가 주관적으로 참여할 수 이싸는 환상을 관찰자에게 부여.

- 이러한 환상이 풍경화의 후원자이자 토지의 소유주가 실제로 행사하는 권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시각 이데올로기로서 경관 관념을 완성.


2. 신문화지리학과 마르크시즘


- 신문화지리학은 초기에 자신들이 마르크시즘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밝힘.

- 1980년대 초반 무렵 경관 관념은 인간주의 지리학의 관점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으며, 실증주의에 대한 반대라는 측면에서 급진지리학과도 의미 있는 공유점이 있었음.

- 하지만 대니얼스는 인간주의 지리학의 현상학적 방법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문화 및 경관 관념이 보다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범주로 분석되어야 하며 사회경제적 관계의 물질성에 대해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비판하며, 경관 연구에 역사 유물론의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추상적이고 신비화된 개인적 자아의 경관 경험 및 장소감 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

- 대니얼스는 사우어 전통의 문화지리학은 물론이고 인간주의 지리학자들이 문화의 역사적, 물질적 자원을 무시함으로써 급진지리학에서 문화지리학은 약화되고 문화는 잔여적인 범주로 되었음을 지적.

- 코스그로브는 경관 개념의 형성과 변화를 논하면서, 자본 축적 및 물질 생산과 함께, 자본주의 이행기 동안 토지의 의미가 사용 가치에서 교환 가치로 변했으며 상품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는 토지의 성격 변화를 주요한 배경으로 듦.

- 코스그로브와 대니얼스가 제시한 새로운 경관 관념과 경관 이론은 문화지리학의 경관 연구를 생산의 사회적 관계와 연계시키고, 이로부터 경관에 내재한 물질성의 기반을 추구함으로써 사우어의 전통과는 달리 비판적 지리학으로서의 문화지리학을 재구성하려 한 것임.

- 그렇지만 이들과 자본 축적의 공간 관계에 초점을 두는 다수의 비판적 지리학자들과의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 표면적으로는 '문화의 전환' 속에서 다수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들은 문화 혹은 경관을 연구의 중요한 연구 의제로 삼는 것처럼 보임.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들 입장에서 볼 때 문화는 사회 관계를 결정하는 궁극적 요인이 아니며, 문화의 문제는 실제 공간의 질서 - 즉 자본 축적과 순환이 만들어내는 건조 환경에 후속되는 부차적인 것.

-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인 하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름하에 나타난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 결국 자본 축적 양식의 변동 (유연적 축적)에 조응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화적 변화이자 근본적으로 근대성에 내재한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

- 신문화지리학자들은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문화와 재현, 경관에 대한 분석에서 주류 마르크스주의 학자들과 다른 방법을 택했으며, 이는 그들이 지리학 내의 급진적 전통보다는 윌리엄스나 톰슨 등의 문화적 마르크스주의 cultural marxism 의 영향을 강하게 받음.

- 사회적, 계급적 투쟁과 갈등이나 경제 구조 및 축적 체제의 모순에 초점을 두는 전통적 마르크스주의 학자들과 달리 윌리엄스와 함께 신좌파인 톰슨은 노동 계급의 '문화'적 형성 과정에 초점을 두고 노동 조건과 착취의 경험, 생활 수준 및 주거 상태, 공동체 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사료 분석에 근거해 노동 계급 문화와 계급 의식의 형성 과정을 탐구함.

- 톰슨의 관점에 의하면 노동계급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계급의식을 가진 주체로 형성하는데 그 매개수단이 노동 계급의 문화 혹은 문화적 맥락. 즉 이때 문화는 고전적 마르크시즘의 공리주의적 평가 절하된 개념이 아니라 인류학적인 개념의 문화로서 한편으로는 한편으로는 서민적인 것임.

- 윌리엄스는 경관의 설계와 조성에 대한 저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사회의 일반적인 역사를 이해해야 하며, 경관은 토지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일정한 사회적 배치 - 토지의 분배, 이용, 관리의 일부라고 주장.


3. 경관 관념의 이중성, 모호함


- 경관의 모호함 ambiguity 는 그 이중적, 변증법적 성격에서 비롯됨. 경관은 주체와 대상, 개인과 사회 간의 이중적 관계를 통해 정의 가능하다는 의미.

- 경관 관념은 주체와 외부세계의 분리에서 출발하는데 양자는 능동적인 인간의 참여를 통해 매개됨. 즉 경관 관념 속에서 인간적, 주관적 반응이 내재해 있으나 이는 경관 관념의 이론화에 적절하지 않은 정서적 차원, 나아가 상징적 차원을 내포하기에 형태를 중시하는 사우어 문화지리학은 이러한 측면을 배제하려 함.

- 신문화지리학 학자인 코스그로브는 반대로 경관을 '이데올로기적 개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주관적, 개인적 측면을 포기하지 않고 경관의 사회적 맥락을 오히려 강조. 그 의미는 경관이 특정 계급의 사람들이 그들 자신과 세계를 의미화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며, 이것은 자연과의 상상적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그들은 외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과 타인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의사 소통해왔다는 것임.

- 물질적 삶을 만들어나가는 매체 - 즉 의사소통 및 의미화 장치로서 경관의 역할에 대한 그의 인식은 명백히 윌리엄스의 문화 관념에서 영향을 받은 것.

- 경관 관념의 모호함은 개인과 사회 간의 변증법적 관계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

- 이는 구체적으로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관계에서 비롯됨. 경관 관념을 지리학의 다른 핵심개념들과 구분해 주는 것은 그것이 명백히 외부자의 시각이라는 점. 더욱이 코스그로브는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지리학은 외부자의 시각에 의해서 가능하며, 과학의 요구는 진리의 보편성을 전제하기에 이는 외부자의 위치를 절대화하는 관점 - 투시법의 장치를 통해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봄.

- 과학적 이해는 '보는 방식-경관'의 연장이자 발전일 수 있음.

- 한편 외부자의 시각은 경관을 조망하고 대상화하는 실천 - 즉 예술적이고 심미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이기도 함.

- 코스그로브는 경관의 사회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성격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관 경험이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 나아가 경관의 이데올로기적 성격과 외부자의 객관적, 과학적 시각 모두 투시법의 기술을 통해 가능한 것이기에 그는 지리학적인 경관과 예술적 경관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음.

- 그러므로 그는 경관이라는 용어가 어떤 장소에서 내부자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 왜냐하면 내부자에게는 풍경과 자아, 대상과 주체의 분리가 명확하게 발생하지 않고, 내부자에게 경관은 심미적 관습을 통해 매개되지 않으며 집단은 개인과 공존하기 때문. 여기에서 두 번째 모호함인 개인과 사회 간의 모순이 도출됨.

- 개인과 사회 간의 모순 때문에 실증적 방식으로 경관 개념을 과학화하기 보다는 경관 관념의 정서적이고 심미적인 관습을 통해 문화적 이데올로기로 경관을 해석.

- 대니얼스는 경관을 변증법적 이미지로 정의하며, 경관의 이중성 duplicity of landscape 에 대해 강조. 경관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으로 완전히 물상화 reification 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인 신기루로 용해될 수도 없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

- 대니얼스는 경관이 종교적 구원의 힘과 이성의 의식적 개입이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모호한 종합인데, 이는 엘리트주의 '보는 방식'으로서의 경관과 토속적 '삶의 방식'으로서의 경관 사이의 긴장 관계와 관련 있음.


4. 텍스트로서의 경관


- 던컨은 롤랑 바르트의 후기구조주의 문학 이론을 받아들여 경관을 일종의 문학텍스트에 비유.

- 그의 텍스트로서의 경관은 문학이론을 보다 명시적으로 받아들여 텍스트 공동체 textual communities, 상호텍스트성 intertextuality, 경관의 자연화/탈자연화 naturalization / denaturalization 과 같은 개념을 토대로 수립한 경관의 재현 이론.

- 텍스트 공동체는 어떤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

- 상호텍스트성은 어떤 텍스트의 맥락 context 이 또 다른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

-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들 간의 상호 관계에 의해 규정되며 실제 세계의 물질성과의 관계는 의문시됨.

- 텍스트 접근을 구성주의 constructionism 로 해석하는데, 문화적 의미들은 경관이나 이미지, 텍스트 형태로 담론적 영역에서 구성된다는 의미.

- 모든 의미는 항상 언제나 재현적. 즉 언어적 재현 또는 이미지와 실제 세계와의 관계에서 실제 세계의 선차성은 의문시되고 세계는 담론과 재현을 통해 존재하게 되며, 존재론과 인식론 사이에 혼동이 일어남.

- 반스와 던컨은 언어 writing 에 우선하는 실제 pre-determined reality 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

- 텍스트의 의미는 저자의 의도를 비껴가며, 텍스트가 원래 만들어진 컨텍스트를 넘어서 재해석됨. 텍스트의 의미는 불안정하며 다양한 해석은 특정 텍스트 공동체의 담론적 실천에 달려 있음. 이러한 텍스트 메타포는 경관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경관은 문자 텍스트만큼의 고정적 의미를 갖게 됨. 즉, 경관의 의미는 경관의 조성자가 의도했던 바와 달라지고, 경관이 축조된 원래의 상황을 벗어남. 더 나아가 경관의 자연화와 탈자연화에 대한 논의는 경관텍스트론이 사회관계의 물질성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 명확히 보여줌.

- 경관텍스트론은 보는 방식으로서의 경관론과 달리 포스트구조주의의 이론적 맥락에서 전통적인 급진적, 비판적 지리학과 명확히 자신의 방법론을 구분했으며, 1990년대를 보다 강한 의미에서 재현적 지리학 representational geography의 시대로 만듦. 이들은 포스트구조주의 개념과 방법은 자본 축적과 사회 관계의 물질성에 여전히 주목해 왔던 마르크스주의 급진지리학과 달리 담론 이론이란 한층 포괄적 범주 속에서 정의됨.

- 이러한 차이는 코스그로브나 대니얼스가 주목했던 경관의 이중성 혹은 모호함이라는 특징이 해소되는 결과를 낳음. 경관의 이중성이 궁극적으로 물질적 실체로서의 경관과 상징적, 이데올로기적 재현으로서의 경관 사이의 긴장관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도출된 관념인 반면, 텍스트 메타포는 많은 부분을 보는 방식 메타포와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현의 지위와 의미를 다소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경관 관념의 이중성이 작동할 여지를 축소시킴. 즉, 텍스트로서의 경관 연구를 통해 담론적 재현은 문화적 실천을 해석하는 도구 혹은 장치의 개념을 넘어 경관 대상의 의미를 고착화하고 동시에 해석의 주체에 과도한 담론적 권력을 부여할 가능성을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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