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좀좀이 2012. 2. 1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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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우즈벡어를 잠깐 배울 때 저는 라틴 문자로 우즈벡어를 배웠어요.

우즈벡어는 우즈베키스탄이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후 라틴 문자로 바꾸었어요. 독립하자마자 라틴 문자로 바꾼 것은 아니에요. 1995년에 우즈벡어 문자를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꾸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이 1991년에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꾸었던 것에 비하면 불과 4년 차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이 1991년에 터키의 라틴 문자를 토대로 문자 개혁을 해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꾼 것에 비해도 상당히 늦은 문자 개혁이에요.

아제르바이잔 여행 당시 키릴 문자로 된 아제리어를 거리에서 보지 못했어요. 정부에서 문자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서 아제르바이잔은 라틴 문자가 아주 확실히 정착해 있었어요. 역사적으로 소련에 강제 편입되고 스탈린이 강제로 문자를 키릴로 바꾸기 전까지는 라틴 문자를 쓰던 언어이기도 했구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언어상황에 대해서는 뭐라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가 없네요. 여기는 직접 가본 국가도 아닐 뿐더러 자료도 거의 없으니까요.

구러면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사용 현황은 어떨까요?

여기 와서 지금 키릴 문자로 된 우즈벡어로 된 교재로 우즈벡어를 배우고 있어요. 첫날 키릴로 된 우즈벡어 교재를 보며 학원에서 교재에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러나 거리를 돌아다니고 텔레비전 방송을 보며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분명 1995년 문자를 라틴 문자로 바꾸었어요. 아직 10년 채 되지는 않았지만 문자 개혁이 정착되기엔 충분한 시간이에요. 이건 정말 단순히 정부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에요.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신문, 잡지 모두 키릴로 되어 있어요. 거리에서 키릴로 된 우즈벡어 표어 및 간판을 찾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요. 서점에 가면 더 볼 만해요. 어린이용 책과 교과서 외엔 전부 키릴로 되어 있다고 봐도 전혀 틀리지 않아요. 100점은 못 줘도 97점까지는 줄 수 있어요. 서점에 온통 키릴 문자로 적힌 우즈벡어 책 투성이라 발행년도를 확인해 보았는데 2010년에 나온 책들조차 키릴로 적혀 출판되었어요.

그래요. 여기까지는 정부의 통제가 약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TV에서도 키릴로 된 우즈벡어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아요. 방송은 확실히 정부의 통제와 영향에 민감해서 그런지 대부분 라틴 문자로 나오지만 키릴 문자로 나오는 광고도 있어요. 이쯤되면 왜 라틴 문자로 바꾸어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러요. 특히 이 나라 정치상황을 고려한다면요. 문자개혁이 있었던 1995년이나 지금이나 대통령은 카리모프 대통령이에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문자개혁을 하다 말았다고밖에 봐줄 수 없어요.

만약 우즈벡어를 공부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우즈벡 키릴 문자도 같이 외우는 걸 추천합니다. 한국에서 라틴 문자로 된 교재로 공부하시더라도 키릴 문자는 외워 두세요. 여기는 아직 키릴 문자를 더 많이 쓴답니다. 라틴 문자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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