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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역 회전 초밥 무한리필 - 스시오 노원역 (토요일 점심 혼밥 추천)

좀좀이 2016. 11. 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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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3시.


혼밥족은 이 시각을 잘 알아두고 있어야 해요. 혼밥족이 아니라 일반인도 이 시간은 외워두고 있으면 좋아요. 왜냐하면 친구들 다 싫어하고 나만 좋아하는 메뉴를 먹으러 가려면 결국 혼자 가야하니까요.


요즘은 혼자 밥 먹는 혼밥을 해도 그렇게 놀라울 것이 없는 세상. 예전에는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 가면 자기 세계가 엄청 뚜렷한 마이웨이 독종, 별종 취급을 받았어요. 특히 남자가 그러면 더욱 그런 취급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혼자 그런 곳에 밥 먹으러 가도 그렇게 눈치보일 것까지는 없어요.


그러나 아직까지 혼밥족이 공략하기 어려운 시간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디너 타임.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들 대기하고 있는데 한 명이 4인석 차지하고 밥 먹고 있으면 썩 달갑지는 않죠. 혼밥족 입장에서는 쌍쌍이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대기하고 있는 것이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기도 하구요.


런치 타임과 디너 타임을 구분하는 곳은 메뉴에서도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 혼밥족도 디너 타임 음식을 먹고 싶은데 평일 디너에 가면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에요.


이래서 토요일 오후 3시는 혼밥족이 필히 기억해두어야 하는 시간이에요. 대체로 식당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하루 종일 디너 메뉴로 운영하는데,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한산한 늦은 오후에 점심을 먹으러 가면 디너 메뉴를 아무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거든요. 식당 입장에서도 어차피 파리 날리는 시간대에 와서 1인분이라도 팔아주니 좋구요. 혼밥족은 혼자서 편하게 디너 메뉴 즐기고, 식당 주인은 비어있는 자리 한 자리라도 채워주니 좋고 양쪽 다 윈윈인 셈이지요.


지난주 토요일 점심. 초밥을 배터지게 먹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었어요. 친구들이 모두 서울 서남쪽에 있거든요. 저는 의정부. 서울 동북부를 넘어서서 있는 곳에 살고 있어요. 이러다보니 친구들과 밥을 같이 먹으려면 일이 무조건 커져요. 밥만 먹고 돌아온다고 해도 그게 이미 왕복 몇 시간 걸리는 일. 의정부에서 종로까지가 지하철로 1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만나서 밥만 먹고 돌아온다고 해도 그게 최소 서너 시간 걸리는 일로 엄청나게 커져버려요.


초밥은 배터지게 먹고 싶은데 지금 당장 배고프다.


친구와 같이 먹는다면 몇 시간 후에나 밥을 먹어야 했어요. 지금 당장 뭔가 먹으려면 혼자 먹으러 갔다와야 했어요. 마침 시각을 보니 늦은 점심 시각. 그래서 혼자서 초밥을 배터지게 먹으러 의정부에서 멀지 않은 노원구에 있는 스시오로 갔어요.


스시오 노원역점은 4호선 노원역 1번 출구에 있어요.


참고로 노원역이 어떤 역이냐 하면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데 막장환승으로 아주 악명이 높은 역이에요. 막장환승 지하철역을 꼽을 때 반드시 등장하는 지하철역이지요. 사실 실제 이용해보면 그렇게 막장까지는 아니에요. 일단 우리에게는 서울역 환승이 있고, 오히려 종로3가 1-5호선 환승,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5호선 환승도 있거든요. 서울역 환승은 따로 환승 통로가 만들어져서 환승 막장도가 너무 낮아져서 아쉽지만 어쨌든 지금도 길고, 종로3가 1-5호선 환승은 가뜩이나 붐비는데 제대로 운영하지도 않는 무빙워크가 환승통로를 크게 차지하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5호선 환승은 그냥 답이 없어요. 지도상으로 보면 이게 왜 답이 없는지 바로 알 수 있죠.


이렇게 갑자기 지하철 막장 환승 이야기를 써주는 이유는 바로 이 식당을 가기 위해서는 노원역 1번 출구로 나가야하기 때문이에요. 노원역 1번출구는 4호선에 있는 출구인데, 이것이 7호선과 가장 먼 출구에요. 그러므로 이 식당을 가실 때는 어지간하면 4호선을 이용해서 노원역 가시기 바래요.


노원역 회전 초밥 무한리필 - 스시오 노원역


토요일 늦은 점심 시각에 가니 당연히 아주 한산했어요. 사진을 찍는데 사람들 안 나오게 피해서 찍으려고 열심히 노력할 필요도 없었어요.


여기는 회전초밥 무한리필. 오른쪽 보면 벨트가 돌아가고, 빈 CD통 처럼 생긴 것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게 다 초밥이에요.



이렇게 초밥이 벨트 위를 돌아가고 있어요. 원하는 초밥이 올 때마다 탁자에서 바로 집어먹으면 되요.


스시오 스끼다시


튀김 같은 것은 따로 샐러드바처럼 준비되어 있어요. 이것들은 그냥 무난했어요. 새우튀김을 와사비 듬뿍 집어넣어 맵게 만든 간장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더라구요. 가운데 동그란 것은 오징어링이에요.


스시오 초밥


초밥은 이렇게 한 접시에 2개 올라가 있어요. 저 플라스틱 뚜껑이 안 덮힌 초밥도 가끔 돌아다녀요.



10개쯤 찍다가 귀찮아서 사진을 안 찍었어요.


여기 초밥은 맛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초밥 위에 올라간 생선이 밥과 잘 떨어졌어요. 특히 생새우 초밥이요. 생새우 초밥은 그냥 새우를 간장에 찍어서 밥 위에 올린 후 다시 먹었어요.


와사비를 독하게 탄 간장에 초밥을 푹푹 찍어서 먹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게 계속 먹었어요. 회전초밥이다보니 먹고 싶은 초밥이 제 옆을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집어먹다보니...



혼자서 초밥 33접시 먹었어요. 한 접시에 2개씩 올라가 있으니까 초밥 66알 먹었어요. 33접시 먹은 것 사진도 찍으려고 했는데 30접시 먹었을 때 접시를 치웠어요. 20접시 쌓았을 때 치워주겠다고 하는 것 놔두라고 했고, 원래 그냥 계속 놔두라고 할까 했지만 테이블 위에 접시가 너무 많이 쌓여서 치워달라고 했어요. 접시가 다 치워지고 나서야 인증샷을 못 찍었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특별히 많이 먹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25접시 먹었을 때 슬슬 배가 불러왔어요. 그런데 인터넷 보면 저런 무제한 회전 초밥집에서 30접시씩은 먹었다고 써놨더라구요. 그래서 30접시는 먹어야 보통 사람들 먹는 양인가보구나 하면서 계속 먹었어요.


3.1절 31접시도 돌파하고 3.1운동 민족대표 33고지까지 도달했는데 접시를 다 치운 상태라 의욕이 생기지 않았어요. 배도 슬슬 불러왔구요. 이때가 딱 먹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었어요.



새로 탑을 쌓아볼까 했지만 새로 30접시 탑을 쌓는 것은 진짜 무리였어요. 그래서 그냥 딱 기분좋게 배부를 때 초밥은 끝내고 간식으로 쿠키와 바나나를 가져와 집어먹었어요. 예전 헝그리 정신 실천할 때처럼 목구멍까지 차오르도록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렇게 40접시 채운다고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았어요. 3.1운동 민족대표 33고지 이후 40까지 특별히 뭔가 이름을 붙이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볼 숫자가 보이지도 않았구요. 억지로 헝그리 정신으로 이용 시간 꽉꽉 채워서 나가고 싶지도 않았어요.


다 먹고 나서 친구들에게 혼자서 회전초밥집 가서 33접시 먹었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친구들이 경악했어요.


진짜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고, 이제 저는 그 가게 블랙리스트라는 반응도 있었고, 여전히 헝그리 정신을 잘 실천하고 있다며 멋지다고 칭찬(?)해준 친구도 있었어요. 그리고 일반 가게에서 33접시면 5만원은 나올테니 본전은 확실히 뽑은 거라고 알려주더라구요.


그리고 친구들은 제게 회전초밥집 가서 33접시면 초밥 크기를 떠나서 어쨌든 엄청 먹어댄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그래서 그러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30접시 먹었다는 글들은 대체 뭔가 하고 집에서 다시 인터넷을 뒤져보니...


거의 다 두 명이서 30접시 먹었다는 글이었다. 혼자서 30접시 먹었다는 글은 자기가 많이 먹는다고 자랑질하려고 올린 글이었다...


왜 혼자 갔는데 이렇게 많이 먹었지?


아마 그 이유는 이게 회전초밥이라 그럴 거에요. 제가 먹고 싶은 초밥이 제 옆을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페이스 조절이 되었고, 초밥 특성상 밥을 평소와 달리 꽉꽉 씹어서 삼켜야 하다보니 아밀라아제가 많이 분비되어 소화를 크게 도와준 거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와사비 간장을 푹푹 찍어먹었기 때문에 비린 맛에 물리는 때가 매우 늦게 왔구요.


어쨌든 매우 좋고 만족스러운 가게였어요. 이제 초밥 먹고 싶으면 스시오 갈 생각이에요.


결론 : 글을 읽을 때에는 끝까지 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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