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스쿨 가서 메뉴를 고를 때마다 진심 궁금한 메뉴가 하나 있었어요.
까르보네 피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피자의 결합이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맛이 날지 정말로 상상이 안 되었어요. 스파게티를 준다는 것도 아니고 아예 피자로 만들어버렸다고 해서요.
섣불리 이것을 먹어보아야겠다는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은 해보자는 심정으로 구입해보았어요.
피자스쿨 까르보네 피자는 9천원이에요.
이 피자가 취향 극단적으로 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는 했는데, 과연 어떨지 뚜껑을 열기 전부터 긴장되었어요.
피자스쿨에서는 이 피자가 느끼함과 부드러움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피자라고 해요. 그리고 설명을 보면 고소한 화이트크림과 스파게티와 치즈가 곁들여져 있대요.
그런데 남자들도 까르보나라 많이 좋아하는데...
남자들이 까르보나라를 싫어하는 이유는 맛이 자극적이지 않다보니 가뜩이나 적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기 때문이지, 이 맛 자체를 싫어해서는 아니에요. 다 아시겠지만 까르보나라는 빙판 위를 봅슬레이가 달려가듯 면이 입 안으로 후루룩 쑥 들어가버리기 때문에 먹기 시작하면 엄청 빨리 먹어버려요. 이래서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그 적은 양으로는 뭔가 먹은 기분이 안 들어요.
어쨌든 일단 얼핏 보아서는 상당히 맛있게 생겼어요.
헉! 진짜 스파게티 면을 피자에 올려놓았네?
이 피자는 1회 제공량이 2조각에 184g, 열량은 465kcal이에요. 그리고 홈페이지에 당당히 주요토핑이 화이트크림스파게티라고 나와 있어요.
이 면발 보이시나요?
우리 협상을 하자. 저 면발 빼고 1000원 깎아주면 안 되겠니? 저 면발 반만 넣고 500원 깎아주면 안 되겠니?
처음 한 조각은 맛있었어요. 저 스파게티 면의 식감도 재미있었어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에 피자를 올려서 비벼먹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국수 먹을 때 수육이랑 면발 같이 떠서 먹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런데 이 면발이 주는 식감이 갈 수록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어요. 마지막 조각을 먹을 때에는 '제발 이따위 괴작 말고 제대로 된 것 만들어줘!'라고 외치고 싶어졌어요. 분명 처음 한 조각 먹을 때에는 '이거 꽤 맛있다'였는데 가면 갈 수록 평이 뚝뚝 떨어져서 나중에는 이런 괴작을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거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은 어떻게 말하기 참 어려워요. 진짜 음식 먹으면서 이렇게 처음과 끝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일단 식감을 제외하고 보면 이 피자 진짜 맛있었어요. 부드럽고 정말 까르보나라 맛을 잘 살린 피자였어요. 제 돈 주고 또 사먹고 싶었어요. 이것과 페퍼로니 피자의 조합도 상당히 괜찮을 거 같았어요.
그러나 문제는 식감. 그냥 면발 빼고 1000원 깎아서 팔면 안 되겠니? 그러면 이것 또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받는 피자가 될 텐데요.
맛은 좋았지만 그놈의 파스타가 주는 식감이 문제인 피자였어요. 만약 여덟 명이 한 조각씩 먹는다면 재미있는 피자라고 좋아할 것이고, 저처럼 혼자 한 판 다 먹는다면 처음에 좋아하다가 마지막에 썩 좋은 소리가 안 나올 피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