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라면

농심 안성탕면 라면

좀좀이 2016. 10.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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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먹은 라면은 단연코 안성탕면이에요. 왜냐하면 어렸을 적에 항상 안성탕면을 끓여먹었거든요. 어렸을 때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서 라면을 먹으면 언제나 안성탕면이었어요. 가끔 외도하는 것처럼 삼양라면과 진라면 순한맛을 먹기는 했지만요.


그러다 대학교 진학하면서 혼자 살게 되었고, 그때부터 안성탕면은 단 한 번도 안 먹었어요. 왜 안 먹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안 먹었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친구들과 같이 먹을 때에는 친구들 취향에 맞추어서 먹고, 혼자 먹을 때에는 희안하게 생긴 거나 행사하는 제품을 구입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안성탕면 요즘은 어떨 건가? 나오기는 하나?'


가게에 가보았는데 안성탕면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안성탕면을 2개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농심 안성탕면


포장이 예전과 바뀐 것이 맞기는 한데 주황색 배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어요.



이 라면은 메밀, 땅콩, 고등어, 게, 새우, 토마토, 호두, 오징어 등이 들어가는 제품과 같은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다고 해요.



밀가루는 미국산, 팜유는 말레이시아산. 밥 먹는 날보다 라면 먹는 날이 많으니 분명 제 몸에는 말레이시아의 기운이 있을 거에요. 말레이시아 여행 가서 말레이시아가 너무 좋다고 느낀 것은 어쩌면 그 나라가 깔끔하고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제 몸 속 말레이시아 팜유의 기운이 동조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감자 전분은 독일산. 폴란드가 감자를 엄청 생산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독일 감자 전분을 수입해서 라면 만드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스프는 예나 지금이나 이 분말 스프 하나.


옛날 먹었던 그 맛이 날 건가?


궁금해하며 라면을 끓였어요. 일단 생긴 것은 옛날 그것과 똑같아 보였어요. 흐느적거리는 미역 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국물. 아버지는 날계란을 풀어드시고 싶어하셨고, 저는 계란 넣어서 먹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아버지와 제가 라면을 먹을 때 문제가 생길 소지는 아예 없었어요. 아버지 그릇 아래에 날계란을 까서 놓고 그 위에 라면 떠드리고 남은 거 제가 먹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항상 라면에 계란을 집어넣고 끓이셨어요.


당연히 계란 안 넣고 끓였어요.


뭔가 옛날 맛과 다르다?


왜 이 라면에서 살짝 짜파게티의 향기가 나는 걸까? 짜파게티만 주구장창 끓여먹고 설거지 맨날 대충해서 냄비에 냄새가 배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짜파게티 안 먹은지 엄청 오래 되었어요. 이런 냄새가 날 라면 자체를 먹지 않았어요. 게다가 라면 먹은 뒤에는 바로 설거지하고 있구요.


살짝 매운 맛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짭짤한 맛까지는 예전 먹었던 그 기억과 비슷했지만, 예전에 비해 그 비릿한 미역 냄새는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스프에서 변화가 있음을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라면 국물에 건더기라고는 흐느적거리는 미역 쪼가리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국물을 다 마시고 보니 노란 알갱이가 조금 있었어요. 계란 스크램블이었어요. 이것은 언제부터 첨가되었대? 예전에는 분명히 아무 것도 없었는데. 옛날에 건더기로 건미역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아버지 것 따로 그릇에 떠드리고 저는 냄비 잡고 먹었거든요. 그래서 아버지와 라면을 먹으면 국물을 다 마시고 나서 건더기가 무엇이 남아 있는지 항상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안성탕면은 냄비 벽에 붙은 미역 쪼가리 말고는 건더기가 있었던 기억이 없어요. 그냥 스프 가루 조금 가라앉은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먹어보니 아래에 노란 알갱이들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예전과 맛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의 비슷하기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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