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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맛집 - 이라크 음식점 바그다드 레스토랑 (인천 지하철 2호선 석남역)

좀좀이 2016. 9. 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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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외국에서 이라크인이 직접 만든 이라크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맛있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이라크 음식을 먹어보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라크 음식을 파는 곳이 없었어요.


그렇게 이라크 음식을 엄청나게 그리워하다가 인천에 바그다드 레스토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기는 진짜로 이라크 음식점이었어요.


'인천? 그 먼 곳? 가, 말아?'


저는 의정부 거주민. 의정부에서 인천 가려면 정말로 멀어요. 의정부에서 인천 가는 시간보다 김포 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제주도 고향집까지 가는 시간이 더 짧아요. 더욱이 인천 가서 마땅히 할 것도 별로 없었어요. 인천 차이나타운은 몇 번 가보았고, 강화도는 수학여행때 가본 것이 전부라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여기를 갔다오려면 바그다드 레스토랑을 갈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인천 지하철 2호선이 뚫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바그다드 레스토랑은 인천 지하철 2호선 석남역에서 걸어서 조금 가면 갈 수 있어요.


어쨌든 멀기는 하지만 지하철 타고 갈 수는 있다.


그래서 작정하고 큰 맘 먹고 인천에 있는 이라크 음식점인 바그다드 레스토랑에 갔어요.


먼저 이 식당의 주소는 인천광역시 서구 석남동 길주로 78번지에요. 주소를 반드시 알아야 해요. 왜냐하면 다음, 네이버 지도에서 식당명으로 검색이 안 되거든요. 전화번호는 032-577-5609에요.


여기를 가기로 마음먹은 지난주 토요일. 가게로 전화했어요.


"알로."

"알로."


한참 전화벨이 울린 후 누군가 전화를 받았어요. 한국어로 대화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랍어로 대화했어요. 아랍어로 말해본 것이 아마 5년은 넘었을 거에요. 지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여행 갔을 때는 생각나야 하는 우즈베크어는 하나도 안 떠오르고 아랍어만 떠오르더니 이번 정작 아랍어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우즈베크어만 잔뜩 생각났어요. 다행히 크게 어려운 대화는 아니라 무난히 가게문이 열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집에서 출발했어요.


이렇게 전화를 하고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식당은 인천이었고 저는 의정부 거주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인천에서 여기까지 지하철로 가려면 먼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역 가서 공항철도로 갈아탄 후, 검암에서 인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해요. 이러면 네이버 지도에서는 1시간 50분 걸린다고 하는데 실제 가보면 2시간 넘게 걸려요.


인천 지하철 2호선 석남역 2번 출구로 나간 후 '인천광역시 서구 석남동 길주로 78번지' 를 찾아가면 되요. 지도를 보고 갈 때 조금 햇갈릴 수 있는데,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을 지나가야 있어요.


식당에 도착했어요.



간판을 보면 Baghdad restaurant 라고 큰 글씨로 적혀 있고, 그 아래에 'Turkey kebab & Arabic food, 터어키 케바브 & 아라빅 음식'이라고 적혀 있어요. 아마 케밥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일단 터키부터 떠올려서 저렇게 이름을 붙인 것 같았어요.



이것이 식당 내부. 이때 저 혼자였어요.



애매한 시각이어서 그런 것인지, 원래 이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원래는 여기가 접근성이 참 안 좋은 곳이었는데, 인천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어요. 여기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인지 또한 잘 모르겠어요. 인천으로 이라크 중고차 바이어들이 종종 오는 것으로 알고는 있어요.


인천 바그다드 레스토랑


음식을 주문할 차례. 아랍인이 메뉴판을 들고 제게 왔어요.






"믹스 케밥에 이라크 케밥 있어요?"

"있어요."


혼자 갔기 때문에 많이 시킬 수 없는 상황. 최대한 원하는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데 믹스 케밥을 시키면 케밥 세 종류를 먹어볼 수 있으며, 그 속에 이라크 케밥도 들어가 있다고 하자 망설임 없이 이라크 케밥을 골랐어요.


그리고 오매불망 꿈에도 그리던 그 이라크 음식 - 양고기 비리야니를 주문했어요. 아랍어로 주문하는데 뭔가 잘 되지 않아서 그냥 종이 달라고 해서 제가 아랍어로 손으로 써서 주었어요.


주문을 받은 분은 요리사. 이분은 요르단에서 왔다고 했어요. 한국어는 잘 못 하셨고, 영어와 아랍어를 잘 하셨어요. 그리고 요리사 아저씨가 요리하시는 동안 진짜 이라크인처럼 생긴 분이 보여서 말을 걸어보았더니 그분이 이 가게 사장님으로 이라크인이라고 하셨어요.



이것이 바로 믹스 케밥. 맨 위가 이라크 케밥으로 양고기고, 아래 두 개가 닭고기 케밥으로, 맨 아래는 치킨 티카에요.


"오! 여기 센스 있네!"


저 고추. 저거 진짜 대박 센스. 저 고추와 같이 먹느냐, 케밥만 먹느냐는 맛의 천지 차이. 생고기 마시쪙 하던 원시인이 벼락 맞아 전기 통바베큐된 맘모스 고기 뜯어먹고 감탄하는 것처럼 진심 저 고추를 곁들여 먹는 것과 안 곁들여 먹는 것에 차이가 있어요.


닭고기 케밥 두 종류는 상당히 맛있었어요. 진심 맛있었어요. 닭고기 요리 중에서도 맛있었어요.


그리고 양고기 케밥. 이것은 제게는 역시나 맛있었어요. 그러나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조금 있었어요. 양고기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평이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저 고추 피클을 곁들여먹으면 매콤하고 느끼한 맛도 확실히 잡아주기 때문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이라크 비리야니


이것이 양고기 비리야니에요.



나는 이것이 너무 먹고 싶었다.


저기 고기는 양고기에요. 이것도 그렇게 느끼하지 않았어요. 특출나게 강한 맛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맛이 제 소리 못 내고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상당히 조화로운 맛이었어요. 조화로우면서 '맛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한 맛을 내고 있었어요. 양도 적지 않았고, 고기가 참 예쁘게 잘 올라가 있었어요.


이 식당은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맛있다고 소개할 수 있는 식당이었어요. 음식에서 한국인이 싫어하는 역한 냄새가 상당히 약했어요. 이라크 음식이 원래 향신료 향으로 떡칠하는 음식이 아니기도 하구요. 그리고 저기 있는 음식 메뉴들은 전부 이라크 음식이에요. 간판에는 터키 케밥이라 적혀 있지만 사장님도 요리사도 다 아랍인이고, 메뉴 자체가 아랍 음식 메뉴에요.


이런 식당이 이태원이나 연남동에 있었다면 아마 맛집으로 이름을 엄청나게 날렸을 거에요. 여기는 그간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서 진짜로 안 알려진 집이었어요. 이라크 음식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원래 이라크 음식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아랍, 터키 음식들보다는 분명히 맛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요리사와 사장님은 한국어를 잘 못해요. 그러나 영어는 잘 하기 때문에 영어로 주문하시는 것이 편하실 거에요. 아랍어가 된다면 아랍어로 하면 더 편하실 거구요. 사장님의 어린 아들은 한국어를 엄청 잘해요. 우리나라에서 학교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정 의사소통 힘들면 어린 아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시면 될 거에요.





여담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카카오톡으로 이라크인 친구에게 우리나라에 있는 이라크 식당에서 이라크 음식 먹었다고 자랑했어요. 이라크인 친구가 그 말을 듣고 매우 좋아했어요.


"그런데 비리야니가 내가 옛날에 먹었던 그 이라크 비리야니랑 좀 다른 거 같더라."

"그래?"


친구와 대화하며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저 식당의 비리야니가 또 다른 이라크 비리야니인가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어요. 알고보니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제가 먹었던 것은 비리야니가 아니라 '쿠지' 라는 이라크 음식이었어요. 왠지 이라크 비리야니 맛이 그렇게까지 화려하지 않더라. 제 기억에 이라크 비리야니는 맛이 엄청나게 화려했거든요. 검색 결과 제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것은 쿠지였어요. 비리야니가 그냥 미녀라면, 쿠지는 화려한 보석 가득 박힌 드레스 입은 미녀.



이것이 이라크 음식 Quzi 만드는 법이에요. 저거보다 더 화려하게 만드는 Quzi도 있어요.



이 동영상은 진짜 화려하게 만드는 쿠지에요. 아랍어만이 아니라 영어 번역도 같이 나와요.



이 동영상은 비르야니 만드는 방법이에요.



"네가 보여준 메뉴판에 쿠지 있던데?"

"뭐???"


메뉴판을 보았어요. 고지 위드 화이트 라이스가 있었어요. 그냥 사진 보고 메뉴판을 대충 보았기 때문에 '화이트 라이스'를 보는 순간 맨밥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런데 이게 제가 찾던 그 음식이었어요.


이라크 식당 또 가야 하나...그거 인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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