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36 중국 위구르인 도시 카슈가르 길거리 풍경

좀좀이 2016. 9.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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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로 가지?"


박물관에서 막상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 지 막막했어요. 원래 계획은 박물관 안에서 박물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버티며 쉬는 것이었어요. 이 계획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어요. 박물관 안에는 관람하다 앉아서 쉴 의자가 단 한 개도 없었어요. 앉아서 쉬는 것은 눈치껏 계단에 앉아서 쉬는 방법이 있기는 했어요. 어차피 2층으로 올라오는 사람이 없으니 정 힘들다면 그렇게 계단에 앉아서 쉬어도 되었어요. 문제는 친구의 스마트폰 충전. 박물관 안에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하나도 없었어요.


진짜 어디를 갈까?


마땅히 갈 곳이 없었어요. 길이 구시가지 - 박물관 - 기차역 순이었어요. 여기에서 계속 걸어가면 구시가지로 돌아가든가 기차역으로 가든가 둘 중 하나였어요. 둘 다 아주 선택하고 싶지 않은 길이었어요. 일단 많이 걷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며칠 후도 아니고 당장 내일이었어요. 내일 일정이 바로 6월 5일 쿠차였어요. 새벽에 쿠차 도착해서 그 다음날 새벽 1시 45분 기차를 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안 걷고 싶었어요. 쿠차에서 어쨌든 많이 걸어야할 것이 뻔했으니까요.


기차역으로 가기에는 너무 이른 오후 4시. 저와 친구가 타고 갈 기차는 20시 24분 기차였어요. 구시가지로 돌아간다고 해서 마땅히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만약 구시가지로 돌아간다면 할 것이라고는 딱 하나 있었어요. 저녁을 먹는 것. 그 뿐이었어요. 이틀, 그리고 아침까지 구시가지 안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더 돌아다니며 볼 것도 없었어요. 돌아가자마자 저녁 먹고 잠깐 걸어다니며 어영부영하다가 다시 버스 타고 기차역으로 가기에는 비록 몇 위안 안 되더라도 그 몇 위안이 아까웠고, 버스 타는 것이 너무 귀찮았어요. 게다가 박물관을 기준으로 구시가지는 기차역 가는 방향의 정반대 방향이었어요.


기차역으로 걸어가?


박물관에서 기차역 사이에는 정말 볼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것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었어요. 굳이 볼 만한 것이라면 카슈가르 기차역 근처에 있는 버스 터미널 정도였어요. 버스 터미널을 구경하러 기차역으로 갈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버스 터미널 주변 역시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짐만 없다면 출사 간다는 기분으로 돌아다녀보겠지만, 등에 짐이 매달려 있었어요.


"그냥 여기 근처나 돌아다녀보자."



박물관에서 버스를 타고온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자 마을이 하나 나왔어요.


가게 앞에는 양 모양의 놀이기구가 있었어요.


중국 놀이기구


그리고 그 건물에는 이렇게 양이 묶여 있었어요.


lamb in xinjiang


상당히 휑해보였지만 길이 예뻐서 계속 앞으로 걸어갔어요.



한 건물 안에서는  위구르인들이 화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카슈가르 위구르인 화덕



찻집이 있나 살펴보며 길을 계속 걸어갔어요. 찻집이 나오면 들어가서 쉬면서 친구 스마트폰, 그리고 저와 친구의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할 계획이었어요. 그렇게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역으로 돌아가면 오늘 하루 무리하지 않고 잘 보내는 셈이었어요.




카슈가르



kashgar



"돌아가자."

"벌써? 어디로?"

"그게 아니라 이 길로 쭉 가면 기차역 나와. 기차역까지 걸어갈래? 한 4km 정도 될 거 같은데."

"아니, 돌아가자."


친구가 더 이상 앞으로 걸어가지 말자고 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 길을 따라가면 기차역으로 가게 된다고 알려주었어요. 거리는 약 4km 정도 될 거라고 했어요. 친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번 걸어서 기차역 가보겠냐고 물어보았고, 바로 그러지 말자고 대답했어요. 정말 최대한 안 걷고 싶었어요. 하나라도 더 돌아다니며 보고 싶기는 했지만, 오늘밤과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면 걷지 말아야 했어요. 그리고 걷는 것보다는 어디 들어가서 차를 마시며 친구 스마트폰과 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싶었어요.


"여기 카페 안 보인다."

"입구에 있는 거기로 가야할 건가?"

"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버스 타려면 어차피 그쪽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친구와 걸어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나와 길 입구에 있던 카페로 들어갔어요.


카슈가르 디저트 카페


중국 카슈가르 맛집


"뭐 먹을래?"

"나는 호두 아이스크림. 너는?

"나는 아몬드 아이스크림."


저는 아몬드 아이스크림을 골랐고, 친구는 호두 아이스크림을 골랐어요. 아이스크림은 하나에 7위안이었어요.


중국 카슈가르 아몬드 아이스크림


"이거 진짜 맛있어! 너꺼는 어때?"

"이거도 진짜 맛있어!"


공장에서 찍어낸 이상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수제 아이스크림이 나왔어요. 맛이 감동적일 정도로 맛있었어요. 친구가 고른 호두 아이스크림에는 호두가, 제가 고른 아몬드 아이스크림에는 아몬드가 잔뜩 들어가 있었어요. 진짜 견과류를 듬뿍 갈아서 넣었기 때문에 깔깔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몬드는 볶은 아몬드가 아니라 생아몬드를 갈아넣은 거라 살짝 쓰고 풀 비린내 비슷한 향이 났어요. 한국인의 경우 아몬드 아이스크림은 취향을 조금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호두, 아몬드가 팍팍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한국에서 감히 맛볼 엄두도 못 내는 맛이었어요. 한국에도 있기는 할 거에요. 대신 가격이 정신줄 놓게 만들 수준이겠지요.


아이스크림을 만화에 나오는 소녀들이 빨대로 아이스크림 폭폭 떠먹듯 최대한 아껴먹었어요. 친구의 스마트폰과 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었거든요. 이것들을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충전시켜놓아야 했어요. 여기가 쿠차에서 식당 들어가기 전까지 마지막 충전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카슈가르 기차역에서도, 쿠차행 기차에서도 절대 충전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쿠차 도착해서 언제 어디에서 다시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 예측 불가능이었어요. 쿠차 정보는 진짜로 없어도 너무 없었거든요. 웬만하면 현지어로 검색했을 때 정보가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해요. 그것을 이해 못 해서 문제일 뿐이지요. 그런데 쿠차는 바이두에서조차 제대로 검색되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천산신비대협곡'이라는 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단 1초라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을 이 순간 잘 해놓는 것이 매우 중요했어요. 그것이 사는 길이었어요.


"핸드폰 충전 좀 되었냐?"

"어. 충전 잘 되어가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단점은 아무리 아껴먹으려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 평소 폭폭 떠먹으며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을 단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거 자체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고른 메뉴는 하필 아이스크림. 이건 가만히 놔두면 녹아버려요. 아이스크림은 맛이 너무 좋았어요. 게다가 한국보다 몇 배 싼 가격이었어요. 중국 물가가 많이 올라서 한국과 몇 배 차이가 나는 것은 별로 없어요. 이 아이스크림은 우리나라에서 판다면 일단 최저 7천원. 그보다 비쌀 수도 있어요. 7위안 대 7천원. 정말 몇 안 되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아이스크림은 아무리 아껴서 살살 먹는다 해도 이것 하나만 가지고 시간을 끌기에는 무리였어요. 자연적으로 녹아버리니까요.


"하나 더 먹을까?"

"나는 별로."


친구는 자기는 별로라고 했어요. 마침 가게 주인이 말을 걸어왔어요. 가게 주인은 위구르어도 할 줄 알고, 중국어도 할 줄 알았어요. 친구와 제가 가게 주인과 대화하며 시간을 조금 더 보내었어요. 밖은 불볕더위였지만 안은 시원했어요. 배터리도 충전되고 체력도 충전되어갔어요.


"이제 슬슬 갈까? 너 핸드폰 충전 많이 되었어?"

"응. 이제 거의 완충이다."

"그러면 나가자."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뙤약볕이 머리를 강타했어요. 시원한 건물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1.5배 더 덥게 느껴졌어요.




목이 마르다. 아니, 목이 탄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계속 걸어가니 입 속으로 먼지가 계속 들어왔어요. 입이 바짝바짝 말랐어요. 게다가 카페에서 아이스크림만 먹었어요. 아이스크림 또한 갈증을 유발시키고 있었어요. 아이스크림답게 상당히 달았고, 갈린 견과류가 듬뿍 들어 있었거든요. 거기에 땡볕. 단 것 먹었지, 먼지도 계속 먹고 있지, 머리 위에서는 땡볕 쏟아지지 - 갈증 유발할 모든 것이 삼위일체 되어 괴롭혀대었어요. 식욕은 하나도 없었어요. 저녁을 먹든 말든 관심 없었어요. 오직 마실 것을 구해 목을 축이고 싶을 뿐이었어요.


탄산수가 마시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바로 탄산수. 평소에는 마시지 않지만, 이렇게 더위와 먼지 때문에 갈증이 심하게 일 때에는 탄산수만큼 좋은 것도 없어요. 탄산수 한 병만 마시면 이 갈증이 싹 가실 것 같았어요.


가게가 보이자 가게로 들어갔어요. 점원에게 탄산수가 있냐고 물어보자 이것을 골라주었어요.


중국 탄산수


쿠차는 작은 도시. 게다가 2016년 6월 5일은 일요일. 선물 구입은 카슈가르에서 끝내고 싶었어요. 앞으로 여정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선물을 구입해도 되기는 했지만 웬만해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이제 우리나라에 중국제가 하도 많이 들어와서 어지간한 것으로는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거든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아닌 곳에서 구입한 것으로는 선물 그 자체에 신기해하게 만들기 어려운 일. 커다란 선물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조그만 과자라도 위구르어가 잔뜩 적힌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그러나 마땅히 선물로 줄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과자는 너무 컸어요. 캐리어가 있었다면 크든 말든 구입해서 캐리어에 넣고 다니면 되지만, 짊어매는 배낭 2개였기 때문에 과자를 집어넣을 부피가 되지 않았어요. 지금 있는 짐만으로도 가방이 꽉 차 있었어요. 무언가 웃긴 게 없나 살펴보았지만 웃긴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우수 맥주도 보이지 않았어요.


가게에서 나와 탄산수를 따서 마셨어요.


"아우! 이게 무슨 탄산수야!"


영어로 '소다 워터'라고 적혀 있어서 탄산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니었어요. 진짜 소다수였어요. 그 달콤하고 탄산 있는 그 물이요. 이건 사이다 다운그레이드 버전. 입과 목구멍을 헹굴 수 있어서 어쨌든 마시기는 했지만 갈증이 확 풀리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카슈가르 동네 모스크


"여기 완전 유럽식 건물들인데?"


kashi


중국 카슈가르


새로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어요. 아직 공사가 완벽히 끝나보이지는 않았어요. 이 건물들은 유럽 스타일이었어요. 유럽 어느 곳의 풍경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장면이었어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자 시장이 나왔어요.



"저걸로 쓸면 바닥 더 더러워지는 거 아니야?"


중국 빗자루


중앙아시아 빗자루


빗자루 자체는 우리나라와 비슷했어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붉은 빗자루도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 붉은 빗자루에서 나온 먼지 같은 것 때문에 바닥이 빨갰어요. 저것으로 쓸면 집이 오히려 더 더러워보일 거 같았어요.


실크로드 과일 장수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옷가게들이 보였어요.


실크로드 시장 풍경


실크로드



시장을 계속 둘러보았어요.


카슈가르 철물점



다양한 고추와 고춧가루도 팔고 있었어요.


중국 고추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고춧가루


"여기 우리 전에 온 시장 아니야?"

"여기가? 설마. 길이 다르잖아."

"아무래도 우리 그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 같은데..."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친구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일단 꺼둔 상태. 전에 갔던 그 시장과 방향이 달랐고, 그 시장은 분명히 그때 거의 다 둘러보았어요. 이렇게 생긴 곳이 아니었어요.



시장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그러나 시장 구석으로 가면 정말 한산했어요.




"어디 앉아서 쉴 곳 없나?"


쉴 곳을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앉아서 쉴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어요. 앉아서 쉬려면 무언가 사먹어야 했어요. 친구나 저나 입맛이 없었어요. 그저 목만 마를 뿐이었어요. 저녁으로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시원한 탄산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어요. 정말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에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앉아서 쉬기 좋은 곳은 없었어요.





"우리 이거나 먹자."

"뭔데?"

"여기 전통 과자."


위구르 전통 과자


앉아서 쉬는 것은 포기. 그렇다면 당분을 섭취해야 했어요. 마침 이 지역 전통 과자가 보여서 하나씩 사먹었어요. 매우 친숙한 맛이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저것과 비슷한 맛을 가진 전통 과자가 있어요. 찐득거리는 감이 있기는 했지만 친숙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친구도 이 과자를 만족스럽게 맛보았어요. '과자를 먹으니 힘이 났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어요. 아무리 우리나라와 문화가 다르다 하더라도 여기 또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사는 곳이었어요. 그런 기적의 물질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어요. 과자를 먹은 이유는 1초라도 더 쓰기 위해 아주 잠깐이라도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것과 같은 이유였어요.


위구르 고기 요리


사람들이 와서 저 고기를 사겠다고 하면 주인이 옆에 있는 칼로 잘라서 팔고 있었어요.



길 한 구석에는 케밥을 굽기 위한 석탄이 담긴 통이 보였어요.


위구르인 모자 장수


"너 좋아하는 돕브다."

"나 이미 샀으니까 되었어."


시계를 보았어요. 이제 저녁 6시가 되어가려고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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