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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중국에서 위험하다고 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어요. 기차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진짜 총을 든 군인. 상하이역과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군인이 지키고 있는 곳은 당연히 사진촬영금지. 정확히는 무장경찰 武警 (wǔjǐng) 이었어요. 기차역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사람이 무장경찰인지 인민해방군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역 정면에는 무장경찰이 없어서 역사 정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투루판 북역


역 정면 왼쪽에 버스가 보여서 일단 거기로 갔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202번 버스를 타면 시내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버스정류장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버스정류장을 찍는 방향에 무장경찰이 있었어요. 버스정류장 사진을 찍는 것은 깔끔하게 포기했어요. 괜히 무장경찰이 불러서 카메라 확인하자고 하면 귀찮아질 수 있었거든요. 기차에서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에 특별히 걸릴 것은 없었지만 카메라 배터리 소모되는 것은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니었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슬로건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군복을 입은 무장경찰이 진짜 총을 들고 기차역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 이 슬로건을 보니 풉 소리가 나올 뻔 했어요. 중국어는 몰라서 중국어로 무슨 소리가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중국어 위에 중국어 절반만한 크기로 빽빽히 적힌 위구르어는 읽고 무슨 뜻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어요. '민족들의 연합을 앞으로 확장하고, 친절한 대중교통을 건설하자' 정도 되는 말이었어요. 150여 개 소수민족이 모여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많이 본 민족들의 연합을 강조하는 표어.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서 보았을 때와 여기 이 버스에서 보는 것의 느낌은 꽤 달랐어요.




도로는 매우 시원하게 잘 뻗어 있었어요.


아침 10시. 드디어 투르판 시내로 들어왔어요. 아침 9시 20분쯤 투루판 북역에 도착했고, 거기에서 기차역 빠져나오고 버스 물어보던 시간을 고려하면 투루판 북역과 시내 사이의 거리는 그렇게 아주 먼 편은 아니었어요. 일단 나중에 돌아갈 때를 대비해서 버스 표지판 및 안내도 사진부터 촬영했어요.



버스표지판을 자세히 바라보니 위구르어는 뉘여서 적혀 있었어요.


투루판 202번 버스 표지판


제가 내린 곳은 '큰 사거리' 라는 뜻을 가진 '총 퇴트 코챠' 정거장이었어요. 중국어로는 大十字 정거장이었어요. 옆으로 누워 있는 위구르어를 읽으려 하니 이건 그냥 읽는 것보다 더 어려웠어요. 아랍어를 공부했다고 위구르어를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에요. 위구르어에서 모음 표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면 못 읽어요. 위구르어가 글자만 빌려다 쓰는 것이지, 아랍어와 위구르어는 아예 다른 언어에요. 아예 어족 자체가 달라요. 위구르어는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도 읽어야 하는데 옆으로 써놓으니 가뜩이나 햇갈리는 글자가 더 햇갈렸어요.



아직 거리는 한가했어요.


"우리 일단 중국은행부터 가야해."


친구가 여행경비를 인출하기 위해 중국은행부터 가야한다고 말하고는 핸드폰으로 위치를 찾아보았어요. 중국은행은 길을 건너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있다고 지도에 나와 있었어요.


Turfan in the morning


한적한 거리를 걸었어요.


'여기는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원래 너무나 작은 동네인가?'


아침 10시이니 사람이 붐빌 시각은 아니었어요. 더욱이 여기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베이징 시각으로는 아침 10시이지만, 여기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시각으로는 아침 8시였어요. 관공서 및 학교 가는 학생들은 이미 등교했지만, 그 외 일반적인 가게들은 아직 제대로 장사를 할 시각이 아니었어요. 기차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막 내렸기 때문에 아직 이 시각 체계 두 개가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이 한가한 거리가 그저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어요.


지도에 나온대로 길을 가기로 했어요. 길을 건너자 정자 하나가 나왔어요.


위구르인 정자


"저거 모양 진짜 신기하다! 완전 우즈벡인데?"


아무리 중국이 처음이라 해도 중국 문화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어요. 중국 정자는 지붕이 기와집 형태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무수히 보아온 중국 사진들 때문에요. 눈앞에 있는 정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던 정자와 비슷한 모양이었어요. 저는 저 모습을 보자 반갑다고 느꼈고, 친구는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둘 다 정자 사진을 찍은 후 지도를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中国银行


지도에 나와있는 대로 중국은행이 있었어요. 친구가 은행에 들어가서 돈을 인출하는 동안, 위구르어가 통하나 한 번 알아보기 위해 지나가는 할머니께 우즈베크어로 말을 걸었어요. 혹시 시장이 어디 있는지 아시냐고 여쭈어보았어요. 할머니께서는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으셨어요. 위구르어를 아냐고 다시 여쭈어보자 할머니께서는 자신은 잘 모른다고 대답하셨어요.


'우즈베크어를 하도 공부 안해서 내 우즈베크어가 엉망인가?'


남자가 하나 걸어오자 다시 물어보았어요. 이번에는 일단 말은 통했어요. 그러나 시장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자 무슨 시장을 찾냐고 물어보더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우즈베크어가 잘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아직 애매했어요. 우즈베크어로 대화를 해본 것이 벌써 몇 년 전 일이었어요. 2013년 1월말에 귀국한 이후 우즈베크어로 대화를 나누어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다른 튀르크 언어들을 공부한다고 우즈베크어를 아예 손놓고 있었어요. 제가 하는 우즈베크어가 엉터리인지, 이 사람들이 우즈베크어를 썩 잘 알아듣는 것이 아닌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저 스스로도 오랜만에 우즈베크어로 말하려니 많이 어색했거든요. 우즈베크어로 채팅이라도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우즈베크어로 채팅을 해보지도 못했어요.


친구가 은행에서 나오자 일단 무작정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어요.


"저거 시장 아니야?"


bazar in Turfan


딱 보니 시장이었어요. 바로 근처에 시장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시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거지? 투루판에서는 마땅히 할 것이 없었어요. 관광지는 전부 시내에서 멀었고, 교통비와 관람료가 비쌌어요. 친구는 유적 같은 곳에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저도 여기에서 굳이 유적을 찾아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어요. 이러니 억지로라도 일정을 짜내서 만들어야 했어요. 이렇게 일정 짜낼 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시장. 그리고 여기는 위구르 지역이니 모스크였어요.


이 시장의 이름은 위구르어로 '옝기 테렉키야트 바즈르'였어요. 중국어로는 新拓商城 였어요. 위구르어로 '옝기'는 '새로운'이라는 뜻이에요. 우즈베크어로는 '양기' yangi 라고 해요. 그리고 위구르어 '테렉키야트'는 '발전' 이라는 뜻이에요. 우즈베크어로는 '타락크요트' taraqqiyot 라고 해요. 위구르어로 '바자르'는 시장이란 뜻으로, 우즈베크어로는 보조르 bozor 라고 해요. 위구르어로 적혀 있는 시장 이름은 우즈베크어와 비슷했어요.


시장은 이제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거 논 아냐!"


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우즈베키스탄의 논과 똑같이 생긴 위구르의 난이었어요. 위구르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 글을 보면 '낭'이라고 써놓기도 하는데 위구르 사람들은 '난'이라고 하지, '낭' 이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ㄴ 과 ㅇ 의 모양이 다른 것 만큼 글자모양도 아예 달라요. 위구르어-위구르어 사전까지 찾아봐도 '낭'이라는 말은 없어요. 이 사람들이 난을 '낭'이라고 적어놓는 이유는 중국어로 이 빵인 난을 馕 náng 으로 표기하기 때문이에요.


좌판에 올려져 있는 난은 쿨차에 가까웠어요. 우즈베키스탄에는 논 종류가 진짜 엄청나게 많은데, 이 중 어른 손바닥만하게 작게 만든 논을 쿨차라고 해요. 쿨차는 그냥 먹기도 하고, 애들이 과자처럼 먹기도 해요. 맛과 식감은 그냥 일반적인 난과 거의 똑같구요. 상인에게 쿨차 같이 작은 난 하나가 얼마냐고 물어보자 2위안이라고 했어요. 위구르인들의 땅에 들어온 기념으로 난부터 하나 사먹기로 했어요.


uyghur bread


"시장이나 좀 둘러보자."


친구도 좋다고 했어요.





시장 안에는 우즈베크인과 위구르인들의 전통 모자인 돕브를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야, 저게 여기 사람들 전통 모자인 돕브다."

"그래?"


친구가 가게로 들어가서 돕브를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는 가격만 괜찮다면 하나 구입하겠다고 말하더니 상인과 중국어로 흥정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흥정이 잘 되지 않았는지 그냥 돌아서서 밖으로 나왔어요.



위구르 여인들이 입는 옷을 파는 가게가 나왔어요. 여기에서부터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어요.



카페트를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이쯤 되니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여기 진짜 우즈베키스탄이랑 비슷하구나. 아니, 어쩌면 거의 같을 수도 있어.'



"저거 베쉭이다. 저게 이곳에서 요람이야."


위구르인 요람


딱 보니 우즈베키스탄에서 '베쉭'이라고 부르는 요람이었어요. 상점 주인에게 다가갔어요.


"이거 베쉭이에요?"

"예."


그러면 그렇지!


제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요. 여기는 말도 비슷하고 문화도 비슷했어요. 중국어는 못하지만 우즈베크어는 알아요. 중국 문화는 모르지만 우즈베크인 문화는 좀 알아요. 그래도 나름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간 지내며 우즈베크어를 공부한 적이 있거든요. 친구에게 아주 심도 있는 역사 이야기는 해줄 수 없지만, 이런 간단한 문화 정도는 친구에게 알려줄 수 있었어요. 친구는 중국에서 몇 년을 살았고 저는 중국이 처음. 그러나 이때부터 상황이 바뀌었어요. 제가 가이드처럼 이것저것 설명했고, 친구는 제 설명을 들으며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여기 완전 다른 나라인데?"


친구는 시장을 둘러보며 깜짝 놀랐어요. 당연한 반응이었어요. 비록 지금 여기는 중국에게 지배당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엄연한 위구르인의 땅이니까요. 위구르인과 한족은 아예 달라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요. 그냥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예 다른 두 민족이에요. 시장을 둘러보는데 여기는 차라리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어요. 우즈베키스탄 동부의 작은 도시에 있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시장 모습과 거의 흡사했어요.



투르판


우즈베키스탄에서 흔히 보던 여성의 의상이었어요. 여행을 다니며 아무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것을 일단 보려고 하는데, 여기는 오자마자 그게 전혀 되지 않고 있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엄청 보았던 그 옷이었어요. 마음속으로 '여기는 위구르야! 우즈베키스탄 아니야!' 라고 몇 번을 외쳐보아도 계속 우즈베키스탄과 비교하며 보게 되었어요.


천천히 구경하면서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시장 안쪽에서는 식료품을 팔고 있었어요.



사진에서 왼쪽 하단에 보이는 각지고 길다란 노란색 덩어리와 흰색 덩어리는 위구르인들이 차를 마실 때 같이 먹는 사탕 같은 것이에요. 작은 설탕 알갱이가 매달린 실을 진한 설탕 용액에 놓고 말려 저렇게 큰 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어렸을 적 이 지역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만드는 방법을 본 적이 있었어요. 집에서 혼자 그것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어머니께 들키지 않고 만들려고 하니 제대로 만들 수 없었어요. 그때 저것을 보았다면 한 덩어리 사서 맛보았겠지만, 지금은 저 맛이 대충 짐작이 가서 구입해서 맛보지는 않았어요.



견과류를 파는 모습을 보며 그냥 무덤덤했어요. 아직까지 저를 흥분시킬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여기까지 오면서 저를 흥분시킨 것은 단 하나였어요. 바로 위구르 문자. 이것 외에는 계속 저도 모르게 우즈베키스탄에서 있었을 때를 떠올리며 슥슥 보고 지나갔어요.



'여기 건포도는 얼마나 달콤할까?'


신장 위구르 지역의 과일은 맛있기로 유명했어요. 일단 이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 말로는 맛있다고 했어요. 중요한 것은 바로 저의 기준. 저의 기준은 한국의 과일들이 아니었어요. 중앙아시아의 과일들이 기준이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사과를 먹어본 결과 키르기스스탄 사과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요. 키르기스스탄 사과는 중앙아시아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유명한 사과였어요. 실제 먹어보니 이것이야말로 사과의 왕이라 부를만 하다고 감탄했어요. 그에 비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사과는 그냥 맛있는 수준에 불과했어요. 우리나라는 과일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외국 여행 갔을 때 과일을 먹는 것이 남는 장사라 외국 여행갈 때마다 과일을 많이 먹어요. 그래서 이 지역의 과일이 지금까지 제가 중앙아시아에서 먹어본 과일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했어요.


raisin



신장 위구르 자치구 건포도


"안녕하세요."


상인 아주머니께 우즈베크어로 인사를 드렸어요.


"먹어봐도 되나요?"

"그럼요. 먹어봐요."


초록빛 건포도와 보라색 건포도를 집어서 친구에게도 주고 저도 맛보았어요. 우리나라에서 먹는 건포도보다 달았고, 건포도 특유의 향이 있었어요. 제게는 딱 거기까지였어요. 강력한 인상이 없었어요. 그냥 맛만 보고 가려는데 친구가 건포도를 사야겠다고 말했어요. 친구는 건포도를 먹고 그 맛에 엄청나게 감동받은 모양이었어요. 이래서 첫 경험이 좋은 것인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중앙아시아에서 1년 살면서 이것저것 맛보았기 때문에 이런 맛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없었어요. 그러나 이쪽이 처음인 친구는 엄청나게 신기해하고 신났어요.


친구가 구입하겠다고 하자 우즈베크어로 가격을 물어본 후, 100g만 살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아주머니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어요. 친구가 건포도 100g을 구입하자 아주머니께 말씀드렸어요.


"대추야자 먹어봐도 되요?"

"예."


대추야자 두 알을 집어서 하나는 친구에게 주고 하나는 제가 먹었어요. 대추야자 맛은 괜찮았어요. 아마 이 대추야자는 수입이겠지? 대추야자는 중앙아시아에서는 생산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겨울에 엄청나게 추워서 대추야자가 생존하지 못하거든요. 이 시장에서 대추야자를 팔고 있는 이유는 라마단이 가까워져서가 아닌가 싶었어요. 물론 평소에도 조금씩 수입해서 팔 수야 있겠지만, 라마단때 대추야자를 많이 먹거든요.


"맛있냐?"

"이거 맛있어! 진짜 달다!"


친구는 계속 감탄했어요.


"그런데 너 어떻게 여기 말 알아?"

"여기 말을 아는 것은 아니고, 우즈베크어랑 비슷해서 그냥 서로 이야기하는 거야. 나는 계속 우즈베크어로 이야기하고 저 아주머니는 위구르어로 이야기하시는데 저 아주머니 말 대충 알아듣겠더라."



빗자루는 빗자루였어요.


위구르 정육점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양꼬치. 이쪽은 건조기후에 이슬람 문화권이라 양고기를 많이 먹는 지역이에요. 시장에는 당연히 양고기를 파는 곳이 있었어요.


시장 한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걸어나가자 멜론을 팔고 있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멜론


"우리 멜론 먹을까?"

"왜? 먹고 싶어?"

"여기 멜론이 유명하잖아. 그리고 우리 아침 먹어야지. 벌써 돈 막 쓸 수는 없잖아. 멜론으로 간단히 아침 때우자."


친구의 반응이 그렇게 희색을 보이는 반응이 아니라 그냥 제가 사준다고 했어요. 신장 위구르 지역의 대표적 특산물은 바로 멜론과 수박. 6월이면 아직 본격적으로 멜론이 나올 시기는 아니지만, 이때 나오는 멜론 품종도 있어요. 특히 투루판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멜론과 수박 산지에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투루판에서 생산된 멜론과 수박을 최고로 쳐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멜론을 꼭 먹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도 우즈베크어로 흥정을 한 후, 흥정이 되자 넌지시 말했어요.


"우리 칼 없는데...칼로 잘라주세요."


아저씨가 잘라준다고 대답하자 100위안 짜리 지폐를 내었어요. 아저씨는 잔돈이 없냐고 물어보았어요. 당연히 잔돈이 없었어요. 잔돈을 만들기 위해 100위안짜리 지폐를 낸 것이었거든요. 아저씨는 100위안 지폐를 들고 어디론가 갔어요. 친구는 제게 저 아저씨가 돈 저렇게 들고 가는데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보았어요. 저는 간단히 대답했어요.


"알아서 바꾸어오겠지. 여기 주인이 이 멜론 다 놓고 도망가겠냐."


잠시 후. 아저씨는 제게 거스름돈을 주고 구석으로 가서 칼로 멜론을 썰기 시작했어요. 칼로 슥슥 멜론을 자르는데, 한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아저씨는 바닥에 떨어진 조각은 그냥 버리고 나머지 멜론만 봉지에 담아주셨어요. 한 조각 떨어진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 멜론 가격이 저렴하기도 했고, 굳이 그 한 조각 가지고 깎아달라고 말하기도 싫었거든요.


멜론을 들고 공터로 가서 먹기 시작했어요.


"맛있냐?"

"맛있네."

"여기는 멜론과 수박이 유명해."


맛은 딱 한국에서 먹어본 머스크 멜론 맛이었어요. 아직 멜론이 본격적으로 나올 철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아쉬웠어요. 같은 시기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어본 멜론보다 못했거든요. 비교를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자꾸 비교가 되었어요. 이게 닮아도 너무 닮으니 무의식적으로 비교가 되었어요. 지금까지의 이 지역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준 이유는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즈베키스탄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어요. 타슈켄트 너머 동쪽 지역과 비슷했어요. 지금 중국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한자와 중국어 뿐이었어요. 여기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아니라 '동우즈베키스탄 공화국'이라고 해도 왠지 믿을 것 같았어요.


멜론을 먹고 또 걸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시장에서 닭을 그 자리에서 도축해 팔고 있었어요.


중국 위구르 시장 라면 가게


'저게 위구르의 렝멘이구나.'


시장에 있는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렝멘 lengmen 을 먹고 있었어요. 렝멘은 중앙아시아에서 먹는 라그만 (라그몬) 의 원조격인 면요리에요. 우리나라의 '라면'도 이 말에서 온 말이지요. '랭멘'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음식인 '냉면'이 떠오를 수 있지만 정말 다른 음식이에요. 어원도 다르구요. 이 말은 중국어 拉面 lāmiàn (拉麵) 에서 온 말이에요. 왜냐하면 원래 튀르크어에는 L로 시작하는 단어가 없거든요. 저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지나가며 유심히 관찰했어요. 렝멘만 먹고 있었어요. 이 점을 유념하고 지나갔어요. 만약 아침을 안 먹은 상태였다면 저 사람들과 같이 먹었겠지만, 멜론을 먹었기 때문에 그냥 보고 지나쳤어요.


"이제 어디 가지?"


시장 구경은 끝났어요. 시장 구경이 끝나니 갈 곳이 없어져 버렸어요. 순간 좋은 생각이 번뜩 떠올랐어요. 여기 이슬람 문화권이잖아! 게다가 여기는 중국에 탄압당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이곳도 이슬람 문화권이라면 분명 보아야할 것 중 하나가 모스크일 거야. 이 지역에서 모스크를 가보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 많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투루판이 이슬람 문화권인 이상 분명히 보아야할 곳 중 하나는 모스크일 것이었어요. 그 모스크가 지금 이 시장에서 얼마나 가깝냐가 문제이기는 했지만, 너무 멀지만 않다면 무조건 갈 생각이었어요. 남는 것이 시간이었으니까요.


눈 앞에 공공 화장실이 보였어요.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어보았어요. '암미비 하제트카나' 라고 적혀 있었어요. 우즈베크어와 거의 비슷했어요.



"안녕하세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하던 것처럼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올리고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우즈베크어로 인사를 드리자 할아버지께서 깜짝 놀라셨어요.


"크고 오래된 모스크 어디 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모스크 위치를 알려주신 후, 제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왔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우즈베크어를 안다고 대답했어요. 그러면서 어떻게 제가 지금 우즈베크어로 말하고 있는데 알아들으시냐고 되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두 언어는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한국인을 본 것도 처음인데, 그 한국인이 자기들 말을 할 줄 안다고 매우 신기해하셨어요.



"이제 모스크 가자."


새롭게 만들어낸 목표를 찾아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

추신.


저의 우즈베키스탄 여행기는 '해야 했던 숙제' 카테고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링크 : 해야 했던 숙제


제가 2012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았을 때 이야기는 '중앙아시아 생존기' 카테고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링크 : 중앙아시아 생존기


우즈베키스탄이 어떤 모습을 가진 국가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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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진짜 우즈베키스탄 많이 비슷한가 봐요. 전통도 그렇고 언어도 그렇구.
    그럼 우즈벡과 신장 중간에 있는 Tajikistan이나 Kyrgyzstan도 다들 많이 비슷할까요? 또 궁금.
    무장경찰이 거리에 있다는 자체가 이 지역을 강제로 중국에 붙잡아 두는 단면인 것 같아 보여요.
    이곳도 대표적인 면요리가 있군요. 렝멘이라... 맛이 어떤지 궁금해요.
    좀좀님께서 우즈벡어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해서 할어버지께서 정말 기분 좋으셨겠어요. ^^*

    2016.07.24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무래도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고, 위구르는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모습은 비슷하더라구요. 타지키스탄은 우즈벡과 많이 비슷했어요. 키르기스스탄은 좀 다른 걸로 알고 있구요. 언어적으로는 타지크어와 우즈베크어는 어족 자체가 다르고, 키르기스어와 우즈베크어는 튀르크어족이기는 하지만 그 하위분류에서 달라요 ㅎㅎ

      2016.07.25 14:50 신고 [ ADDR : EDIT/ DEL ]
  2. 와. 정말 생생한 여행기네요...^^

    신장 위구르 늘 궁금해하던 지역이라서 아주 재미나게 봤어요!
    저도 여행가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는 동네 중 한곳입니다.

    2016.07.24 21: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기는 저기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더라구요. 앞으로도 꾸준히 올리도록 노력할께요^^

      2016.07.25 14:51 신고 [ ADDR : EDIT/ DEL ]
  3. 넘 재밌어요~ 신장 위구르 여행기는 읽어본적이 없어서 더 그래요
    근데 정말 우즈벡이랑 비슷하네요! 그것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듸냐 먹고파요

    2016.07.24 22: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기본적인 모습은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도시 같았어요. 저도 멜론 먹고 싶어요. 우즈벡에서는 지금 오비 노보트 품종 나올 때인데요 ㅎㅎ

      2016.07.25 15:08 신고 [ ADDR : EDIT/ DEL ]
  4. 엄밀히 따지면 다른 언어인데 대화가 된다니 참 신기하네요 마치 방언처럼 비슷한 그런 느낌일까요??

    2016.07.24 23: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자기들끼리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어요. 서로 꽤 비슷했거든요. 그런데 외국인이 이해하기엔 어쨌든 어렵더라구요^^;

      2016.07.25 15:09 신고 [ ADDR : EDIT/ DEL ]
  5. 작년8월에 다녀왔는데 추억돋네요^^즐건여행되세요^^

    2016.07.25 1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위구루가 과일이 유명하군요. 완전..건포도도 먹어보고 싶고...대추야자도 얼마나 맛있을지 먹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멜론과 수박으로 유명하다니.... 위구르는 과일을 좋아하는 저에게 딱인듯..ㅋㅋ

    2016.07.26 21: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대추야자는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어요. 많은 곳에서 파는 것은 아니지만요. 가끔 정말 맛없는 미국산도 판다고 하던데, 미국산은 피해서 드셔보세요 ㅎㅎ 과일 좋아하시면 여름의 중앙아시아 좋아하시겠어요^^

      2016.07.27 12:21 신고 [ ADDR : EDIT/ DEL ]
  7. 참... 외국어는 도대체 몇 언어나 하실 수 잇는거에여? 너무 신기헤요^^ 부럽구요!

    2016.07.26 21: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