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게스트하우스 청소 스태프 관점에서 본 외국인

좀좀이 2015. 11. 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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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1199개 올렸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 댓글을 보고 벌써 블로그 글이 1199개나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하나만 더 쓰면 1200개인데 1200번째 글을 뭘로 쓰지?'


무언가 웃긴 것. 하지만 마땅히 웃긴 것이 없었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하나 있었어요.


'게스트하우스 청소 스태프 관점에서 본 외국인들의 모습을 적어볼까?'


잠깐 게스트하우스 오전 매니저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오전 매니저의 업무는 대부분이 청소. 체크인을 받는 시간은 거의 퇴근 다 되어서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에 오전에 하는 일은 체크아웃 확인하고 청소 및 시설관리를 하는 일이 주업무였어요. 사실 주간 매니저와 청소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청소의 확장이 시설관리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청소를 하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사용한 방을 보게 되었고, 무언가 일관된 특징이 있다는 사실도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청소 스태프 관점에서 본 청소하기 힘든 외국인이 사용한 방 순서를 매겨보기로 했어요.


참고로, 이것은 모두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는 내용이에요. 같은 국적의 사람이라도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쇼핑이 목적인 명동쪽은 어느 나라건 간에 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오는 편이라 해요. 그리고 숙소 가격에 따라 또 평가가 달라지기도 해요. 숙소 가격이 비싼 곳에는 정말 한국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숙소 가격이 저렴한 곳에는 다른 곳 여행을 갈 돈이 없어서 한국에 온 경우 및 정신상태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쉬운 레벨 : 단기 체류 서양인, 일본인 등등등

- 이런 방은 진짜 날림으로 청소해도 티도 안 날 정도에요.


어려운 방 순위


3위 - 중국인 (허장성세)


청소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중국인이 사용한 방을 보면 입이 쩌억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쓰레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청소를 몇 번 하다보면 의외로 중국인 방은 청소하기 쉬운 편에 속해요. 중국인들은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두려고 노력해요. 워낙 쓰레기가 많아서 잘 되지 않기는 하지만, 어쨌든 모아두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쓰레기가 많은 방은 의외로 청소하기 쉬운 편이에요. 그냥 싸그리 다 버려버리면 되거든요. 급하게 뛰쳐나가듯 체크아웃하는 중국인들도 나름 쓰레기는 모아놓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나갔어요. 가끔 기예단 소속 중국인 같은 사람이 와서 뭔가 꼭꼭 숨겨놓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청소가 쉬운 편이에요.


중국인 여성이 머무르고 간 방에는 붉은 빛이 도는 긴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그게 방이든 화장실이든 그리 문제될 것이 없어요. 방바닥 머리카락은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되고, 화장실 머리카락은 수채구멍으로 몰아서 집어서 버리면 되니까요. 긴 머리카락은 눈에 잘 띄어서 오히려 처리가 쉬워요.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은 꼭 세면대에 머리를 감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세면대 수채구멍으로 머리카락이 다량 흘러들어가고, 나중에는 이 머리카락으로 수채구멍이 막혀버려요. 중국인 여성이 사용한 방 화장실 청소시 옷걸이로 세면대 수채구멍을 몇 번 푹푹 쑤셔서 속에 있는 머리카락을 빼내는 것이 중국인이 사용한 방 청소의 요령이에요. 매번 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일단 세면대 수채구멍이 막히면 골치아파지거든요. 특히 중국인 여성이 사용한 방은 이 작업을 꼭 해주는 것이 좋답니다. 세면대 막혔는데 꾹 참고 있다가 나중에 예약사이트 리뷰에 평점 폭탄 날려버리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게다가 중국인이 외국으로 나가기 쉽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에 오는 중국인들은 어느 정도 재력이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크게 돈을 가지고 진상짓을 하지도 않는 편이었어요. 젊은이들은 예의도 바른 편이었구요. 단,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꽤 많았어요. 이때는 우리의 친구 구글번역기를 동원.


2위 - 베트남인 (외유내강)


베트남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것은 일단 위에서 언급한 중국인의 경우처럼 어느 정도 재력이 뒷받침된다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씬 짜오' 한 마디만 해주어도 상당히 좋아하구요. 중국인들은 워낙 우리나라에서 중국어를 많이 들어서인지 '니 하오' 한 마디만 가지고서 미소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방청소는 진짜 어려운 편에 속했어요. 베트남인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는 편이에요. 심할 경우 방에 들어갔을 때 방이 가구 빼고 180도 돌아가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것저것 다 건드려놓고 위치를 바꾸어놓아요. 이 경우 진짜 방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편이에요.


게다가 방을 창의적으로 잘 사용하다보니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예측도 어려운 편. 단순히 쓰레기만 많은 것에 비해 이렇게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경우가 더 힘들어요. 왜냐하면 방 전체를 샅샅이 다 뒤지고 살펴보아야 하니까요.


게스트하우스 운영 요령 중 하나가 베트남인들에게는 절대 각종 전선을 연결하고 끊을 수 있는 위치의 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악의 없이 하는 - 순전히 호기심에 하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진짜 다 건드려보기 때문에 무슨 고장이 일어날 지 몰라요. 더욱이 초보들은 무슨 고장이 발생하면 선 연결을 먼저 확인하기보다는 기계 자체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설마 선을 건드렸을까?' 라는 생각을 해버리거든요.


1위 - 대만인, 홍콩인 (와신상담)


대만인, 홍콩인의 경우 저가 게스트하우스와 고가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려요. 고가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대만인, 홍콩인은 예의바르고 방도 깨끗하게 쓰는 편.


그러나 문제는 저가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대만인, 홍콩인들이에요. 이들 중 한국에 오고 싶어서 왔다기 보다는 돈은 없는데 외국 여행을 갈 만한 곳을 찾다보니 한국으로 오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요. 그리고 이들이 바로 시한폭탄이지요.


이렇게 돈은 없는데 외국 여행 갈 만한 곳을 찾아 한국으로 와서 저가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대만인, 홍콩인들은 무조건 일단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예약사이트로 예약을 한 경우, 숙소 입장에서 더 깎아줄 가격이 없다고 봐도 되요. 예약사이트 수수료가 예약 당시 가격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부킹닷컴 등 현장에서 돈을 지불하는 사이트로 예약하고 현장에 와서 깎아달라고 하는 손님은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만 쌓이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요.


대만인, 홍콩인들은 숙소가 마음에 안 들면 보복하고 가는 특징이 있어요. 이들은 자기들 숙소가 마음에 안 들면 극도로 어지럽힌답니다. 온통 어질러놓고, 변기도 막아놓는 등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가지요. 그렇다고 불만이 있다고 평소에 열심히 항의하는 것은 또 아니에요. '잘 갔구나' 하고 방문을 여는 순간 뒤통수 꽝 얻어맞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 경험 뿐만 아니라, 타이완인들이 직접 해준 이야기이기도 해요.


특급 - 장기투숙객


장기투숙객이 머물렀던 방이라고 다 청소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에요. 중간중간 청소를 요구하는 경우는 청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일반 단기 투숙객이나 마찬가지에요.


여기에서 장기투숙객이란 다음 조건을 모두 성립시켜야 해요.


1. 1주일을 넘게 투숙할 것

- 청소를 제대로 박박 하면 1주일까지는 버텨요. 먼지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화장실은 1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이상은 아무리 처음에 락스 동원하고 칫솔, 수세미 동원해서 청소를 박박 해놓았다고 해도 무리랍니다.

2. 투숙 기간 내내 청소 요청을 하지 않을 것

- 투숙 기간 내내 수건 교체만 요구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적당히 쓰레기 내놓고 수건 교체만 요구하며 체크아웃때까지 버티는 장기투숙객들 많은 편이에요.


이 경우 그냥 지옥이랍니다. 특히 실리콘에서 변색이 일어나거나 때가 끼어버렸을 경우에는 정말 답이 없어요. 숙박업소 인테리어를 할 때에는 실리콘을 최대한 안 쏘는 것이 최고랍니다. 실리콘 변색 및 때가 끼었을 경우에는 락스로 지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경우도 시간이 거의 하루 걸리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보는 게 나아요.


최고 지존 - 그냥 정신 세계가 이해가 안 되는 인간들


이건 국적을 떠나 로또급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등장하는 순간 청소하는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진심 '도대체 이 사람은 방을 어떻게 사용한 것일까?' 의문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 가끔 있어요. 진짜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인간들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지요. 진짜 기발한 발상으로 청소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어쩌다 가끔 있어요. 그 방과 만나는 날 그날 하루는 진이 다 빠지는 날이구요.


시설 및 기물 파괴처럼 '청소불가' 판정을 만들어버리는 경우는 그나마 청소하는 아르바이트 입장에서 나아요. 이런 건 보고하고 청소 못한다고 하면 되니까요. 진짜 골치아픈 것은 청소가 되기는 하는데 정말 어렵게 만드는 경우이지요.


이 차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빨래에 비유하자면, 옷에 먹물이 튄 경우 뭔 짓을 해도 먹물을 지울 수 없으니 이건 그냥 포기하면 되요. 그러나 옷에 물감이 튄 경우는 지울 수 있지만 힘들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빨래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에요.


시설 및 기물 복구 레벨이 아니라 단지 청소 레벨에서 가장 힘들고 짜증났던 경우는 '방에서 사방팔방 싸돌아다니며 면도한 남자' 였어요.


처음 이 남자가 사용한 방에 청소하러 들어갔을 때, 겉보기에는 멀쩡했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5분 후.


뭐 이딴 놈이 다 있나 싶었어요.


긴 털 10개와 짧은 털 10개 중 시각적으로는 긴 털 10개가 훨씬 지저분해보여요. 하지만 막상 청소해보면 긴 털 10개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잘 빨려들어가고, 보이기도 잘 보여서 처리하는 데에 별 고생을 하지 않아요. 반면, 짧은 털 10개는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요. 막상 청소해보면 짧은 털 10개가 긴 털 10개보다 최소 2배는 더 짜증나요. 잘 보이지도 않고, 이불 등에 엉키면 털어도 떨어지지 않고 손으로 집기도 어려워요.


그런데 면도하면서 뭔 브레이킨 댄스를 추었는지 탁자고 침대고 바닥이고 화장실이고 - 심지어는 방 입구까지 수염 투성이였어요. 직접 면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장기간 면도를 하지 않았고 원체 털이 많은 사람으로 추정되었어요.


청소기로 아무리 밀고 빨아들여보아도, 걸레로 아무리 닦아보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작은 털. 긴 털은 걸레에 얌전히 달라붙어있기라도 하지, 이건 짧은 털이라서 걸레에 붙어있다가 우수수 떨어지기 일쑤. 게다가 모서리로 기어들어간 작은 털은 꺼내서 집어낼 도리도 없었어요.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청소였는데 실제 해보니 무한궤도 지옥 같았던 방.




p.s.

여행 다닐 때 돌아다니며 숙소를 알아볼 경우, 화장실만 보면 그 방이 진짜 깨끗한 방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답니다.


1. 수압 확인 (수압 안 좋으면 청소가 잘 될 수가 없음. 그리고 머무르는 내내 빌빌거리며 나오는 물에 시달리게 됨)

2. 변기에서 물 나오는 가장자리 체크 (이거 매우 중요해요. 이곳은 얼핏 보면 안 보이는 곳이다보니 흔히 생략하는 부분이에요. 이곳이 더러우면 필연적으로 나중에 변기 물 가장자리에 띠 무늬, 그리고 변기 위에서 아래로 얼룩이 그려지게 된답니다.)


청소를 해본 사람 입장에서 숙소 청결도를 본답시고 머리카락, 거울, 유리는 꼼꼼히 보면서 정작 수압, 변기에서 물 나오는 가장자리는 보지도 않는 여행객 보면 눈속임 포장에 속아넘어가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 들어요. 바닥 또는 이불에 있는 머리카락 한 올과 변기에서 물 나오는 가장자리에 끼어있는 때. 둘 중 잘 보이는 것은 머리카락 한 올이지만, 청결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변기에서 물 나오는 가장자리에 끼어있는 때랍니다. 열심히 했지만 놓친 것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려고 눈속임한 것의 차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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