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8 베트남 호치민 노트르담 성당

좀좀이 2015. 7. 8. 08:15
728x90

벤탄 시장을 나와 통일궁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망고스틴이다!"


망고스틴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 보였어요.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어요. 망고스틴을 사서 먹고 저녁을 굶느냐, 망고스틴을 포기하고 저녁을 먹느냐. 그래도 과일 때문에 저녁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더욱이 망고스틴은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1kg을 구입해봐야 실제 먹는 양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저녁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금 망고스틴을 사먹으면 다음날 기내식 먹을 때까지 굶어야할 수 있었거든요.




목이 말라서 편의점 가서 음료수를 하나 사먹고, 찐빵 같은 만두도 하나 사먹고 나왔어요. 별 생각 없이 걸어가다보니 힌두교 사원인 수브라마니암 스와미 사원 Subramaniam swamy temple 이 나왔어요.



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그냥 지나갔어요.



호치민시 박물관 역시 문을 닫았어요. 이미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열려 있을 리가 없었어요.



통일궁도 문을 닫았어요.


'설마 노트르담 성당도 문을 닫은 것은 아니겠지?'


애초에 호치민에서 무언가 크게 구경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시내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은 그저 비행기 연결 시간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오늘은 2015년 5월 31일 일요일. 일요일에 무언가 오래 문을 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니 건물 안에 못 들어간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어요. 노트르담 성당도 문이 열려 있을 거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어요. '설마 노트르담 성당도 문을 닫은 것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당연히 문을 닫았겠지'라고 생각하며 일말의 기대도 남겨놓지 않았어요.


공원을 지나자 길 맞은편에 노트르담 성당이 보였어요.



길을 건너 지나왔던 공원을 바라보니 베트남 사람들이 앉아서 놀고 있었어요.



성당에 불이 켜져 있어서 다가가보니 안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어요. 미사 드리는 성당 내부에 카메라 들고 마구 들어갈 수는 없었어요. 조용히 밖에서 미사를 구경하는데 우연히 시간을 잘 맞추어서 간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사가 끝났어요. 성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성당 내부에는 홀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만 남았어요.



"음..."



성당 한켠에서는 성가대가 모여 있었어요. 흥미로운 점이라면 여자 성가대원은 아오자이를 입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Basilica of Our Lady of The Immaculate Conception 에요. 베트남어로는 Vương cung thánh đường Đức Bà Sài Gòn 이지요. 1863년 3월 28일부터 공사가 시작되어서 2년 후에 완공되었고, 1880년 4월 11일 부활절에 축성되었어요. 처음 건축될 당시 사용된 모든 건축 자재는 프랑스에서 수입된 것이라 해요. 그렇지만 이런 것이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큰 인상을 남겼던 것은 여기가 베트남이라는 사실, 그리고 응오딘지엠의 천주교 우대 및 불교 탄압이 남베트남 멸망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는데 베트남에 베트남인 천주교인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과 더불이 인상깊었던 것은 오직 이것 하나였어요. 그 외에는 그렇게까지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꼭 방문해야하는 곳이 맞나 싶었어요.


성당 옆에는 호치민 중앙우체국이 있었어요.



문을 닫아서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입구를 폭이 넓은 창살문으로 닫아놓아서 내부를 보고 사진은 찍을 수 있었어요.



"여기는 와볼 만 하네."



내부는 확실히 멋졌어요. 하노이에서 보았던 투박한 우체국 내부와는 많이 달랐어요. 규모를 보아 여기는 국내우편, 국제우편 모두 취급할 것 같았어요.




노트르담 성당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앉아서 쉬고 떠들며 놀고 있었어요. 저 성모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베트남인들도 있었구요.


성당과 중앙우체국 구경을 마친 후 벤탄 시장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인민위원회 청사가 나타났어요.



인민위원회 청사 맞은편에는 공원이 있었고, 그 공원 입구에는 호치민 동상이 있었어요.



동상이 설치된 단은 엄숙한 분위기였지만, 그 앞은 많은 사람들이 와서 놀고 있었어요.




호치민 동상의 발을 주목했어요. 호치민 동상의 발은 구두를 신은 발이 아니라 폐타이어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있는 발이었어요.


폐타이어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있는 호치민 동상. 그 앞에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며 노는 호치민 시민들. 이 광경을 둘러싸고 있는 고층 빌딩들. 호치민이 살아있었다면 이 장면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했어요. 광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제대로 쫙 빼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후즐근하게 입은 사람들도 있었고, 딱 봐도 정말 가난하다는 것이 보이는 사람까지 있었어요. 일단 사람들이 잘 먹고 잘 놀고 있기는 하니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요.


저녁 7시가 넘었기 때문에 슬슬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숙소로 돌아가려면 먼저 벤탄 시장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서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무언가 매우 아쉬웠어요. 그래서 조금 돌아가기로 했어요. 일단 사이공 강으로 내려간 후, 거기에서 벤탄 시장을 향해 갔어요.


"현지인들이 밥 먹는 식당이다!"


사이공 강까지 내려간 후 큰 길을 따라 길을 걷고 있는데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이 보였어요. 현지인들이 많이 먹고 있었기 때문에 딱 봐도 실패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트남 음식이라면 입맛에 안 맞아서 못 먹을 것은 없었어요. 베트남 음식 중 입맛에 정말 안 맞는 것은 레몬즙 및 라임즙. 쌀국수에 레몬즙을 뿌리면 정말 샴푸를 먹는 맛이었어요. 이 레몬즙만 아니라면 어떤 음식이든 지난 여행에서 전부 맛있게 먹었었어요. 다행히 시키지도 않았는데 레몬즙을 뿌려주는 곳은 의정부에 딱 한 곳 있었고, 그 외에는 그런 곳이 없었어요. 식당에 들어가서 탁자를 보니 라임 조각이 보였어요. 이 라임을 쥐어짜서 즙을 음식에 섞지만 않으면 맛있는 베트남 음식.




저는 무난하게 퍼를 시켰어요. 퍼는 북부 음식이지만 제일 무난한 선택지이기도 했어요.



"역시 퍼는 베트남에서 먹어야 해!"


이 맛이 너무 그리웠어요. 베트남에서의 쌀국수 맛과 우리나라에서의 쌀국수 맛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지난 여행.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식당 가서 베트남 쌀국수를 사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거든요. 그리고 돌아온 베트남. 당연히 쌀국수를 먹고 싶었어요. 게다가 쌀국수는 아무리 베트남 동이 부족하다 해도 그렇게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어요. 한 그릇에 3만동이었거든요.



쌀국수 한 그릇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터키 케밥 비슷하게 생긴 고기 덩어리가 뱅글뱅글 돌아가며 구워지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이름은 반 미 BBQ. BBQ 샌드위치라는 뜻이었어요. 가격은 25000동.


"이것도 먹어봐야지."


돼지고기를 구워서 케밥으로 만들어 파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에 과감히 구입했어요. 길을 걸으며 반 미 BBQ를 먹었어요. 맛은 기대만큼은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이제 베트남 동은 거의 다 썼어요. 물 한 통 사고 나면 자잘한 천 동 짜리 지폐 몇 장 남는 정도였어요.



다시 돌아온 벤탄 시장. 벤탄 시장 주변에는 야시장이 열려 있었어요.



당연히 야시장에는 먹거리도 많았어요.





먹거리를 구경하니 이것저것 사먹고 싶었어요.


돈이 있는데 왜 사먹을 수가 없어!


문제는 달러는 소액권까지도 충분히 있는데 베트남 동이 없다는 것. 길거리 음식 몇 개 먹자고 늦은 시각에 환전을 할 수도 없었고, 달러로 결제할 수도 없었어요. 달러로 어떻게 결제할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100% 바가지. 말 그대로 돈은 있는데 돈으로 사서 먹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시장을 구경할수록 먹고 싶은 것은 많아지는데 아무 것도 사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어요.


"몇 천 동 짜리 먹을 것은 아예 없네."


어떻게 흥정이라도 해서 한 조각이라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흥정을 할 만한 것조차 없었어요. 그냥 물을 포기하고 하나라도 사먹을까? 그런데 물을 포기하면 다음날 공항 면세점 구역 들어가기 전까지는 물을 마실 방법이 없었어요. 물 만큼은 반드시 사야 했어요.


"무슨 게가 저렇게 크지?"



해산물을 파는 곳이 있어서 다가갔어요. 진짜 매우 큰 게가 묶여서 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었어요. 그 플라스틱 통 바로 뒤에는 대나무로 짜서 만든 항아리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어요.


"속에 뭐가 들어 있지? 여기도 게가 들어있나?"


그 속에 들어있던 것은 어른 손바닥만한 개구리들이었어요.



길거리에서 케이크를 구워 파는 아주머니도 계셨어요. 이거라면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것이니 먹어볼까 하고 가격을 물어보았지만, 물을 구입하고 남은 3천동으로는 택도 없는 가격이었어요.


물 500ml 를 들고 숙소로 걸어가려는데 망고스틴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어요.


'망고스틴 1개만 사자.'


어차피 3천동은 그 어떤 곳에도 쓸 수 없는 돈이었어요. 이대로 숙소 돌아가면 이 3천동은 그저 기념품에 불과한 존재가 될 텐데, 호치민을 여행하러 온 것도 아니고 경유중 잠깐 들리는 것이라 기념품으로 챙기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베트남 동이라면 이미 지난 여행때 기념으로 지폐 한 장을 챙겼구요.


"1개에 3천동요."

"안 돼. 1kg 사 가."

"에이...1개에 3천동요."


망고스틴이 정말 먹고 싶었어요. 먹고 싶다는 욕구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것도 못 사먹었다는 짜증까지 더해졌어요. 어지간하면 포기할텐데 이때 만큼은 무슨 한풀이를 하는 자세로 흥정에 임했어요. 게다가 딱 1개에 3천동이면 가격을 엉터리로 부른 것도 아니었어요. 제대로 커다란 망고스틴을 쥐고 흥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그마한 망고스틴 하나를 쥐고 흥정을 하고 있었거든요. 주인은 5천동을 불렀지만 끝까지 3천동에 달라고 했어요. 사실 1개에 5천동은 딱 봐도 엄청난 바가지. 주인이 1kg 가격으로 부른 가격과 망고스틴 1개 크기를 비교했을 때 적정가는 3천동 수준이었지, 5천동은 아니었어요.


끝까지 굴하지 않고 웃으며 굽신굽신 흥정에 임하자 주인도 3천동에 망고스틴 한 알을 팔았어요.



물과 망고스틴 한 알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내일 일찍 체크아웃하고 공항가야 한다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여권을 10시 전에 찾아갈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리셉션 직원은 30분 뒤에 여권을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아 망고스틴 한 알을 까먹었어요. 한 조각 입에 넣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어요. 예전에 먹어보았던 그 망고스틴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망고스틴 한 알을 먹으니 시장에서 돈이 있는데도 아무 것도 못 사먹은 짜증이 풀렸어요.


샤워를 하고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하루 기록을 정리하는데 직원이 여권을 가져다 주었어요. 직원에게 여권을 받자마자 여권을 목걸이 지갑에 집어넣고 여행기록을 정리하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