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겨울 강행군 (2010)

겨울 강행군 - 15 불가리아 소피아

좀좀이 2012. 2. 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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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0분. 폭우 퍼붓는 벨리코 터르노보에서 소피아행 버스에 올라탔어요.












이 다양하고 아름답고 정신 차릴 수 없는 불가리아의 모습!


혹시나가 역시나. 소피아행 버스는 연착했어요. 이 동네에서 정시에 도착할 거라 생각하면 그게 오산. 제발 팍팍 연착하라는 벨리코 터르노보에서는 쓸데없이 예정 도착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더니 정작 빨리 도착해야 하는 소피아는 1시간 연착했어요. 연착 이유는 바로 눈 때문. 눈 때문에 소피아로 버스가 진입해서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데 길이 너무 막혀서 1시간 연착하고 말았어요. 소피아에 도착하니 13시 40분이었어요.


버스가 소피아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기차역으로 갔어요. 만약 기차 시간이 안 맞는다면 어쩔 수 없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행 버스를 타야 했어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히 베오그라드행 기차는 오후 4시 막차가 아니었어요. 베오그라드행 기차는 20시 40분 출발이었고, 가격은 44레바였어요. 그런데 유로는 받지 않는다고 해서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해 와서 기차표 2장을 구입한 후,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쪽으로 갔어요. 이쪽으로 간 이유는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 근처에 소피아의 명물 벼룩시장이 서기 때문이었어요.



이 공원 바로 옆이 벼룩시장이에요.



벼룩시장의 특징은...말 그대로 벼룩시장. 겨울이라 그런지 전에 왔을 때보다 상인들이 별로 안 나와 있었어요. 소피아에서 기념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벼룩시장이에요. 여기에서 살 만한 것은 장미유. 작은 앰플처럼 생긴 병 10개가 들어있는 장미유는 가격도 적당하고 선물로 주기도 좋아요. 발칸 반도 여행 중 선물 구입할 때 가장 좋은 게 바로 불가리아의 장미유에요.


"비수기라서 그런가?"


상인들이 별로 안 나와 있어서 그런지 장미유 가격이 예전에 왔을 때처럼 저렴하지가 않았어요. 상인들이 별로 안 나와서 저렴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가격 자체가 뛴 것인지...상인들이 많이 나와 있어야 물어보고 흥정도 하면서 가격 비교를 하고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부른 상인한테서 구입을 할텐데 상인들이 거의 없어서 물어보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어요.


기념품을 벼룩시장에서 구입하려고 했지만 상인도 별로 없고 물건도 별로 없어서 그냥 간단히 구경만 하고 우리의 '뚱땡이 교회'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로 갔어요.



다시 보아도 기분 좋은 풍성함을 자랑하는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와는 다른 멋을 자랑하는 러시아 교회.


러시아 교회까지 보고 다시 스베타 네델랴 광장으로 갔어요. 이 광장 근처에 지하상가들이 있는데, 불가리아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밀집한 구역도 있어요. 불가리아 기념품 파는 구역은 정말 구경할 만 해요.








다양한 불가리아 기념품들. 제 경험상 발칸 반도 국가들 중 관광 기념품은 불가리아가 가장 종류도 많고 가격도 괜찮아요.


불가리아 기념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털북숭이 도깨비 인형이었어요. 위의 것은 좀 귀엽게 나온 거고 아래 사진에 나온 3형제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저 도깨비 3형제. 정말 가지고 싶었지만 너무 비쌌어요. 저거 삼형제 구입할 돈이면 막내 도깨비 옆에 있는 목각인형 한 쌍을 사고도 10개 사고도 돈이 남았어요. 막내 도깨비 앞에 있는 꼬맹이 한 쌍은 가격이 훨씬 쌌구요. 참고로 막내 도깨비 옆에 있는 목각인형 속에는 장미유 작은 병이 들어 있어요. 양치할 때 칫솔에 짜는 치약만큼 들어 있는데 향이 엄청 강해요. 1회용이라고 하기엔 완전 원액 수준.


가게 아저씨께 도깨비 이름을 불어보았더니 이렇게 적어주셨어요.



쭈커르. цукър 인 듯. 정말 저 도깨비 삼형제를 사고 싶었지만 돈을 아껴야만 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꾹 참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겨울이라 해가 일찍 떨어졌어요. 어두컴컴한 소피아. 날도 춥고 눈 때문에 길도 질척거려서 거리에 사람들도 거의 없고 별로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어요. 배가 고파 거리에서 조각 피자 하나 사 먹고 계속 지하 상가 안을 돌아다녔어요.



"이거 뭐지?"

소피아 중심가는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지하 건물이 나타났어요.



"이거 설마 지하교회인가?"



다시 한 번 위치 확인.



소피아에서 가기 위해 찾아 돌아다녀 보았지만 못 찾아서 못 간 곳이 딱 한 곳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성 페트카 지하교회. 여행 가이드북에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는 지하교회에 대해 짤막하게 나와 있었어요. 이 지하교회를 찾기 위해 소피아를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찾지 못했어요. 지하교회 비슷하게 생긴 건물을 찾기는 했는데 아예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어요.


위치를 확인해보니 제가 지하교회라고 생각했던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어요. 정말 입구는 지하에 있었어요. 딱 보자마자 지하교회다웠어요.



"여기 들어가보자."

"나는 별로인데..."

교회나 성당 구경을 여행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질려버린 친구.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에요. 그리고 유료에요. 이때 입장료는 2레바인가 그랬어요. 주머니를 뒤져 보았어요. 불가리아 레바를 다 털어 썼기 때문에 친구 몫은 고사하고 제 입장료도 나오지 않았어요.

"야, 같이 들어가자. 내가 너 꺼도 내줄께."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다 털어보니 2유로짜리 동전이 하나 있었어요. 2유로면 얼추 4레바. 두 명 입장료보다는 적은 돈이었지만 외국인이 2유로 동전 하나 내자 그냥 들어가라고 했어요.


내부는 2층 구조에요. 1층이 지하 1층, 2층이 지상 1층인데 지상은 창문도 없고 그냥 조그만 골방처럼 생겼어요. 벽에 이콘이 그려져 있었는데 보존 상태는 썩 좋지 않았어요. 정말 좁고 침침했어요.


크게 볼 것이 없어서 내려가려는데 아래층에서 예배가 시작되었어요.

"그냥 나가야 하나?"

참 애매한 상황. 예배 보고 있는데 나가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버티고 예배 다 멍하니 구경하기도 그렇고...고민하다 조용히 밖으로 나왔어요.


소피아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 마지막으로 중앙시장 (Централни Хали)에 갔어요. 그러나 특별한 것은 느낄 수 없었어요. 친구가 느꼈는지 못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를 다시 오는 데다가 재래시장이 아니라 쇼핑센터라서 크게 놀랄 만한 것은 없었거든요. 한 번은 정말 가 볼 만 한데 두 번 갈 곳은 썩 아닌 것 같았어요.


중앙시장 구경을 마지막으로 소피아 관광을 마무리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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