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겨울 강행군 (2010)

겨울 강행군 - 13 터키 이스탄불

좀좀이 2012. 2. 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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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돌마바흐체 궁전은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1리라였기 때문에 11시에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어요. 친구는 성 소피아 성당으로 갔고, 저는 블루모스크에 갔어요. 블루 모스크는 입장료 공짜. 단, 주의할 게 있다면 예배 시간에는 관광객을 다 쫓아내요. 예배 시간이 끝나면 다시 입장.



블루 모스크로 가자!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는 서로 마주보고 있어요. 아침인데도 아야 소피아쪽은 사람들이 줄을 잔뜩 서 있었어요. 그에 비해 블루 모스크는 줄이 많지는 않았어요. 이것이 공짜의 힘! 블루 모스크는 크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입구에서 신발 벗고 신발을 공짜로 주는 비닐 봉지에 집어넣으면 끝. 그리고 문을 열어놓는 시간도 길어요.



원하면 발도 씻을 수 있어요. 여기는 아무리 커도 원래부터 모스크.



여기는 구슬 5개 짜리 모스크. 원래 모스크 위에 구슬 갯수는 모스크의 급을 나타내요. 1개 짜리는 예배만, 5개 짜리는 성지를 뜻하며, 1개, 3개, 5개 짜리만 있어요. 1개는 예배만, 3개는 예배와 희사(자카트, 기부), 5개는 예배와 희사, 그리고 성지의 의미를 나타내요. 그런데 이걸 잘 지키는 모스크는 거의 없어요. 사실 잘 지키는 모스크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완전 제멋대로 4개를 달기도 하고 5개를 달기도 하고 뒤죽박죽. 여기는 엄연한 구슬 5개짜리 모스크. 호텔로 치면 별 5개짜리 호텔.



이쪽이 입구. 아직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확실히 별로 없었어요. 이스탄불 여행에서 아침에 가야 하는 곳은 소피아 성당과 돌마바흐체 궁전. 소피아 성당은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아침에 가야 하고, 돌마바흐체 궁전은 '학생 1리라'라는 파격적인 가격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아침에 가야 해요.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를 볼 거라면 웬만해서는 소피아 성당부터 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



하지만 사람이 적다는 것은 소피아 성당에 비해 적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인원으로 보았을 때 적다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도 어영부영 하다가는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에 치여 오래 걸릴 수 있어요.



블루 모스크 내부. 여기는 무슬림만 전 구역을 다 돌아다닐 수 있고, 비 무슬림 관광객들은 주변만 돌아다닐 수 있어요.



블루 모스크 천장.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사진 좌측 하단에 보이는 경계가 바로 비무슬림이 들어갈 수 없는 경계를 나타낸 거에요.



블루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진짜 있었어요. 모스크 안에서 모로코 사람들과 만났는데 이들은 무슬림이라서 사원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어요.



블루 모스크 내부에는 여성 기도실이 따로 있어요.



예배 시간이 되어서 밖으로 나왔어요. 친구는 아직 약속한 장소로 오지 않았어요. 공짜 치고는 꽤 볼 만 했어요. 그러나 기대보다는 훨씬 못 미쳤어요. 확실히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핫산 2세 모스크를 본 후 눈이 쓰잘데기 없이 높아진 것 같았어요.


한참 뒤에야 친구가 왔어요.

"너는 잘 보았어?"

"응, 완전 좋아! 너는?"

"나도."


친구와 다시 만나서 같이 간 곳은 돌마바흐체 궁전.



여기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게다가 하늘이 우중충한 것이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기세였어요.



드디어 돌마바흐체 궁전 관광 시작!



여기는 과거의 영광. 오스만 제국을 결정적으로 말아먹은 것이 바로 이 돌마바흐체 궁전이에요. 돈이 없는데 이것 짓다가 그나마 없는 돈도 다 날렸어요. 이 궁전은 터키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바로 터키의 국부 케말 아타튀르크 (케말 파샤)가 여기에서 숨을 거두어요.



돌마바흐체 궁전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라서 사진이 없어요. 이 왕궁은 제가 세 번째로 가 본 왕궁이에요. 첫 번째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두 번째는 마드리드의 스페인 왕궁,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이에요. 정말 아쉽게도 돌마바흐체 궁전은 앞서 본 두 궁전에 비해 상당히 별로였어요. 돌마바흐체 궁전의 자랑은 샹들리에. 그러나 샹들리에를 제외하면 그렇게 크게 인상적인 것은 없었어요. 알함브라와 스페인 왕궁에서 보았던 화려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수했어요.


돌마바흐체 궁전을 다 본 후, 친구와 또 헤어졌어요. 제가 간 곳은 그랜드 바자르.



그랜드 바자르에 간 이유는 모자를 사기 위해서였어요. 언제 모자를 잃어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모자가 없어졌어요. 무박 여행을 할 때 모자는 필수품. 세수는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지만 머리를 감는 것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머리가 눌려서 제비집을 머리 위에 짓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일.



그랜드 바자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막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뭐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패싸움! 터키에 와서 터키인들의 패싸움 구경을 했어요. 적당히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게 아니라 진짜 주먹과 발이 날아다니는 패싸움이었어요.

"좋은 구경 했다..."

별로 할 말이 없었어요. 패싸움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모자를 사기 위해 돌아다녔어요.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모자를 파는 가게를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허탕치고 그냥 가나 했는데 그랜드 바자르 입구에 모자를 파는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얼마에요?"

정가는 20TL이라고 붙어 있었어요.

"15리라."

"예. 15리라에 주세요."

흥정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주인 아저씨가 알아서 5리라 깎아 주셨어요. 돈을 내려고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가격표를 그제서야 보았어요. 아저씨 얼굴은 '앗! 낭패다!' 라는 표정이 역력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른 상황판단!


도망갔어요.


아저씨께 빨리 15리라를 쥐어드리고 도망갔어요. 아저씨께서는 자기가 먼저 15리라라고 하셨기 때문에 저를 잡을 수 없었어요. 아저씨께서는 '18리라'라고 하셨지만 못 알아듣는 척 했어요. 괜히 더 있다가는 아저씨가 18리라라고 잡을 게 뻔했어요. 제가 먼저 깎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분명히 아저씨께서 먼저 15리라라고 하셨어요. 친절하게 아저씨 손에 15리라를 꾸욱 쥐어드리고 손을 흔들고 인사했어요.


"굳 바이~!"


구입한 모자를 머리에 쓰고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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