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크어족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어 문자개혁 과정

좀좀이 2015. 4.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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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은 현재 여행 목적으로 방문하기 매우 어려운 국가이기도 하며, 전임 대통령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의 기행들 때문에 유명해진 나라이기도 하지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어인 투르크멘어는 현재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며, 잘 정착된 상태에요.


하지만 문자 개혁 과정을 보면 엄청난 시행 착오를 겪은 후,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요.


투르크멘어 역시 다른 튀르크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아랍 문자를 차용해서 사용했어요. 아랍어를 차용해 만든 투르크멘어 문자는 13-14세기 경에 등장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 문자를 사용한 시기에 투르크멘인들의 문맹률은 극도로 높았어요. 이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19세기 말에 1% 채 되지 않았고, 서적 출판 역시 극히 적었어요.


이 문자는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외의 지역에서 거주하는 투르크멘인들 -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거주 투르크멘인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라크 거주 투르크멘인들의 중심 도시는 키르쿠크이지요.


투르크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내부에서 문자개혁에 대한 논의는 1920년대 초부터 진행되었어요. 하지만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1927년 초에 드디어 라틴 알파벳이 몇몇 출판물에 시범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1928년 1월 3일, 드디어 라틴 알파벳이 공인되었어요. 1928년 9월에는 학교에 보급되기 시작했어요.



투르크멘어 문자개혁이 늦었던 이유는 투르크멘어의 정형화가 덜 이루어져 있었고, 각 부족마다 말이 지나치게 다른 점도 크게 작용했어요.


그러나 1930년대 말에 키릴 문제를 강요하는 움직임이 크게 일어났고, 이는 투르크멘어에도 적용되었어요.


1939년 1월에 아슈하바트에 시범적으로 키릴 문자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1940년 5월에 1940년 7월 1일부로 키릴 문자가 투르크멘어의 공식적인 알파벳으로 사용될 것이 확정되었고, 동년 9월부터 모든 학교에 키릴 문자 교육이 보급되었어요.



소련 붕괴 후, 투르크메니스탄 내부에서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의 문자개혁 논의가 제기되었어요. 1992년 8월 19일, '투르크메니스탄' 신문을 통해 소련 붕괴 후 최초의 문자 개혁 내용이 발표되었어요.



이 시기 문자의 가장 큰 특징은 특수 문자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그 결과 단모음 외는 'Q', 단모음 위는 'V', 으 모음은 'X'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비록 투르크멘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이것은 당연히 기존에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는 보자마자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어요. 뒤에 나오는 문자 개혁보다 사실 이것이 써놓고 보면 더욱 충격적이에요. 왜냐하면 Q, V, X 는 일반적으로 자음 표기를 위해 사용하는 글자들이기 때문에 이 라틴 문자로 투르크멘어를 적어놓으면 어찌 읽어야할지 정말 감을 잡을 수 없어져버리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단모음 외, 위, 으가 투르크멘어에서 조금 쓰이는 모음들도 아니구요.


투르크메니스탄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마르 Mary 는 위의 표기법으로 쓰면 Marx, 투르크멘바쉬 Türkmenbaşy 는 Tvrkmenbashx 가 되어 버린답니다. 자기들끼리야 배워서 나중에 읽게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은 정말 읽을 수가 없는 암호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1993년 1월, 사파르므라트 니야조프를 중심으로 라틴 문자 재개혁이 추진되었고, 1993년 4월 12일, 새로운 알파벳이 발표되었어요.



바로 위의 Q, V, X 를 모음으로 쓰는 알파벳보다는 다행히 훨씬 라틴 알파벳을 아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형태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파운드, 달러, 엔 등 화폐 단위들을 끌어왔어요.


일단 이 시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화폐 단위 표시가 문자로 쓰였다는 것 외에, 으는 y로, 반자음 y는 y를 개조해서 쓰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는 것이었어요. 터키의 라틴 알파벳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닮은 부분이 썩 많아보이지는 않아요. 결정적으로 터키, 아제르바이잔에서 '으' 모음은 점이 없는 i (ı) 를 사용하는데, 투르크멘어에서는 y 를 사용한다는 점이지요.


1995년, 라틴 알파벳이 다시 한 번 개혁되었어요.



위에서 언급한 y, ý 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라틴 알파벳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알파벳이 오늘날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답니다. 하지만 1993년 버전으로 되어 있는 것도 Ý ý 에 한해 간간이 볼 수 있어요. 별 신경쓰지 않고 보면 그냥 넘어가지만, 신경써서 보면 아직도 Ý ý 를 1993년 버전으로 쓴 것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문자개혁은 소련 붕괴 이후 1992년부터 1995년까지 격렬하게 일어났어요. 불과 4년 사이에 글자가 세 번 바뀐 것이니까요. 그리고 보면 아시겠지만 그 바뀐 것이 정말 매우 크게 바뀐 것이라 점진적 개혁 같은 표현과는 거리가 있지요.


재미있는 점은, 그리고 투르크멘어를 공부할 사람은 필히 기억해두어야 하는 점이 바로 이 1990년대 이후 문자개혁과 투르크멘어 학습 교재 사이의 관계에요. 어학 교재는 어지간하면 바뀌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요. 처음에 쉽게 출판하지 못하지만, 일단 한 번 출판하고 틀이 잡히면 그대로 쭉 가는 경향이 있지요. 표기법 변화는 그냥 표 하나 붙여주고 끝내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어요.


문제는 소련 붕괴부터 1995년까지 투르크멘어 학습 자료가 많이 나왔다는 거에요. 현재 구할 수 있는 상당수의 투르크멘어 학습자료가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교재마다 제각기인 표기법을 만날 수 있어요. 키릴 문자부터 현재 사용하는 라틴 문자까지 전부 만날 수 있어요. 특히 비록 수는 적지만 1992년 라틴 문자로 적힌 투르크멘어 학습 자료는 그 충격이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답니다. 이건 도대체 읽을 수가 없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Gqzel erteki okadx.

이것을 어떻게 읽고 싶은가요?

정답은 '괴젤 에르테키 오카드'랍니다. '괴젤은 옛날 이야기를 읽었다' 라는 뜻이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문자 개혁을 강력히 밀어부쳐서 Ý ý 표기 방법 외에는 현재 모두 깔끔하게 현행 라틴 문자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에요. 만약 강력히 밀어부치지 않았다면 최악의 경우 4가지 모두 현재까지 사용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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