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겨울 강행군 (2010)

겨울 강행군 - 09 그리스 아테네

좀좀이 2012. 2. 1. 13:12
728x90

일단 그 청년과 함께 가 보기로 했어요. 택시비가 매우 비싼 동네였기 때문에 택시비는 1/3씩 분담하기로 했어요.


"여기 볼 거 뭐 있어요?"

"여기는 정말 환타스틱해요!"


아 맞다...너 서양인이지...미안하다...


서양인에게 그리스 아테네 어떻냐고 물어보는 것이 바보. 서양인에게 그리스 아테네란 한국인에게 백두산 천지보다 더 큰 의미를 가져요. 얘네들 문화의 기본을 이루는 한 축이 바로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 그래서 바이런은 총을 들고 그리스 독립 전쟁에 직접 참전까지 했어요. 그리고 고대 그리스 - 특히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시발점. 고등학교때까지 질리도록 외워야하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치'가 이루어졌던 곳이에요. 그래서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장소. 서양 청년은 아테네를 다 보기 위해서는 일주일도 부족하다고 열변을 토했어요. 자기는 3일 동안 파르테논 신전만 갔대요. 정말 볼 것이 끝없고 모든 게 의미있다고 했어요.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 아무리 여행 가이드 한 권 들고 돌아다닌다 해도 그리스 아테네에 대한 정보는 대충 주워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이스탄불행 버스를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이스탄불행 버스는 없었어요. 빠른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 서양 청년은 버스 터미널에 이스탄불행 버스가 없다는 사실에 매우 미안해했어요. 그러나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고 여기서 우물쭈물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일단 관광을 하는 것이었어요. 무조건 파르테논 신전부터 보고 4시에 기차역에 가서 불가리아 소피아행 기차를 타는 것이었어요.


청년과 헤어져서 바로 파르테논 신전에 갔어요. 파르테논 신전 입구에서 학생용 표를 구입한 후 파르테논 신전으로 들어갔어요.



저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파르테논 신전. 저기까지 기어올라가야 해요.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멍멍이는 우리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어요.



이곳이 디오니소스 극장. 정말 극장처럼 생겼어요.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는데 꽤 더웠어요. 더위는 사실 전부터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방을 내려놓고 침낭을 매다는 자리에 잠퍼를 둘둘 말아 매달았어요. 파르테논 신전까지 올라가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고라도, 그 외 여러 유적도 아니었어요. 서양인들이라면 정말 감명 깊을 수 있겠지만 제게는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냥 오래된 유적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교과서에서 본 것을 직접 본다는 설레임같은 것도 없었어요.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기후였어요. 눈 쌓인 베네치아와 쌀쌀한 알바니아를 거쳐 온 제게 그리스의 날씨는 너무 더웠어요. 어렸을 때부터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한 겨울에 어떻게 천쪼가리 하나 걸치고 버티나 진심으로 궁금했어요. 제 고향이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 섬동네라고 해도 겨울에는 추워요. 감히 천쪼가리 하나만 걸치고 돌아다닐 엄두는 안 나요. 그런데 만화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한겨울이라고 해야 천쪼가리에 짐승 털가죽 하나 더 걸친 모습이었어요. 그것을 보며 그리스인들은 추위를 정말 안 타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미개하고 가난해서 저렇게밖에 걸칠 수 없는 것인지 어떻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아테네 와서 느낀 것은 한겨울인데도 '매우 따뜻하다'였어요. 생각만큼 춥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10월초 날씨. 춥다고 하기도 그렇고 덥다고 하기도 그런 날씨였어요. 반팔을 입으려면 입을 수 있지만 반팔을 입고 싶지는 않은 그런 날씨였어요. 정말 날이 따뜻해서 이마와 등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어요.


"여기 겨울 맞아? 왜 이리 덥냐?"

"그러게. 여기는 완전 봄이네."



올라가다 내려다본 풍경. 또 올라갔어요.



거대한 극장이 나타났어요. 이곳이 바로 이로드 아티코스 음악당. 사진을 찍고 또 위로 올라갔어요. 여기까지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더워서 물을 계속 마시며 올라갔어요.

"어제 물 많이 사오기 정말 잘 했다."

여행이 이미 끝나 되돌아보며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각, 이건 솔직히 좀 생각해볼 문제에요. 물을 많이 들고 가서 더욱 힘들어 물을 열심히 들이킨 것인지 아니면 진짜 더워서 물을 많이 마셔서인지는 솔직히 약간 아리까리해요. 그만큼 알바니아에서 물을 많이 사 왔어요. 저질 체력에 따뜻한 날씨로 인해 땀이 엄청나게 많이 났고 계속 목이 말라서 사이좋게 물을 계속 마셨어요.



드디어 파르테논 신전 앞에 도착했어요. 파르테논 신전 앞에는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했어요.



이건 멀리 보이는 다른 신전.



"뭐냐?"

웃음만 나왔어요. 멀리 보이는 작은 신전이 훨씬 보전 상태도 좋았고 예뻐 보였어요. 파르테논 신전은 크기는 했지만 많이 무너져 있었고, 그나마도 수리중이었어요.



이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저 기둥 양식이 무슨 양식인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때 도리아식이니 이오니아식이니 해서 외웠던 기억은 있는데 막상 그 지식을 쓸 때가 오니 다 까먹어 버렸어요. 사실 기둥 양식은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제대로 보지 않기는 했지만요. 하여간 실제로 보는 고대 그리스 건축물의 기둥.


파르테논 신전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모습들이에요.






분명 아테네보다 서울이 훨씬 큰 도시에요. 서울은 지금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서 인구 1천만명의 도시. 그러나 제가 국민학생일 때만 해도 인구가 1200만이라고 배웠어요. 서울 및 경기도, 인천까지 합쳐서 우리나라 수도권으로 보면 남한 전체 인구의 1/2가 거주하는 지역. 그런데 파르테논 신전에 올라 아테네를 내려다보니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높아 보였어요. 진짜 산과 유적 빼면 전부 하얀 빛 건물로 가득찬 도시였어요. 그나마 저 정도 산이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어요.



반대쪽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 우리가 올라온 길과 유적들이 보였어요.



파르테논 신전이 매우 중요한 이유요? 역사적인 이유를 직접 보며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기에서 아테네를 시원하게 잘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건물이 많이 들어서도 시원하게 보이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과 길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 예전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더 잘 보였을 거에요.



파르테논 신전을 다 본 후, 잠깐 앉아서 쉬다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목표는 헤파이스토스 신전. 파르테논 신전에서 보였던 상태 좋고 예쁘게 생긴 신전이 바로 헤파이스토스 신전이에요. 파르테논 신전은 크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많이 무너진 상태여서 신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해보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테네에서 꼭 보아야할 목표를 헤파이스토스 신전으로 정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