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슬람 성원)

좀좀이 2015. 1. 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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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채팅 친구들 중 무슬림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이 친구들에게 서울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 사진을 보여줄까 하다가 문득 이 모스크를 가장 최근에 찍은 것이 작년 여름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이 모스크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간간이 방문했었고, 사진도 여러 번 찍었지만 그래도 지금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이태원으로 향했어요.


한 때는 이태원 오면 꼭 들리는 곳이었어요. 그냥 이태원 간 김에 별 의미없이 조금 돌아다녀보려고 가기도 하고, 일이 있어서 가기도 했고, 친구들이 서울에 오면 친구들 서울 구경시켜줄 겸 해서 데리고 가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렇게 모스크를 간 지 이제는 수십 번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이태원 가도 모스크를 가는 일은 별로 없어요.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쭈욱 걸어올라가다 보면 사원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사원 가는 길에는 인도 음식 부페로 유명한 식당도 있고, 터키 케밥 잘 하는 작은 가게도 있어요. 외국 식료품 파는 가게들도 있구요.


사원 거의 다 올라오면 드디어 그 유명한 살람 레스토랑이 나와요.



예전, 제가 처음 이 모스크에 올 때만 해도 살람 레스토랑은 이 자리에 있지 않았어요. 모스크 입구 너머에 있었지요. 한동안은 터키 케밥을 파는 거의 유일한 식당이었는데 이제는 도처에 많은 터키 식당, 케밥 가게가 들어섰지요. 이곳은 볼 때마다 예전에 처음 케밥과 요구르트를 먹고는 '이게 대체 무슨 맛이야'하고 궁시렁대었던 것이 떠올라요. 제가 생각했던 달콤한 요거트, 짭짤 고소한 구운 고기와는 전혀 달랐거든요. 그때와 지금은 꽤 많이 달라졌지요. 그때는 여기 오는 한국인들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꽤 유명한 곳이 되었으니까요.



모스크 근처에서 내려다본 서울 모습.



입구를 너머 모스크를 따라가다보면 이런 곳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원래 살람 레스토랑 자리랍니다. 지금은 이쪽에서는 장사를 안 하더라구요. 그냥 주방 용도로 사용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케밥을 처음 먹었던 곳은 바로 여기였죠. 바로 위에 있는 저 자리가 아니에요.



그러고보니 이제 모스크에 이런 것도 생겼어요. 예전 기억 속에서는 이런 것이 분명히 없었는데...멀쩡한 건물에 구멍 파내고 만든 것은 아니니 크게 놀랄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게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꽤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친구들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이기는 하지만, 저 역시 나름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특히 처음 여기 왔었을 때요.



모스크는 저렇게 생겼다고 해요.



이것이 바로 모스크 입구.



입구를 통과하면 이렇게 이슬람 신앙고백인 샤하다가 보이지요. 알라 이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다.



입구를 통과하면 이렇게 모스크가 보인답니다.



운 좋게 이날 초승달이 떴어요. 이슬람의 상징으로 초승달을 많이 사용하는데, 정말로 누운 초승달이었어요.



모스크로 들어오는 차량용 입구 바로 옆에는 이렇게 이슬람 학교가 있어요. 차량용 입구이긴 한데 대부분 이쪽으로 걸어올라오지요.



이것이 모스크 지도. 사실 모스크 지도까지는 필요가 없어요. 여성분이라면 필요하실 수도 있어요. 여성 기도실은 이 사진 속에 보이는 큰 모스크 본관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기도하거든요. 당연히 저는 들어가볼 수 없고, 본 적도 없답니다.



보통 이렇게 모스크 정면에서 사진을 많이 찍지요.



모스크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둥근 특유의 지붕이 잘 보인답니다. 이 둥근 지붕을 보면 우리나라 모스크는 동남아 영향을 받은 모습이에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이슬람의 역사가 초기에는 주로 동남아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최초는 6.25 당시 터키군이지만, 이후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쪽과 관련이 있거든요. 모스크를 건설하는 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해주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무슬림들 상당수가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하거나,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사람들로부터 이슬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보니 건축 양식이 그렇게 간 것 아닌가 싶어요.


날이 어두워졌어요.




날이 캄캄해지자 더욱 빛나는 둥근 지붕.


예전에는 예배 시간만 아니면 그냥 내부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태원의 모스크가 사람들 사이에서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무슬림 외에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팻말이 걸렸어요. 사진 촬영 역시 1층 사무실 가서 문의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구요. 2007년 겨울에 갔을 때만 해도 조용히 들어갔다 나올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바뀌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2007년~2008년 즈음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해요. 2007년만 해도 '우즈베키스탄 음식은 무조건 동대문 사마르칸트, 터키 음식은 무조건 살람 레스토랑' 이었거든요. 맛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정말 저런 식당이 이태원에조차 많지 않아서요.


들어가볼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데 한국인 세 명이 모스크 앞에서 사진 찍으며 놀고 있었어요. 딱 봐도 그냥 여기 놀러온 한국인들. 안에 들어가보고 싶어하는데 무슬림 외에는 못 들어간다고 크게 딱 적혀 있어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안에 들어갔다 나올까 말까 잠시 고민했어요. 한 명 들어가기 시작하면 거기 붙어서 줄줄줄 다 따라 들어가려고 하니까요. 그러다 마침 안으로 들어가려는 아랍인이 보이자 이왕 온 김에 들어갔다 나오기로 결심했어요.


아랍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어요.


"앗살라무 알라이쿰."

"와 알라이쿠뭇 살람."


당연히 대화는 아랍어. 안에 들어가보고 싶고, 사진 몇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자 그러라고 허락해 주었어요. 예배 시간이 아닐 때 아랍어를 알면 아랍인에게 부탁해서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모스크 안은 혼자 들어갔어요. 영어로 물어보아서 들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아랍인에게 아랍어로 이야기하면 허락을 잘 받는데, 영어는 허락을 받을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거든요. 제 경험상 안 되는 경우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여러 번이었어요. 예전에는 모스크 아래 있는 이슬람 서점에서 아랍어로 이야기하면 쿠란까지 주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구요. 예전에도 영어로 이야기하면 그냥 외부 관광객 대하듯 대했구요. 참고로 이쪽에서 아랍어로 된 진짜 쿠란은 팔지 않는답니다. 무슬림이라면 무료로 받아가고, 비무슬림이라면 아예 접근금지에요. 저때는 아랍어로 몇 마디 하고 쿠란 있냐고 물어보자 무슬림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주려고 했었죠. 참고로 저는 달라고 한 적 없는데 제게 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친구가 갖고 싶다고 해서 하나 더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무슬림이냐고 물어보았고, 그래서 둘 다 아니라고 하자 제 손에 쥐어준 쿠란을 회수해갔죠. 어쨌든 아랍어를 몇 마디 할 수 있으면 이럴 때 참 좋아요.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긴 한데, 이태원 모스크에 아랍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로 없기도 하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들은 동남아 및 파키스탄인들이에요. 파키스탄인, 동남아 사람들은 갈 때마다 보지만, 아랍인들을 갈 때마다 본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 내부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내부는 참 수수한 편이에요.


내부를 둘러본 후 나오는데, 제게 들어가서 사진 찍어도 좋다고 허락해준 아랍인이 이슬람 소개 소책자를 챙겨주셨어요.


모스크에서 돌아나오면서 예전에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를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어요. 무슨 일인가 있어서 이쪽에 왔다가 당시 호기심에 무슬림에게 '앗살라무 알라이쿰'이라고 허리 45도 굽혀 한국식으로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가 30분 넘게 모스크 건물 앞에서 설교를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영어로 마구 이야기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리듬을 타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죠. '아, 무슬림들한테 허리 숙여 인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정말이었구나'라고 크게 깨우쳤어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의 인사가 매우 신기했어요. 무슬림인데 인사할 때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하더라구요.


이쪽 방문시 장,단점으로는


장점

1. 모스크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렵다.

2. 모스크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풍경이 볼 만하다.

3. 이태원 자체가 볼 만하다.


단점

1. 이태원은 물가가 비싼 편.

2. 이태원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번거롭다. (한강을 넘든가 남산을 넘든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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