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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빨리 카톡으로 여권 표지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비행기표 구입을 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여권 정보가 필요했거든요. 여권 사본까지 보낼 필요는 없었고, 그저 여권 정보만 있으면 되었기 때문에 여권 사본 파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최대한 빨리 폰카로 대충 글자만 알아볼 수 있게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바로 학원 원장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세요."

"원장님, 안녕하세요!"


원장님께 죄송하지만 비행기표가 정말 좋은 것이 떠서 사흘 결근하면 안 되겠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원장님께서는 약 10초간 아무 말씀 없으시더니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표 예매에 들어갔어요.


참고로 예전에는 12월이 매우 비행기표 잡기 어려운 성수기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성수기라고 보기에도, 비수기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시즌이 되어 버렸어요. 사람들은 '12월'이라고 하면 예전 생각을 해서 당연히 성수기에 표 잡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답니다. 예전과 달리 학생들이 12월에 움직이기 매우 어려워져버렸고, 그로 인해 학부모들도 덩달아 움직이기 매우 어려워져버렸기 때문이지요. 일단 중학교, 고등학교는 예전과 달리 12월 말에 방학을 해요. 재량 휴일이라고 방학을 마구 잘라써버렸기 때문에 여름방학은 방학 같지도 않게 되어 버렸고, 겨울 방학은 12월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시작되요. 이러다보니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12월에 쉽게 움직일 수가 없지요. 이래서 12월 말 출국 비행기표를 잡기는 매우 어렵지만, 12월 중순 출국 비행기표는 잘만 노리면 잡을 수 있어요. 싼 값에 잡기가 어려울 뿐이지요. 학부모가 움직이기 어려울 때는 비행기표 잡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지금 다른 사람이 먼저 광클을 해서 표를 낚아채가면 어떻하지?'


하지만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좋은 말이 있지요. 엉뚱한 데에서 오타 내면 그것이야말로 치명적 실수가 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서 정보를 입력하고 표를 구입했어요. 제가 구입한 표는 가격이 43만3800원인 비엣젯 항공의 인천-하노이 왕복표였어요. 여기에 땡처리 닷컴 수수료 2만원이 붙어서 총 가격은 45만 3800원. 비엣젯 항공 홈페이지 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해보니 이 시기 비행기표 가격으로는 괜찮은 편이었어요. 좋은 가격에 샀다기보다는 그냥 원래 가격에 산 것이었지요.


"비행기표 예약했어."


그리고 친구에게 이 메시지를 보내주었어요.


목 하노이도착 - 후에 야간버스

금 후에

토 후에

일 (아침) 후에-호이안

월 호이안 야간버스-하노이

화 하노이

수 닌빈

목 하롱 (저녁에 공항으로 이동)


"이거 뭐야?"

"일정."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한 후, 미리 보아둔 신카페 홈페이지로 가서 버스 예매를 시작했어요.


신카페 홈페이지 : https://www.thesinhtourist.vn/



베트남 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히 '신카페'라고 알려진 Sinh Tourist 였어요. 여기는 여행 상품도 팔고, 버스 티켓도 팔아요. 친구가 제가 보내준 메시지가 무슨 말인지 천천히 읽어보는 동안 신카페에서 바로 12월 18일 하노이발 후에행 야간 슬리핑 버스 티켓 두 장을 예매했어요.


"버스표 구입했다."

"벌써?"

"네가 자는 동안 모든 걸 준비하고 있었지."


정말로 베트남이 가고 싶었어요. 만약 친구가 안 간다고 하면 저 혼자라도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준비해놓고 있었어요. 원래 처음 구상했던 일정에서 호치민이 빠진 이유는 친구를 고려해서 뺀 것이 아니었어요. 후에에 볼 것이 많으므로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후에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의 조언을 따라 수정한 것이었죠. 친구를 고려한 점이라면 친구가 간다고 하면 빨리 결제를 해야 하므로 일단 친구의 비행기표 비용까지 미리 만들어놓았다는 것. 그 뿐이었어요. 나머지야 예약할 때 1명 예약할 것 2명 예약으로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신카페 홈페이지에서 버스표를 직접 예약하니 12월 18일 저녁 6시에 출발하는 하노이발 후에행 슬리핑 버스는 1인당 218737동. 두 명이니까 437474동이었어요. 베트남 동은 단위가 꽤 크기 때문에 수가 매우 크게 나와요. 현지에서 대충 계산하는 방법은 0 하나 지우고 나누기 2를 하는 방법. 어쨌든 43만7천4백7십4동을 결제하니 23549원이 빠져나갔어요. 서울-부산이 400km 조금 안 되고, 하노이-후에는 530km 에요. 그런데 요금은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났어요. 한 사람당 버스비는 겨우 만 원 조금 넘는 수준.


친구 입장에서는 여행 가겠다고 하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것이 이루어져버렸어요. 이 모든 것이 불과 20분 채 걸리지 않았어요. 전날 새벽에 미리 다 알아보고 한 번씩 눌러보고 해서 결제 단계만 남겨놓고 있었거든요.


"이제 결제 다 끝났어. 진짜 가는 거야."

"헉...진짜로?"

"내가 모든 걸 다 준비해놓고 있었지."


어리둥절해하는 친구.


"그런데 우리 하노이 갈 때 수하물 부치면 안 돼."

"왜?"

"그러면 우리 일정 다 망칠 수 있어."


이번 여행 최대 난관은 바로 첫날 일정이었어요. 일단 비행기가 오전 11시 5분 비행기였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에 출발한다면 별로 부담될 것 없어보이는 시각이었지만,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어요. 일반적인 저의 기상 시간을 고려해보면 저 비행기를 타기 위한 시간에 못 일어날 확률은 거의 100%. 두 번째는 바로 저 슬리핑 버스 시각에 있었어요. 비행기 도착 예정시각은 현지시각 오후 2시 10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에요. 국내선도 2시 10분 도착이라고 하면 아무리 빨리 나와도 10분은 넘게 걸려요. 만약 뒷자리라면 시간이 더 걸리고,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국제선이라면 입국 심사까지 있어요. 입국심사도 재수없으면 몇십 분 까먹는 것은 예삿일. 과장이 아니라 이미 우즈베키스탄, 터키에서 겪어본 일이다보니 베트남이라고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공항을 빠져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공항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수하물 찾기'. 여기에서 꼬이면 시간 엄청 잡아먹혀요. 예전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항에서 수하물 찾는 데에 1시간 넘게 걸렸던 끔찍한 기억이 있었어요. 수하물만 찾지 않는다면 앞으로 냅다 달려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그 한 단계의 차이가 공항을 탈출하기 까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요. 더욱이 수하물을 찾지 않는다면 인파에 계속 휩쓸릴 일이 없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달려서 빠져나올 수 있구요.


버스를 예약했지만, 5시 반까지 사무실로 와서 예약을 다시 확인받아야 했어요. 이론적으로는 2시 10분 도착해서 5시 반까지 사무실 가면 되니까 여유 시간은 3시간 20분. 하지만 하노이 노이 바이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까지 들어가는 데에 소모되는 시간은 약 1시간. 그리고 연착 및 각종 절차로 인해 지체될 시간을 넉넉잡아 계산해서 약 1시간. 이러면 여유 시간이 80분 남는데, 비행기가 조금 늦거나 연착되는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야 했어요. 즉, 수하물 찾는 데에서 시간을 낭비해버리면 버스를 놓칠 수 있고, 버스를 놓치게 되면 저 일정 전체가 완벽히 엉망이 되어버려요. 정작 볼 것 많은 후에 일정이 엉망이 되고, 그러면 호이안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요. 설령 호이안을 포기 안 하고 후에 하나 망친다 하더라도, 금요일에 야간 버스 타서 토요일에 도착해서 후에에서 하루 잔 후, 다음날 아침 일찍 호이안을 가야 하고, 호이안에서 1박 한 후 바로 또 야간 버스 이동이었어요.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야간 이동 후 쉴 틈 없이 바로 후에 관광을 해야 하고, 최대한 밤 늦게까지 뭐가 있든 돌아다니다 들어와서 잠깐 씻고 자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호이안 버스를 타고 가서 또 호이안 열심히 돌아다닌 후, 다음날 또 야간 이동. 게다가 이렇게 되면 19일 금요일에는 별 수 없이 하노이를 구경해야 하는데, 어차피 뒤에 하노이 일정이 하루 또 있었어요. 그야말로 애매한 상황 발생.


간단히 말하자면 후에에서 1박을 하느냐, 2박을 하느냐에 따라 여행 강도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났어요. 버스를 제대로 타야만 후에에서 2박 하며 숨을 돌린 후, 5일간의 강행군을 소화해낼 수 있었거든요.


친구에게 절대 하노이 갈 때는 수하물을 부쳐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어요. 이 첫 날 버스를 성공적으로 타느냐가 최대 관건이었으니까요.


어느덧 시간이 되어서 학원에 갔어요. 학원에 가자마자 선생님들께 표를 구입한 이야기를 했어요.


"표 잘 구했어요?"

"예. 43만원 짜리 표 구했어요."

"비행기표가 지금 있어요?"

"예. 지금은 아직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안 했잖아요. 그래서 성수기까지는 아니에요. 학생들이 학교 가버리니까 학부모들이 못 움직이거든요."


학원 선생님들은 제 말에 수긍했어요. 왜냐하면 학원 학생들 모두 12월 마지막 되어서야 방학을 맞이할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긴 설명이 필요 없었어요.


"그리고 서울-부산보다 먼 거리 이동하는 야간 버스표, 한국 돈 만 원으로 구했어요."

"버스가 그렇게 싸요?"

"예."

"버스로 야간 이동하려면 힘드시겠는데요?"

"이건 슬리핑 버스라 괜찮을 거에요. 예전 7박 35일할 때 그런 버스가 아니라 아예 누워서 가는 버스더라구요."


여행이 확정되니 정말 신났어요. 표를 구입하고 1주일 정도만 기다리면 바로 출국이었어요. 이렇게 날림에 초고속으로 여행 결정하고 표를 구입한 적도 없었고, 여행 코 앞에서 표를 구입한 적은 더더욱 없었어요. 정말 갑작스러운 결정에 갑작스러운 출발.


집에 돌아와서 친구와 여행 이야기를 다시 나누기 시작했어요.


"우리 숙소는 어떻게 해?"

"글쎄? 그냥 거기 가서 잡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성수기인데 예약해야 하지 않아? 크리스마스도 걸려 있는데...비행기 표도 거의 없었잖아."

"에이...설마 숙소 없어서 노숙하려구. 노숙하게 될 거 같으면 야간 이동으로 호치민 가 버리지, 뭐."

"숙소 잡아야 할 거 같은데..."

"그러면 숙소는 너가 알아서 하든가."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베트남에 저렴한 숙소 하나 없을까 싶었어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현지에서 방을 찾아서 숙박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하지만 친구는 숙소 문제를 걱정했어요. 그래서 친구가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친구에게 알아서 잡든가 말든가 하라고 했지만, 너무 친구에게 무턱대고 맡기는 것도 조금 그래서 저도 같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바로...


호텔에서 투어 상품을 판다!


신카페에서도 투어 상품을 팔고 있었지만, 호텔에서도 투어 상품을 팔고 있었어요. 가격은 신카페가 저렴했지만, 호텔에서 파는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나빠보이지는 않았어요. 호텔에서도 투어 상품을 판다는 것을 보니 베트남 여행을 크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떨어졌어요.


"나 베트남 가."

"정말?"


후에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에게 베트남에 갈 거라고 말하자 깜짝 놀랐어요.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는 베트남에 간다는 말이 전혀 없었거든요. 친구는 매우 좋아하면서 언제 올지, 그리고 여행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어요.


"후에에서 2박 하기로 했어. 하노이 도착하자마자 야간이동으로 후에 갈 거야."

"그래?"

"네가 후에 볼 거 많다고 해서 일정을 저렇게 짰어. 저 정도면 후에를 다 볼 수 있을까?"

"음...빠듯하지만 대충은 다 볼 수 있을 거야."

"우리 만날까?"

"응! 내 친구들은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지만, 나는 너를 데리고 다닌다면 이번이 처음이 될 거야. 하지만 네가 올 때 시간이 되니까 같이 만나자."


드디어 채팅으로 만난 외국 친구를 직접 만나보는구나!


지금까지 채팅 친구를 사귄 적은 여러 번 있었어요. 하지만 채팅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은 거의 없어요. '온라인은 온라인, 오프라인은 오프라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채팅으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은 손으로 꼽아요. 더욱이 이 사람은 외국인. 채팅으로 만난 외국인을 실제 그 나라 가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가 먼저 말하기는 했지만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선물은 무엇을 사 가야 하지? 빈 손으로 덜렁덜렁 가는 것도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베트남에 웬만한 한국 물건은 다 들어가 있었고, 한국인도 많이 체류하고 있었어요. 이래서 더욱 무엇을 선물로 들고가야할지 고민이 되었어요.


아! 복숭아 핸드크림이 있었지!


우리나라 화장품 중 복숭아 모양 통에 들어있는 핸드크림이 있어요. 이것은 가격 부담이 별로 없지만, 향도 좋고 모양도 예뻐서 선물로 딱이었어요. 설마 베트남에 이것까지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설령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한국 화장품은 베트남에서 2-3배 가격에 팔린다고 하고, 그것을 다시 현지화로 계산해보면 작은 돈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선택일 것 같았어요.


'박닌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도 연락해야겠지?'


박닌은 하노이 옆에 있는 성이에요. 예전 베트남에 대해 막연히 '언젠가 가 보아야지'라고 생각했었을 때에는 친구가 박닌에 있었기 때문에 하루 정도 박닌에 다녀올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안 되어서 박닌까지 다녀오는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어요. 참고로 이 박닌은 우리나라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가 있는 그 베트남 박닌이 맞아요. 우리나라로 치면 남양주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 곳이지요.


"나 베트남 가.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박닌은 못 가."

"정말? 베트남 와?"

"응."

"어디로 가는데? HCM?"

"아니, 하노이, 하롱, 후에, 호이안."

"그러면 하노이에서 만날까?"

"네가 하노이로 오게?"

"응! 너만 괜찮다면."


이렇게 해서 박닌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도 만나기로 했어요.


참고로 HCM은 '호치민'의 약자에요. 베트남인과 채팅할 때 HCM 이라고 하면 '호치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알아들으면 돼요. 베트남인들이 잘 사용하는 약자로는 vn (베트남)과 hcm (호치민) 이 있답니다. 그런데 하노이 같은 명칭은 이렇게 줄여서 말하지 않더라구요.


일단 선물로 복숭아 핸드크림을 샀는데, 이것만으로 충분할지 애매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후에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한국어에 약간 관심을 보이고 있길래 베트남어로 된 한국어 교재를 사서 들고 가기로 했어요. 다른 나라라면 선물을 그냥 EMS로 편히 보내주면 되는데, 베트남에 대해 이것 저것 알아보던 중, 베트남에 선물 보내면 받는 사람이 관세를 옴팡 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갈 때 선물을 전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후에 사는 친구가 독학으로 한글을 익혔다고 하니 베트남어로 된 한국어 교재를 선물로 주면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공부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교보문고에 가보니 한국어 교재가 몇 종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한국어를 익히는 베트남인들도 적지 않다보니 베트남어로 된 한국어 교재도 여럿 있었어요. 정작 베트남에는 베트남어로 된 괜찮은 한국어 교재가 없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는 베트남어로 된 괜찮은 교재가 많은 이상한 현실. 교재들을 하나씩 펼쳐보다 제일 괜찮아보이는 책을 골랐어요.



그리고 채팅을 통해 후에 사는 친구에게 바로 위의 사진을 전송해준 후 물어보았어요.


"너 이거 읽고 이해할 수 있어?"


잠시 후.


"응. 이해할 수 있어."

"알았어."


이 책의 단점이라면 이 책은 '초급 쓰기' 책이다보니 음성 파일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베트남어로 된 한국어 교재들을 보며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문법 설명이 좋으면 음성 파일이 없고, 음성 파일이 있으면 문법 설명이 시원찮거나 너무 난이도가 낮은 곳에서 끝나버린다는 점이었어요. 언어 난이도를 상중하 - 이렇게 3단계로 나누었을 때, 이상적인 초급 교재는 초급부터 중급의 중간 정도까지의 문법을 다루는 서적. 이래야 책을 너무 빨리 끝내버리지도 않고, 보다가 질려버리지도 않는 데다, 다 보고 나면 어느 정도 글을 읽고 말할 수 있게 되요. 요즘 창궐하는 너무 초급에서 끝나는 교재들은 책을 너무 빨리 갈아야하는데다 다 떼도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요. 사실 중급의 중간 수준이 중요한 이유는 이 정도쯤 올라와야 혼자 사전 가지고 씨름하며 독학을 할 수 있는 문법적 실력이 되기 때문이에요.


음성 파일이 없는 것은 친구에게 읽어달라고 할 지문을 제게 보내주면 제가 읽는 것을 음성 메시지로 보내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어 문법 설명은 제 능력 밖의 문제였어요. 우리나라 문법을 잘 설명할 만큼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어 교수법을 배운 것도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베트남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당연히 베트남어는 형편 없는 실력. 그러므로 차라리 문법 설명이 잘 되어 있고 음성 파일이 없는 책을 선물로 주는 것이 학습에 훨씬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박닌에 사는 친구에게는 무엇을 선물해야 하지?


이 친구에게도 한국어 교재를 선물해줄까 했지만, 이 친구는 정말로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는데다, 책을 사주기에 애매한 수준이었어요. 이 친구는 저를 만나기 이전부터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고, 아직 높임법이 서툴기는 하지만 저와 무난히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어요. 가끔 제게 한국어 공부하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데, 그 물어보는 것들을 보면 일단 초급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중급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애매했어요. 초급책도, 중급책도 애매한 수준이었어요. 그리고 이 친구는 한국어 공부를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 교재도 보던 것이 있었어요. 제가 엄한 것 사주어봐야 큰 효과는 없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제게 베트남어를 처음 가르쳐주었던 것은 이 박닌에서 사는 친구. 나중에 바빠져서 서로 연락이 뜸해지며 후에에서 사는 친구에게 베트남어를 배웠지만, 제가 베트남어를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분명 박닌에서 사는 친구였어요. 말 그대로 '싸부'와 같은 존재. 게다가 이 친구는 박닌에서 하노이로 저를 보기 위해 넘어올 것이었어요. 선물 준비한 것을 보면 상당히 균형이 안 맞는 것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어요.


하노이에서 후에 가는 버스표는 끊었다.

후에 여행은 친구가 도와줄 것이다.

호이안은 작은 곳이다. 그냥 돌아다니면 된다.

하노이 여행은 친구가 도와줄 것이다.

하롱, 닌빈이야 투어 이용하면 된다.


친구는 가이드북도 사고 이것저것 열심히 알아보는 것 같았어요. 친구는 제가 말했어요.


"나는 거기 가서 맛있는 것 잔뜩 먹고 올 거야!"


그러나 저는 여행이 어찌 되든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어요. 어쨌든 친구들은 만날 것이고, 일정이야 알아서 잘 돌아가겠지. 모든 것은 오직 하나. 이 하나가 제대로 되느냐에 달려 있다.


오후 2시 10분 하노이 공항 도착해서 5시 30분까지 호엔키엠 호수 근처에 있는 씬카페 가기.


이것 하나를 제대로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에 모든 것이 걸려 있었어요. 어디를 볼 지, 어디에서 밥을 먹을지, 어디에서 잘 지 같은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어요. 오직 이것 하나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어요. 일단 택시는 15-18달러, 승합차는 2달러인데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4달러.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어요. 이렇게 시간이 흘러 12월 15일 밤.



의정부에 폭설이 내렸어요. 의정부의 12월 폭설답게 확 내리고 금새 녹아버렸지만, 이때 기온이 쭉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어...추워! 내가 반드시 베트남 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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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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