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근처를 돌아다니다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어요. 연남동 쪽을 돌아다니는데 중국집이 안 보여서 중국집 찾아 돌아다니다 2번 출구 거의 다 와서 중국집 하나를 발견했어요.


외관이 참 평범해서 그냥 저기 들어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홍대입구역 중국집 동보성


배는 고프고 날은 추워서 빨리 음식이 먹고 싶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메뉴판을 보았어요. 아침도 굶고 점심도 거르고 연남동과 홍대 쪽을 돌아다녔거든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무난하게 짜장면 보통에 탕수육 소짜 하나 시키기로 했어요. 음식을 주문한 후, 음식이 금방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는데 음식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어요.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일각여삼추였어요. 다행히 양파와 단무지가 먼저 나와서 전채 요리처럼 생양파를 춘장에 찍어먹으며 음식을 기다렸어요. 허기를 잊기 위해 양파를 계속 먹으며 딴 데 신경쓰려고 저 답지 않게 메뉴판 사진도 찍었어요.



메뉴판을 보니 짜장이 아니라 자장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국립국어원이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하고 짜장면은 무조건 틀린 표현이라고 규정지은 것이었죠. 아무리 방송에서 짜장면이 아니고 자장면이라고 해도 전국민적 저항이 너무 거세서 결국은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해주었구요. 지금은 짜장면도 표준어에요. '자장' 이라는 표현을 보니 지금은 아늑하게 먼 옛날 일처럼 떠오르는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에요'라는 것이 떠올랐어요.



"어? 세트 메뉴가 훨씬 싸잖아?"


저는 매운 유니 짜장과 찹쌀 탕수육을 시켰어요. 매운유니짜장은 5천원, 찹쌀탕수육 소짜는 16000원, 도합 21000원. 그런데 세트 A는 찹쌀 탕수육에 매운 유니 짜장 2그릇에 19000원.


빨리 주문 바꿀까?


어차피 음식 자체는 동일하고 세트냐, 단품이냐의 차이였어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그냥 말았어요. 세트 A는 분명히 저 혼자 먹기에 엄청 많을 거고 꾸역꾸역 다 먹고 기어나오든가 남기든가 할 건데, 그렇게 억지로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싶지는 않았어요.


홍대입구역 중국집 동보성 매운 유니 짜장면


이것이 매운 유니 짜장면이에요. 맛은 평범했어요. 매운 유니 짜장이라는데 농심 사천 짜파게티보다 안 매웠어요. 특징이라면 면발이 넙적한 모양이라는 것이었어요. 칼국수처럼 대놓고 넙적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둥근 짜장면 면발보다 넙적한 모양이라는 것이에요.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딱히 맛있다고 할 것까지는 아닌 맛이었어요.



이것이 동보성 찹쌀 탕수육. 싱싱한 야채가 올라가 있는 것이 눈에 확 띄었어요.



소짜인데 양이 적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양상추 등이 올라가 있어서 양이 더 많아 보였어요.


탕수육 하면 언제나 부먹, 찍먹 논란이 있는데, 매장에서 먹을 때는 소스를 부어서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쪽으로 실상 결론이 났어요. 왜냐하면 원래 부어먹을지 찍어먹을지는 취향 문제보다 탕수육 배달시켰을 때 소스가 부어진 채로 오면 가뜩이나 뜨거운 튀김 위에 랩을 씌워서 눅눅해진 튀김옷이 소스까지 듬뿍 먹어서 튀김옷이 질척인다는 느낌을 주게 되거든요. 이렇게 질척이는 것 같은 식감 때문에 확 갈린 것이지요. 문제는 아무리 잘 튀긴 튀김이라 해도 튀기자마자 소스 붓고 랩 씌워버리면 튀김옷이 질척거리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에요.


반면 매장에서 먹을 때에는 튀긴 것에 바로 소스를 부어서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튀김옷이 질척거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일이 별로 없지요. 오히려 이 집이 탕수육 튀김 제대로 잘 튀기는 집인지, 소스 걸쭉하게 잘 만드는 집인지 알기 위해서는 소스를 부어서 나오게 해야 하구요. 왜냐하면 바로 튀긴 것에 소스 붓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눅눅해지고 질척거리는 것 같은 식감을 보여준다면 그 집은 탕수육을 잘 튀기고 소스 걸쭉하게 잘 만드는 집이 아니라는 말이 되니까요.


부먹, 찍먹이야 취향이지만 매장에서 탕수육 주문해서 소스 부어져 나왔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매장 가서 양념치킨 시켰는데 왜 치킨에 양념 발라서 나왔냐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이거 맛 좋은데?"


짜장면은 평범했지만 탕수육은 확실히 맛있었어요. 소스가 부어져서 나왔지만 다 먹을 때까지 끝까지 바삭거렸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튀김옷에서 묘하게 새우향이 난다는 것이었어요. 소스에서는 카스테라 비슷한 향이 살짝살짝 느껴졌구요. 게다가 저 양상추, 양배추와 소스의 조합도 좋았어요. 처음 맛이 끝까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어요.


탕수육이 맛있어서 세트 시킨 것보다 적게 시키고 비싼 돈 낸 것이 아쉽지 않았어요. 만약 탕수육도 평범했다면 다음부터 메뉴판을 꼼꼼히 잘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왔을 거에요.



동보성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위치는 지도에 '홍대 동보성'이라고 검색하면 나와요.


다른 음식들은 못 먹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점은 두 가지였어요. 탕수육이 맛있었고, 생양파 더 갖다달라고 할 때마다 귀찮아하거나 싫은 티 내지 않고 잘 갖다주었다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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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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