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7.04.30 08:46

0.


갑자기 밤에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밤거리를 안 돌아다닌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24시간 카페를 심야시간에 가보는 것이었다.


3월 30일. 심야 카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심야카페 돌아다니기는 오늘 이 시각까지 계속되었다.


아래는 3월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심야시간에 돌아다닌 곳들. 정확히는 24시간 카페가 있는 곳들이다.


3월 30일 

108번 버스 (의정부-종로5가)

종로3가, 청계광장, 홍대



4월 10일 

108번 버스 (의정부-종로5가), N26 버스 (종로6가-신촌)

동대문, 신촌, 홍대



4월 14일

108번 버스 (의정부-혜화), N26 버스 (종로6가-신촌)

대학로, 신촌



4월 16일

지하철 1호선 (의정부-종각), 707번 버스 (광화문-정발산역), (정발산역-연희104고지 앞)

일산, 연남동



4월 18일

108번 (의정부-동대문), N15 버스 (종로6가-사당)

사당, 이수, 교대



4월 19일

N62 버스 (홍대-목동), 지하철 5호선 (목동-화곡)

홍대, 오목교역, 목동역, 화곡역



4월 26일

108번 버스 (의정부-길음뉴타운), 273번 (종로3가-홍대입구)

월곡, 동묘, 충무로, 합정



4월 28일

108번 (의정부-동대문), N37 버스 (종로6가-연신내역)

연신내, 불광



4월 29일

108번 버스 (의정부-동대문), N15 버스 (종로6가-패션문화의거리입구)

신림, 구로디지털단지



4월 30일

지하철 1호선 (의정부-영등포), 110B 버스 (공덕오거리-이태원역4번출구)

영등포, 여의도, 마포, 이태원



아래는 오늘 새벽에 찍은 사진들.





01.




서울 동부는 아직 손을 대지 못했다. 강남, 건대입구 등에서는 새벽에 원시인이 빗살무늬토기 제작하고 마제석기로 고양이 사냥한다고 해도 아직 확인 못했음.


더 놀라운 것은 지금껏 간 곳 중 딱히 추억이랄 것이 없는 곳은 불광, 연신내, 구로디지털단지 뿐이라는 것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내가 안 간 곳은 내게 추억도 없는 곳이었다. 즉흥적으로 찾아보고 경로를 만들어서 가곤 했는데 이렇게 결과를 정리하고 보니 내가 몇 번 가보았고 추억이 담긴 곳들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계획 없이 돌아다니면 결국 제자리를 뱅뱅 돌게 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순간.




02.


이태원에서 마지막 카페를 방문하고 글을 쓰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약속이 있어서 서울을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밤 9시였다.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 시작이 108번 버스였으니 끝도 108번 버스로 끝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종로5가로 갔다. 종로5가로 갔더니 전광판에 108번은 14분 기다려야 하고, 106번은 금방 온다고 떴다.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았다. 106번 버스를 타고도 집으로 갈 수 있지만 이 길의 끝은 108번 버스로 반드시 끝내고 싶었다. 106번 버스가 3대 지나간 후에야 108번 버스가 왔다.


108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노래를 들었다. 처음에는 체리필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체리필터의 '내 안의 폐허에 닿아'로 노래를 바꾸어 계속 들었다.


버스 안에서 아쉬움에 휩싸여 있었다. 비록 어떻게 이태원까지 끝내기는 했지만 서울 동쪽이 휑하니 비어버렸다. 조금만 더 열심히 나갔다면 서울 동쪽도 그럭저럭 많이 끝냈을 것이었다. 이제 5월. 해가 확실히 많이 길어질 거다. 하룻밤 사이에 카페 3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이제 분명 무리일 것이다.


'어쨌든 잘 끝냈잖아?'


4월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꼭 외국 나가야만 여행인 건 아니잖아. 내가 타자로 돌아다니는 그 순간이 바로 여행. 그리고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마음가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만들었고. 그러면 된 거야.


정말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의정부가 가까워질수록 긴 여행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건 실패가 아니야. 나만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잖아?


노래를 바꾸었다. 체리필터의 Rolling Heart. 4월, 밤에 돌아다니며 참 많이 들었던 노래.


listen up 너의 마음이

hit it up 부르는 노래

잠든 이 세상을 흔들기 시작해

you're trying hard 그 누구보다 더

하지만 늘 똑같은 자린 걸

당신의 마음이 바싹 타버렸네요

crazy day! 거기 주저앉아

적당히 하루를 보내면

눈물이 핑하고 돌 것 같죠

아무것도 아닌 걸 지나고 돌아보면

당신만의 노래를 신나게 튜닝해요!

listen up 떨쳐버려요

hit it up 일어나세요

온 세상이 널 기다릴 테니까

listen up 크게 웃어요

hit it up 이젠 즐겨요

행복함이 전염될 테니까

let's go together

fall in love 사랑은 그렇게

조금씩 꼬여만 가는 걸

당신의 마음은 상처 투성이군요

crazy day! 지금 기분대로

원하는 걸 주문해 보세요

저 하늘이 다 배달해 줄꺼예요

아무것도 아닌 걸 지나고 돌아보면

당신만의 노래를 신나게 튜닝해요!

listen up 떨쳐 버려요

hit it up 일어나세요

온 세상이 널 기다릴 테니까

listen up 크게 웃어요

hit it up 이젠 즐겨요

행복함이 전염될 테니까

Go ,let's go,let's go together

두려워 하는 거죠, 자꾸 잃게 될까봐..

문을 열고 나가요 모두 기다리니까

listen up 떨쳐 버려요

hit it up 일어나세요

온 세상이 널 기다릴 테니까

listen up 크게 웃어요

hit it up 이젠 즐겨요

행복함이 전염될 테니까

let's go together


그래. 잠든 이 세상에서 홀로 잠 안 자고 싸돌아다녔지. 심야버스 기다리면서 마음이 바싹 타버렸어. 온 세상이 기다려. 나의 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문 열고 나가면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지. 내 친구 108번 버스가, 지하철 1호선이, 심야버스들이 기다리고 있었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만들었잖아!


웃었다. 4월 잘 보냈다!






03.


여의도에서 마포로 걸어가는 길.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다.


만약 24시간 카페 돌아다닌 것을 카페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밤풍경을 본 것에 포인트를 두어서 글을 쓰면 어떨까?


사실 24시간 카페는 거의 다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다. 24시간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자금력이 어느 정도 된다는 거다. 인건비만 해도 그게 얼마인데. 그래서 개인이 하는 카페 중 24시간 카페는 거의 없다. 그래서 카페 중심으로 글을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낮과 심야시간 운영 모습은 다르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낮과 다른 심야시간 카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기는 할 거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재미를 주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만약 지역에 맞추었다면? 블로그 지인을 통해 24시간 카페 글을 모아서 제대로 글로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러면 엔엔엔엔 탐탐탐탐 할할할할 될 걸요?'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지역으로 간다면 분명히 달라진다. 그리고 심야시간으로 가면 또 달라진다. 그리고 심야시간에 서울 거리를 싸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겠지.


친구에게 미리 써놓은 글 하나를 보여주자 여행기 느낌이 난다고 했다. 서울의 여기저기 심야시간과 새벽시간 풍경도 보여주고 수필식 여행기로 글을 써서 모아보면 꽤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딱 구상이 나오는 적은 거의 없다. 이거라면 수익 5:5 분할 조건으로 친구에게 편집해달라고 부탁해서 e-book으로 만들면 조금은 팔리지 않을까? 24시간 카페 방문과 심야시간 서울 풍경. 심야시간의 서울 풍경을 이렇게 많이 보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되겠어? 실제 보면 상상과 얼마나 다른데. 24시간 카페 위치 찾는 사람도 여럿 있고, 여기에 서울 각 지역 심야 시간 풍경도 이야기해주고 적당히 여행기 식으로 쓰면 느낌이 딱 오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 탁 치는 순간.


나 서울 밤거리 풍경 사진으로 안 찍었어...


이런 아이디어는 아예 없었다. 서울 밤거리를 걸어다니고 싶어서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닌 것은 맞는데 그 심야시간 서울 밤거리 풍경을 사진으로 남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몇몇 지나치게 인상적인 곳만 사진 몇 장 남겼을 뿐이었다.


이런 생각은 왜 다 지나고 나서야 떠오르는 거야. 저것들 다시 취재한다고 돌아다닐 엄두 아예 안 나는데...저걸 또 똑같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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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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