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짐벌 안 써?"
"어, 안 써."
"왜?"
제가 영상 촬영을 취미로 즐기고 있는 것을 본 지인들과 친구들 모두 한결같이 제게 질문하는 것이 있었어요. 짐벌 안 쓰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짐벌 안 쓰고 구입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어요.
무조건 기동력 몰빵이다.
저는 무엇을 하든 기동력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요. 들고 다닐 때 많이 다니기 쉬운지를 항상 제일 우선으로 고려해요. 이는 제 무수한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에요. 여행 중에는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어요. 여행 스타일이 주로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해서 돌아다니는 스타일이고, 길 좋은 곳, 좋은 환경만 다니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언제나 최고로 중요한 문제에요.
사람들이 여행 계획 세울 때 착각하고 잘못 판단하는 부분이 하나 있어요. 지도상 동선만 보고 딱 그만큼만 걸어다닐 거라고 예상해버려요. 하지만 실제 여행을 가보면 지도상 동선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걸어야만 해요. 아무리 자동차를 몰고 이동한다고 하더라두요. 건물 안에 들어가서 돌아다니는 거리 같은 건 지도상 거리로 가늠할 수 없는 이동거리에요. 이런 게 누적되면 실제로는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니고 걷게 되요.
여행을 한두 번 다녀본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간과해서 실수하는 일은 없어요. 그리고 이런 경험 때문에 짐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은 매우 싫어해요. 이는 촬영장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여행갈 때 촬영장비를 바리바리 싸짊어다니고 다녀요. 하지만 빠르면 한 번, 느리면 서너 번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촬영장비를 최대한 조금 챙겨가려고 노력해요. 가져간 장비 다 쓰지도 않거니와, 나중에 가면 귀찮고 힘들어서 촬영장비 꺼내는 것 자체가 싫어지거든요.
빠르고 기동력 좋게 촬영하는 게 제 촬영 스타일이에요. 제 여행을 촬영이 방해하는 건 못 참아요. 촬영이 여행을 방해하는 순간부터 여행은 여행대로 죽쑤고 촬영은 촬영대로 죽쑤거든요. 무거운 장비 들고 낑낑거리며 다닐 바에는 장비 다 버리고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는 게 나아요.
이래서 맨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 촬영을 했어요. 영상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대신 기동력만큼은 극강이거든요.
"오즈모 포켓3? 이거 왜 이렇게 난리야?"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갑자기 사방팔방에서 오즈모 포켓3 이야기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저와 별 상관없는 이야기라 여기고 무시했어요. 별 관심 없었어요. 그냥 무시하며 할 일 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밤에도 잘 찍힌다!
액션캠, 짐벌 등에 전혀 관심 없었던 제 마음을 흔든 건 바로 오즈모 포켓3 저조도 촬영 모드였어요.
나 밤에 촬영 잘 한단 말이야!
저는 원래 밤에 잘 돌아다녀요. 그래서 촬영도 밤에 잘 하는 편이에요. 한때 취미가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 찾아다니는 거였어요. 심야시간 풍경 영상과 사진도 종종 찍구요. 심야시간에는 깜깜하기 때문에 특히 동영상은 촬영이 불가능한 곳이 여러 곳 있어요. 너무 어두침침해서 화면에 찍히는 게 온통 시꺼먼 어둠뿐인 곳은 동영상으로 촬영하기 매우 어려워요.
사진이라면 셔터스피드를 장노출로 설정해서 촬영하면 되요. 삼각대가 없어도 요즘 카메라, 스마트폰은 손떨림 방지 및 자체 보정 기술이 좋아서 1초까지는 어떻게 버텨볼 만 하고, 아무리 어두워도 가로등이 하나라도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셔터스피드 1초 안에서 볼 만하게 사진이 찍혀요. ISO를 마구 높여서 해결할 수도 있구요.
하지만 동영상 촬영은 이런 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요. 물론 동영상도 결국은 사진의 연속이기 때문에 매우 어둡게 찍은 사진을 후보정으로 살려내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일단 어둡게라도 찍고 그 후에 후보정으로 살려낼 수 있기는 해요. 대신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려요. 엄청난 노이즈가 살아나면서 영상이 매우 못 볼 수준이 되는 건 덤이구요.
오즈모 포켓3은 저조도 모드 때문에 매우 탐났어요. 이건 꼭 갖고 싶었어요. 야간에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저조도 모드 성능은 제가 정말 필요한 기능이었어요. 그만큼 촬영할 수 있는 세계를 확실히 넓혀주는 기능이었어요. 이건 단순히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촬영 불가능한 걸 촬영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이었어요.
'이거 사면 촬영 가능 영역이 넓어지면서 동시에 손떨림도 어느 정도 잡히는 거잖아?'
그렇지 않아도 오즈모 포켓3 저조도 모드 때문에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손떨림도 기계식 짐벌로 어느 정도 잡힐 거였어요.
"아, 이거 진짜 사야하나?"
야간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서 느낀 문제는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어두운 곳은 시꺼멓게 나와서 촬영할 수 있는 영역에 제한이 있다는 점. 이건 위에서도 말했어요.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시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에요. 대도시도 어두침침해서 영상 촬영할 때 매우 깜깜하게 나오는 곳 꽤 있어요.
두 번째는 심야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면 영상이 딱딱 튀며 흔들리는 현상이 있었어요. 그냥 울렁울렁 흔들리는 거라면 괜찮은데 영상이 위 아래로 탁탁 튀어요. 손떨림 방지 기능을 안 켜놓으면 너무 흔들리고, 손떨림 방지 기능을 켜놓으면 영상 화면이 탁탁 튕기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오즈모 포켓3은 기계식 짐벌이 있으니 이 문제가 해결될 거였어요.
덤으로 짐벌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속도 연습도 해볼 수 있을 거구요. 스마트폰을 손으로 들고 촬영할 때는 다양한 무빙과 주밍 연습으로는 좋지만 대신 속도 연습은 매우 어려웠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격하게 움직이면 정신없이 흔들리니까요. 스마트폰을 손으로 들고 촬영할 때는 최대한 흔들림을 잡아가며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고 느리게 걸어야 했어요. 영상이 사진과 다른 근본적인 점은 시간과 변화인데, 이 중 시간 - 속도 변화 연습을 하려면 아무래도 흔들림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잡아주는 짐벌이 있어야 했어요.
"사자!"
이미 마음은 오즈모 포켓3를 향해 가 있었어요. 이런 건 사야 했어요. 저조도 모드는 정말로 필요했어요. 여기에 짐벌까지 있고, 크기도 매우 작았어요. 손전등 하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수준이었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인터넷은 이미 난리였어요. 사람들이 서로 구입하려고 하는 중이었고,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오즈모 포켓3은 단품과 크리에이터 콤보가 있었어요. 오즈모 포켓3은 스펙을 찾아보니 35mm 환산 21mm 단렌즈였어요. 특히 저조도 모드에서는 줌이 안 되었어요. 크리에이터 콤보에는 배터리팩과 광각렌즈가 있었어요. 그래서 크리에이터 콤보를 구입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인터넷으로는 크리에이터 콤보고 단품이고 모두 예약해서 한참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에는 없을 건가?'
문득 떠오른 생각. 오프라인 매장에는 의외로 재고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신세계백화점으로 전화했어요. 신세계백화점에서 DJI 매장은 우리나라에 세 곳 - DJI 롯데백화점 동탄점, DJI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DJI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갈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롯데백화점 동탄점!
의정부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오직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있는 DJI 매장 뿐이었어요. DJI 롯데백화점 동탄점으로 전화했어요. 혹시 재고가 있는지 물어봤어요. 크리에이터 콤보는 재고가 없고, 단품은 10개 정도 남아 있다고 했어요.
"그거 혹시 예약 가능한가요? 오늘 가서 바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제가 지금 의정부거든요."
"예, 예약하실 수 있어요. 전화번호와 성함 알려주시면 저희가 단품 하나 예약 잡아드릴게요."
"예, 그러면 단품 하나 예약할께요. 오늘 중으로 가서 구입할께요."
DJI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단품 하나를 오늘 가서 구입할 테니 예약할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러자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바로 의정부에서 롯데백화점 동탄점으로 갔어요.
오즈모 포켓3을 빨리 구입하고 싶다면 백화점에 문의해볼 것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도착했어요. 대중교통으로 가니 의정부에서 3시간 걸렸어요. 롯데백화점 동탄점 4층으로 올라갔어요. 4층에 DJI 매장이 있었어요. 제가 예약한 오즈모 포켓3 단품을 구입한 후 물어봤어요.
"그런데 여기는 물량이 남아 있네요? 온라인에서는 물량 없어서 난리던데요."
"그게 온라인은 전국적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고, 여기는 오프라인 매장이라서 덜 몰리는 편이에요."
"그러면 백화점으로 예약하는 게 더 빠르겠네요?"
"그런 셈이죠."
매우 중요한 정보를 획득했어요. 오즈모 포켓3을 빨리 구입하고 싶은데 롯데백화점 동탄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을 갈 수 있다면 먼저 이들 백화점에 있는 매장에 전화해서 재고가 있는지 문의해보는 게 좋아요. 제가 구입할 때도 온라인에서는 단품조차 없어서 배송이 밀리고 예약주문 받는 상황이었는데 롯데백화점 동탄점에는 크리에이터 콤보는 1주일 정도 후에 입고 예정이고 단품은 재고가 10개 정도 있었거든요.
DJI 오즈모 포켓3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쿠팡으로 마이크로 SD 카드와 보조배터리를 주문했어요. 다음날인 토요일에 제가 주문한 마이크로sd카드와 보조배터리가 도착했어요.
보조배터리와 마이크로sd카드가 도착하자 오즈모 포켓3 박스를 개봉했어요.
의정부에서 롯데백화점 동탄점까지 가서 구입한 오즈모 포켓3이었어요.
박스 뒷면에는 위와 같이 제품 내용이 빼곡히 인쇄되어 있었어요.
박스를 열었어요.
오즈모 포켓3 단품 박스를 열자 위와 같은 내용물이 나왔어요.
오즈모 포켓3 카메라는 보호케이스에 꽂혀 있었어요.
오즈모 포켓3를 보호케이스에서 빼내었어요.
"와, 진짜 작다!"
크기에서 일단 감동받았어요. 옆에 크기 비교를 위해서 볼펜을 한 자루 놓고 사진을 촬영했어요.
오즈모 포켓3 단품은 Osmo Pocket 3 카메라, Type-C to Type-C PD 케이블, Osmo Pocket 3 보호 커버, DJI 손목 스트랩, Osmo Pocket 3 핸들 (1/4” 나사산)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오즈모 포켓3을 액정을 돌려서 켰어요. DJI Mimo 어플을 설치하고 등록했어요.
오즈모 포켓3으로 제일 먼저 해본 것은 저조도 촬영이었어요. 어두침침한 방 안을 촬영해봤어요. 상상보다는 깜깜하게 나왔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봤어요. 스마트폰은 완전히 암흑세계였어요. 오즈모 포켓 3에게 사과해야 했어요. 오즈모 포켓3은 저조도 촬영이 정말 기가 막혔어요. 엄청나다는 말 밖에 안 나왔어요. 물론 완전히 깜깜한 곳을 밝게 촬영해주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빛이 조금은 있어야 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밝게 잘 촬영해주다니 매우 놀라웠어요.
오즈모 포켓3은 과연 초소형 디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어요. 오즈모 포켓3의 사진 촬영 기능은 기능적으로 아쉬웠어요. 결정적으로 4:3 포맷을 지원해주지 않았어요. 16:9와 1:1 뿐이었어요.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그건 못 찾아봤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각이 아쉬웠어요. 저조도 모드에서는 줌을 사용할 수 없고, 일반 모드에서도 4배 디지털줌이었어요. 그래서 줌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촬영에서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서 식당, 카페에서의 촬영은 오즈모 포켓3 단렌즈 화각보다 더 넓은 화각을 필요로 해요. 삼성 갤럭시 시리즈 0.5배 줌에 해당하는 화각도 있어야 해요. 이와 더불어 삼성 갤럭시 시리즈 기준으로 간혹 2배 줌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구요. 오즈모 포켓3은 사실상 단렌즈로 촬영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단렌즈로 촬영이 불리한 조건에는 안 맞았어요.
오즈모 포켓3은 4:3 포멧이 지원되지 않았고, 화각의 한계가 있어서 초소형 디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 해요.
오즈모 포켓3는 크기가 매우 작고 가벼웠어요. 볼펜 한 자루 크기였어요. 전혀 짐이 되지 않는 크기와 무게였어요. 게다가 야간 촬영에 특히 강력했어요. 이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 열심히 사용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