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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복습의 시간 (2016) 78

복습의 시간 - 에필로그 (중국 기차 횡단 여행 경비 정리)

"내가 다시는 중국 가나봐라!" 전화통화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방바닥에 드러누웠어요. 바닥에 드러누우니 여러 생각이 떠올랐어요. 한국에서 일하며 만난 중국인들 중 괜찮은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그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까지의 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면 내 상상보다 훨씬 괜찮고 좋은 나라 아닐까? 인터넷에는 매일 대륙의 기예와 무지몽매 안하무인 중국인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것은 원래 미친놈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 같은 현상 아닐까? 비록 위생 개념이나 절약 정신 같은 것은 많이 없지만 성격은 괜찮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나라 아닐까? 저는 잊고 있었어요.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국인들은 그것이 유학생이든 밀입국자든 어쨌든 간에 중..

복습의 시간 - 76 중국 탈출, 그리고 다시 한 번 게으름의 축복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어요. 잠이 오지 않는 밤. 신장-위구르 지역을 벗어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한족 지역에 있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이제 대망의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어요. 편안한 침대에 누워서 마지막 밤을 푹 자고 눈을 뜨자마자 푸동 공항으로 가면 되는데, 그냥 잠이 오지 않았어요. 한족 지역이 싫은 것은 싫은 것이고, 여행을 끝내기 싫은 것 또한 싫은 것이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다시 기차를 타고 카슈가르로 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래야할 이유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위구르어 교과서는 8월에 들어온다고 했거든요. 지금 위구르 지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교과서는 구할 수 없었어요. 비자는 한 달 짜리였구요. 조용히 밖으로 나가서 유스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어요..

복습의 시간 - 75 중국 여행 - 위대한 모스크 로드의 완주 (상하이 샤오타오위안 모스크 上海 小桃园清真寺)

"들어갈래?""아니. 안 들어가." 친구가 다시 한 번 물어보았어요. 친구에게 딱 잘라서 대답했어요. 돈 내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들어가서 보아야할 이유를 못 찾았거든요. 정말 들어가고 싶다면 다음날 아침에 와서 들어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냥 상하이 관광 그 자체에 아무 의욕이 없었어요. 여기는 말 그대로 귀국하기 위해 온 곳. 애초에 오고 싶어서 온 곳이 아니었어요. 단지 친구와 만나서 같이 위구르인들의 땅을 여행하기 위해 온 곳이고, 비행기표를 왕복으로 끊었기 때문에 여기로 돌아온 것이었어요. 게다가 예원은 친구가 몇 번 씩이나 가보았다고 했어요.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면 그냥 친구 따라 구경하는 셈치고 들어갈텐데 친구는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을 들어가보았어요. 아는 사람이 상하이..

복습의 시간 - 74 중국 여행기 - 상하이 라오제 (상해노가, 上海老街)

"잠깐 맥도날드 들렸다 가자.""맥도날드? 갑자기 왜?""숙소 가는 길이랑 뭣 좀 찾아보게." 친구가 기차역에서 나오더니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 상하이역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 잠깐 갔다가 숙소로 가자고 했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친구는 숙소 가는 방법을 확인한 후, 와이파이로 뭔가 개인적인 일을 처리했어요. 친구가 일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거 비 오는 거 아니야?" 푹푹 찌는 공기. 하늘은 미세먼지 알갱이 하나가 구름을 톡 건드리는 순간 물이 쫙 쏟아지게 생겼어요. "상하이의 이 습한 공기 진짜 싫다." 친구가 투덜대었어요. 더워서 땀이 나는 것이 아니라 습해서 땀이 났어요. 일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갔어요.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로 걸어가는데 계속 비가 한바탕 퍼부을 거 같았어요..

복습의 시간 - 73 중국 대륙 횡단 여행 마지막 기차 - 시안~상하이 야간 좌석 이동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았어요. 앞뒤로 가방을 메니 숨이 콱 막혔어요. 바로 벗어던지고 싶었어요. 시안 와서 숙소에 체크인을 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앞뒤로 가방을 메지 않았거든요. 며칠간 가벼운 몸으로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다 다시 가방을 짊어메니 업보를 다시 몸에 장착한 기분이었어요. 사실 틀린 것도 아닌 것이, 가방이 무거운 것은 제가 투르판과 카슈가르에서 책을 샀기 때문이었어요. 책이 몸통을 꽉 누르고 조이는 것이었어요. 책을 제외하면 선물이나 기념품을 산 것도 별로 없고, 한국에서는 정말 몸만 덜렁덜렁 오다시피 했기 때문에 무거울 것이 없었거든요. "하아..." 한숨이 나왔어요.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적응이 전혀 되지 않았어요. 바로 오늘 이 밤이 마지막 기차 좌석칸 야간 ..

복습의 시간 - 72 중국 대륙 횡단기 - 시안 맛집 西安 窄巷子陕菜馆 (粉巷店)

"너 뭐 안 먹고 싶어?""글쎄.""우리 뭐 좀 먹을까?""아니." 친구가 슬슬 배가 고픈지 제게 무언가 먹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어요. 바로 거절했어요. "왜? 우리 점심 안 먹었잖아.""그 별점 5개짜리 식당의 맛이 대체 어떤지 정확히 느껴보려구. 지금 우리 뭐 먹으면 이따 그 식당에서 밥 못 먹어.""그런가?""거기 다섯 시면 문 열잖아. 우리 숙소도 갔다 와야 하구. 거기 만약 자리 다 차면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가 없네." 친구는 제 말을 듣더니 또 일리가 있어서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친구도 그 식당의 음식 맛이 매우 궁금했어요. 평가한 사람이 3천명이 넘는데 별점이 5점. 친구와 여행하며 4.5점 받은 식당까지는 가보았지만 5점은 처음이었어요. 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는 무조건 5시에 다시..

복습의 시간 - 71 중국 횡단 기차 여행 - 서안 상자묘 (도교 사원) 西安 湘子廟

눈을 떴더니 주변이 어두웠어요. 오늘은 유로 2016 스웨덴 대 아일랜드 축구 경기까지 보고 잠깐 잤다가 일어나기로 했는데 짐을 싸놓고 잠깐 침대에 누워 있는다는 것이 깜빡 잠들어버리고 말았어요. TV는 켜져 있었어요. 친구는 앉아서 화면을 열중하며 보고 있었어요. B는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다시 일어나서 축구 보기 귀찮았어요. 별로 기대가 되는 경기가 아니었거든요. 지금 일어나서 축구를 보는 것보다 잠을 푹 자는 게 더 좋았어요. 이따 기차에서 자야 하니까요. '그래, 내가 등신이지.' 가스가 새고 있고 신나가 뿌려진 방 안에서 성냥을 켜는 것은 멍청한 짓. 이런 상황에서 불이 안 나기를 바라며 성냥을 켜는 놈이 멍청이에요. 당연히 이런 상황이라면 절대 성냥을 켜면 안 된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지요. ..

복습의 시간 - 70 중국 서안 화각항 化觉巷, 대안탑 大雁塔

회족 거리로 오니 역시나 쓰레기통이 있었고, 여기에 버려진 나무 꼬챙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주워가는 사람이 보였어요. "여기도 역시나 나무 꼬챙이 재활용하네." 란저우에서 목격한 장면을 여기에서 또 목격했어요. B에게 저거 보라고 하면서 여기에서는 절대 큼지막한 나무 꼬챙이에 끼워진 거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어요. 거리에서는 회족이 양고기를 해체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우리나라라면 어떻게 지저분하게 거리에서 저렇게 고기를 해체하냐고 하겠지만, 여기는 중국이었어요. 저렇게 거리에서 해체하는 장면을 보니 매우 믿음이 갔어요. 고기에 미세먼지 좀 뭍는다고 해서 걱정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이상한 고기 섞어서 팔거나 하는 것보다 차라리 저렇게 대놓고 공개하는 것이 훨씬 믿음이 갔어..

복습의 시간 - 69 중국 여행기 - (섬서성) 산시성 8대 풍습 제1경 뱡뱡면

"이 근처에 은행 하나 있다. 거기로 가자.""그래." 친구가 앞장서서 걸어갔어요. 서원문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은행이 하나 있었어요. 은행 안으로 들어갔어요. 친구는 안내 직원과 중국어로 뭐라고 이야기했어요. 안내 직원은 나가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친구는 툴툴대면서 저와 B에게 은행에서 나가자고 말했어요. "무슨 일인데?""여기에서는 환전 안 된대. 외국인은 환전 중국은행에서만 된대." 외국인은 환전을 중국은행에서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것은 친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어요. "일단 중국은행쪽으로 가보면서 다른 은행 있으면 한 번 들어가보자." 친구가 바이두 지도를 보며 중국은행쪽으로 걸어갔어요. 친구를 따라 같이 걸어갔어요. 은행이..

복습의 시간 - 68 중국 횡단 여행 - 섬서성 서안 서원문 거리

2016년 6월 13일 아침이 밝았어요. 아침이 밝든 말든 신경 끄고 마음껏 늦잠을 잤어요. 오늘은 급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B가 선물 사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어요. 선물은 서원문 거리로 가서 둘러보면서 구입하면 될 거고, 그 이후에는 택시 타고 대안탑 다녀오면 오늘 일정이 끝. 밤에 술집 가서 축구를 보든 방에 모여서 축구를 보든 하면서 짐을 정리하면 오늘 하루도 즐겁고 보람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였어요. "아침 먹자.""아침?""응. 아침 먹고 돌아와서 또 쉬든가 하게." 아침 10시. 셋이 숙소를 나왔어요. 거리는 이 한적해야할 시간에도 차가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중국인들이 아침에 많이 먹는다는 또우장을 파는 것이 보였어요. "저거 하나씩 먹자.""저거 뭔데?""또우..

복습의 시간 - 67 중국 산시성 여행 - 시안 회족 구역

딱 적당한 시각에 화청지에서 나왔어요. 이제 시안성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숙소 돌아가서 쉬면 오늘 하루 매우 알차게 보내는 것이었어요. 다음날 일정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놓은 것이 없었어요. 일단 이제 남은 것은 대안탑인데, 이것도 입장료가 있는 곳이었어요. 대안탑은 대안탑 근처로 가서 입장료 내지 않고 밖에서 탑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만 하고 오기로 했어요. "내일은 적당히 시안성 안이나 돌아다닐까?""그러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안 온 첫날 시안성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제대로 잘 구경하지는 못했어요. B도 힘들었고 저와 친구도 힘들었거든요. B가 혼자 날아다닌다면 그 분위기에 장단맞추며 관심갖고 이것저것 둘러보았을텐데 B가 매우 힘들고 중국에 적응이 하나도 안 되어서 저희도 대충 둘러보았어요. 모..

복습의 시간 - 66 중국 실크로드 여행 - 시안 화청지

샌드위치를 먹고 화청지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화청지는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나누던 궁궐이에요. 병마용은 실크로드와 관련이 없지만 화청지는 실크로드와 아예 연관이 없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어요. 실크로드는 한나라 무제 시절 장건이 개척한 무역로니까요.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워서 '중국 당나라'라고 하면 당삼채부터 떠올리니 억지로 실크로드와 연관을 지으려면 지을 수도 있는 곳이에요. 하지만 당연히 그런 것에 대한 낭만을 품고 갈 리가 없었어요. 이 일정은 전날 밤 B가 검색해서 일정에 급히 추가된 일정이었어요. 알고 가는 것이라고는 여기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가 놀았다는 것 뿐이었어요. 뭐가 중요하고 무엇을 집중적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은 세 명 모두 머리 속에 탑재하고 있지 않았어요. 제가 아는 것이라고..

복습의 시간 - 65 중국 시안 여행 - 병마용

2016년 6월 12일 아침이 밝았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 깔창이 말랐나 확인해 보았어요. 완벽히 바짝 마르지는 않았지만 신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말랐어요. 오늘 일정은 병마용과 화청지를 다녀오는 것. 입장료를 검색해보니 병마용도 150위안, 화청지도 150위안이었어요. 전날 셋이서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나온 돈이 다 합쳐서 92위안이었어요. 한 명당 92위안도 아니고 세 명 먹은 것을 다 합쳐서요. 중국 여행 경비는 관광지 입장료에 따라 큰 폭으로 차이난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이 두 곳 입장료 300위안으로 인해 저와 친구의 원래 목표였던 2800위안으로 중국 여행하는 것은 완벽히 끝났어요. 복권에 당첨되어서 당첨금을 받든가 길에서 수백 위안이 들어 있는 지갑을 줍지 않는 ..

복습의 시간 - 64 중국 서안 여행 - 회족 거리 및 서안성 돌아다니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면 새로운 인물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B의 합류는 저와 친구에게 그런 재미를 주었어요. "야, 여기 차 왜 이래?""여기 중국이네." 시안이라고 차가 신호를 잘 준수하고 차선을 잘 지킬 리 없었어요. 전날 란저우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나았지만 여기도 엉망이기는 매한가지였어요. 저는 중국 여행을 한 지 이제 열흘도 훌쩍 넘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자체가 신기하거나 이상하지 않았어요. 중국어로 적힌 간판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그 상황 속에서 중국의 무질서함에 당황해하는 B의 등장은 신선함 그 자체였어요.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정도가 아니라 초록불 자체를 믿지 말아야 하는 중국의 길 건너기에 B는 전혀 적응이 되지 않는..

복습의 시간 - 63 중국 시안 셴양 국제 공항과 친구 B의 중국 도착

가방을 되찾은 후, 짐검사를 받고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나 씻고 온다.""너는 꼭 이럴 때 씻냐?""그러면 어디에서 씻어? 너 안 씻을 거야?""나는 기차에서 씻을 거야.""믿음이 안 가는데?""진짜야!""퍽이나 기차에서 씻겠다. 기차 꼴이 그따위인데 어떻게 씻어? 이제 기차 타자마자 바로 안 씻고 골아떨어진다." 친구에게 짐 좀 봐달라고 하고 세면도구를 챙겨서 화장실로 갔어요. 세면대에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머리를 감았어요. 정신이 맑아졌어요. 세면도구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서 친구 옆에 앉았어요. 친구는 또 과자를 먹어보라고 했어요. 하나 다 안 먹어보아도 좋고 부스러기라도 맛보라고 했어요. 그러나 싫다고 했어요. 정말로 그 과자는 먹기 싫었거든요. 친구의 과자를 보니 부서져서 가루로 되어버린 부..

복습의 시간 - 62 중국 기차 여행 - 란저우 정닝루 야시장 中国 兰州 正宁路 夜市, 회족 음식

"야, 란저우도 크다!" 이 당시에는 란저우가 중국에서 손꼽히게 공기가 더러운 공업 도시라는 것을 몰랐어요. 친구가 란저우에 라면 먹으러 가고 싶다고 할 때만 해도 별 볼 일 없는 지방의 중소 도시라고 생각했고, 아침에 돌아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야시장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현대적이고 번화한 거리였어요. 물론 이것이 그렇게 놀랄 것까지는 아니었지만요. 기차를 타고 여러 도시를 지나가면서 중국 도시는 도심이 엄청 화려하고 그 도심을 벗어나면 엄청나게 낙후된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시든 풀에 달라붙어 배가 뽕뽕해진 진딧물 같은 구조가 바로 중국의 모습이었어요. 친구가 진짜 야시장이라고 찾아서 가고 있는 곳은 正宁路小吃夜市 정닝루 샤오츠 예시였어요. "우리 야시..

복습의 시간 - 61 중국 란저우 백탑사 中国 兰州 白塔寺

마트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감싸안아주었어요. "아, 시원해!" 밖은 매연에 열기로 장난 아닌데 마트 안은 깔끔한 공기와 상쾌함이 지배하고 있었어요. 문 하나 차이로 세상이 두 개로 쫙 갈라져 있었어요. 마트 입구 쪽에는 음료와 빵을 파는 곳이 있었어요. 밀크티 두 잔을 주문한 후,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친구가 카운터로 가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어요. 직원이 충전시켜주겠다고 하자 친구는 핸드폰을 맡겼어요. 칸막이 너머에는 마트가 있었어요. "여기 뭐 있는 곳인가?" 빵집 한쪽 벽에는 이 빵집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었어요. 어떤 체인점 같았어요. 주변을 둘러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데 직원이 밀크티 나왔다고 알려주었어요. 밀크티가 나오자 밀크티를 ..

복습의 시간 - 60 중국 서북부 공업 도시 란저우 난주방 모스크, 서호공원 蘭州坊 淸眞寺, 西湖公园

강변에 내려와서 보니 강변으로 넘실거리며 흘러들어오는 물도 붉은 빛을 띄고 있었어요. 정말로 물에 흙이 많이 섞여 있었어요. 그냥 황하를 보아도 붉은데 물 자체가 흙이 섞여서 붉은 빛을 띄는 것을 보니 더 신기했어요. 강변에서는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한쪽에서는 연을 날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강 너머로 수상 모스크가 보였어요. "이제 수상 모스크 가자.""나 모스크 가기 싫어! 여기서 쉬게." 친구가 모스크 가기 싫다고 떼를 썼어요. 첫 번째 란저우 라면 이후 미안해서 모스크 가준다고 했던 친구였지만, 모스크 한 번 들어갔다 나오더니 이건 정말 아니라고 크게 느꼈나봐요. 친구는 여기서 좀 쉬고 백탑사나 다녀오자고 했어요. 강을 건너야 수상 모스크로 갈 수 있는데 강 건너에는 쉴 만한 곳이..

복습의 시간 - 59 중국 간쑤성 성도 란저우 도교 사원 백운관 中国 兰州 白云观

"여기는 무슨 길 건널 때 목숨을 걸어야 하나?" 바로 불만이 터져나왔어요. 친구 말로는 자기가 상하이에서 처음 일할 때만 해도 상하이도 이랬다고 했어요. 오랜만에 무단횡단 몸풀기를 했어요. 차 꽁무니에 옷깃이 스친다는 느낌으로 한 차선씩 건너가는 무단횡단 기술을 펼치며 길을 건넜어요. 난이도가 꽤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제가 무단횡단을 하지 않았다는 것! 멀쩡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무단횡단을 하는 기술을 발휘해야 했어요. 사람이 길을 건너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요. 아주 들이받히려면 들이받혀보든가 하는 태도였어요. 길을 건너며 의외였던 것은 친구가 저보다 정작 이 길을 잘 건너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중국에서 이런 것 꽤 경험해보았을텐데 길을 잘 건너지 못했어요. 어쨌든 길을 일단 잘 건넜기 때문..

복습의 시간 - 58 중국 실크로드 여행 - 란저우 가톨릭 성당 兰州 天主堂, Lanzhou beef lamian

거리 풍경은 여기가 중국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하고 있었어요. 하늘은 너무나 맑아서 아침 9시인데 벌써 덥게 느껴졌어요. 불과 몇 시간 전에 자다가 추워서 일어났는데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 땀이 나고 있었어요. "이 가게 왜 이렇게 사람 많냐?""맛집인가?" 길을 가는데 란저우 라면 가게가 하나 나왔어요. 안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아침에 먹었던 그 가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사람이 많았어요. 이제 조금은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침에 란저우 라면 맛에 거하게 분노했지만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란저우 라면인지 의문이었어요. 회족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란저우 라면을 한족의 음식이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일단 가게를 살펴보았어요. 여기도 역시나 할랄 음식 가게. 清真 이라는 한..

복습의 시간 - 57 중국 란저우 이슬람교 문천당 모스크 兰州 中国 伊斯兰教 文泉堂 清真寺

기차역까지 다시 걸어가는 것은 무리.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봐가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기차역 가는 버스를 탔어요. 란저우 라면은 진짜 이렇게 맛이 없는 것일까? 아침부터 기분나쁘게 부른 배. 단순히 포만감이 싫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맛없는 음식 때문에 배가 부르다는 것 때문에 기분 나쁜 것도 아니었어요. 이 포만감이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불러서 진짜로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란저우의 모든 음식 맛이 맛없지는 않을 거에요. 분명히 먹자마자 맛의 태풍이 몰아닥쳐 미뢰가 뽑혀나가는 것 같은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들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런데 배불러서 못 먹어요. 이 배가 일단 꺼져야 먹든 말든 할 수 있어요. 그나마 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아직 6시..

복습의 시간 - 56 중국 여행 - 암울한 란저우의 밤과 란저우 라면 兰州拉面

기차에서 내리니 정말 피곤했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로에 절어 있었어요. 군대 다시 다녀온 기분이었어요. 정말 시간이 너무 안 가서 괴로움의 극치였어요. 친구와 더 나눌 이야기도 없었어요. 모든 이야기거리를 다 써먹어서 이제는 재탕에 삼탕 수준이었거든요. 그나마 이 고통을 이겨낸 것은 친구와 사이좋게 란저우 라면 노래를 부르며 그 맛있는 것을 먹겠다는 희망 때문이었어요. '이제 야시장 가서 맛있는 란저우 라면 먹고 야시장 구경한 후, 황하 가서 텐트 치고 푹 자야지.' 이렇게 내가 고통받은 것은 란저우 라면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란저우 라면은 정확히는 란저우 우육면 兰州牛肉面 이에요. '란저우 뉴러미엔' 이라고 해요. 하지만 보통 그냥 '란저우 라미엔'이라고 해요. ..

복습의 시간 - 55 중국 명절 단오절 둔황에서 란저우 가는 기차

텐트를 치고 가방에서 저녁거리를 꺼내었어요. 저녁거리라고는 아까 구입한 도넛과 기차역에서 구입한 짝퉁 초코파이와 짝퉁 카스타드. 비닐 껍질은 비닐봉지에 담으며 계속 까먹었어요. 적당히 잡담하며 과자를 까먹고 있는데 달이 떴어요. 하늘에 뜬 달은 초승달. 라마단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었어요. 저 초승달을 무슬림들 속에서 바라보았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둔황에도 회족들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이슬람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어요. 기껏해야 할랄 마크가 붙어 있는 식당 정도였어요. 모스크도 시내에 하나 밖에 없었고, 특별히 이슬람 색채를 느껴볼 수 없었어요. 만약 쿠차나 카슈가르에서 저 초승달을 보았다면 느낌이 정말 달랐을 거에요. '벌써 1년인가.' 작년 이맘때에는 인도네시아 여행중이었어요. 그때도 라마단..

복습의 시간 - 54 중국 둔황 평범한 농촌 마을 풍경

숙소로 돌아와 친구는 핸드폰을 충전하기 시작했어요. 지금 이 충전으로 앞으로 하루 넘게 버텨야 했어요. 핸드폰을 충전시키는 동안 둘 다 소파에 앉아서 잠시 쉬었어요. '샤워 한 번만 하면 정말 날아갈 것 같을 텐데...' 여름철 여행은 이게 문제에요. 겨울에는 몸에 땀이 날 일이 별로 없으니 샤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물론 아예 안 드는 것은 아니에요. 몸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온수로 샤워해서 몸을 빨리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해요.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수가 아닌 영역. 추운 날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서 몸을 녹이는 것이 피로 회복에 매우 효과적이기는 하나, 따뜻한 곳에서 몸을 천천히 녹이며 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그러나 여름은 일단 나갔다 들어오면 몸이 땀 ..

복습의 시간 - 53 중국 둔황 절 - 뇌음사 中国 敦煌 雷音寺

담장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자 입구가 나왔어요. "여기 이름은 뇌음사구나." 한자가 흘겨서 적혀 있지 않아서 읽을 수 있었어요. 중국어 발음으로 어찌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말로 읽으면 뇌음사. 천둥 소리 절이었어요. '그러고보니 중국 와서 절을 가볼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구나.' 절, 모스크 가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올 때 중국에서 절을 가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어요. 그냥 한족들의 것 자체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모든 정신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인들의 삶과 문화를 관찰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어요. 한족들의 절을 가본다는 생각은 아예 해보지를 않았어요. 관심도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이 절을 가게 된 것 역시 의도해서 간 것이 아니라 막..

복습의 시간 - 52 중국 여행기 둔황 거리 풍경

"이제 슬슬 돌아갈까?"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쉬고 있는데 친구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했어요.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2시였어요. 숙소까지는 걸어가기로 했어요. 숙소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이제 슬슬 출발할 때가 되기는 했어요. 더워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음료수 하나 더 시켜서 더 앉아서 멍하니 있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무한정 계속 있을 수는 없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걷기 시작했어요. 지금껏 가보지 않은 쪽으로 돌아가서 숙소로 가보기로 했어요. "야시장이랑 사주시장 연결되어 있는데?" 야시장도 사실 사주시장의 일부분. 그런데 이쪽 사주시장은 밤에 계속 왔던던 관광지 사주시장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풍경이었어요. 관광 기념품도 팔고 있었지만 일반 잡화도 팔고..

복습의 시간 - 51 중국 둔황 여행 - 간쑤성 짜장면, 둔황 모스크 甘肃省 炸酱面, 敦煌清真寺

"야, 일어나.""몇 시인데?""아주머니가 오늘은 이 방에 손님 들어온다고 12시까지 체크아웃해달래." 전날은 이 방에 손님이 안 들어오니 1시까지 체크아웃하면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오늘은 이 방에 손님이 들어오므로 원래 체크아웃 시각인 12시에 체크아웃을 해 달라고 했다고 말하며 친구가 저를 깨웠어요.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났어요. 밖에서 한국인 여자 목소리가 들렸어요. 두 명쯤 되는 것 같았어요. "한국인들도 왔나보네.""응. 쟤네들 란저우에서 왔다고 해서 란저우 어떠냐고 물어봤어.""뭐래?""볼 것들은 황하 따라서 있대.""그걸로 끝?""응.""뭐 별 거 없네." 전날 밤 제가 인터넷으로 찾아본 란저우 관광 정보와 별다를 것이 없었어요. 란저우 기차역에서 나와서 북쪽으로 걸어가면 황..

복습의 시간 - 50 중국 견문록 둔황 사주시장 야시장 敦煌 沙洲市场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3번 버스 막차가 버스 정류장에 정차해 있었어요. 버스 기사는 막차이니 빨리 타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친구와 3번 버스에 올라탔어요. 이 차가 막차인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타고 있었어요. 이 사람들 거의 다 사주시장 야시장에 가는 사람들이었어요. 꽉꽉 들어찬 사람들 사이로 낑겨 들어갔어요. 저와 친구가 버스를 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출발했어요. 버스가 사주시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어요. 시계를 보니 10시 40분이 넘은 시각이었어요. "우리 수박 한 통 사서 나누어먹자.""수박? 너 수박 안 좋아하잖아.""명사산 다녀오니까 목마르고 입안이 텁텁하다. 시원하게 수박 하나 사먹자.""나야 좋지." 수박 한 통은 11위안이었어요. 크기는 어른 머리만한..

복습의 시간 - 49 중국 기행 둔황 명사산, 월아천 鸣沙山, 月牙泉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샤워를 했어요. 숙소에서 1박을 더 하니 이런 좋은 점이 있었어요. 뙤약볕에 달구어진 몸을 찬물로 샤워해서 식힐 수 있었거든요. 건물 안은 햇볕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데다 에어컨까지 틀어놓아서 매우 시원했어요. 샤워를 하고 나서 소파에 걸터앉았어요. 이제 이 더위가 적응이 될 만한데도 더웠어요.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어요. 친구와 숙소에서 그렇게 밍기적거렸어요. 명사산 입장은 밤 늦게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급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여기도 베이징 시각과는 시차가 상당히 나는 곳이었어요. 저녁 6시라는데 전혀 저녁 6시 같지 않았어요. 더욱이 슬슬 하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일몰 시간은 나날이 더 늦어지고 있었어요. 단지 저와 친구가 멀고 먼 카슈가르에서 계속 동진하고 있었기 때문..

복습의 시간 - 48 중국 여행기 간쑤성 둔황 시내 풍경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할 일이 있었어요. 빨래. 빨래를 해야 했어요. 짐을 적게 들고 왔기 때문에 빨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어요. 아직 여행이 9일이나 남아 있었어요. 등에 메는 가방 2개만 가져왔기 때문에 옷 자체를 많이 가져오지 못했어요. 최대한 옷을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했어요. 여기는 건조기후. 비가 올 일은 없을 것이고, 낮에도 꽤 더울 거에요. 모든 옷을 다 빨 수는 없었어요. 빨 수 있는 옷은 위의 셔츠와 양말, 신발 깔창 정도였어요. 이거라도 빨 수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빨래를 하고 밖으로 널러 나갔어요. 숙소 앞에 불을 켜놓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칠흑같은 밤이었어요. 밖에 빨래를 널어놓을 빨랫줄이 있을 리 없었어요. 문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길이었으니까요. 문 앞에 나무 벤치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