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TV 앞 소파에 뻗어 있었다. 이 나라에서 여름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으로 치면 이미 한여름이었다. 내 머리속은 오직 투르크메니스탄 비자 문제와 여행 일정 짜는 것 뿐이었다. 이렇게 여행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던 적도 없었다. 항상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큰 계획들만 잡아놓고, 작은 것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하는 여행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떻게든 5일 안에 투르크메니스탄을 빠져나가야 했고, 하필이면 언제 뜰지도 모르는 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으로 가야 했다. 그 이전에 아슈하바트에서 투르크멘바쉬로 가는 기차표를 사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게 불확실했다. 보통 여행 즈음이 되면 다른 준비는 안 해도 현지어 몇 마디 정도는 익히기 위해 급히 공부를 하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