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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35일 - 10 터키

버스표를 살 때부터 한 가지 너무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대체 스코페에서 이스탄불 가는 버스는 왜 40유로씩이나 해?' 이 지역에서 40유로면 엄청나게 큰 돈이에요. 마케도니아에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물가가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1유로가 63디나르인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물가가 비싼 것도 아니었어요. 열쇠고리만 해도 그랬어요. 80디나르에 구입했는데 왠지 한국돈 1만원을 주고 구입한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그냥 기분 때문인지 실제와 다르게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둘째 치고 버스비가 40유로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 지역 버스비를 비교했을 때 절대 40유로까지 나올 리는 없었어요. 후배가 운전기사가 터키어를 안다고 했어요. 터키인과 터키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7박 35일 - 09 마케도니아 스코페

버스에서 정신없이 잤어요. 국경검사를 받고 또 잤어요. 정말 푹 잔 거 같았어요. 2009년 3월 14일 오후 1시. 마케도니아 스코페에 도착했어요. 버스 터미널은 그냥 그랬어요. 특별한 인상을 주는 것이 전혀 없었어요. 일단 환전을 했어요. 1유로가 63디나르였어요. 버스표를 구입하고 짐을 사무실에 맡겼어요. "택시?" 우리를 보자 달려드는 택시기사들. 사방팔방에서 우루루 달려들었어요. 소매를 잡고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20유로, 시내 전부 구경!" 스코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게 괜찮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20유로는 좀 너무 심했다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계속 잡아댔어요. "저리 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한 할아버지께서 택시기사들을 ..

7박 35일 - 08 코소보 프리슈티나

코소보 입국이 어떻게 될 지 확실히 아는 것이 없었어요. 분명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고는 했는데 입국이 가능할지 불확실했어요.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여기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지 않고 무슨 카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안 되면 알바니아로 돌아가면 되죠." 심각하게 걱정하는 후배에게 간단히 말했어요. 안 된다고 하면 알바니아로 돌아가서 마케도니아로 들아갈 생각이었어요. 마케도니아도 무비자. 알바니아에서 마케도니아로 나가는 것이 문제였기는 했어요. 티라나에 버스 터미널이 제대로 있는 게 아니라서 보나마나 물어물어 나가야 할텐데 영어가 전혀 안 통하다보니 물어보며 찾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최후의 보루인 그리스가 있었어요. 티라나에서 그리스로 나가는 방법은 확실히..

7박 35일 - 07 알바니아 티라나 스칸데르베그 광장, 엣헴 베우트 모스크

"후배님, 우리 내일 반드시 오전 9시 차 알아봐야 해요." "예." 이렇게 서로 약속을 하고 잤어요. 그러나 눈을 떠보니 8시 반이었어요. 부리나케 씻고 후배 방 방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설마 아직도 자나?" 어제 빨래한 것은 전혀 마르지 않았어요. 히터가 없어서 밤새 오들오들 떨면서 잤어요. 온몸이 언 것 같았어요. 일단 짐을 다 챙기고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50분이었어요. 복도에 나오니 청소가 시작되었어요. 후배 방 방문도 열려있길래 가 보았어요. "저 아까 일어나서 잠깐 아래 내려가 둘러보고 왔어요. 그런데 아직도 회사 문 안 열었어요." "예." 설마 버스가 아침 9시 버스만 있겠어요. 정말 편하게 생각하고 일단 밖으로 나왔어요. 밖은 눈부시게 맑았어요. 밤새 오들오들 ..

7박 35일 - 06 알바니아

그렇게 오흐리드 호수를 구경하고 차에 탔어요. 그냥 코르차에서 티라나 가는 길에 당연히 들리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오후 3시. 티라나에 도착해야할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알 수 없는 한 휴게소였어요.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어요. "안 내리세요?" "예?" "No food?" "Yes." 식사시간이었어요.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발칸반도에서도 남쪽은 휴게소에서 아주 팍팍 쉬어줘요. 그래서 식사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식당에 들어갔어요. 산 중턱에 위치한 휴게소. 당연히 알바니아 현지화는 없었어요. "유로 오케이!" 유로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다지 식사 생각이 없어서 돈이 없다고 버텼어요. "이 사람들 밥 줘요." 계속 술을 드시던 한 할아버지께서 저와 히티틀러님 밥을 사 주셨어요. 밥으로 나온..

7박 35일 - 05 알바니아 오흐리드 호수

눈 앞에 나타난 광경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호수다! 호수가 웃어 넘길 호수가 아니었어요. 완전 바다 수준의 호수였어요. 티라나 근처에 호수 없어...시계는 조금 있으면 3시야...지금부터 티라나로 달려가야 겨우 3시 도착을 맞출 수 있어... 너무 당황해서 옆 사람에게 안 되는 알바니아어로 물어보았어요. "키 어슈트 에메르 이...(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킴)" "미ㅏㅓㄹ;ㅁ냐ㅐㅔㅇ러" 순간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알바니아에는 정말 유명한 호수가 있어요. 무조건 봐야만 해요. 이건 무조건 보고 시작해야만 해요. 그것은 바로... 오흐리드 호수! "오흐리드?" "뽀!" 뽀(Po)는 알바니아어로 '예'에요. 오흐리드 호수가 맞았어요. 오흐리드 호수는 티라나 가는 길과 전혀 관계없..

7박 35일 - 04 알바니아

새로 막 지어진 건물 같은 것도 있었어요. 창 밖으로는 웅장한 풍경과 너무나 소박한 인간의 사회가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알바니아 남쪽 풍경은 거의 이랬어요. 역시 알바니아에서는 양을 키웠어요. 제가 싫어하는 양고기...저는 양자리 출신이라 동족을 잡아먹는 짓은 별로 안 좋아해요. 공사중이라고 해야 하나요? 알바니아 집은 참 재미있어요. 1층에는 거의 신경 안 써요. 공사중인 건물을 보면 2층은 완성해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1층은 공사중인 경우도 많아요. 완성되었다고 해도 1층은 거의 버린 공간. 그냥 마당이에요. 소를 매어놓아도 될 거 같아요. 또 산...그냥 산이 항상 곁에 있었어요. 알바니아 티라나로 들어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것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런 풍경에서라면 거인이 나와 집을..

7박 35일 - 03 알바니아

"어디에서 오셨어요?" "남한이요." 인터넷을 보니 알바니아는 비자는 필요없는데 입국세 10 유로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와 히티틀러님의 입국세 20유로를 왼손에 꼭 쥐고 입국심사를 받았어요. 알바니아 입국심사는 그리스 입국심사보다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그리스 입국심사야 걱정할 필요 없었어요. 그리스는 한국과 무비자. 우리 차례가 되자 여권을 보더니 뭔가 막 뒤적거리기 시작했어요. "10유로 필요없어요." "예?" "이제 우리 한국인한테 안 받아요. 알바니아인은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요. 알바니아는 지금까지 한국인들에 대해 입국세 10유로만 받고 다 통과시켜 주었어요. 제 생각에는 이 입국세 10유로가 입국비자 발급비가 아닌가 해요. 어차피 이쪽은 한국인들이 거의 안 가는 지역이라 잘 ..

7박 35일 - 02 그리스

2009.03.12 국경심사 받을 때까지 자지 않고 있었어요. 국경심사를 받고 나서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어요. 제가 일정을 짜고 총괄하는 여행은 처음인데다 옆에는 여자 후배가 있었어요. 07학번 후배인데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고 해서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을 자지 못했어요. 그러나 피곤한 것은 저도 마찬가지. 터키로 나오기 전에 술 먹고 숙면을 취한 것이 아니라 술 먹고 속이 계속 안 좋아서 깊게 잠을 자지 못했어요. 더욱이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계속 방에서 꼼짝하지 않다가 밖에 기어나와 하루종일 있었더니 너무 피곤했어요.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 잠시 외출 한 번 해도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결국 국경심사 받고 잠들었어요. "오빠, 일어나세요. 테살로니카 도착했어요..

첫 걸음 - 에필로그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피곤했어요. 그러나 집에 막상 돌아오니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어요. 시차의 위력은 바로 다음날부터다! 예...다음날 되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원래 야행성인데다 동에서 서로 가면 시차로 덜 고생해요. 서에서 동으로 갔을 때 시차로 인한 진정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이해가 되요. 비행기에서 보았던 시간의 변화. 단 2시간 만에 밤에서 대낮이 되었어요. 그 2시간 동안은 정말 해가 갑자기 확 떠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오후 2시에야 겨우 일어났어요. 담배를 한 대 태우러 옥상에 올라갔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여행기간 내내 입었던 바지를 빨아 놓으셨어요. 이 널려 있는 바지를 보니 그제서야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어요. 여행 도중에 바지를 빨아서 널어놓은 적은 단..

첫 걸음 - 20 스페인 마드리드

아침. 민박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근처 한국 식당으로 갔어요. 왠지 민박에서 한국 식당도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어요. 전날 피로에 절어 라면만 먹고 잠들었지만 벽에 붙어있었던 경고문만큼은 확실히 기억났어요. '모로코인 절대 조심'. 밥을 먹는데 마드리드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민박집 아주머니와 다른 한국분들께서 모로코인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그냥 '조심하세요'가 아니라 아주 경찰청 사람들이었어요. 오후 3시, 골목길도 아니고 일반 거리에서 뒤에서 목졸라 기절시켜 소지품을 모두 털어간 경험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사건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어요. 안전하게 다니는 방법은 첫 번째, 모로코인은 무조건 조심해야 하며, 두 번째, 남자라도 절대 혼자 다니지 말 것, 세 번째 그 어떤 상황에서도 ..

첫 걸음 - 19 스페인 그라나다, 세비야

부제 : 아랍의 그림자 해가 뜨자마자 일행 모두 달려간 곳은 알함브라 궁전. 드디어 스페인 여행의 꽃, 스페인 여행의 절정 알함브라 궁전에 도착했어요. 알함브라 입구. 겨울이라 차분한 궁전. 그러나 입구부터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저를 덮쳤어요. 보수중인지 풀이 안 자라고 방치된 건지...하여간 겨울 여행하면 이런 점은 안 좋아요. 알함브라 궁전 속 거리. 멀리 보이는 그라나다. 저것도 하나의 그림이에요. 액자 속 그림...이라고 하고 싶지만 저것은 유리창과 창밖의 풍경.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구경하는데 일행 한 분이 일단 먼저 가야하는 곳이 있으니 일단 다 지나가자고 했어요. "어디 가는데요?" "따라와보면 알아. 이건 이따 되돌아와서 보면 되는 거구. 지금 빨리 가야할 곳이 있으니 어서 가자!" 궁전에서 ..

첫 걸음 - 18 지브롤터

부제 : 3단 콤보 일행 전부 모였어요. 다음날 일정을 결정해야 했는데 알헤시라스는 볼 게 없었어요. 그래서 일행분들은 지브롤터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그러나 저는 지브롤터는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저는 그냥 여기 돌아다니면서 카페에서 차나 한 잔 마시고 쉴게요." 이제 드디어 식사를 해도 되었지만 지독한 설사를 겪은 후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현재는 완벽한 걸어다니는 민폐. 튀니지, 모로코 까지는 일행 중 유일하게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여행에 도움이 되었지만 여기는 불어도 안 통하는 땅. 더욱이 제게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브롤터에 가지 않고 혼자 알헤시라스에 남아 기다리기로 했어요. 일단 일정은 이렇게 결정되었어요. 방에서 씻고 쉬려는데 일행 한 분..

첫 걸음 - 17 스페인 세우타

부제 : 흑백의 도시 편하게 스페인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택시를 타고 국경까지 가기로 했어요. 여행 전에 제가 '국경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더니 모로코를 잘 아시는 일행분께서 저를 위해 특별히 코스로 집어넣으신 것이었어요. 가격 흥정을 한 후, 두 대를 잡아서 저는 일행 3명과 타게 되었어요. 모로코를 잘 아시는 일행분과는 다른 택시였어요. 저는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어요. 양쪽은 다른 일행의 자리. 조그마한 택시의 뒷자리에 남자 셋이 탔으니 당연히 좁고 창밖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창밖을 보려고 했으나 사방이 사람들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어차피 창밖도 보지 못하는 것 잠이나 자야겠다' 생각하고 잠을 잤어요. 드디어 택시가 국경에 도착했어요. "국경 잘 봤니? 나무들 싹 베어놓고 초소 세..

첫 걸음 - 16 모로코 탕헤르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짐을 쌌어요. 저와 다른 일행분 한 명은 야간 이동으로 탕헤르 (탕제, Tanger)로 이동해서 탕헤르를 구경하고, 일행과 만나 세우타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밤에 급히 결정된 것이라 들어오자마자 짐을 싸야 했어요. 폭풍 주르륵 주르륵 이후 이어지는 강행군. 어차피 호텔에 남아있더라도 새벽에 출발해야했기 때문에 별 반대 없이 간다고 했어요. 짐을 싸고 호텔 방에서 조금 쉬다 다시 라바트 아그달 역으로 갔어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담요를 덮고 누웠어요. 다행히 차장 아저씨께서 동양인 2명이라고 특별히 우리 방을 지켜 주셨어요. 야간 열차라서 사람이 없다보니 누워서 자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객실에서도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탕헤르 역 앞. '땅제'라는 이름보다는 '탕헤르'..

첫 걸음 - 15 모로코 페스

제목 : 운은 다하고 이건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었어요. 진짜 이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 과식. 일행분들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는데 오히려 그게 제게 독이 된 것이었어요. 원래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다 자취하면서 기름진 음식은 거의 안 먹으며 지냈는데 여행 와서 기름진 음식을 갑자기 매일 꾸준히 매끼 폭식하다보니 속에서 탈이 난 거에요. 기름을 들이마시면 주루룩 주루룩 하는 것과 같은 원리. "바나나 먹으면 설사에 좋다는데...""아니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일행분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했어요. 물론 저를 걱정해서 말씀하신 것이었지만, 왠지 매일 바나나 한 송이 다 먹으라고 하실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단식을 선언했어요. 이제부터는 아무 것도 안 먹기로 했어요. 연이은 폭식으로 탈이 났는데 하루 종일 ..

첫 걸음 - 14 모로코 마라케시

아침이 왔습니다. 모로코으 아침은 언제나 흐렸죠. 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항상 으슬으슬했어요. 한국 기준으로 추운 것은 아닌데 상당히 기분이 나쁜 날씨였죠. "핸드폰 없어졌어요!" 남자의 예감은 1회 맞았습니다. 일행분 한 분께서 어제 나갈 때 손가방을 탁자 위에 놓고 나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분 방이 바로 어제 문이 고장난 방이었죠. 돌아와보니 핸드폰이 없어졌고, 손가방은 열려있었답니다. 즉, 도둑이 들은 것이었죠. 안전하다는 호텔방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심조심하던 우리 일행에게 처음으로 사고가 터졌습니다. 핸드폰은 GSM방식이 아닌 CDMA방식. 모로코에서는 안 터져요. 그런데 여기에서 사신 경험이 있으신 분께서는 일단 그것은 팔린다더군요. 그 칩..

첫 걸음 - 13 모로코 라바트

부제 : 폭풍전야 아침식사는 입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튀니지에서보다 먹을만한 것이 많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고, 매일 아침 넘기기 힘든 빵을 쉽게 넘기게 해 주었던 오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정말 사실... 나 정말 하루 정도 굶고 싶어! 이대로 먹다가는 초 대형 사고가 터질 거야! 이미 두 번 속을 버렸어요. 밀라노에서 피자를 먹던 날, 튀니지 수스를 다녀온 날...저에게 많은 경험 시키고 굶주린 여행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알고 고맙지만 정말 매끼 과식 폭식의 연속. 한국에서는 괜찮아요. 어차피 하루 한 끼 정도밖에 안 먹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한 자리에서 먹어봐야 두 끼? 그럼 하루 세 끼 중 한 끼가 항상 비게 되죠. 하지만 여기는 매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요. 식사거부? 그런 것..

첫 걸음 - 12 모로코 카사블랑카

부제 : 전설은 전설일 뿐 01.30 모로코에 대한 여행자료는 모로코에서 2년간 거주하셨던 분이 계셨기 때문에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갈 지는 이미 다 정해져 있었습니다. 단지 언제 어디를 갈 지에 대해서만 약간의 논의가 있었을 뿐이었죠. 모로코는 튀니지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국가에요. 이 나라에서 유명한 도시라면 정치 수도인 라바트, 경제 수도인 카사블랑카, 남쪽의 마라케시, 1300년의 고도 페스, 그리고 보세구역이 있는 탕제(탕헤르) 였습니다. 이 도시들만 다 가보면 우리나라에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를 다 다녀온 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국가가 너무 커서 이동시간이 매우 많이 걸린다는 사실. 그나마 철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기에는 좋지만..

첫 걸음 - 11 모로코 라바트 시장 풍경

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 말했다. "합쳐져라!" (02) 택시를 타고 살레에서 다시 라바트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있었던 프랑스 문화원 건물입니다. 확실히 프랑스의 입김이 강하더군요. 사람들도 프랑스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구요. 서양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호감은 별개인 것 같았습니다. 만약 둘이 별개가 아니라면 이렇게 대놓고 크게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알릴 수는 없었겠죠. 서양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감정이 똑같은 상황에서 저렇게 대놓고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크게 알린다면 당장 테러당하겠지요. 특히 反서양 시위가 일어날 때 주요 타겟이 되었겠죠. 그래서 모로코 주재 미국 문화원은 엄청나게 입구도 좁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살레 구경을 마치고 라바트 시내로 돌아와서 ..

첫 걸음 - 10 모로코 살레

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게 말했다. "합쳐져라!" (01) 01.29 (후반부) 식사를 마치고나니 3시 30분이었습니다. 숨통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바트 교외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단 차를 타고 라바트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음산했던 라바트 시내는 어제보다는 나았습니다. 해도 뜨고 사람들도 거리에 있더군요. 그러나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라바트가 절대 큰 도시는 아니에요. 비록 수도이기는 하지만 라바트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도일 뿐입니다. 실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은 카사블랑카이구요. 그러나 수도가 이렇게 한산하다니 전혀 믿을 수 없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이 어두워보이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폭발할 것 같은 활기는 하나도 없었습니..

첫 걸음 - 09 모로코

부제 : 피도 눈물도 없이 01.29 전반부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말리키 학파 양식의 첨탑이 보였습니다. 호텔은 안 옮기는 것으로 결정했고 오전 10시 30분까지는 얌전히 혼자 호텔에서 쉬고 있으라는 일행의 지시로 인해 혼자 방에서 뒹굴거리며 놀았습니다. 아침을 거의 끝나기 직전에 가서 대충 먹고 방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습니다.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1개 국가를 경유해 다른 국가로 왔고, 지중해를 두 번이나 건넜어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짐을 모두 들고 이동할 때는 남의 짐을 슬쩍하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소매치기는 너무 유명해서 말할 필요도 없어요. 모로코는 유럽에 소매치기와 강도..

첫 걸음 - 08 모로코

부제 : 양들의 침묵 01.28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호텔비는 일단 제가 전부 지불했습니다. 함께 방을 쓰는 일행이 모로코의 호텔비를 전부 지불하고, 양쪽의 차이를 계산해서 적게 지불한 쪽이 많이 지불한 쪽에게 돈을 더 지불하기로 계산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계산이 매우 편하더군요. 튀지니 호텔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로 약간 친해졌기 때문에 호텔을 나갈 생각을 하자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웃으며 아침인사를 나누고, 카운터 직원 중 키가 크고 젊은 제 또래의 청년은 제게 열쇠를 건네줄 때 장난을 치곤 하였습니다. 모두 그 짧은 며칠 사이에 정이 들었기 때문에 헤어지려고 하자 너무 아쉬웠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줄 작은 선물은 없었기 때문에 이분들..

첫 걸음 - 07 튀니지 함마메트

부제 : 2% 부족할 때 01.27 1월 27일. 오늘은 튀니지의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비행기로 밀라노를 경유해 모로코로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날...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까?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튀니지에서 멋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오늘은 일행분들 전체와 함께 움직이는 날이었습니다. 일행분들은 시디 부 사이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먼저 시디 부 사이드로 갔습니다. 시디 부 사이드로 가기 전, 저에게 한 가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바로 '길 안내'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행 가운데 튀니지를 가장 많이 돌아다녀보고 현지인들과 말이 통하는 인물이 바로 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일행 한 분은 저와 똑같이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현지인들과..

첫 걸음 - 06 튀니지 시디 부 사이드

부제 : 뒤죽박죽 01.26 오늘은 다른 일행 둘과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라는 곳으르 가기로 했습니다. '사이드의 아버지 귀하'라는 뜻이 되겠군요. 시디 부 사이드로 가기는 해야하는데 전차 정거장을 버스 정거장으로 착각했고, 전차로 시디 부 사이드까지 갈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세 명이 택시를 타니 탈만 하더군요. 확실히 택시요금은 저렴했습니다. 일행이 많고 택시요금은 저렴하니 여행이 참 편하더군요. 택시를 타고 시디 부 사이드로 가는 길. 무언가 으리으리한 건물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저곳이 바로 대통령 관저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으리으리하기는 으리했습니다. 규모도 대단하고 삐까뻔쩍 그 자체. 사진도 찍고 밖에서 구경도 하고 싶었지..

첫 걸음 - 05 튀니지 수스

부제 : 간이 부은 고양이 01.25 오늘은 다른 일행분들이 공식일정을 수행하는 날이어서 저와 다른 일행 한 명만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일행분들은 둘이 알아서 적당히 놀라고 하시더군요. 불어가 잘 통한다는 사실이 저에게 준 하루의 자유시간이었습니다. 일행분들의 지시는 튀니스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놀고, 멀리 가더라도 '하마마트'라는 곳까지만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일행분들과 헤어져서 튀니스 시내로 나왔습니다. 튀니스 시내라고 해보았자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 끝에 있는 시계탑부터 재래시장을 통과해 전날 갔었던 큰 거리까지가 전부였습니다. 일단은 전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전날 돌아다니면서 전차 타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차 길을 따라 가다가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전차는 불어로도 tram일 것이라고 생..

뜨거운 마음 - 여행 준비

반복되는 일상까지는 참을만 해요.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가 꾸준히 쌓이기만 하는 것은 참기 어려워요. "확 어디론가 떠나버릴까?" 차라리 반복되는 일상이 나을 지경. 그래서 결심했어요. 한 번은 가 보아야하는 카프카스 지역. 구실도 있었어요. 논문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 언제까지 자료 수집을 못 했다고 변명을 댈 수도 없었어요. 더욱이 카프카스 지역을 공부하면서 카프카스 지역을 단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결정했어요. 까짓거 다녀오자!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돈. 일단 돈을 모아야 했어요. "뭐 괜찮은 방법 없을까?" 돈을 모을 궁리를 했으나 수입과 지출은 정해져 있었어요. 지출을 한 없이 줄이는 것은 불가능. 물론 수입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출..

첫 걸음 - 04 튀니지 튀니스

부제 : 아랍어는 글쎄? 불어는 대환영 01.24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전화소리. 받자마자 들리는 목소리. '알로'. 알로...알로...알로하오에? 몰라요. 몰라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사바할 키르'보다는 '봉쥬르'가 훨씬 편하다는 것. '키프 할렉'보다는 '싸 바'가 훨씬 간단하다는 것. 전날 카운터 직원과 일행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에 둘 중 편한 것을 택일하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쥬르와 싸바를 말했더니 전화기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불어 폭격의 연쇄폭발. 졸려서 알딸딸한데 전화기에서는 뭐라고 불어로 신나게 떠들어대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저의 상쾌한 대답. 'J'ai compri.' 모닝콜부터 불어로 받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튀니지, 모로코에서..

첫 걸음 - 03 이탈리아 밀라노

부제 : 빗물로 물 빠진 도시 01.23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자정이었습니다. 밀라노로 가는 첫번째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새벽 4시쯤에는 줄을 서야 했습니다. 즉 공항에서의 노숙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 노숙은 정말 싫어요. 정말 많이 피곤해요. 그러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호텔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동시간 2시간 잡으면 남은 시간은 2시간. 샤워하고 조금 쉬려고 하면 벌써 출발할 시간. 이러면 더 피곤해. 그냥 노숙하는 것보다 돈도 더 들고 피로도 더 많이 쌓이기 때문에 노숙 확정. 노숙할 자리를 찾는데 공항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비행기여서 공항에 남아있는 사람은 우리 일행처럼 노숙하는 외국인 뿐이었어요. 나를 반기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

첫 걸음 - 02

부제 : 두 가지 암시 01.22 밤을 새려고 노력했지만 새벽 4시가 되자 눈꺼풀이 눈꺼풀인지 바위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새벽 5시가 되자 잠깐 누워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누우니 편하고 잠이 한 번에 우루루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김포공항에 가서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가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신나게 자고 있는데 친구가 깨우더군요. "야, 너 안 가?" "응?" 친구가 깨워주어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 20분이었습니다. 다시 잤다가 눈을 뜨니 7시 45분이었습니다. 씻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에 가서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 타서야 약간 안도가 되더군요. 정말 친구가 깨워주지 않았다면 여행을 못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