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걸음 (2007)

첫 걸음 - 20 스페인 마드리드

좀좀이 2011. 12. 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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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민박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근처 한국 식당으로 갔어요. 왠지 민박에서 한국 식당도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어요. 전날 피로에 절어 라면만 먹고 잠들었지만 벽에 붙어있었던 경고문만큼은 확실히 기억났어요. '모로코인 절대 조심'. 밥을 먹는데 마드리드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민박집 아주머니와 다른 한국분들께서 모로코인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그냥 '조심하세요'가 아니라 아주 경찰청 사람들이었어요. 오후 3시, 골목길도 아니고 일반 거리에서 뒤에서 목졸라 기절시켜 소지품을 모두 털어간 경험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사건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어요. 안전하게 다니는 방법은 첫 번째, 모로코인은 무조건 조심해야 하며, 두 번째, 남자라도 절대 혼자 다니지 말 것, 세 번째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밥을 다 먹고 스페인 왕궁으로 갔어요.



군악대의 행진.



왕궁 내부는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역시 황금의 힘이었어요.





왕궁의 하이라이트는 왕궁의 예배당.



이것이야말로 황금의 힘!


어둡다보니 카메라가 너무 많이 흔들렸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받쳐 놓고 찍다보니 이렇게밖에 찍을 수 없었어요. 사진은 실제 그 화려함의 1/10 정도. 진정한 황금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에요.

"이런 곳에서 예배드리면 과연 천당 갈까?"

한 일행분의 소감이었어요. 적당히 꾸민 정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이렇게 꾸며놓고 기도를 드리면 과연 하느님이 좋아하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화려한 곳. 남아메리카를 정복해서 얼마나 많은 황금을 스페인으로 가져왔는지 여기서 느낄 수 있었어요.


왕궁을 다 본 후, 프라도 미술관에 갔어요. 프라도 미술관 앞에는 사람들이 끝없이 줄 서 있었어요. 한참 기다려 프라도 미술관에 들어갔어요.

"이걸 왜 봐야 하지?"

그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미술관은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 그래서 무언가 큰 기대를 하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현실은...나름 서양 역사를 좋아했지만 뭘 그린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슷해보이는 그림들이 끝없이 걸려 있었어요. 처음에 보았을 때는 '으음...잘 그렸네'였는데 금세 '다 비슷한 그림이잖아? 대충 봐야겠다'로 바뀌었어요. 성경 내용에 서양 전설과 역사를 안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어요. 우리가 보는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은 그야말로 전설적인 화가들이 그린 세기의 명작들.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화가들의 비슷한 그림이 끝없이 이어지자 흥미를 잃어버렸어요. 뭔가 다르다고 하는 것 같은데 문외한인 제 눈으로 무엇이 다른지 찾아내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림 두 개만 놓고 비교하라면 다른 그림 찾기 하듯이 보기라도 할텐데 이건 뭐 비슷한 그림이 몇십, 몇백개이니 방법이 없었어요.


프라도 미술관에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한쪽 방에는 고야의 검은 그림 사본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이 방은 들어가는 순간 음침하고 어두운 기운이 덮쳐 들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하지만 사본이라는 말에 무언가 그 느낌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사실 검은 그림은 벽화에요.


프라도 미술관을 본 후 할 일 없이 시내를 돌아다녔어요.



거리의 중고책 시장.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어요. 하지만 스페인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보면서 지나갔어요.


매우 아름답고 깨끗한 건물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건물들. 정말 '나는 유럽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물들이 가득한 거리였어요.



거리를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길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지은 건물들. 화려한 것까지는 그냥 신기한 정도였어요. 그러나 이렇게 길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지어진 건물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길을 따라 건물이 직선이 아닌 곡선 형태로 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첫 해외여행이었고, 외국 사진을 많이 본 것도 아니었던 제게 이것은 진정한 충격.


저녁을 먹고 잠깐 둘러본 마드리드.



다음날. 기분처럼 우중충하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아침. 공항으로 갔어요.



다시 돌아온 마드리드. 비행기에 올라탔어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탔어요. 저는 원래 복도쪽에 앉았는데 창가쪽에 앉고 싶었어요. 그런데 창가쪽에 앉으신 일행 한 분께서 복도쪽에 앉고 싶다고 하셔서 제때 자리를 바꾸었어요.


옆 자리에 앉은 분은 외국에서 일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분은 모로코, 튀니지를 궁금해하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드렸어요. 기내식을 먹고 조금 떠들다가 잤어요. 눈을 떴어요. 아직 밤이었어요. 다시 잤어요. 역시나 밤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갑자기 대낮이 되었어요. 이 위대한 시차의 힘.


"우와, 다리 안 아프세요?"

"예. 괜찮은데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다리 아파서 가만히 못 앉아있겠는데요."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자거나 창밖을 보거나 둘 중 하나였어요. 그런 저의 모습에 옆에 앉은 아가씨가 깜짝 놀란 거에요. 이것은 바로 초심자의 능력. 물론 이렇게 긴 시간 비해익 타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프랑크푸르트 갈 때 이미 한 번 경험했으니까요. 그러나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물론 비행기에서의 체류시간이 남들보다 짧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저는 담배를 태우거든요. 단지 의자에 오래 앉아서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잠을 잘 못자거나 하는 것들이 덜 느껴졌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비행기 타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으니까요.


한참 후, 비행기가 드디어 인천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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