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걸음 (2007)

첫 걸음 - 에필로그

좀좀이 2011. 12. 23.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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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피곤했어요. 그러나 집에 막상 돌아오니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어요.


시차의 위력은 바로 다음날부터다!


예...다음날 되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원래 야행성인데다 동에서 서로 가면 시차로 덜 고생해요. 서에서 동으로 갔을 때 시차로 인한 진정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이해가 되요. 비행기에서 보았던 시간의 변화. 단 2시간 만에 밤에서 대낮이 되었어요. 그 2시간 동안은 정말 해가 갑자기 확 떠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오후 2시에야 겨우 일어났어요. 담배를 한 대 태우러 옥상에 올라갔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여행기간 내내 입었던 바지를 빨아 놓으셨어요. 이 널려 있는 바지를 보니 그제서야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어요. 여행 도중에 바지를 빨아서 널어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무언가 씁쓸한 기분. 긴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어요. 너무나 환상적이고 신비롭고 재미있는 꿈.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영원히 머무르고 싶지만 결국 깨어나 잠에서 깬 것을 아쉬워하게 만드는 그런 꿈을 아주 오랫 동안 꾼 것 같았어요. 1월 20일에 출발해 2월 9일 귀국했어요. 오늘은 2007년 2월 10일. 20일이 지났어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여행 가기 전과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거리에 핀 꽃조차 아직까지 그대로 피어 있었어요. 나는 정말 긴 꿈을 꾼 것일까. 1월 20일 떠나기 전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며 바라본 풍경과 2월 10일 여행에서 돌아와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며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완벽히 같았어요. 달라진 것이라면 바로 지금 옥상에는 내 바지가 걸려 있다는 것.


그래요. 제 바지는 제가 꾼 꿈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음을 홀로 말해주고 있었어요. 담배를 끄고 조용히 방에 들어와 다시 자리에 누웠어요. 두 눈을 감았어요.


튀니지



모로코



그리고 스페인에서의 아랍의 흔적들



하나하나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그 장면들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다시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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