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지하철역 5번 출구 주변 탐방기 - 아르메니아 브랜디 파는 가게

좀좀이 2014. 6. 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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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운동장 5번 출구 쪽은 우즈베키스탄 및 몽골, 그리고 그 외 구 소련 국가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이에요.


예전에는 가끔 갔었는데 우즈베키스탄 돌아온 이후로는 간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러나 특별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안 가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아르메니아 브랜디도 팔더라."


설마?


아르메니아 여행 중 마셔본 아르메니아 브랜디는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어요. 술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이 있어서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술도 있었구나 경탄을 했었지요.


그래서 겸사겸사 오랜만에 동대문 운동장 근처로 갔어요.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아르메니아의 코냑 (브랜디)은 매우 유명하고 품질이 좋답니다. 스탈린이 처칠에게 매일 한 병씩 먹으라고 300병을 선물했다는 일화도 있지요. 그런데 코냑을 매일 한 병씩 마시면 맨정신일 때가 없을 것 같기는 한데요...어쨌든 카프카스 지역에서 아르메니아 코냑, 조지아 와인은 정말 매우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며, 그에 비해 가격은 많이 저렴한 편이랍니다.


동대문 운동장 역 5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소나기가 퍼부었어요. 친구가 '사마르칸트 가는 길에 있다' 고 알려주어서 주변을 돌아다녀보았어요. 사실 하도 오랜만에 와서 사마르칸트가 어디 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요.


"여기구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면 차도가 하나 나오는데, 여기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가게가 나와요.





주류 전문 판매점은 아니고 식료품 가게인데 구 소련 지역의 술도 같이 팔고 있었어요.





가게 한쪽에는 보드카가 진열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옆에는 와인과 브랜디가 진열되어 있었어요.


이 두 와인은 카라바흐 공화국의 와인이에요.






참고로 카라바흐 공화국은 미승인국으로,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인데,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에서 독립한 나라. 현재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인정되고 있지요. 국경이 한쪽은 아제르바이잔, 한쪽은 아르메니아이기 때문에 실상 아르메니아의 속국과 같은 존재에요. 또한, 카라바흐 공화국을 입국하면 아제르바이잔에 절대 입국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이것은 몰도바 와인. 제가 유럽 여행할 때에는 몰도바가 비자 없이는 입국할 수 없는 나라여서 가지 못했는데, 지금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만약 제가 유럽 여행할 때 몰도바가 무비자 입국 가능했다면 구소련 국가 중 제가 가장 처음 가 본 나라가 되었을 거에요. 하지만 당시에는 비자가 있어야만 했기 때문에 가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제가 가장 처음 가 본 구소련 국가는 조지아가 되었어요.


한쪽 구석에 아르메니아 브랜디만 따로 전시되어 있었어요.





일단 평범하게 생긴 것은 두 종류.


'이거 살까?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면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셨어요.


"이거 얼마에요?"

"5만5천."


말투를 듣자마자 고려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오셨어요??"

"예."


우즈베키스탄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러시아어를 몇 마디 거리에서 익혔기 때문에 문법이 죄다 틀린 러시아어로 몇 마디 나누었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간 머물렀었다고 하자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제게 32000원짜리 브랜디가 좋고, 16000원짜리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대충 뭐라 말씀하시는지 이해는 되는데 말은 거의 하지 못했어요.


브랜디 500cc 한 병이 16000원? 이거 싼 거 아니야?


그래서 한 병은 타이완 중국어 교과서를 구해준 친한 동생에게 생일선물로 주고 한 병은 제가 마시려고 두 병을 구입했어요.


"이거 잘 팔려요?"

"예. 이거 진하다고 잘 팔려요."


이 대화는 당연히 한국어로 했어요. 가게에서는 빵도 직접 만들어 팔고, 식료품도 팔고 있었어요. 아주머니께서는 빵은 필요없냐고 물어보셨는데, 빵은 필요 없었어요. 그리고 결제는 체크카드로 했어요. 예전 처음 동대문 운동장 주변 돌아다닐 때에만 해도 카드가 잘 안 통했었는데 확실히 이제 카드는 널리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물론 우즈베키스탄이었다면 절대 카드를 긁지 않았겠지요.


제가 구입한 브랜디 및 32000원짜리 브랜디 제조회사는 홈페이지도 있었어요. 상자에 홈페이지가 적혀 있었거든요.


홈페이지 : http://proshyan.am/


제가 구입한 브랜디는 이것이에요.





Armenian Castle 라는 브랜디인데, 홈페이지 설명에 의하면 이 술은


Armenian Castle brandy absorbed all the best traditions of Armenian brandy production of Proshyan Brandy Factory. Cognac Armenian Castle is represented with 3 and 5 years of aging.


래요. 어쨌든 가격은 16000원. 그리고 5년산.


그리고 그 가게에서 아주머니께서 추천해주신 32000원짜리 브랜디는 이것이에요.





이것에 대한 홈페이지에서의 설명은 


Aroma of plum and chocolate combined with the intoxicating flavor makes Armenian cognac Mane the most popular. The collection includes 3, 5, and 8 years old drinks.


래요. 그리고 이것은 광고도 있어요.



제가 구입한 브랜디 병의 크기는 아래 사진과 같아요.





사실 홈페이지에서 처음에 제가 구입한 브랜디를 찾지 못해서 '아이구...진짜 형편없는 것을 산 거 아니야?' 생각했는데 홈페이지에 있는 것을 보고 나름 안도를 했어요. 참고로 위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은 3년산이고, 제가 구입한 것은 5년산.


병 뒷면에 붙은 라벨은 이래요.




전철역에서 친한 동생에게 한 병 주고, 방에 돌아와서 병을 꺼냈어요.


"이것은 어떻게 먹어야하지?"


어쨌든 방에 생수는 있으니 그냥 맛을 보기로 했어요. 어차피 40도인데다, 아르메니아 여행 중 조금 마셨다가 독해서 혼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안주까지는 필요도 없었어요. 아마 이 병을 다 비우려면 보름 정도는 필요할 듯 해요.


컵에 조금 따랐어요. 일단 향기는 평범한 편이었어요. 한 모금 입에 물었어요. 원체 술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걸 한 번에 삼키기는 무리라 입에 일단 물었어요. 혀에 단 맛이 느껴졌어요. 삼키자 목으로 짜르르 넘어간 후, 건포도 향기가 느껴졌어요.


"이거 맛있네?"


역시 꽤 좋은 맛이었어요.


그런데 증류주 주세는 무지 높은 것으로 아는데? 그러면 이거 원가가 대체 원래 얼마였다는 이야기야? 아르메니아를 다시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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