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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슬람에서 이자를 받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리고 제게도 '이슬람에서는 이자를 받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가끔 계세요.


그분들 생각이 전혀 이상하거나 틀린 게 아닌 것이, 돈을 빌려주었다면 당연히 무언가 빌려준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한 것이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자'라고 하구요. 이자를 받을 수 없다면 돈을 빌려주고 받을 때 원금만 받아야 하니 누가 돈을 빌려주겠어요?


그런데 이 이자 - 이슬람 교리에서는 '리바'라고 하는 것은 단지 돈을 빌려주고 돈을 받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답니다. 리바에는 돈을 빌려주고 원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아가는 것 - 즉 원금+이자 형태로 돈을 받는 것 외에도 쟁여놓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도 리바에 해당해요. 즉, 집에 돈이 있는데, 이것을 차익을 노리고 가만히 모셔두기만 하는 것도 리바에 들어간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그러면 대체 돈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카트로 다 날려버리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분명 이슬람을 믿는 아랍 사람들은 무역으로 돈을 벌던 사람들인데 돈을 가만히 저축해놓는 것도 안 되고, 그렇다고 돈을 빌려줄 때 이자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하니 대체 그 동네 경제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지요.


그러면 이슬람 교리에 따라 돈을 빌려주면 항상 원금만 받아야 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그러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무역은 어떻게 해요. 지금이야 서양의 룰을 따른다 쳐도,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과거라고 사람들이 무조건 원금만 받았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


답은 간단하답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면 되거든요. 투자하고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돈을 빌려주면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대신 투자 실패시 원금 보전이 안 된다는 차이가 있지요.


사도 무함마드가 대상이었기 때문에 리바를 받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견해도 있고, 원래부터 이자는 계속 더러운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게 자연스럽게 교리에 반영되었다는 견해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무역으로 먹고 살던 아랍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이 원활이 도는 것이었고,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으면 그 세계의 경제 자체가 위축되다 못해 망해버린다는 것이었지요.


여기서 조금 이야기를 더 진행해 보자면...


아랍 세계 뿐만 아니라 서양 세계에서도 '고리대금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기독교 유럽 세계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들 - 주로 유대인들이 담당했지요.


그런데 서양에서도 옛날에는 고리대금업의 정의가 아랍과 마찬가지였답니다. 돈을 빌려주고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고리대급업자였죠. 고리대금업이 오늘날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은행 대출'까지도 전부 포함하고 있었죠.


베니스의 상인에서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가 악독하게 그려지기는 하는데, 그 옛날 종교적으로 문제 없이 돈을 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했을까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운 방법을 생각해 보자면 배가 도착해 물건을 다 처분하고 남은 수익의 일부 지분을 달라고 했겠죠. 그리고 배가 늦어져서 돈을 못 갚았을 때 가슴에서 가장 가까운 살을 내놓으라고 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배가 들어오지 않아 약속된 수익이 나지 않았는데 원금과 배당금을 주어야할 의무가 당연히 없지요.


이런 조건에 부합하게 만약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쓰게 된다면, 아마 이야기는 이렇게 바뀌어야겠죠.


먼저 첫 번째, 계약 자체가 배가 들어와서 물건 다 처분하고 돈을 주어야 하는데 돈을 안 주었을 때라고 바뀌어야 할 겁니다.


두 번째, 배가 하루가 늦든 10년이 늦든 사건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배는 최대한 빨리 들어오고, 물건 처리도 다 빨리 끝나야 합니다. 배가 안 돌아오면 간단히 말해서 '투자 실패'이니까요. 이러면 돈을 갚을 이유가 없어요.


세 번째, 원금과 함께 수익을 나누어주기 전에 돈을 분실해야겠죠. 돈을 가지고 튀는 것은 내용과 뭔가 맞지 않으니까요. 도둑을 맞든, 사기 도박꾼에게 당하든 무엇을 하든 돈을 홀라당 날려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돈을 줄 수가 없고, 그래야 원래 약속에 따라 가슴에서 가장 가까운 살덩이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요.


원작의 결과에 맞추어 가려면 결국 친구의 친구가 나와야 하겠죠. 친구의 친구가 자기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하는데 - 즉 돈을 빌려준 셜록이 정당하게 받아야할 몫의 돈을 주겠다고 하는데 셜록이 '저런 사기꾼 같은 놈에게는 반드시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을 받아내야 해!'라고 우기고, 그걸로 재판정에 가야할 거 같네요. 재판정에서는 셜록에 대한 판결이야 대충 가져다 쓰면 되겠지만, 그 친구는 도둑 맞아서 돈을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사기 도박꾼에게 당해 돈을 날렸는지에 따라 결과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든 결론은

1. 이슬람 교리에서도 '투자-배당금' 은 당연히 옳다.

2. 서양도 옛날에는 이슬람에서처럼 이자 받는 것 자체를 고리대금업이라 했다.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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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종교와 역사 속에 경제 이야기가 잘 어울어진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그 때 당시 사람들이 마음이 좋은 것 같습니다.

    2013.03.21 08: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옛날 사람들에게는 지금보다 거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부분도 있었죠^^

      2013.03.22 08:22 신고 [ ADDR : EDIT/ DEL ]
  2. 투자해서 배당금을 받아라는 이해가 되는데 저축도 안되고 빌려 주는것도??
    암튼 경제는 어려워요~ㅋㅋ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3.03.21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상업, 무역으로 먹고 사는 지역이니 돈이 안 돌면 사회 자체가 마비되어 버리죠. ㅎㅎ
      릴리밸리님, 상쾌한 하루 되세요^^

      2013.03.22 08:23 신고 [ ADDR : EDIT/ DEL ]
  3. 알 수 없는 사용자

    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는 풍습인건가요? 아무도 안빌려주려고 할테니까.. 그럴 때도 투자 개념으로 받게되는건가요..

    2013.03.21 09:30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채업자는 당연히 있지요 ㅋㅋ 유럽도 마찬가지었답니다. 기독교도들은 이자를 받을 수 없었지만 돈 빌려주는 일은 필요했고, 그래서 그 역할을 담당한 것이 유태인들이었죠.

      2013.03.22 08:27 신고 [ ADDR : EDIT/ DEL ]
  4.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가네요...^^

    2013.03.21 09: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시세차익이라 ㅎㅎ
    근데 정말 돈을 빌려주는것이랑 투자하는것이랑 어찌보면 같은 맥락이긴 한데~
    용어 하나만 바꾸면 다른 성질의 것이 되어버리긴하네요 ㅎㅎ

    2013.03.21 1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위의 내용에서 '돈 빌린 사람이 망했을 때' 해석이 달라지죠. ㅎㅎ
      아랍인들 사회에서 무역이 중요했는데 무역에는 많은 리스크가 따르죠. 그리고 그 옛날에는 그 리스크가 훨씬 컸구요. 제일 쉬운 예로는 가다 죽을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시세에 대한 정보가 빨리빨리 안 얻어지니 기껏 갔다가 시세 바뀌어서 낭패볼 수도 있었지요. 그런데 무조건 원금에 이자까지 내놓으라고 하면 그 당시 사회 사람들에게 절대 좋게 보일 수가 없었을 거에요 ㅎㅎ

      2013.03.22 08:35 신고 [ ADDR : EDIT/ DEL ]
  6. 그렇군요. 좀좀이님 덕분에 새로운 이슬람 문화를 배우고 가네요.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슬람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법규에 상당히 갇혀 사는 느낌이 들어요.
    여자들의 옷을 봐도 그렇고.

    그런 모습들이 정당해 보이다가도
    얼마나 숨막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유익한 글 감사해요~^^

    2013.03.21 17: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인간 관계에서 그런 것이 없다고는 못하겠어요...아직 이슬람 국가 중 남녀차별이 서구처럼 많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에서는 히잡 못 쓰게 하니까 난리를 치는데, 이란인들이 이란 벗어나자마자 히잡 벗어던지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하답니다.

      그런데 오히려 '갑갑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쪽에서는 더 뒤집어 쓴답니다. 괜히 프랑스에서 학교에서 히잡 못 쓰게 하니까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니지요 ㅎㅎ; 외국에서 살다보면 어쨌든 '차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더욱 동화되든가 더욱 구분짓든가를 선택하게 되죠. 무슬림 여성이라고 다 뒤집어쓰지는 않아요. 걸프 국가들 제외하면 자기들이 좋을 때는 뒤집어 쓰고 아니면 벗고 한답니다. 율법에 따라 뒤집어쓰고 벗는 게 아니라요. ^^

      물론 이 '율법'이 이상하게 되어서 인권침해를 당연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 역시 적다고 말하지는 못해요), 이건 분명 문제이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이지요. 이런 문제에 대한 견해를 보면 아랍-무슬림인지 아닌지 확 알 수 있답니다. 심지어는 학자들이 쓴 글까지도요. 몇 줄만 대충 보고 이것만 파악되면 더 읽을 필요도 없답니다. 대충 목차 보고 던져도 될 정도죠. 그런데 중요한 건 자기들도 바뀌어가려고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자꾸 외부에서 이래저래 참견해대면 오히려 더 악화된다는 점이랍니다. 프랑스에서의 히잡 문제처럼요.

      사실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바꾸어 볼 수도 있어요. 우리가 몽땅 빨가벗고 사는 사람들 무리 속에 떨어졌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가 옷 입은 게 옳지 않고 갑갑해 보인다고 보자마자 강제로 옷을 다 찢어 발가벗기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리고 어떻게든 중요한 곳은 일단 가리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비난하고 혼내고 그런다면요? 뭐 이런 식이랍니다 ㅎㅎㅎ;;

      제가 쓸데없이, 그리고 주제넘게 말을 많이 했네요 ㅎㅎ;;;; 사실 저도 꿋꿋한올리브나무님처럼 느낄 때가 많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느낄 때마다 '자기들 좋다는데'라고 생각하며 그쪽으로 신경을 끄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

      2013.03.22 09:16 신고 [ ADDR : EDIT/ DEL ]
    • 그렇군요~
      좀좀이님 덕분에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2013.03.22 23:13 신고 [ ADDR : EDIT/ DEL ]
  7.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3.03.22 01:02 [ ADDR : EDIT/ DEL : REPLY ]
    • 음...곶감 못 먹는 친구 앞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곶감 맛있게 냠냠 먹으면 그 친구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이렇게 쉽게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

      무슬림들도 어디까지 잘 믿고 지키냐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솔직하게 '술과 돼지고기 먹을 수 있니? 한국에서는 술과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데 너는 어떤지 궁금해서 그래. 무슬림들은 술과 돼지고기 안 먹는다고 들었거든'이라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고 배려해주기 위한 것임을 알려주면 그쪽도 좋게 생각할 거에요. 이렇게 물은 뒤에 안 먹는다고 하면 '다른 고기나 해산물은 먹을 수 있니?'라고 물어보세요. 정말 성실히 믿는 무슬림들은 율법에 따라 잡은 고기 (할랄 고기, Halal meat) 외에는 안 먹고, 중앙아시아나 아랍쪽 무슬림들 중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해산물을 안 먹어보아서 그 '비린 맛'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답니다.

      제일 편한 건 아예 참가 신청 받을 때 '못 먹는 음식과 못 먹는 이유'를 같이 조사하는 것이죠.^^

      2013.03.22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 넹, 신청 시에 못 먹는 음식에 대해서 조사를 받고는 있습니다만,
      무슬림이다. 라고 정도만 대게 적더라고요 ㅠㅠ
      문항을 세부화하던지 해야겠네요 ~
      무슬림에서도 다들 다르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해요.

      2013.03.22 14:03 신고 [ ADDR : EDIT/ DEL ]
    • 언제든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한에서 대답해드리도록 노력할게요^^

      2013.03.22 19:3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