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하나안'이라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과 관련된 영화가 나왔을 때였어요.


"나 오늘 하나안 봤다."

"그래?"


한국에 있는 친구가 하나안을 보고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떠올라서 말을 걸었다고 했어요.


"거기 마약 많냐?"

"글쎄다..."


여기도 마약 문제 때문에 민감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이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문제이거든요. 정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좋은 점만 보여주려고 하지만 몇 개 안 되는 정부가 인정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어두운 부분이 바로 마약과 이슬람 극단주의 문제에요. 하지만 '당연히' 마약은 이 나라에서도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게 있을만한 곳에는 가지를 않구요. 우리나라도 마약 중독자들이 좀 있는 건 전국민이 알지만 마약을 실제 본 사람이 별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거리에 술판 벌려놓은 사람들 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도 거리에서 마약하면 바로 경찰이 잡아가겠죠. 잡아가서 곱게 물어보고 잘가~ 할 리도 없구요. 그런 건 한국이나 가능한 거구요.


어쨌든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할 정도라면 꽤 큰 문제. 뉴스 보면 정말 아주 가끔 - 여기 와서 한 번인가 마약 관련 뉴스를 보았어요. 항상 좋은 내용만 나오는 뉴스에서 타지키스탄에서 밀수되던 마약이 적발되었다고 나온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


"혹시 영화에서 부패 경찰 개인 문제로 이야기하지 않냐?"

"그런 감은 있더라."


이 나라에서 영화를 보면 한 번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생각 없이 보면 '이게 뭐야?'라고 말하게 하는 특징이 있어요. 바로 영화가 시원하게 긁어주는 맛은 없다는 것이에요.


영화 같은 것을 보면 문제들은 그냥 찔러보다 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사실 문제들이라는 것이 완벽한 개인적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도 있지만,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들도 많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다루다보면 결국 사회 비판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면 이 나라에서 음...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안 다루고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짜기 너무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런 건 이래서 사회 문제를 건드리니 빼고, 저런 건 저래서 사회 문제를 건드리니 빼고...이러면 솔직히 할 말이 뭐가 남나요? 그래서 뻔한 스토리의 영화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요. 그리고 당연히 사람들은 이런 영화에 식상해하구요. 그런다고 여기 사람들이 외국 문물과 완벽히 차단된 사람들도 아니에요. 오히려 외국 문물은 엄청나게 많이 들어와 있어요. 해외로 일하러 나가는 우즈베크인이 얼마나 많은데 외국 문물이 안 들어오겠어요. 단지, 이게 외부에서 넘쳐나느냐, 내부에서만 조용히 존재하느냐의 문제이죠.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시원하게 문제를 딱 짚어서 비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돈이 있어도 차를 살 수 없어."

"왜? 우즈베키스탄에는 자동차 공장 있잖아."

"공장이 아제르바이잔이랑 아르메니아 같은 나라에 다 수출해버려서 차가 없어."


여기에서 대화를 더 진행할 수가 없어요. 어쨌든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차를 사기 어려운 이유는 국가와 관계없이 망할 공장이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해버려서. 물론 알 사람은 다 알죠. 하지만 표면적으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놈은 오직 그 공장 관계자란 거에요. 즉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간접적으로 - 즉 사회 문제도 개인 문제로 치환해서 말해요. 이것은 이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죠. 이 화법을 모르면 변죽만 두드릴 수밖에 없어요. 솔직히 툭 터놓고 말해서 여기 현지인들과 현지에서 정치, 경제 및 사회 문제를 자유롭게 논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관광객은 죽어라고 현지인들과 이야기해보아야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가 없어요. 여기 체류하는 사람들은 이런 대화 방법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이거 나쁘지 않냐?'라고 물어보고, 상대방이 '응'이라고 하느냐, '아니'라고 하느냐를 보는 것이죠. 하지만 관광객한테는 이런 것을 솔직히 말해줄 리도 만무하고, 이런 문제를 알아낼 대화 주제를 찾아내는 건 더욱 어렵죠.


사실 대화 대부분이 이래요. 그냥 적당한 선에서 끊고 문제를 개인탓으로 돌려버려요.


그러다보니 대화를 하든, 영화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든, 전부 문제는 '그놈 탓이야!'로 바뀌어 있어요. 그냥 당한 놈이 운이 없던 것이고, 그 자식이 못된 것인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것을 모르고 보면 참 감질만 나게 한다고 생각할 수가 있어요. 더 진심을 알려고 말을 더 이어가려고 해도 결국은 그놈만 나쁜 놈이라는 것입니다.


하나안을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었다고 하던데, 사회 비판을 했다면 당연히 촬영허가가 나지 않았을 거에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으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했다면, 그리고 그 감독이 우즈베키스탄에 또 입국할 생각이 있다면 아마 제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주인공은 그냥 운이 지지리 없었던 것이고, 부패 경찰은 때려죽일 놈인 것이죠. 오직 그 부패 경찰 하나만 때려죽일 놈이라는 것이겠죠. 주인공이 부패 경찰을 만나지만 않았다면 인생이 그리 망가졌을 리도 없었겠죠.


한국 가면 하나안을 구해서 보아야겠어요. 그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직접 보고 싶네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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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보고 갑니다.ㅋ
    행운이 함께하는 주말되세요.^^

    2013.01.26 08: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흠...탓을 하게되는 문화는 아마 역사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추측만 해봅니다..어쩌면 패배주의일수도 있는데 참 쉽지 않은 부분이네요

    2013.01.26 1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제는 저도 자유롭게 글을 써도 되는군요 ㅎㅎ
      제대로 말하면 잡혀가기 때문에 이것을 남의 탓으로 돌려서 말하는 것이랍니다. 제대로 말하면 정부가 잘못한 것인데 이러면 감옥으로 끌려가므로 딱 대상자 하나 잡아서 남의 탓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부패경찰 문제를 들자면, 우리나라 사람들 기준에서는 여기 경찰들 다 부패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인데, 이것이 경찰 하나하나 개인의 문제일까요, 이렇게 되도록 만들고 방치하는 정부의 문제일까요. 더욱이 여기는 한국과는 시스템이 달라서 웬만한 문제는 파고 들어가면 정부와 이어지게 된답니다. ㅎㅎ 그래서 깊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남의 탓 - 눈 앞의 사람, 또는 사건의 당사자로 문제를 한정해서 그의 탓을 하는 것이죠.

      2013.01.29 11:36 신고 [ ADDR : EDIT/ DEL ]
  3. 잘 보구 갈께요 ㅎㅎ
    즐거운 오늘이 되셔요!!

    2013.01.26 14: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음 영화나 그런것은 정말 나라를 보여주는 통로인 것 같아요.
    전에 일본에 있을 때 한창 한국드라마에 인기 있었을 때, 주말 내내 한국드라마를 보고 오신 회사분꼐서 오셔서
    "한국에선 정말 이래?" 라면서 물어봤어요. 특히 한 번은 왜 한국 아줌마들은 아들이 속 썩이면 하얀 띠를 머리에 매고 누워있냐고 ㅎㅎㅎ 한국오면 그 하나인 꼭 찾아보세요. 좀좀이님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

    2013.01.26 15: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슬슬 찾아서 보려구요. 어떻게 그려놓았는지 궁금해요. ㅎㅎ

      2013.01.29 11:37 신고 [ ADDR : EDIT/ DEL ]
  5. 복잡하고도 답답한 문제네요.
    하긴, 위험하다 위험하다 해도 사실 어느 나라든 위험한 곳에만 가지 않으면 그런 걸 경험하기는 어렵겠죠.
    굳이 경험할 필요도 없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런 부분을 빼고 어느 나라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게 어렵기도 하고.
    /한국은 무척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2013.01.27 01: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행자들은 사실 알 필요 없이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가면 되는 일이죠 ㅎㅎ;;
      라플란드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세요^^

      2013.01.29 11:39 신고 [ ADDR : EDIT/ DEL ]
  6.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
    한국에서도 그런 식의 화법을 사용해 이 사회는 건강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제법 되는 것 같아요.

    2013.01.27 19: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걸 잘못 분석하면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뻘글을 쓰게 되죠 ㅎㅎ;; 하지만 들은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보니...그런 식으로 악용할 수도 있죠...;;

      2013.01.29 11:45 신고 [ ADDR : EDIT/ DEL ]
  7. 우즈베키스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우리나라에 나왔었다니!
    하나안. 저도 꼭 구해서 한번 봐야겠어요.
    고려인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도 하고요!!

    2013.01.27 2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꼭 구해서 보고 싶어요. 우즈베키스탄 영화는 많지만, 이렇게 사회 문제를 깊이 다룬 영화는 보지 못했거든요;;

      2013.01.29 11:45 신고 [ ADDR : EDIT/ DEL ]
    • 검색해보니 KU시네마트랩에서 상영중이네요~~ 가서 봐도 참 재밌을 것 같아요.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저는 토렌트를 이용하여 다운 받겠지만요 ㅎㅎ

      2013.01.29 12:58 신고 [ ADDR : EDIT/ DEL ]
    • 저도 결국엔 자금 부족으로 인해 그쪽 세계를 통해 구하겠죠 ㅋㅋ;;

      2013.01.29 13:59 신고 [ ADDR : EDIT/ DEL ]
  8. 알 수 없는 사용자

    하나안이라는 영화가 궁금해집니다.. 사회적 인식과 개인의 편견.. 문화의 차이.. 배경과 역사.. 이모든

    2013.01.27 22:52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그 영화 구해서 보게 되면 바로 리뷰를 올리도록 할게요^^

      2013.01.29 11:57 신고 [ ADDR : EDIT/ DEL ]
  9. 영화는 흥미롭게 만들어져야 하니까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한다고 보긴 힘들겠지요...^^

    2013.01.28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히려 그 반대랍니다...^^;;
      흥미를 위해 말해야 한다면 좀 더 깊고 예리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감옥가거나 추방당하니까 흥미를 죽여버리는 것이죠. 그러니 정형화된 패턴의 영화만 자꾸 쏟아져 나오는 것이구요. 어떻게 보면 더 사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지극히 표면만 다루니까요 ㅎㅎ;;

      2013.01.29 11:58 신고 [ ADDR : EDIT/ DEL ]
  10. 알 수 없는 사용자

    하나안이 뭔가 했는데..... 전 가나안으로 알고 있었던 곳인가봅니다. ㅎㅎㅎ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걸 좀좀이님 덕에 알게 되네요.

    감독이 주연까지 맡은 영화로군요.

    2015.01.05 00:35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이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 매우 깜짝 놀랐었어요. 부패 경찰과 마약 문제를 다루다니...그거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했었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상상과 달리 실제 보면 이런 문제 자체는 정부에서도 언급한답니다. 속이 정말 아파서 온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데 머리에 물수건만 올려주는 식이랄까요?

      2015.01.06 02:0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