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벡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좀좀이 2013. 1.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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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어느 날.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국 돌아가면 무엇이 가장 그리울까 생각을 해 보았어요.


그리울 거야 이것저것 많겠지만, 순간 공포처럼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한국 돌아가자마자 우즈벡 음식 그리워지면 어떻하지?


다른 것은 그냥 한국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우즈벡 음식들에 대한 그리움은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먹는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우즈벡 식당이 없다는 것.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에 가면 우즈벡 음식들을 맛볼 수 있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식당의 오쉬 (플로브)는 사마르칸트식.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슈켄트식이 아니었어요. 타슈켄트식 오쉬는 노란 당근, 건포도, 병아리콩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매우 화려한 맛을 내는 데에 비해 사마르칸트식 오쉬는 담백한 편이에요. 그리고 음식 회전이 빠른 현지에서 먹는 오쉬와 한국에서 먹는 오쉬는 맛이 같을 수가 없죠.


즉, 여기 현지 음식은 한국에서 먹으려고 해도 제대로 맛보기 매우 어렵다는 것. 그런데 여기에서 밥 하기 귀찮은 날 툭하면 시장가서 밥을 사먹었기 때문에 이 맛을 잊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아니, 가자마자 그리워질 것 같았어요.


"여기서 질릴 때까지 먹자!"


어차피 식재료도 거의 바닥난 상황. 밖에서 사먹는다 해도 시장에서 먹는 거라면 얼마 안 들기 때문에 마구 먹어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제. 최후의 만찬이라 생각하며 Sirk 근처에 있는 우즈벡 전통 식당에 갔어요. 거기서 엄청난 폭식을 하고 왔어요.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하며 하도 먹어대어서 자고 있는데 계속 신물이 올라올 정도.


참고로 우즈벡 음식은 고기와 뗄레야 뗄 수 없어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어요. 고기를 안 먹겠다고 하면 샐러드만 퍼먹어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즉 우즈벡 음식을 많이 먹겠다는 것은 고기를 많이 먹겠다는 것과 비슷한 말이에요. 어쨌든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 결과는?


고기라면 이제 한 달은 먹고 싶지 않을 거 같아...


어제 누워서 계속 신물 올라오려고 하는데 딱 저 생각을 했어요. 그 전만 해도 한국 가면 삼겹살도 먹고, 불고기도 먹고 이것 저것 많이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배터지게 먹다보니 (전에도 언급을 여러차례 했지만, 이 나라에서 싸고 다양하고 맛있게 먹으려면 점심 식사를 노려야 합니다. 즉 매일 점심만 배터지게 먹었던 것이죠.) 이제는 고기는 그다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가면 식혜부터 한 캔 사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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