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시로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현재 경상남도 창원시는 과거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시에요. 통합 창원시가 된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제게는 마산, 진해가 창원시의 하나의 구가 아니라 창원과 다른 별개의 시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창원시 여행'이라고 하면 여전히 참 특별한 거 없는 동네로 가는 느낌이 먼저 들구요. 실제로 통합 창원시 이전의 창원시는 규모가 큰 계획도시였지만, 관광으로 유명한 곳은 전혀 아니었어요. 오히려 특색 없는 곳으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현재 창원시는 과거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져서 출범한 통합창원시이기 때문에 달라요.
사족으로, 과거 창원시가 관광으로 특색 없고 볼 거 없는 동네였다고 해서 이에 발끈할 것은 없어요. 살기 좋은 곳과 특색 있고 볼 것 많은 관광으로 유명한 곳은 완전히 달라요. 지리산 천왕봉이 매우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천왕봉이 사람 살기 좋은 곳은 아니잖아요. 과거 창원시는 계획도시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큰 특징 있는 도시는 아니었어요.
제가 경상남도 창원시 여행을 갔을 때, 정확히는 마산과 진해 여행을 간 거였어요. 마산과 진해는 보고 먹을 것들이 있는 곳이거든요. 이때 숙소는 마산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잡았어요. 마산역 근처가 교통이 편해서 마산역 근처로 숙소를 잡았어요.
경상도는 왜 이렇게 콩국을 좋아할까?
처음 경상도에서 콩국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예전에 먹었던 콩국을 떠올렸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콩국은 배추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날콩가루를 집어넣은 국이었어요. 저는 콩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콩국은 제주도 음식이었어요.
처음 경상도에서 콩국을 좋아하고 콩국이 유명하다고 하자 거부감부터 들었어요. 왜냐하면 바로 위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제주도 콩국을 썩 안 좋아했어요. 원래 좋아하지 않았고, 그걸 굳이 돈 주고 사먹는 건 더욱 싫었어요. 그래도 경상도에서 널리 퍼진 인기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경주 여행을 갔을 때 한 번 먹으러 가봤어요.
"이건 제주도 콩국과 완전히 다르잖아!"
경주에서 먹은 콩국은 제주도에서 먹던 콩국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어요. 고소하고 따스한 콩국물에 이것저것 들어가 있는 간식에 가까운 음식이었어요. 따뜻하고 달콤한 두유에 꽈배기, 떡 같은 것을 넣어 먹는 음식을 경상도에서 콩국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주도에서 먹었던 생콩가루 넣고 끓인 배춧국 같은 게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콩국이 경주에서만 즐겨먹는 음식, 경주의 별미 정도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콩국은 경상도 일대에 널리 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경상도 일대에 퍼진 콩국의 기원은 중국의 '또우장'이라는 음식이에요. 중국의 또우장은 끓인 두유 같은 액체에요. 끓인 콩국물 쯤 되요. 중국에서는 또우장과 함께 튀긴 밀가루 빵인 요우티아우를 같이 먹어요.
경상도 일대에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또우장도 같이 들어왔다고 해요. 또우장은 처음에는 중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먹는 음식이었는데, 한국인들도 먹어보니 입에 맞아서 경상도 일대에 매우 널리 퍼졌다고 해요. 또우장은 끓인 콩국물, 끓인 두유 쯤 되는 마실 것이니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맛이에요. 콩국수 국물 맛 맞추는 것처럼 취향에 따라 소금, 설탕 쳐서 맛 맞춰서 먹으면 되구요.
"마산 번개시장에 콩국 맛집 있었어?"
마산 여행 와서 어디 갈 지 찾아보다가 마산 번개시장에 콩국 맛집이 있다는 글을 봤어요. 마산 번개시장은 마산역 근처에서 아침에 잠깐 열리는 시장이에요. 마산 번개시장에 있는 콩국 맛집 역시 아침에 잠깐 문을 열고 장사하고 문을 닫는다고 나와 있었어요.
'번개시장 간 김에 콩국 한 번 먹어볼까?'
마산의 콩국은 경주에서 먹었던 콩국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마산 번개시장 가서 콩국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이른 아침이었어요. 마산역으로 갔어요. 마산역 근처에 있는 마산 번개시장은 장이 서 있었어요.
제가 갈 콩국 맛집은 전통콩국이었어요. 전통콩국은 위 사진에서 마산번개시장 바로 앞에 있는 포장마차 노점상 같은 곳이에요.
마산 전통콩국 영업시간은 오전 4시에 영업을 시작해서 오전 10시 전후에 영업이 끝난다고 나와 있었어요. 재료 소진시에는 더 일찍 문을 닫는다고 나와 있었어요.
콩국을 한 그릇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여기 사람 꽤 오네?'
저처럼 아침에 와서 자리에 앉아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보온병을 들고 와서 콩국을 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보온병 들고 가면 무려 테이크아웃도 되었어요. 매우 인기 많은 가게였어요.
'보온병 있으면 포장으로 가져가도 되겠다.'
콩국 국물은 따스한 콩국물. 잘 데워진 두유 같은 음료에요. 그러니 따스한 콩국을 보온병에 담아가면 등산 갈 때 좋은 음료에요. 게다가 맛은 자기가 맞추면 되니 더욱 맛있을 거구요.
제가 주문한 콩국이 나왔어요.
'이건 완전히 또우장인데?'
마산번개시장 전통콩국의 콩국은 중국의 또우장과 너무 비슷했어요. 그냥 '또우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진하고 고소한 콩국물에 꽈배기가 들어가 있는 음식이었어요.
경주에 있는 경주원조콩국에서 먹은 콩국은 중국의 또우장과는 달랐어요. 기본적인 구성은 따뜻한 콩국물이니 비슷하지만,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꽤 달랐어요. 경주원조콩국은 속에 들어간 재료가 뭔가 화려했어요. '따스한 콩국물에 콩국물과 어울리는 간식거리를 섞어먹는' 음식이었어요. 하지만 마산번개시장 전통콩국의 콩국은 정말로 중국 또우장이었어요. 중국 여행 할 때 먹어본 또우장과 별 차이 없었어요.
맛은 당연히 맛있었어요. 속에 부담 하나도 안 가고, 건더기로 큼직한 꽈배기 조각도 여러 개 들어 있었어요. 두유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매우 좋아할 맛이었어요. 너무 싹싹 더워서 뜨거운 것 자체가 싫어질 때만 아니라면 언제나 아침으로 가볍게 먹기 좋은 맛이었어요.
'여기가 원조고 경주는 퓨전이라고 이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속으로 낄낄 웃었어요. 마산번개시장 전통콩국은 또우장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어요. 반면 경주에서 유명한 경주원조콩국의 콩국은 속재료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부재료로 바뀌어서 순수한 또우장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일종의 '퓨전 또우장'이었어요. 경주에서 먹은 것도 맛있고, 마산에서 먹은 것도 맛있었어요. 하지만 차이는 오리지널과 퓨전의 차이였어요. '차이만큼'이 아니라 진짜로 '차이'였어요.
마산 여행 가서 이른 아침에 마산역으로 가거나 마산번개시장을 구경하러 간다면 간 김에 전통콩국의 콩국을 한 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가벼운 아침 식사로 매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