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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 울진군청 울진바지게시장 칼국수 맛집 칼국수식당

좀좀이 2023. 12. 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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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동해안 여행 첫날. 죽변항에서부터 시작해서 해파랑길 26코스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해파랑길에서 잠시 벗어나서 울진항, 공세항까지 간 후, 다시 해파랑길로 들어가서 울진 은어다리까지 봤어요.

 

"아, 힘들어!"

 

길은 안 힘든 길이었어요. 길 자체는 매우 쉬운 길이었어요. 동네 주민분들이 휴일에 운동 삼아서 걸을 만한 길이었어요. 풍경이 좋고 길이 힘들지 않아서 매우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어요. 그렇지만 제게는 힘들었어요. 여행 짐을 전부 메고 걷고 있었고, 중간 중간 영상 촬영도 하다 보니 진도도 매우 안 나갔어요. 길 자체만 보면 짐 없고 영상 촬영 없이 걸으면 아주 가볍게 걸을 길이었지만, 짐도 전부 짊어지고 있는 데다 영상 촬영도 중간 중간 하며 걷다 보니 걸음걸이 수에 비해 실제 진행 속도는 많이 느려졌어요.

 

"왜 오늘 벌써 4만보 거의 다 되게 걸었지?"

 

토스 만보기에 찍힌 걸음수 보고 놀랐어요. 해파랑길 26코스는 4만보씩이나 걸을 길이 아니에요. 순수하게 해파랑길 26코스만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걸음걸이 수가 많이 나올 길이 아니었어요. 아무리 죽변항에서 폭풍속으로 드라마 세트장과 죽변등대 구경하고 내려왔다고 해도요. 토스 만보기는 제가 이날 힘든 것이 당연한 거라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울진은어다리까지 보고 나자 저녁이었어요. 겨울이라 날은 이미 깜깜해졌어요.

 

"울진 읍내로 가야겠다."

 

울진은어다리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해파랑길 26코스 종점이었어요. 하지만 해파랑길 26코스 종점으로 가지 않고 울진 읍내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어차피 해파랑길 26코스는 코스대로 다 걷지 않았어요. 더욱이 해파랑길 26코스 종점 쪽은 울진 읍내에서 가까운 관광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어요.

 

죽변항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서 마실 때 편의점 사장님께서 죽변항에서 해파랑길 26코스 따라 걸어가면 울진 읍내에서 가까운 관광지들이 모여 있으니 아마 오늘 중에 다 볼 거라고 하셨어요. 그때가 오전 11시였어요. 실제로 오전 11시에 죽변항에서 바로 출발해서 영상 촬영 없이 걸었다면 울진 읍내에서 가까운 관광지들 모두 봤을 거에요. 울진의 자랑거리 성류굴도 울진군청에서 도보로 1시간 21분, 5.4km 밖에 안 떨어져 있거든요.

 

하지만 죽변항도 볼 것이 여러 가지 있고 예쁜 곳이라 죽변항을 돌아다녔고, 죽변항에서 점심도 먹었어요. 출발 자체가 엄청 늦어져버렸어요. 굳이 이 어둠 속에서 갈 이유가 없었어요. 후에 울진을 다시 와서 그때 보면 되었어요.

 

게다가 울진 읍내는 시골이기 때문에 식당들이 문을 일찍 닫을 거였어요. 지체했다가는 저녁을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어요. 그건 정말로 피하고 싶었어요. 이래서 은어다리에서 바로 울진 읍내로 들어갔어요.

 

울진 읍내에 도착해서 읍내를 구경하며 밥 먹을 곳을 찾아봤어요.

 

"뭐야? 다 닫았어?"

 

울진 읍내에서 식사할 만한 식당이 별로 없었어요. 알아본 곳은 거의 다 문을 닫았어요. 남은 곳은 오직 하나 - 울진군청 및 울진바지게시장 근처에 있는 칼국수식당 뿐이었어요. 칼국수식당은 영업시간이 조금 늦게까지 하는 곳이었어요. 저녁 8시까지 영업한다고 나와 있었어요.

 

울진바지게시장을 다 둘러보고 바로 칼국수식당으로 갔어요. 다행히 불이 켜져 있었고, 안에는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송해 선생님께서 칼국수 드신 곳?"

 

여기는 칼국수 맛집이야, 회국수 맛집이야?

 

갑자기 결정장애에 빠졌어요. 입구에는 전국노래자랑으로 유명한 송해 선생님이 다녀간 곳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송해 선생님께서는 전국 노래자랑 촬영 다니시며 맛있는 거 많이 드셨을 거에요. 그러니 맛집임은 분명했어요.

 

이름을 보면 칼국수 맛집

입구에 붙어 있는 방송 출연 보면 회국수 맛집

 

식당 이름이 칼국수식당이고, 칼국수를 1978년부터 판매한 식당이었어요. 이렇게 보면 칼국수 맛집. 하지만 네이버 지도 정보나 입구에 붙어 있는 방송 출연 내용을 보면 회국수 맛집. 식당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메뉴 결정은 전혀 못 했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멀뚱멀뚱 서 있었어요. 메뉴를 정해야 자리에 앉을 건데 메뉴를 못 정했어요. 칼국수를 먹을지, 회국수를 먹을지 결정해야 하는데 둘 다 먹고 싶었어요. 그러나 둘 다 먹는 건 무리였어요. 칼국수를 먹자니 회국수를 먹고 싶고, 회국수를 먹자니 칼국수를 먹고 싶었어요.

 

제가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고민하는 것을 본 사장님께서 무엇을 시키겠냐고 물어보셨어요.

 

회국수로 가자.

 

"회국수 주세요."

"회국수는 재료 소진되어서 안 되요."

"어? 그러면 칼국수는 되요?"

"예, 칼국수는 되요."

"그러면 칼국수 하나 주세요. 여기 계좌이체 되죠?"

"예."

 

칼국수식당은 카드 비가맹점이라 카드로는 계산할 수 없지만, 대신 계좌이체는 가능한 식당이었어요. 계산은 계좌이체로 하기로 했어요.

 

 

칼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식당 안을 둘러봤어요. 제 바로 앞에 온 손님은 회덮밥을 주문했어요. 그게 이날 마지막 회덮밥, 회국수의 회 재료였어요.

 

 

칼국수 가격은 7천원, 회국수와 회밥 가격은 8천원이었어요.

 

식사 후 사장님께서 회국수와 회밥은 박리다매로 팔고 계시다고 하셨어요. 다른 곳에서 회국수, 회밥을 먹으려면 훨씬 비싼 가격에 먹어야 하는데, 이 식당은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회국수와 회밥을 매우 많이 먹는다고 하셨어요. 여기에 맛 자체도 맛있어서 손님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회국수, 회밥 가격 8천원이면 정말로 가격이 매우 저렴해요.

 

 

식당에는 안내문이 있었어요.

 

 

식당에서 사용되는 식재료 원산지는 대부분 울진산이었고, 울진산이 아니더라도 국내산이었어요. 간장만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명 메이커 제품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여기 울진군 특산물 식당인가?"

 

식재료 원산지를 보면 농산물은 대부분 울진군 근남, 매화, 기성 등에서 생산된 것이었고, 회는 죽변, 후포에서 잡은 자연산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이 정도면 울진 특산물 식당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제가 주문한 칼국수가 나왔어요.

 

"면발 가늘다."

 

칼국수 면발은 가늘었어요. 짜장면 면발 2개 정도 되는 너비였어요. 이 정도면 '대면'보다 굵은 '대대면'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성공이다!

 

"여기 엄청 맛있네?"

 

식당 이름부터 칼국수식당. 칼국수가 정말로 매우 맛있었어요. 다른 곳에서 찾아와서 한 번 먹어봐도 될 정도였어요. 누구든 울진 읍내 맛집을 찾는다면 칼국수식당 가서 칼국수 한 그릇 먹어보라고 추천해도 될 정도였어요.

 

애니에 나오는 수줍음 많이 타는데 남자 주인공에게 사랑에 빠져서 남자 주인공 보기만 해도 얼굴 빨개지는 여자 캐릭터

 

칼국수식당의 칼국수는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매우 순했어요. 첫 맛은 무난하게 맛있는 정도였어요. 국물이 걸쭉하고 좋았어요. 국물맛은 부드러운 손으로 섬세하고 살살 쓰다듬는 맛이었어요. 맛만 놓고 보면 조심스럽게 가볍게 톡 건드려보는 느낌인데 걸쭉한 맛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살살 쓰다듬는 맛이 되었어요. 국물이 기분을 매우 평화롭고 포근하게 만들어줬어요.

 

면발은 칼국수이지만 탄력이 있었어요. 일반 칼국수 면발이 아니라 탄력 있는 '대대면'이라고 보면 어울릴 맛이었어요.

 

칼국수가 나를 보고 반해서 부끄러워한다.

맛에 중독되어 간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맛있다고만 느꼈어요. 자극적인 맛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맛있기는 하지만 첫인상이 엄청나게 강한 맛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먹으면 먹을 수록 맛이 올라오고 진해지면서 점점 더 맛에 빠져들어갔어요. 나중에는 거의 중독되는 수준이었어요. 먹다 보면 아주 은은한 단맛도 살살 올라와서 단맛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먹어갈 수록 더욱 맛있어지고 빠져드는 중독적인 맛이었어요. 첫 입을 먹었을 때의 인상과 마지막 입을 먹었을 때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첫 입에는 그냥 맛있다고만 생각했지만, 마지막 입에서는 맛에 완전히 반해서 반드시 또 먹고 싶어졌어요.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계좌이체로 계산했을 때, 식당에는 저 혼자 남아 있었어요. 사장님께서는 회국수는 재료가 소진되어서 못 만들어주셨다며 미안해하셨어요.

 

"이거 양 많은데 깔끔히 다 드셨네요?"

"예, 너무 맛있어서요."

 

사장님께서는 칼국수 양이 많은데 깔끔히 다 비웠다고 놀라셨어요. 실제로 양은 많았어요.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마지막 국물까지 싹싹 떠먹었어요.

 

"송해 선생님께서는 여기에서 뭐 드셨어요?"

 

제일 중요한 질문.

과연 송해 선생님께서는 여기 오셔서 무엇을 드셨는가?

 

"송해 선생님께서는 여기 오셔서 칼국수 드셨어요. 그분께서는 칼국수 같은 것을 좋아하셨어요."

"송해 선생님께서는 칼국수 드셨군요!"

 

대만족. 극강의 해피엔딩.

 

칼국수식당으로 들어가게 만든 결정적 원인은 입구에 붙어 있는 송해 선생님 사진이었어요. 송해 선생님 하나 믿고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사장님께서는 송해 선생님께서는 원래 칼국수를 좋아하셔서 여기 오셔서 칼국수를 드시고 갔다고 하셨지만, 중요한 것은 송해 선생님께서 여기에서 칼국수를 드셨다는 것 자체였어요. 송해 선생님이 드신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이게 울진 음식 특징인가?'

 

울진군청 및 울진바지게시장 근처 맛집인 칼국수식당에서 칼국수를 너무 맛있게 잘 먹고 나오며 은은하게 맛있고 갈 수록 빠져들고 중독되는 맛이 울진 음식 특징인지 궁금해졌어요. 울진은 이때가 제 인생 최초로 와본 거였고, 울진에서 먹은 음식이라고는 점심에 먹었던 죽변항 예원 비빔 짬뽕과 울진읍내 칼국수식당에서 먹은 칼국수가 제 인생 통틀어서 전부였어요. 하지만 둘 다 공통점이 있었어요. 시작은 매우 부드럽고 순한데 갈 수록 맛에 빠져들고 중독되는 맛이었어요. 울진 음식 맛 특징이 원래 이런 건지 매우 궁금해졌어요.

 

울진 읍내에서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울진군청 및 바지게시장 근처에 있는 맛집인 칼국수식당이 있어요. 칼국수 맛이 중독적이었고, 면발이 탄력있었어요. 누구나 부담없이 좋아할 맛이었어요.

 

참고 사항이라면 칼국수식당은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닫기 때문에 네이버 지도에 8시까지 영업이라고 나와 있지만 저녁으로 먹을 거라면 6시에는 가는 것이 좋아요. 늦어도 7시 전에는 가는 게 좋아요. 이건 이 식당 뿐만 아니라 지방에 위치한 식당들 공통된 특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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