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계2동 우체국에서 나왔어요.
"광운대역까지는 걸어가야지."
월계역에서 광운대역까지는 전철로 한 정거장이었어요. 월계역에서 광운대역까지 걸어가면 카카오맵에서 1.4km 걸어야한다고 나왔어요. 저는 월계역이 아니라 월계2동 우체국에서 광운대역으로 가야 했어요. 월계2동 우체국에서 광운대역까지는 도보로 1.2km라고 나왔어요. 1.2km 정도면 걸어가도 되는 거리였어요. 한여름 낮에 걸으면 땀이 많이 나기는 하는 거리이지만, 옷은 어차피 땀에 젖은 지 오래였어요. 1.2km 정도라고 하니 가볍게 운동 삼아서 걸어갔다가 오기로 했어요.
지도를 보면서 광운대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여기 왜 한 번 걸어본 길 같지?"
월계역에서 광운대역은 걸어본 일이 없었어요. 이쪽은 제가 걸을 일이 없었어요. 광운대역은 제 인생에서 인연이 없는 전철역이었어요. 인연이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래요. 의정부 살면서 저를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광운대역 종점 전철이거든요. 서울에서 놀다가 의정부로 돌아갈 때 전철 1호선 타러 갔을 때 광운대역 종점 전철 오면 짜증나요. 특히 종로에서 지하철 1호선 타러 갔을 때 밤 10시대에는 청량리, 동묘앞, 광운대 - 이렇게 셋이 3연타로 오는 시각이 있어요. 이때는 정신이 멍해져요.
그러나 광운대역 종점 전철이 서울에서 의정부 돌아갈 때 짜증나게 하는 거 외에는 광운대역과의 인연이 없었어요. 광운대역에서 내릴 일이 제 인생에 한 번도 없었어요. 광운대역을 갈 일 자체가 없었거든요. 심지어 춘천조차도 경춘선 전철이 개통된 후에 가봤어요. 그 이전에는 딱 한 번 춘천을 가봤지만, 그때는 지상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갔어요. 그래서 광운대역에서 내리거나 광운대역으로 가야 할 일이 없었어요.
분명히 이 길을 걸어봤을 리가 없는데 전에 걸어봤던 기억이 있었어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어요.
"여기를 뭐 때문에 걸어봤지?"
여기를 걸어봤다면 아마 월계역 이마트 처음 갈 때 버스 타고 이쪽으로 와서 이마트까지 걸어간다고 길 찾으면서 걸었을 거에요. 그거 말고는 이쪽에 온 일이 없었어요. 아마 그때 여기를 걸어봤을 거에요.
"저 주유소 이름은 아직도 성북역이네?"
광운대역은 예전에 성북역이었어요.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역명이 바뀐지 한참 되었어요. 그런데 주유소 이름은 여전히 성북역 주유소였어요.
커다란 성당이 나왔어요. 월계동 성당이었어요.
"길 이거 맞아?"
카카오맵에서는 월계동 성당 쪽 매우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라고 나와 있었어요. 큰 길이 아니라 이상한 길이었어요. 그래도 지도를 믿고 따라가보기로 했어요. 골목길로 들어갔어요. 골목길에서 나오자 광운대역이 나왔어요.
"지도가 맞았네."
2023년 8월 17일 오후 4시 27분, 광운대역에 도착했어요.
"광운대역이 이렇게 생겼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광운대역을 역사 바깥에서 봤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을 받기 위해 광운대역 역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광운대역 역사로 들어가서 역무실로 갔어요.
직원분께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을 찍기 위해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직원분께서 광운대역 스탬프를 건네주셨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은 이렇게 생겼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 인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준비해간 우편엽서에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을 찍었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 디자인은 월계역과 마찬가지로 역사였어요.
국가철도공단 광운대역 공식 소개 문구는 다음과 같아요.
연촌, 성북 그리고 광운대역
넓은 부지 갖춘 주요 철도물류기지
광운대역은 1939년 연촌역이라는 이름의 경원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특히 중앙선으로 수송되고 있는 무연탄 및 화물이 망우선을 통해 광운대역(옛 성북역)으로 경유되면서 중요 물류기지로 역할하였는데 때문에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역사 부지를 갖추고 있다. 1977년, 1978년 연이어 경춘선, 서울 교외선의 시종착역이 되면서 현재의 역사가 지어지게 되었다. 기존의 경춘선 출발역이었던 옛 성동역은 현재 동대문구 제기동 지점으로 제기동역 2번 출구 부근에 비석으로 남아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광운대역 역사 모습은 도시가 발전해왔던 과정과 주민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사와 더불어 처음 지어질 당시 최신식이었을 역사 인근 건물들, 풍경도 함께 나이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광운대역과 그 인근 지역이 서울 동북권 일대 개발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출발의 설렘이 피어나고 있다.
광운대역 스탬프를 모은 후 밖으로 나왔어요.
이번에는 월계3동 우체국으로 가서 우체국 소인을 받을 차례였어요. 월계3동 우체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광운대역을 건너가야 했어요.
육교에서 광운대역을 구경했어요.
"롯데월드타워 보인다!"
아주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였어요.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에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멀리 광운대역에서도 보였어요.
'하긴, 저건 수원에서도 보이니까.'
버스를 타고 남쪽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수원쯤 오면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기 시작해요.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기 시작하면 서울까지 거의 다 온 것 같지만 아니에요. 그때부터 또 한참 가야 해요. 그래도 버스 타고 남쪽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면 서울 생활권에 들어왔음이 실감나기 시작해요.
광운대역 육교에서 광운대역 영상을 촬영했어요.
광운대역을 건너서 월계3동 우체국을 향해 걸어갔어요. 월계3동 우체국은 월계미성미륭삼호아파트 단지 안에 있었어요.
2023년 8월 17일 오후 4시 58분, 서울 월계3동 우체국에 도착했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광운대역 도장을 찍은 엽서에 서울 월계3동 우체국 소인을 받았어요.
이로써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경원선 구간은 전부 끝냈어요.
'진작 시작할 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경원선 구간을 마치며 진작에 시작하지 않은 것이 살짝 후회되었어요. 만약 진작 시작했다면 태백선도 거의 다 모았을 거였고, 마산역 같은 곳도 모았을 거였어요. 지난해 가을에 여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많은 도장을 수집했을 거였어요.
"역시 뭐든 빨리 해야 해."
앞으로는 뭐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바로 실행하기로 마음먹으며 의정부로 돌아가기 위해 광운대역으로 걸어갔어요. 이렇게 재미있게 하루 잘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