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우체국에서 나와서 흑석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노량진은 제게 그렇게 큰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곳은 아니었어요. 친구와 노량진에서 만난 적은 여러 번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은 노량진에서 놀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갔어요. 노량진 근처에서 논다고 해도 노량진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노량진에서 조금 걸어가서 신대방삼거리역, 여의도에서 놀았어요. 노량진은 친구 만나러 친구와 약속 잡는 장소, 그리고 친구와 다른 곳에서 놀다가 마지막에 커피 한 잔 하러 갔다가 헤어지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노량진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한 기억보다 '노량진에서 만나서 다른 곳으로 간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물론 친구와 헤어질 때 거의 대부분 노량진에서 헤어졌기 때문에 노량진에서 친구와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진 기억은 무지 많지만요. 그런데 이 기억조차 카페에서 인상깊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기억보다 노량진에 있는 카페로 걸어가며 나눈 대화에서 인상깊거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았어요.
한때 많은 고향 친구들이 공무원 준비를 하기 위해 노량진으로 몰려와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고향 친구들은 노량진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많아요. 그렇지만 그 당시 저는 노량진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친구를 만나도 제가 노량진으로 가는 게 아니라 종로 같은 곳에서 만났어요. 그 이전에 제 일이 바빠서 친구들을 만난 일 자체가 거의 없었구요. 그래서 정작 제 고향 친구들이 노량진에 많이 있었을 때는 노량진을 거의 안 갔어요.
심지어 지금까지 서울을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그 유명한 노량진 수산시장도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노량진 학원가도 많이 죽었어."
한때는 대한민국 거의 모든 20대가 다 노량진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어요. 공무원 열풍이 불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20대가 노량진으로 몰려들었어요. 그 당시 노량진은 항상 공시생이 북적이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노량진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어요. 노량진역에서 나오면 뭔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지배하는 곳이었어요.
노량진에 그렇게 많았던 공시생들은 201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노량진이 과거에는 생활물가가 저렴한 편이었지만 공시생들이 엄청나게 몰리면서 주거비가 매우 크게 올랐어요. 생활 물가도 과거만큼 저렴하지도 않았구요. 여기에 공시생들이 워낙 많으니까 인터넷 강의도 활성화되면서 인강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공시생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여기에 9급 공무원이 박봉에 격무에 시달리는 직업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어요. 공무원은 겸업 금지인데 역병 사태 당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직장인들 사이에 부업, 겸업이 확 퍼지며 실제 수입은 더욱 크게 차이나게 되었어요. 그래도 공무원 준비하는 2030세대가 나름 꽤 있기는 하지만 과거 모든 2030세대가 공시생, 잠재 공시생이던 정도는 아니에요.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길을 걸어가다가 컵밥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먹어봤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노량진은 친구와 만나는 약속 장소로 잘 잡지만, 노량진 수산시장도 한 번도 안 가봤고 길거리 컵밥도 한 번도 안 먹어봤어요. 그만큼 노량진에 많이 오기는 했지만 노량진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런데 컵밥은 굳이 사먹어보고 싶지 않았어요.
한강까지 왔어요.
고층 아파트 사이로 남산타워가 보였어요. 날이 더워서 최대한 땀을 안 흘리려고 천천히 걸었어요.
흑석동으로 넘어왔어요.
"흑석 많이 좋아졌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교통이 상당히 불편한 지역이었어요. 중앙대학교가 흑석동에 있어요. 그리고 흑석동 옆쪽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이 있어요. 국립서울현충원이 서초구 방배동과 동작구 흑석동을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흑석동은 딱히 특징 있는 동네는 아니에요. 서울에 있는 흔하디 흔한 동네 중 하나에요. 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흑석동은 가본 적이 없어서 일부러 흑석동을 찾아가본 적이 있었어요. 흑석동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 외에 아무 특징 없는 동네였어요. 흑석동은 중앙대학교 구경하러 가는 거 아니라면 구경할 만한 게 없는 동네인데, 중앙대학교도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탐방하러 가는 거나 아니면 구경하러 갈 만한 캠퍼스 멋진 대학교는 아니에요.
흑석동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일이 있었어요. 바로 문재인 정권 시절이었던 2018년에 발생한 흑석 선생 사건이에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정부가 부동산 투기 잡겠다고 하고 맨날 집값 하락할 거라고 하는데 대통령 대변인이란 인간이 부동산 투기한 정도로만 알 거에요. 그러나 당시 핵심은 대통령 대변인이란 인간이 본인이 신고한 재산의 2배에 달하는 16억 원의 빚을 지고 재개발 상가에 부동산 투기를 한 점이었어요.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나스닥 상승 배팅한다고 나스닥100 ETF인 QQQ를 매수하는 게 아니라 나스닥 3배 레버리지 ETF인 TQQQ에 영끌에 몰빵으로 배팅한 꼴이에요. 또한 저 당시 본인 신고 재산보다 2배나 더 많은 대출을 받았다는 게 알려져서 더욱 논란이었어요.
제게 노량진, 흑석동 모두 동네 자체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보다는 이런 사회적 이슈로 인한 강렬한 기억이 있는 지역이에요.
흑석동에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어요. 아직 허름한 동네들도 남아 있었어요.
2023년 5월 22일 오후 4시 36분, 흑석동 우체국에 도착했어요.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어요. 대기 인원이 있어서 대기표를 뽑았어요. 제 차례가 되었어요. 직원분께 서울흑석동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을 찍으러 왔다고 말씀드리자 직원분꼐서 관광우편날짜도장을 건네주셨어요.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국립서울현충원 지역 여행 도장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동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 인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우편엽서에 도장을 찍었어요.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국립서울현충원 지역 여행 도장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동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 디자인은 국립서울현충원이었어요. 국립서울현충원은 동작구 사당동에 있어요. 국립서울현충원이 동작구에 있어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가장 가까운 흑석동우체국에 관광우편날짜도장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 않다면 흑석동우체국에 관광우편날짜도장이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가야겠다."
친구와 약속한 장소로 가야 할 시간이었어요. 강원도 여행 돌아와서 친구 만나러 갈 때까지 비어 있는 시간을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어요. 흑석동에 있는 서울흑석동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을 잘 수집해서 서울 지역 관광우편날짜도장 중 제가 가기 번거로운 지역에 있는 도장을 하나 끝냈어요.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국립서울현충원 지역 여행 도장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동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까지 잘 모으고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흑석동을 떠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