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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사북 지역 사북역 추천 여행지 뿌리관 석탄산업전사 기념비

좀좀이 2023. 6. 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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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뭐 하지?

 

이른 새벽에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역에서 출발해서 운탄고도1330 4길을 걷기 시작해서 완주한 후 오후 1시 반에 사북 읍내에 도착했어요. 사북 읍내에 도착한 후 사북 지역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사북역 도장과 정선사북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을 수집했어요. 이후 늦은 점심을 먹었어요. 점심을 먹은 후 사북 지역 기념품샵인 다희마켓 가서 정선 지역 마그넷을 구입했고, 청년몰 2층에 있는 카페인 달보드레에서 휴식을 취하며 잠시 글을 한 편 썼어요.

 

달보드레 카페에서 나온 후 딱히 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날은 더웠고 많이 걷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리에 피로가 너무 쌓이면 다음날 걷기 힘들 거였어요. 운탄고도1330 5길 정도야 웃으며 끝내겠지만 운탄고도1330 5길만 걸을 계획이 아니었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을 걷고 나니 운탄고도1330 5길과 6길은 묶어서 같이 갔다오기로 마음먹었어요.

 

운탄고도1330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에 의하면 운탄고도 1330 5길은 총거리 15.70km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 15분이었어요. 운탄고도 1330 6길은 총거리 16.79km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 34분이었어요. 5길과 6길을 묶어서 걸어간다면 단순 계산으로 32.49km에 10시간 49분이었어요.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많이 걸릴 거에요. 30km가 훨씬 넘는 거리니까 걸을 때 갈 수록 힘이 빠질 거고 걷는 속도도 느려질 거니까요.

 

운탄고도1330 5길과 6길을 하나로 묶어서 걷는다면 운탄고도1330 4길보다 훨씬 더 길고 소요시간도 더 길어요. 그렇지만 운탄고도1330 4길을 무리없이 걸었다면 운탄고도1330 5길과 6길은 하나로 묶어서 갈 만한 길이었어요.

 

먼저 운탄고도1330 5길은 평지에 가까운 길을 걷는 코스였고, 운탄고도1330 6길은 내리막길이었어요. 천천히 평지에 가까운 길을 걸어서 만항재까지 가는 5길을 다 걸은 후 만항재에서 태백시로 내려가는 6길을 걷는 코스였어요. 32.49km를 오르막길로 쉼없이 올라가라고 하면 한 번에 못 걸어가요. 그러나 평지에 가까운 길을 걷다가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길이라면 페이스 조절만 잘 하면 걸을 수 있어요.

 

그리고 6길은 꽤 늦게 끝내도 괜찮은 길이에요. 날이 너무 깜깜해지기 전에 강원도 태백시 상장동 벽화마을까지만 도착하면 되었어요. 태백시는 지난 해에 여러 번 가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에는 시내버스가 매우 자주 다녀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너무 힘들거나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 무리하지 않고 상장동 벽화마을에서 시내버스 타고 황지동으로 넘어간 후 하룻밤 자고 다음날 버스 타고 상장동 벽화마을로 돌아가서 조금 남은 길을 걸어도 되었어요.

 

그래서 5길 종점인 어정쩡한 만항재에서 끝내는 것보다는 4길 걷는 것처럼 하루 더 걸어서 태백시에서 끝내는 것이 훨씬 더 나았어요. 대신 이러려면 사북 읍내에서 너무 많이 돌아다니며 피로를 많이 쌓으면 안 되었어요. 그리고 다리에 이미 쌓여 있는 피로도 많이 풀어줘야 했어요. 다리 피로는 찜질방 가서 냉탕에 다리를 담그고 냉찜질하면 많이 풀릴 거였어요. 그래도 냉찜질로 풀 수 있는 피로가 무한대는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피로를 덜 쌓고 찜질방 가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벌써 찜질방 가기에는 너무 이른데..."

 

찜질방에서 다음날 새벽 5시쯤에 나올 생각이었어요. 12시간을 찜질방에서 버티는 것은 힘들어요. 아무리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나올 거라고 해도요. 그래도 6시 정도까지는 어딘가 돌아다니고 구경하다가 찜질방으로 가야 했어요.

 

"사북역이나 가자."

 

사북역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어요.

 

 

사북역 입구인 사북오거리 안경다리가 나왔어요. 여기는 안경다리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삼굴다리에요. 안경다리 옆에 터널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굴이 3개 있어요.

 

"여기 너머에는 뭐 있지?"

 

삼굴다리를 넘어가 본 적은 없었어요. 사북오거리를 몇 번 지나가보기는 했지만 항상 여기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길을 갔어요. 삼굴다리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불그스름한 지장천 바닥을 바라보며 삼굴다리를 넘어갔어요.

 

 

무대가 하나 있었어요.

 

 

'뿌리관'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여기는 정선 사북 역사 전시관이에요. 왠지 문이 잠겨 있는 거 같았어요. 딱히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에 뿌리관은 안 들어가보고 주변만 둘러보기로 했어요.

 

 

뿌리관 석탄산업전사기념비가 있었어요.

 

"저거 탄광 수갱 권양기 아냐?"

 

 

뿌리관에서는 커다란 수갱 권양기가 보였어요. 수갱 권양기는 정선 고한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의 대표 시설이에요. 삼탄아트마인이 과거 탄광을 문화예술전시공간으로 개조한 거라 거기에 수갱 권양기가 있고, 수갱 권양기가 삼탄아트마인의 상징물이에요. 사북역 바로 뒷편에도 수갱 권양기가 있었어요.

 

"저거 진짜 사용했던 건가?"

 

매우 놀랐어요. 여기는 사북역 바로 뒷편이라고 해도 되는 지역이었어요. 수갱 권양기가 있다면 여기는 원래 탄광 자리였다는 말이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역 갔을 때 도계역 바로 뒤가 현재도 채굴중인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라 엄청 놀랐었어요. 그런데 뿌리관 뒷편에 보이는 수갱 권양기가 과거에 진짜 저 자리에서 사용되었던 거라면 과거에는 사북도 사북역 바로 뒷편이 탄광이었다는 말이었어요.

 

이것은 진짜였어요. 다음날 택시 기사분께 여쭈어보자 택시 기사분께서 수갱 권양기가 있는 곳이 탄광 자리라고 알려주셨어요. 지금은 사북석탄역사체험관과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이 있는 곳인데 휴업중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사북역 뒷편은 과거 탄광 자리였어요.

 

그리고 바로 저 수갱 권양기가 사북역 스탬프에 나오는 수갱 권양기에요.

 

 

뿌리관 석탄산업전사기념비 뒷편으로는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이 물이 지장천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사북오거리 지장천 바닥이 시뻘개졌어요.

 

뿌리관 석탄산업전사기념비 뒷편에는 사북 역사를 요약해놓은 비석이 쭉 늘어서 있었어요. 여기에서 주목해서 봐야 하는 것은 3개였어요.

 

 

먼저 '사북사건의 발발/항쟁'이에요. '어용 노조와 공권력의 투입에 성난 광부들이 바리케이트 대치 후 투석과 최루탄전으로 치안 공백상황이 발생하는 사북사건이 일어났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요.

 

사북사건은 1980년 4월에 12.12사태로 집권한 신군부 정권에서 일어난 사건이에요. 신군부는 사북사건으로 호되게 당하고 깜짝 놀랐고, 이로 인해 신군부가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서 초강경 과잉진압으로 대응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어요. 그리고 사북사건으로 인해 신군부에서 탄광 근로자 처우에 크게 신경써서 이때부터 탄광 근로자들의 삶과 처우가 매우 개선되었다고 해요.

 

 

그 다음 눈여겨볼 비석은 '지역주민 생존권 찾기 총 궐기대회/투쟁'이에요.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탄광지역이 급격하게 침체하자 1995년 주민생존권 확보를 위한 지역 총 궐기대회를 전개하였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요.

 

1989년에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이 실시되자 무수히 많은 탄광이 폐광했어요.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탄광이 우루루 폐광했어요. 폐광 당시 광부들과 탄광 경영주는 폐광에 대해 마찰이 없이 신속하게 상호합의하에 폐광을 결정했다고 해요. 당시 정부가 효율적이고 자발적인 폐광 유도를 위해 폐광 보상금을 나름 후하게 책정했어요. 그러자 우물쭈물하다가는 그나마 받을 수 있는 폐광대책비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서로 앞다퉈 폐광했다고 해요.

 

이로 인해 강원도 남부 지역은 붕괴 수준을 넘어서서 멸망했어요. 붕괴라는 표현은 틀렸어요. 멸망, 소멸이라고 해야 해요. 수많은 마을이 아예 흔적도 안 남기고 사라져버렸으니까요. 폐광되면 광부들은 타지역으로 떠났고, 광부들을 위한 광부사택도 철거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마을 흔적 전체가 사라져서 자연으로 돌아갔어요. 오늘날 강원도 남부 가보면 탄광 흔적은 기껏해야 갱내수로 인해 바닥이 붉게 물든 하천 바닥 정도에요. 그 외에는 그냥 대자연이에요.

 

그러자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서 탄광촌 지역 주민들이 지역주민 생존권 찾기 총 궐기대회를 일으키며 투쟁에 나섰어요.

 

 

그 다음 눈여겨볼 비석은 '3.3.합의/타결'이에요. '1995년 역사적인 3.3 합의문이 발표되었고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및 (주)강원랜드 설립과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허용되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요.

 

걷잡을 수 없는 급속한 지역 붕괴에 지역 주민들이 투쟁에 나섰고, 그 결과 1995년 3.3 합의문이 발표되었어요. 그리고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 줄여서 폐특법이 통과되었어요. 이 폐특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에요.

 

사북 지역 여행을 하고 나서 후기를 쓸 때는 높은 확률로 '과거 탄광 지역'이었다는 말을 쓰게 되요. 아쉽게도 사북 지역 뿐만 아니라 강원도 남부 많은 지역에 탄광의 흔적은 별로 안 남아 있어요. 또한 탄광촌은 외관상 타지역에 비해 탄가루 끼어서 검은빛이 도는 것 외에는 우리나라 대도시 빈민가와 외관상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는 편이에요. 그리고 검은빛이 도는 시각적 특징은 맑은 날이 아니라 비 내리는 날 봐야 그 차이가 제대로 보이구요.

 

사실 탄광촌의 특색은 탄광촌 특유의 문화와 경제에서 드러나요. 즉, 바깥으로 보이는 건물 같은 것에서 보이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고, 사회 내부적으로 존재하는 특성이 훨씬 더 커요. 또한 폐광은 현재 흔적이 거의 다 사라졌고, 그나마 폐광을 찾아간다면 그 이유는 깊은 산을 들어가는 길이 그나마 폐광으로 이어진 임도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운탄고도1330도 과거 탄광과 연결되던 임시도로를 트래킹 코스로 개발한 거구요.

 

사북 지역 주민분들은 사북이 과거 동양 최대 민영 탄광이었던 동원탄좌가 있었던 지역이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지역 정체성의 뿌리를 계속 탄광촌에서 찾고 싶어하고 있어요. 현재는 하이원과 사북 주민분들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카지노 마을이 아니라 전국민의 건전한 관광지로 지역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구요. 그래서 사북역 도장 도안인 수갱 권양기와 정선사북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 도안인 하이원 리조트가 이 지역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한 거에요.

 

사북으로 여행간다면 아주 잠시 뿌리관 석탄산업전사 기념비에 들려서 인증 사진 하나 찍는 것도 매우 좋아요. 뿌리관에 들어갈 것 없이 가서 석탄산업전사기념비 한 번 보고 수갱 권양기 한 번 보고 가면 되요. 하이원이나 사북역 갈 때 무조건 지나가게 되는 사북오거리에서 매우 가까워서 가기도 좋고, 사북 주민분들이 원하는 지역 정체성의 뿌리인 탄광촌을 상징하는 기념물도 있는 곳이에요. 이 지역이 과거 탄광 지역이었다고 말할 때 보여줄 사진 하나 찍고 가기 매우 좋은 곳이에요.

 

지역 주민분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기억해주는 것도 일종의 상생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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