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강원도 동해시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33코스 행복한섬길 고불개해변, 가세해변, 하평해변, 기차역 신호장 폐역 평능역 터 - 석탄의 길 3부 10

좀좀이 2023. 4. 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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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개 해변을 가기 위해 천곡항으로 내려왔던 내리막길을 다시 걸어올라갔어요.

 

 

"여기 군사지역이구나."

 

 

해안가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어요. 우리나라 동해안은 북한 간첩 침투를 감시하기 위해 밤에는 출입금지인 곳이 많아요. 여기도 원래는 군사지역이었어요. 어딘가에는 지금도 초소가 있을 거고 밤이 되면 해안경계를 서고 있을 거에요.

 

2022년 11월 1일 오후 2시 49분, 고불개 해변에 도착했어요.

 

 

 

고불개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었어요.

 

 

계단을 따라 내려갔어요.

 

 

"여기는 작네."

 

고불개 해변은 조그마한 백사장이었어요. 해수욕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았어요.

 

"저기까지만 가면 오늘 일정 끝이다."

 

해안가를 따라 쭉 보다 보면 해안가 끝자락 언덕 위에 묵호 등대가 보였어요. 묵호등대까지 가면 이날 일정이 끝이었어요. 이렇게 보면 거리가 별로 안 남아 있었어요.

 

 

해안가에는 안내문 표지판이 서 있었어요.

 

안내문

 

이 지역은 군 작전을 위한 출입 통제구역으로서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여야 하나, 시민의 편의를 위해 일정기간(시간) 개방하오니 아래 사항을 적극 준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개방기간/시간

10.1~익년 3.31. 개방시간 07:00~17:00

4.1~5.31 개방시간 07:00~19:00

- 개방시간 이외 잔류시 초병에 의한 오인사격 유발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준수 바랍니다.

 

2. 철책 등 군용시설 훼손금지

- 군용시설 훼손시 군형법 제69조 '군용물 손괴죄'에 의거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처함.

 

3. 쓰레기/오물 무단 방치 금지

- 가져온 쓰레기/오물은 반드시 회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줍시다.

 

육군 제2191부대

동해시장

 

안내문 표지판을 보며 의문이 생겼어요. 5월 31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이용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나와 있지 않았어요. 이때는 여름이라고 특별히 24시간 개방해주는 건지 아예 막아버리는지 알 수 없었어요.

 

 

 

고불개해변에는 호랑이바위 포토존이 있었어요.

 

 

저건 조금 약하다.

 

고불개해변 호랑이바위는 아까 천곡항 얼굴바위보다 이름과 생김새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어요. 호랑이 얼굴 같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 호랑이가 아니라 탈춤에 등장하는 호랑이탈처럼 생겼어요.

 

고불개해변에서 다음 목적지인 가세해수욕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바다 위에는 갈매기가 바글바글했어요.

 

고불개해변에서 가세해수욕장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았어요. 가세해변까지 금방 왔어요.

 

 

 

묵호항과 묵호등대가 더 가까워졌어요.

 

'저러니 북한 간첩이 밤에 몰래 정탐 왔다가 묵호에 초대형 건물 있다고 착각했다는 말이 있지.'

 

멀리서 본 묵호 지역은 언덕을 따라 형성된 게구석 마을, 산제골 마을, 논골 마을이 합쳐져서 거대한 건물처럼 보였어요. 어둑어둑한 저녁에 와서 보면 게구석 마을, 산제골 마을, 논골 마을 가옥들에 불이 켜지며 더욱 거대한 건물처럼 보일 거였어요.

 

 

위 사진을 보면 왼쪽부터 게구석마을, 산제골마을, 논골마을이 있어요. 게구석마을과 산제골마을은 거의 이어져있다시피 하고, 산제골마을과 논골마을은 이어져있기는 한데 두 마을 사이에 골짜기가 있어서 언덕 꼭대기 아니면 언덕 아래쪽으로 가지 않는 한 바로 두 마을을 서로 왔다갔다 할 수 없어요. 논골마을 꼭대기에는 묵호등대가 있어요. 작아서 분간이 잘 안 되기는 하지만 묵호항도 있고 묵호시장도 있어요. 산제골 마을 꼭대기에는 아파트가 있어요. 이 아파트는 묵호주공아파트와 삼본아파트에요. 산제골마을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묵호주공아파트와 삼본아파트 보고 찾으면 되고, 논골마을은 묵호등대 찾으면 되요. 게구석마을은 마을 꼭대기에 이정표로 삼을 이렇다할 높은 것이 없어요.

 

"묵호 다 봤네!"

 

묵호 다 봤어요. 저게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지역이에요. 묵호역 나와서 굴다리 지나서 묵호항 가는 길이 묵호 여행 온 사람들이 주로 돌아다니며 보는 지역인데 그 지역이 저 위의 사진에 다 나와 있어요.

 

 

 

'이래서 삼척 나릿골 마을은 동해시한테 밀려.'

 

삼척시민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은 동해 논골담길로 대표되는 묵호 지역 해안 언덕 3총사 동네에 밀려요. 동해시 묵호 지역 해안 언덕 3총사 동네인 게구석마을, 산제골마을, 논골마을은 셋이 이어져 있어서 규모면에서 상당히 큰 것도 있지만 이 세 마을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꽤 여러 곳 있어요. 그래서 동해시 묵호 지역 해안 언덕 3총사 동네는 타지역 언덕 동네들과 비교해봐도 어마어마한 매력과 관광자원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나릿골 감성마을은 이렇게 시원하게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가세해변을 다 봤어요. 이번에는 하평해변으로 가야 했어요.

 

 

조금 걸어가자 해파랑길 33-34코스 안내 표지판이 나왔어요.

 

 

하평해변을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는 해안가인데 무슨 등산을 이렇게 시켜?"

 

해안가 둘레길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지를 떠올려요. 바닷가 산책로라고 하면 대체로 바닷가를 보며 여유롭게 걷는 길이에요. 그러나 행복한섬길은 아니었어요. 여기는 끝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졌어요.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덤으로 바다를 구경하는 길이었어요.

 

행복한섬길은 걷는 재미는 매우 많았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산도 가고 싶고 바다도 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을 거에요. 육체적으로는 등산하는 기분이 들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다 풍경이었어요.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두 다리는 등산을 하는 길이었어요.

 

나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

진짜로 발 아파 죽겠습니다.

 

어느덧 오후 3시였어요. 중간에 점심도 먹고 앉아서 쉰 시간도 있으니 한 시간은 빼야할 거에요. 이렇게 한 시간 뺀다고 해도 아침 8시부터 걷기 시작했으니까 6시간째 걷고 있었어요. 6시간 걷는 것 자체야 별로 힘들 것 없었지만 문제는 신발이었어요. 발 볼이 너무 좁은데 발은 걸을 수록 뼈 사이가 벌어져가려 했기 때문에 발 볼을 억지로 꽉 조이는 고문에 가까워졌어요. 많이 걸으면 발바닥이 아픈데 발바닥은 멀쩡했어요. 대신 발 뼈가 신발의 좁은 볼 때문에 너무 조여서 뼈가 쑤시고 아팠어요.

 

 

기찻길이 나왔어요. 레일 표면이 빛나고 있었어요. 레일 표면이 녹슬지 않고 마모되어 빛나고 있다는 것은 이 기찻길이 지금도 기차가 많이 다니고 있음을 의미해요. 이 철도는 묵호역으로 이어져요. 누리로 열차도 다니고 화물 열차도 달리는 철도에요.

 

 

 

아름다운 풍경은 계속 이어졌어요.

 

 

묵호가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어요.

 

 

 

 

하평해변이 보였어요.

 

 

 

하평해변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 있었어요.

 

 

2022년 11월 1일 오후 3시 13분 하평해변에 도착했어요.

 

"파도 사진 찍어야지."

 

하평해변도 그렇게 큰 해변은 아니었어요. 하평해변에 온 김에 파도 사진을 찍고 가기로 했어요.

 

 

 

 

 

 

사진이 영 못마땅했어요. 사진에 나온 파도는 실제 하평해변에서 본 파도보다 훨씬 낮고 잔잔해보였어요.

 

사진을 찍고 다시 행복한섬길로 올라갔어요.

 

'여기 어딘가에 평능역 터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하평해변 근처에 오자 예전에 동해시 관련 자료 찾을 때 우연히 발견한 글이 떠올랐어요. 강원도 동해시 평릉동에는 영동선 기차역 신호장 폐역 평능역 터가 있다고 했어요. 하평해변에서 부곡동 부곡돌담마을 해안숲공원으로 나가기 전에 평능역 터로 추정되는 자리가 있다고 본 적 있었어요.

 

한국 철도 영동선 평능역은 1961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업한 기차역이에요. 평능역은 동해역과 묵호역 사이에 있는 신호소였어요. 평능역이 존재했을 당시 소재지는 강원도 삼척군 북평읍 평릉리로, 현재 동해시 평릉동이에요. 평능역은 이쪽 철도 구간이 단선이던 시절에 묵호항선과의 분기를 위해 설치된 기차역이었다고 해요. 평능역은 영동본선과 묵호항선이 서로 뒤바뀌면서 1969년 6월 23일부로 폐지되었어요.

 

평능역은 1969년 6월 23일에 폐지된 역이기 때문에 흔적도 제대로 안 남아 있는 폐역이에요. 1969년에 폐지된 기차역이기 때문에 멀쩡한 건물이 있던 기차역이라도 흔적조차 안 남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평능역은 멀쩡한 건물이 있는 기차역조차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되요. 승강장만 있는 간이역이었을 거에요. 건물이라고 해봐야 벽돌로 지은 버스 정류장 같은 건물이었을 거구요.

 

평능역 터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어요. 사람들은 평능역 터가 대충 할리스 동해묵호점 근처였을 거라고 추정중이에요. 평릉동 해안가는 가세해수욕장부터 하평해수욕장을 지나 부곡돌담마을 해안숲공원까지에요. 묵호역과 묵호항선과의 분기를 위해 설치된 역이라고 하니 영동선과 묵호항선이 분리되기 전에 위치해 있어야 해요.

 

 

녹슨 철도 선로가 나왔어요. 이 즈음 어디께가 평능역 터였을 거에요.

 

 

하평해변에서 부곡동 부곡돌담마을 해안숲공원으로 나가는 길에 있는 녹슨 철도 선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묵호항선 인상선 같았어요. 철도 인상선 引上線은 기차는 좁은 공간에서 90도 수직으로 꺾어서 옆쪽 다른 철도로 진입하지 못 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 전진했다가 후진하든가 더 후진했다가 전진하는 방식으로 선로를 바꿔야 해요. 이때 선로를 바꾸기 위해 전진 또는 후진하는 철로를 인상선이라고 해요.

 

 

녹슨 철로를 따라 걸어갔어요.

 

 

철도 건널목이 있었어요. 철도에서 묵호항역으로 가는 방향은 막아놨어요.

 

 

옛날 동해시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어요. 서울은 자료 자체도 많은 데다 사람들의 관심도 많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면 근성으로 밀어부치면 자료를 찾고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동해시는 아무리 노력하고 근성으로 해결하려 해도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동해시를 2022년 들어서 벌써 네 번째 오게 되었어요.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여행기를 쓰며 자료 찾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호기심을 유발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요.

 

이렇게 동해시가 올 때마다, 글을 쓸 때마다, 자료 찾을 때마다 호기심 유발하는 것이 계속 생겨난다는 사실은 그만큼 동해시가 과거에 상당히 번영하고 번화한 지역이었다는 방증이었어요. 사라진 것, 잊혀진 것, 잘 안 알려진 것이 수두룩하게 많으려면 일단 이렇게 많은 것들이 존재해야 하니까요. 생물이 존재한 적도 없는데 화석이 혼자 존재할 수는 없고 사람과 사회가 존재한 적 없는데 유적이 혼자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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