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1부 13 -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 태백로 2382 동점역

좀좀이 2023. 1. 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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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버스 4번이 돌꾸지에 가까워졌어요. 돌꾸지는 철암동에서 할머니와 대화할 때 할머니께서 철암동으로 여행 온 사람들이 잘 가는 곳 중 하나라고 알려주신 곳이었어요. 집중해서 창밖을 바라봤어요. 창밖은 산산산이었어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진짜 온통 산투성이였어요. 앞산 뒷산 오른쪽산 왼쪽산 사방이 산이었어요. 평지라고는 버스가 달리고 있는 동태백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여기 대체 왜 사람들이 많이 가지?'

 

태백시 4번 시내버스가 돌꾸지 소공원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창밖 풍경은 죄다 산이었어요. 산 말고 볼 게 없었어요. 정확히는 산 말고 있는 게 없었어요. 전부 다 산이었어요. 관광지처럼 생긴 곳이 아니었어요. 첩첩산중이었어요. 첩첩산중 풍경이 궁금해서 가본다고 하기에는 통리부터 시작해서 철암동까지 죄다 첩첩산중이었어요. 돌꾸지만 와봤다면 신기하겠지만 돌꾸지까지 오는 길에 보는 것이 모두 첩첩산중 풍경이라 그렇게 신기해보이지 않았어요.

 

돌꾸지에는 강원소방학교가 있었어요. 강원소방학교 구경하러 사람들이 갈 거 같지 않았어요. 돌꾸지 쪽이 원래 강원탄광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순전히 그거 때문에 사람들이 갈 거 같게 생기지 않았어요. 강원탄광 테마 파크 같은 것이 들어서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갈 이유라고는 근처 강원소방학교를 제외하면 딱히 없는 곳이었어요.

 

'할머니께서 사람들 많이 간다고 하셨으니 틀리지는 않았을 건데...'

 

아무리 봐도 의문이었어요. 만약 돌꾸지 소공원 정류장에서 뭔가 볼 만한 것이 보였다면 버스에서 내렸을 수도 있었어요. 남은 일정은 밝은 햇볕 아래에서 돌아다니기는 이미 글렀어요. 그렇기 때문에 돌꾸지 소공원 정류장에서 볼 만한 게 보였다면 내려서 여기를 추가로 보고 남은 일정은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돌꾸지에 볼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잘 봤지만 안 보였어요.

 

'구문소나 가자.'

 

돌꾸지에 가는 사람도 많다는 할머니의 말씀은 태백시 여행에서 의문점으로 남겼어요. 돌꾸지에서 내려서 이쪽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다니기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별로 안 남아 있었어요. 당장 구문소도 가야 했고, 구문소에서 강원도 최남단에 있는 기차역이자 강원도 열차 노선 중 마지막 기차역인 무배치간이역 동점역에도 가봐야 했어요.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일정을 진행해야 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이야 깜깜한 상태에서 돌아다닌다 해도 구문소, 동점역은 햇빛이 조금 남아 있을 때 돌아다녀야 했어요.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상태에서 구문소 봐봤자 뭐가 보일 거고, 깜깜한 상태에서 동점역까지 걸어가려면 매우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2022년 10월 5일 16시 54분,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4번 버스에서 내렸어요.

 

"구문소가 철암에서 이렇게 가까웠어?"

 

철암역에서 버스 탈 때 그래도 20분은 걸릴 줄 알았어요. 정말 순식간에 도착했어요. 지레짐작으로 20분쯤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버스 정류장 안내 방송 제대로 안 들었으면 구문소 정류장에서 못 내릴 뻔 했어요.

 

 

구문소에 왔다.

여기가 구문소다.

 

 

철암동에서 구문소까지 버스로 얼마 안 걸린다는 데에 한 번 놀랐고, 구문소 버스 정류장이 바로 구문소 앞이라는 데에 또 놀랐어요.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어느 정도 걸어가야 구문소를 볼 줄 알았어요. 실제로는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구문소가 보였어요.

 

"야, 이거 뭐야!"

 

보고 웃음 터져나오게 만든 조형물이 있었어요.

 

 

용용

 

보고 깔깔 웃었어요. 정말 강원도 느낌 조형물이었어요. 용용. 누가 봐도 용용. 파란색 용 글씨 조형물과 노란색 용 글씨 조형물에는 눈도 있고 뿔도 있었어요. 윗쪽 이응 안을 보면 이빨도 있었어요. 진짜 잘 만들었어요. 보자마자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조형물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고 소박한 조형물인데 너무 잘 만들었어요. 특히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구문소에 맞게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이거 봤으니까 되었어!"

 

구문소 앞 용용 조형물 보고 만족도 폭발했어요. 구문소 어떻게 생긴 곳인지 몰라도 되요. 구문소 자체보다 구문소 앞에 있는 용용 조형물이 더 좋았어요. 이거 봤으니 이제 구문소 더 안 봐도 되요. 내게 구문소란 이제부터 이 용용 조형물 보러 오는 곳이에요.

 

구문소 앞 용용 조형물은 트리플 A+ 디자인 대상 줘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경치 풍경 감상 방해 하나도 안 하면서 재미있고 잘 만든 조형물이 별로 없어요. 여행 와서 뭐 보고 웃음 터져나오기 쉽지 않아요. 구문소 용용 조형물은 저를 구문소 와서 웃게 만들었어요. 아주 대단한 조형물이었어요.

 

 

 

구문소 다 봤어. 구문소 끝!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구문소 겉핥기. 구문소 다 봤어. 다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구문소 봤어. 그러니까 되었어. 이제 구문소 구경 끝! 오늘 일정 목표 하나 또 끝!

 

원래는 이렇게 다니는 거 상당히 싫어해요. 다 보지도 않고 여기 찍었으니까 바로 다른 곳 가자고 하는 엉터리 건성 여행은 정말로 혐오해요.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까우니까요. 세상 모든 것을 너무 진지하게 각 잡고 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 돌아다니지도 않고 대충 한 번 쓱 보고 다 봤다고 다른 곳 가자고 하는 그저 장소 찍기에 불과한 여행은 최악이에요.

 

애초에 구문소는 이번 여행에서 목적지가 아니었거든.

 

구문소에 온 이유는 구문소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이자 강원도 철도 마지막 기차역인 동점역을 가보기 위해서였어요. 동점역에 가기 위해서는 구문소에서 4번 버스를 내려서 남쪽 경상북도 석포역 방향으로 1km 걸어가야 했어요. 그러니까 구문소를 보기 위해 구문소에 온 게 아니라 동점역에 가기 위해서는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했어요.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 내렸더니 바로 코앞에 구문소가 있어서 온 김에 대충 본 것 뿐이었어요. 동점역 가기 위해서는 구문소를 먼저 가야 하고, 시간 되면 온 김에 구문소를 보는 것이 제가 정한 일정이었어요. 그리고 그래도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은 걸어가야 할 줄 알았던 구문소가 버스 정류장 바로 뒷편에 있어서 걷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바로 대충 볼 수 있었어요.

 

동점역이라고 크게 특별한 것이 있는 기차역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강원도 최남단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상징성이 있었어요.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일반 기차역 중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은 철암역이에요. 그렇지만 기차역 전체로 봤을 때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은 동점역이에요. 동점역 다음 남쪽 기차역인 석포역은 경상북도 기차역이거든요. 동점역에 가는 것은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에 가본다는 의미가 있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동점역을 꼭 가보기로 결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저는 철도 덕후가 아니에요. 기차에 별 관심 없어요. 제 주변에도 철도에 열광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동점역이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이라는 상징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상징성 하나로 태백시 여행 와서 반드시 가자고 할 사람이 주변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나중에 남들과 태백시 여행을 온다면 동점역을 갈 수 없었어요. 단지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 한 번 가보자고 일정에 동점역을 억지로 끼워넣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 동점역을 가보는 것은 저 혼자 태백여행할 때 가봐야 했어요. 또한 나중에 동점역 하나 보자고 의정부에서 태백으로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구요. 구문소라면 언제든 남들과 같이 태백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게 되겠지만 동점역은 저 혼자 태백 여행할 때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었어요.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길을 건넜어요. 철암천을 따라 더 깊은 첩첩산중 안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조금 걷자 사시랭이 마을이 나왔어요.

 

'1km 쯤이야.'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동점역까지 거리는 도보로 1km라고 나왔어요. 왕복 2km였어요. 이 정도 거리는 제 기준에서 '걷는 것' 축에도 못 들어가는 거리였어요. 제가 일상적으로 걸어다니는 거리였어요.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녔어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1km였어요. 어렸을 적부터 1km 정도는 걸어다니는 거리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1km 거리 정도는 '당연히' 걸어가는 거리에요. 실제로 그렇게 다니고 있구요. 1km 남짓한 거리를 가는데 버스 기다리고 지하철 기다릴 바에는 걸어가는 게 더 나아요.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가는 시간에 가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다 합치면 걸어가는 거나 시간이 그게 그거니까요.

 

'갔다 오면 30분쯤 걸릴 건가?'

 

구문소 버스 정류장에서 동점역까지 가는 길은 매우 단순했어요. 철암천 따라서 쭉 걸으면 되었어요. 길을 찾으며 헤멜 일이 전혀 없는 단순한 길이었어요. 힘차게 쭉쭉 걸어나가면 금방 도착할 거였어요. 길을 걸을 때 길이 헷갈리고 길을 찾아봐야하면 원래 속도로 못 걷지만 길 헤메거나 길 찾아야할 일이 없다면 원래 걷는 속도로 걸을 수 있어요. 구경하느라 조금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요. 구문소에서 동점역 가는 길은 철암천 따라서 거의 직선으로 쭉 내려가는 길이라 원래 걷는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길이었어요. 그러면 동점역 갔다가 다시 구문소로 돌아오기까지 약 30분 정도 걸릴 거라 예상되었어요.

 

 

사시랭이 마을 버스 정류장을 지나서 철길 건널목 앞까지 왔어요.

 

 

철길 건널목에 서서 철도를 바라봤어요. 깊은 산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었어요.

 

 

철길 건널목을 건너서 철암천 옆으로 달라붙었어요.

 

 

철암천 옆에 밭이 있었어요.

 

'저기에는 뭐 심을 건가?'

 

강원도는 감자의 땅. 감자의 땅이라고 하면 강원도. 강원도는 여러 번 가봤어요. 그러나 신기하게 감자가 많은 강원도라는데 감자밭을 제대로 본 건 딱 한 번 뿐이었어요. 강원도 춘천 석사마을 핫도그 맛집 갔을 때 핫도그 맛집 옆이 감자밭이었어요. 그거 말고는 감자밭을 못 봤어요.

 

아니야, 저게 감자밭일 확률보다는 옥수수밭, 배추밭일 확률이 훨씬 높아.

 

강원도에서 많이 본 건 옥수수. 강원도가 옥수수의 땅이고 옥수수의 땅이 강원도라면 인정해요. 강원도 갈 때마다 옥수수는 진짜로 많이 봤어요. 강원도 남부에서는 배추밭이 참 많았어요. 산 꼭대기에 고랭지 배추밭이 넓게 조성된 것도 봤고, 텃밭에서 배추 기르는 것도 많이 봤어요. 이 밭에 감자를 심을 거 같지 않았어요. 배추나 옥수수 같은 것을 심을 확률이 훨씬 더 높고 적중률 높은 선택지였어요.

 

 

"라오스 갈 필요가 없네!"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라오스 여행 갈 필요가 없었어요. 라오스 여행 갔을 때 봤던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나라 강원도 남부에 지천으로 깔려 있었어요.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우리나라가 관광자원이 없는 나라는 아니에요. 아름다운 곳, 멋진 곳 많아요. 문제는 아름다운 곳, 멋진 곳은 가기가 힘들고, 가기 쉬운 곳은 볼 것이 없어요. 이 정도 풍경이라면 굳이 라오스 같은 첩첩산중 국가 여행 갈 이유가 없어요.

 

'태백 여행 전에 라오스를 먼저 가서 다행이야.'

 

라오스 여행은 2015년에 다녀왔어요. 그때는 강원도 남부 여행은 할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그 당시에는 강원도 여행이 쉽지 않은 때였어요. 지금이야 속초가 서울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이렇게 된 게 얼마 안 되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바뀐 거에요. 게다가 강원도는 워낙 산악지형에 대중교통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자동차 몰고 다니지 않으면 여행이 아예 불가능할 것 같은 곳이에요. 그래서 라오스는 2015년에 여행 다녀왔지만 강원도 남부는 2022년 되어서야 여행을 갔어요. 만약 태백 여행을 먼저 간 후 라오스 여행 갔다면 라오스 가서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었을 거였어요.

 

이 정도 풍경이 다른 지역에 있었으면 우리동네 해금강, 우리동네 금강산 엄청 자랑하고 홍보했을 건데 여기는 강원도 태백시였어요. 이 정도 풍경 가지고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어요. 이 지역에서 멋진 풍경 소리 들으려면 그래도 구문소 쯤은 되어야 했어요.

 

"기차 들어온다!"

 

철로 건널목에서 땡땡땡땡 종 때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어요. 기차가 들어오니 철로에서 대피하라는 경고음이었어요. 뒤를 돌아봤어요.

 

 

 

 

 

 

 

 

무궁화 열차가 철도 건널목을 지나갔어요.

 

기차 지나가는 사진을 찍은 후 동점역을 향해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도보 여행 난코스가 나왔다.

 

"여기 진짜 걸어가기 위험하네?"

 

의외였어요. 구문소에서 동점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도보 여행 난코스였어요. 편하게 걸어갈 수 없는 길이었어요. 길 자체는 오르막과 내리막 없는 평탄한 2차선 도로였어요. 지형적으로는 걸어가기에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이었어요. 그러나 차도 옆 빈 공간이 매우 좁았어요. 매우 좁은 차도 옆 빈 공간으로 걸어가야 하다 보니 도로변에 잡풀이 조금만 자라 있어도 걸어갈 때 매우 방해되었어요.

 

여기 차는 왜 이렇게 많이 다녀!

 

걸어가는 동안 보는 철암천과 산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만한 길이 아니었어요. 경상북도 석포역 방향에서 구문소 쪽으로 차가 계속 왔어요. 차가 상당히 빠르게 달려왔어요. 계속 차를 조심하며 걸어야했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차선 옆 빈 공간으로 걸어가면 달려오는 차와 닿을 일은 없었어요. 그러나 가끔 잡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으면 앞을 아주 잘 보고 재빠르게 차선으로 살짝 넘어가서 지나가야 했어요.

 

이 길은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철암천쪽으로 걸어가야 했어요. 첫 번째는 양쪽 다 차가 씽씽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차가 제 앞으로 달려오는 쪽으로 가야 했어요. 그래야 차가 달려올 때마다 보면서 비키고 피하니까요. 두 번째로는 양쪽 차선 모두 차선 바깥 공간이 매우 협소했지만 그나마 철암천쪽이 살짝 더 넓었어요.

 

길 자체는 매우 빨리 걸어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차선 양쪽 빈 공간 폭이 너무 좁아서 계속 달려오는 차에 엄청나게 신경쓰며 걸어야 했어요. 차가 올 때마다 길 끄트머리로 최대한 피해야 했어요.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곳이나 잡풀이 진로를 방해하는 구간에서는 아예 서서 차가 지나간 후에 다시 걸어야 했어요.

 

구문소에서 동점역으로 가는 길은 겨울에는 절대 걸을 수 없는 길이었어요. 봄, 여름, 가을이야 차도 끄트머리 빈 공간으로 걸어갈 수 있지만 겨울에 눈 한 번 내리면 차도 끄트머리 빈 공간에는 눈이 쌓여 있을 거고, 눈을 피하려면 차도로 걸어가야 하는데 차도 폭이 넓지 않아서 차가 쉽게 비켜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만약 겨울에 걷는다고 상상해보니 전체 차선에서 한 대만 온다면 차도 중앙선에 가까이 가서 서로 피하겠지만 양쪽 차선 모두 차가 달리고 있다면 답이 안 보였어요.

 

 

2022년 10월 5일 오후 5시 16분, 동점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맞은편 앞쪽에 강원도 최남단 기차역인 동점역이 보였어요.

 

 

동점역 앞으로 갔어요. 동점역 문은 잠겨 있었어요.

 

동점역은 1956년 1월 1일에 개업한 역이에요. 현재 동점역 역사는 1957년 6월 7일에 완공되었어요.

 

동점역은 한자로 銅店驛이에요. 동점역의 '동'자는 구리 동이에요. 동점역이 속한 동점동은 원래 지명이 '통점'이었다고 해요. 의미는 구리를 캐는 곳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구리가 한자어로 구리 '동'자라 '동점'으로 변해서 정착했다고 해요.

 

동점역 주변에는 실제로 구리 광산이 있었다고 해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점동은 구리 광산에서 일하러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해요. 그러나 구리 광산이 폐광되고 근처에서 아연, 납을 채굴하는 광산이었던 영풍 제2연화광업소 동점갱도 폐갱되면서 사람들이 다 떠났다고 해요. 그로 인해 2009년 7월 1일부로 여객영업을 중단하고 무배치간이역으로 전락했어요.

 

참고로 동점역에서 남쪽으로 다음역인 석포역은 경상북도 기차역이에요. 그리고 석포역 근처에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위치해 있어요. 영풍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괴 37만t, 황산을 70만t 생산하고 있어요. 영풍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련소 중 생산규모로 세계 4위에 달하는 거대 아연 제련소로, 국내 아연 수요의 약 36%를 공급하고 있어요.

 

 

담쟁이 덩쿨이 단풍이 매우 예쁘게 잘 들었어요.

 

 

동점역 역사에서 옆쪽 담장으로 가서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여기에서 강원도랑 경상북도 경계까지 가는 건 무리야.'

 

마음 같아서는 여기까지 왔는데 강원도와 경상북도 경계까지 걸어갔다 오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건 무리였어요. 동점역에서 강원도와 경상북도 경계까지 걸어가려면 도화동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동점역에서 3km 떨어져 있었어요. 걸어갔다 오는 거니 6km 걸어야 했어요. 구문소까지 돌아갈 생각을 하면 7km였어요. 이건 빨리 다녀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어요. 더욱이 도로 상태가 해 쨍쨍한 시각에 차 조심하며 걸어도 위험한 길이었어요. 날이 컴컴해지면 걷기에 너무 위험한 길이었어요.

 

 

태백시 여행 목표 사실상 전부 달성했다!

 

아직 '진짜 완벽히 전부 달성'이라고 할 수 없었어요. 그러나 '사실상 전부 달성'은 맞았어요. 남은 일정이야 달성 못 하기도 어려웠어요. 구문소 버스 정류장 가서 구문소 남은 구간 둘러본 후 또 4번 버스 타고 상장동 벽화마을 가서 상장동 벽화마을 대충 둘러보면 끝이었어요. 어렵거나 시간 많이 걸리는 곳, 밝아야하는 곳은 전부 끝났어요. 설마 앞으로 밤 10시가 되도록 고작 구문소와 상장동 벽화마을을 못 보겠어요. 구문소야 버스 타기 위해 다시 가야할 곳이고, 상장동 벽화마을은 버스 막차 타고 가도 되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까지 가면 설령 막차가 끊겨도 거기에서 황지동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물론 그렇게 상장동 벽화마을에 늦게 가지도 않을 거고, 늦게까지 돌아다닐 리도 없었구요. 그러니 태백시 여행 목표는 사실상 전부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다음 미션은 구문소, 구문소 남은 거 보러 갈 차례입니다.

 

아까 구문소를 보기는 했지만 아주 대충 봤어요. 구문소 남은 구간을 제대로 보러 돌아가야 했어요. 아직 오후 5시 반 채 안 되었어요. 다시 구문소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면 구문소까지는 햇빛이 남아 있을 때 구경할 수 있을 거였어요. 아까야 동점역 가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구문소 대충 보고 다 봤다고 퉁쳤지만 동점역까지 다 봤기 때문에 이제는 목표가 바뀌었어요. 구문소를 제대로 다 돌아다니며 봐야 했어요.

 

왔던 길을 다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달려오는 차를 매우 조심하며 구문소를 향해 걸어갔어요.

 

 

다시 구문소 버스 정류장 앞으로 돌아왔어요.

 

 

구문소로 돌아오니 2022년 10월 5일 오후 5시 35분이었어요. 아직 구문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에는 햇빛이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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