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1부 07 - 강원도 태백시 전통시장 통리5일장 - 강원도에서 2번째로 큰 재래시장 오일장

좀좀이 2023. 1. 1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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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하늘은 흐렸어요.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었어요. 강원도 태백시 통동 주변 산머리는 하얀 비구름이 덮고 있었어요.

 

"빨리 통리5일장 구경해야겠다."

 

날씨가 안 좋아도 일정을 강행한 이유.

그러니까 오늘 와야만 했던 이유.

 

통리장 안 보고 가면 억울해서 어떻게 해?

이거 때문에 내가 이 날씨에 태백까지 왔는데!

 

일기예보를 보면 이날 2022년 10월 5일 목요일부터 10월 7일 토요일까지 강원도 남부 날씨는 계속 매우 나빴어요. 원래대로라면 절대 여행을 안 갈 일기예보였어요. 아무리 한국 기상청이 맨날 틀리고 심지어 날씨 중계조차도 못한다고 기상청이 아니라 구라청 소리 듣는다고 해도 이때 일기예보를 보면 강원도 남부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가 아니었어요. 특히 이 여행 종착지가 될 동해시는 며칠째 폭우가 쏟아지는 중이었어요. 동해시 도착하자마자 숙소 들어가서 잠만 자고 다음날 돌아올 일정도 아니고 동해시에서는 동해시 일정이 또 있었어요. 그래도 여행을 강행한 이유는 바로 강원도 태백시 통리장 때문이었어요.

 

 

 

통리장은 10일에 한 번씩 열린다.

 

강원도 태백시 통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통리5일장은 강원도에서 2번째로 큰 5일장 재래시장이에요. 강원도에서 첫 번째로 큰 5일장 재래시장은 강원도 동해시 북평5일장이에요. 북평장 다음으로 큰 재래시장 오일장이 바로 통리장이에요. 북평장은 다녀왔기 때문에 통리장을 다녀오면 강원도에서 첫 번째로 큰 재래시장과 두 번째로 큰 재래시장을 모두 가보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태백 통리5일장에 가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태백시 자체가 인접지역이 아닌 이상 가기 쉽지 않은 지역이에요. 의정부에서 태백시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어요. 시외버스가 있기는 한데 제가 갈 때 편도 요금이 34,400원이었어요. 왕복 요금은 68,800원이었어요. 게다가 소요시간이 거의 4시간이었어요. 아무리 지하철 1호선으로 단련된 정신과 육체라 해도 4시간은 만만하다고 하기 어려워요. 시외버스 요금이 아깝다면 더 저렴하게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해요. 청량리역에서 태백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에요. 청량리역에서 기차로 가면 편도 15,200원이에요. 왕복 요금은 30,400원으로, 의정부에서 시외버스 타고 태백시로 바로 가는 것의 반값 수준이에요. 그런데 청량리역에서 태백역까지 가는 기차는 무궁화호에요. KTX 같은 거 아니에요. 무궁화호 열차로 소요시간이 무려 3시간 30분 내외에요. 제 입장에서는 청량리역 가는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적으로는 시외버스 타고 가는 거나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가는 거나 그게 그거에요.

 

이론적으로는 의정부에서 태백시로 가서 통리 5일장을 보고 당일에 돌아오는 것이 가능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어요. 이러면 하루 8시간 넘게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해야 했고, 경비도 매우 비쌌어요. 아무리 태백 통리 5일장이 강원도에서 두 번째로 큰 재래시장 5일장이라고 해도 그걸 3만원, 6만원 들여서 그것만 보고 오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어요.

 

 

강원도 태백시 통리장도 원래는 5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이었다고 해요. 강원도 태백~도계 일대는 1930년대부터 탄광이 개발되며 전국에서 모여든 광부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어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는 태백 및 삼척에서 탄광을 개발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석탄을 수송하기 위해 철도를 부설했어요. 1940년에 통리역이 개통했어요. 통리역에서 심포리역까지는 워낙 험준한 지대라서 증기기관차가 객차와 화차를 그대로 매달고 갈 수 없는 구간이었어요. 그래서 통리역부터 심포리역까지는 열차를 굵고 튼튼한 강철 케이블(강삭)에 매달아 모터로 끌고 가는 인클라인 철도 (강삭철도) 구간이었어요. 승객은 모두 객차에서 내려서 심포리까지 가야 했어요.

 

통리역에서 모든 승객이 하차하니 통리역은 매우 붐볐다고 해요. 사람들이 붐비니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해요. 이것이 통리 시장의 기원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쪽에 사람이 많다 보니 통리에 오일장도 형성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흥성하던 통리 - 오늘날 강원도 태백시 통동에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쇠락기가 찾아왔어요.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고, 상권은 위축되었어요. 이 문제는 통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태백시 전체의 문제였어요. 상권이 급격히 쇠락하자 통리5일장은 1998년부터 장이 서는 날을 매월 5일, 15일, 25일로 변경했어요. 철암장도 이에 맞추어서 장이 서는 날을 10일, 20일, 30일로 변경했어요.

 

통리장이 5일, 15일, 25일에 서고, 철암장이 10일, 20일, 30일에 서면서 통리5일장과 철암5일장이 합쳐졌어요. 태백 5일장은 5,10장이고, 5일에는 통동, 0일에는 철암동에서 열린다고 보면 되요. 통리-철암 5일장이라고 통리장과 철암장을 합쳐서 보면 5일장 맞아요.

 

장성장은?

장성장은 뭔데!

 

태백시 장성동 오일장인 장성장은 4일, 14일, 24일에 장이 서요. 통리장과 철암장은 두 오일장을 합쳐서 5,0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장성장은 합쳐지지 않아요. 게다가 장성장은 날짜가 4일, 14일, 24일이에요. 2일, 12일, 22일이나 3일, 13일, 23일도 아니고 하필 통리장 바로 전날인 4일, 14일, 24일 장이에요.

 

태백시 장날 중 통리장이 압도적으로 규모가 크다고 해요. 그래서 여행간 김에 재래시장 구경도 하고 싶다면 통리장날인 5일, 15일, 25일에 태백시 통리장 구경하는 일정을 넣으면 되요. 만약 여의치 않다면 철암장, 장성장을 넣거나 황지자유시장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가야 하구요.

 

 

역시 강원도.

강원도는 옥수수.

 

전국 어느 재래시장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찐옥수수가 있었어요.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찐옥수수였어요. 그러나 매우 특별하게 보였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바로 강원도였기 때문이었어요. 강원도 옥수수는 매우 유명해요. 솔직히 '감자의 땅 강원도'는 잘 모르겠어요. 제 고향이 제주도에요. 제주도도 감자 생산 꽤 해요. 마트와 재래시장에서 보이는 고산 감자, 대정 감자가 제주도 감자에요. 그래서 감자를 보며 역시 감자는 강원도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강원도에 여러 차례 가봤지만 감자밭을 본 건 춘천 외곽 박사마을에서 곰취 핫도그 사먹을 때 핫도그 가게 옆이 감자밭이었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그래서 강원도 친구와 놀 때 감자는 제주도다 강원도다 장난삼아서 옥신각신하곤 해요.

 

하지만 옥수수는 제게도 역시 강원도에요. 제주도라고 옥수수 재배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전국 밭에 옥수수 없는 곳이 어디 있어요. 전국 어디를 가든 밭뙈기 구석에 조금씩 심어놓은 옥수수는 흔히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옥수수는 강원도에요. 강원도 옥수수라고 하면 정말 뭔가 있어보여요. 옥수수철에 맞춰서 가면 강원도 가면 옥수수가 여기저기 많이 보이기도 하구요. 태백시에서 멀기는 하지만 강원도 홍천 옥수수는 전국적으로 매우 인지도가 높아요.

 

'하나 먹고 싶은데...'

 

강원도 왔으니 당연히 옥수수 한 자루 와구와구 물어뜯고 씹고 맛봐야 제맛인데 먹을 수 없었어요. 물닭갈비 2인분을 혼자 다 먹고 왔기 때문에 배불러서 뱃속에 옥수수 먹을 여유가 없었어요.

 

 

쪽파가 있었어요. 쪽파는 동해시에서 넘어온 쪽파였어요. 동해시는 태백시에서 무궁화호 기차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요. 태백시에서 동해시 가는 시외버스도 있어요. 예전에 태백시와 동해시 모두 매우 번영하던 시절에는 두 도시간 교류도 꽤 많았다고 해요. 지금도 태백시와 삼척시 도계읍에서 생산된 석탄은 동해시 묵호항으로 가고 있어요.

 

'태백시 것은 뭐 있나 찾아볼까?'

 

강원도 태백시 통리장에서 판매중인 강원도 동해시 쪽파를 보자 통리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 어디에서 넘어온 것인지 유심히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태백시 것이 무엇이 있는지도 보기로 했어요.

 

여행 오기 전에 태백시 위성사진을 봤었어요. 태백시는 도시 구조가 엄청 희안한 곳이었어요. 석탄 산업이 아니었다면 '태백시'라는 행정구역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거에요. 삼척시의 변방 첩첩산골로 남았을 거에요. 태백시는 전부 산악지형에 좁다란 계곡과 계곡 주변 평지에 주거지와 상업지역이 들어서 있었어요. 아무리 모든 한국인들에게 강원도는 산골짜기 지역이라고 해도 태백시만큼 정말 도시 전체가 죄다 산인 곳은 못 봤어요. 먼 옛날에 화전 지을 땅이나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교통이 크게 발달하기 전에는 인구부양력이 되어야 도시가 형성되고, 여기에서 인구부양력은 식량 생산량이에요. 태백시는 도시가 생길 만큼 식량이 생산되게 생긴 곳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뭔가 있기는 할 거였어요. 첩첩산중 산골짜기 지역이니까 임산물은 태백 것이 있을 것 같았어요.

 

 

 

 

 

통리5일장에서는 전통과자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가격은 한 가마니에 만원이라고 붙어 있었어요.

 

 

"짐만 없으면 저거 살 건데."

 

한 봉지 구입하고 싶었어요. 가방 속에는 짐이 들어 있었어요. 하루 종일 저걸 들고 다닐 수 없었어요. 게다가 잠을 일반 숙소에서 잘 예정이 아니라 찜질방에서 잘 거였어요. 찜질방에 저거 들고 가면 찜질방에서 분명히 매우 안 좋아할 거였어요. 구경만 해야 했어요.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과자였어요.

 

 

이번에는 빵이 저를 유혹했어요.

 

물닭갈비가 내 지갑을 보호해주고 계시다.

 

점심으로 혼자 물닭갈비 2인분을 먹고 오지 않았다면 분명히 여기에서 빵을 사서 먹었을 거에요. 제가 좋아하는 도넛, 사라다빵이 있었어요. 유혹이 대단했어요. 그러나 하나도 유혹당하지 않았어요. 배불러서 식탐이 0을 넘어서 마이너스 찍고 있었어요. 제게 먹을 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먹으라고 베풀 수 있는 한없이 자비로운 마음상태였어요. 당연히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베풀 것도 없었지만요.

 

 

강원도 태백시 통리5일장에서 유명하다는 국밥이 있었어요. 아무리 저를 유혹해도 저는 이미 물닭갈비의 가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끄떡없었어요. 식탐에서 해탈한 상태였어요. 지금은 누가 쇠고기를 구워서 입에 넣어준다고 해도 하나도 안 고마울 상태였어요. 시장이나 마트 갈 때 충동구매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기 전에 밥을 먹고 가는 거에요. 배가 부르면 일시적으로 물욕에서 해탈한 상태가 되어 충동구매를 안 할 수 있어요.

 

나는 지금 충동구매 마구 하는 재미로 시장 온 건데?

 

평소라면 밥 먹고 시장 가는 게 맞아요. 그러나 지금 저는 제대로 장 보려고 온 게 아니라 시장 구경하러 왔어요. 시장 구경하러 왔으면 이것저것 사먹어야 재미있어요. 그런데 점심으로 물닭갈비 2인분 먹는 바람에 쓸 데 없이 식탐이 무의 경지에 다다랐고 물욕도 사라져버렸어요. 잘못된 해탈이었어요.

 

 

 

 

 

통리5일장 좌판 뒷편으로 지어진 지 꽤 되어 보이는 건물이 보였어요.

 

 

양념게장도 판매되고 있었어요.

 

 

통리5일장을 돌아다니며 계속 구경했어요.

 

 

 

 

 

마늘이 있었어요. 원산지를 봤어요.

 

 

글자가 '호' 밖에 안 보였어요.

 

호?

호주?

 

에이, 그건 아닙니다.

 

호주산 마늘일 리가 없었어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추측, 아니 추측을 넘어서 망상이었어요. '호'자만 보고 어디인지 추측해봤어요. 태백 근처에 '호'로 시작하는 지명이 어디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삼척시에 호산이라는 곳이 있어.

동해에서 강릉 가는 버스가 호산에서 동해 거쳐서 강릉으로 가.

 

호산?

거기 여기에서 갈 수나 있나?

 

호산은 삼척시 해안가 최남단이에요. 호산 바로 아래가 경상북도 울진군이에요. 호산에서 태백으로 오려면 상당히 험한 산길을 넘어야할 거 같은데 호산에서 여기로 쉽게 올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호산에서 삼척시 버스터미널 가서 다시 태백으로 오는 거라면 엄청난 길을 오는 거에요.

 

통리5일장 어물전까지 왔어요.

 

 

 

다른 쪽에서는 옥수수를 팔고 있었어요.

 

 

다시 통리5일장 해산물 시장을 보러 돌아왔어요.

 

 

 

강원도 태백시 통동에서 열리는 통리5일장은 어물전 시장이 유명하다고 해요. 태백시는 내륙 산악지역이지만 주변 지역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태백 통리5일이 태백시에 있어서 인근 해안가에서 상인들이 수산물을 들고 팔러 몰려온다고 해요.

 

역시 내륙지역이야.

 

말린 생선들을 팔고 있었어요. 태백 통리5일장이 어물전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무리에요. 바닷가에서 보는 생선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어요. 바다 물고기들이 헤엄쳐서 통리장 좌판 위로 펄쩍 뛰어올라올 리 없으니까요. 더욱이 옛날에는 저장수단과 운송수단도 별로 안 좋고 동해안에서 태백까지 오려면 상당히 험한 산길을 넘어와야 했을 테니 생선도 생물이 아니라 건어물로 왔을 거에요.

 

 

어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제가 어렸을 적이었어요. 어머니께서 해주신 짧은 민담이 있었어요. 그 민담이 떠올랐어요.

 

옛날 옛적에 바닷가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대. 하루는 멀리 깊은 산 속에 살고 있는 친척을 모처럼 오랜만에 방문하러 길을 떠났대. 험하고 험한 산길을 걷고 걸었대. 몇날 며칠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대. 얼마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는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곳이었대.

 

어부는 드디어 깊은 산 속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친척집에 도착했어. 친척은 매우 기뻐하며 아내에게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진귀한 음식을 대접하라고 했대. 어부는 어떤 진미가 나올지 내심 크게 기대하고 있었어. 이윽고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어. 어부가 그렇게 기대하던 진귀한 산골 음식을 먹을 시간이 된 거야. 어부는 잔뜩 기대하며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지. 깊은 산 속 산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친척 내외는 어부를 위해 산골 마을의 진귀한 음식으로 한 상 대접했어.

 

어부는 자기 앞에 차려진 '귀한 산골 음식'에 할 말을 잃어버렸대.

 

왜냐하면 상태 안 좋은 생선, 말라비틀어진 해초 같은 것이 상 위에 수북히 올라와 있었거든.

 

산골 마을의 진귀한 음식은 산 속에서 평소 구경하기 힘든 해산물이었던 거야.

 

 

말린 생선들을 보자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라서 속으로 웃었어요.

 

 

말린 생선들을 구경하며 계속 걸었어요. 여기가 산골 장터라는 것을 말린 생선들이 확 와닿게 만들었어요.

 

 

문어가 있었어요. 살아 있는 문어였어요.

 

해뜨는 동해 용궁에서 귀양 온 문어임?

 

이 문어들은 왠지 동해시에서 넘어온 문어 같았어요. 동해시는 예전에는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명태가 거의 안 잡히고 오징어 잡이도 과거에 비해 시원찮은 편이라고 해요. 특히 2022년에는 해수온 상승으로 인해 오징어들이 가야 할 동해로 안 가고 죄다 서해로 가버려서 서해안에서 오징어가 풍년이고 동해안은 오징어가 흉년이라고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어요.

 

아마 그래서일 거에요. 동해시에서는 문어의 고장이라고 홍보하고 있었어요. 저 문어들은 삼척에서 왔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동해시에서 문어를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동해시 문어로 보였어요. 동해시 캐치프라이즈가 '해뜨는 동해'에요. 얘네들은 대체 해뜨는 동해 용궁에서 무슨 대역죄를 지었길래 용궁에서 추방되어 깊은 산골 태백시까지 끌려와서 처형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장을 대충 둘러보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요. 식혜를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여기 식혜는 왜 황금색이지?"

 

 

"우리 식혜 맛있어요. 한 번 잡숴봐요."

"이거 얼마에요?"

 

가게 주인은 2천원이라고 했어요.

 

"여기 카드는 안 되죠?"

"카드? 카드 되요!"

"카드 되요?"

 

재래시장 좌판인데 카드가 된다고 했어요. 어떻게 좌판에서 카드가 되는지 궁금했어요. 알고 보니 바로 뒤에 있는 방앗간의 좌판이었어요.

 

"이거 식혜 왜 이렇게 누래요?"

"흑설탕 썼으니까 그렇지!"

 

식혜는 보통 탁한 흰색이에요. 여기 식혜는 누렇다 못해 황금색이었어요. 신기해서 식혜 색이 왜 이러냐고 여쭈어보자 흑설탕을 써서 빛깔이 이렇다고 알려주셨어요.

 

"500ml 짜리로 두 통 주세요."

 

500ml 통에 들어 있는 식혜 2통 달라고 했어요. 아주머니께서 식혜 두 통을 집어들었어요. 식혜는 안에 커다랗게 얼음이 얼어 있었어요. 아주머니께 당장 마실 거니 녹은 걸로 달라고 했어요. 제일 많이 녹은 걸로 2통을 골랐어요. 아주머니께서 검은 비닐봉지에 식혜 두 통을 넣어주셨어요. 계산을 한 후 식혜가 든 비닐봉지를 받았어요.

 

식혜 한 통은 비닐 봉지에 넣은 상태로 들고 한 통은 뚜껑을 따서 마시며 시장을 돌아다녔어요. 식혜는 흑설탕을 써서 만든 식혜라서 백설탕을 써서 만든 일반적인 하얀 식혜와는 맛이 살짝 달랐어요. 식혜 맛은 순박했어요. 꿀꺽꿀꺽 마시기 좋았어요. 은근히 은근히 유혹하는 맛이었어요.

 

'아까 식당에서도 식혜가 거무튀튀 누런색이었지?'

 

식혜를 마시다가 아까 물닭갈비집에서 마지막에 마신 식혜 색이 거무튀튀 누런색이었다는 게 떠올랐어요.

 

'이쪽은 식혜 만들 때 흑설탕 쓰나?'

 

이건 잘 모르겠어요. 흔히 보는 식혜는 백설탕을 써서 탁하고 뿌연 하얀색이에요. 그러나 가끔 흑설탕이나 황설탕 써서 만든 누런 식혜가 있어요. 흑설탕, 황설탕 써서 누런 식혜를 만드는 것이 특정 지역에서 선호하는 방법인지 아니면 개인 취향인지는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워요. 흑설탕 먹는 집도 있고, 황설탕 먹는 집도 있고, 백설탕 먹는 집도 있어요. 흑설탕 먹는 집에서 식혜 만들면 싯누런 식혜가 되고, 황설탕 먹는 집에서 식혜 만들면 누런 식혜가 되고, 백설탕 먹는 집에서 식혜 만들면 하얀 식혜가 되요. 가정마다 선호하는 설탕이 다르니 식혜 색도 가정마다 선호하는 설탕 색깔 따라가요.

 

 

태백시 통동에는 연탄재 전용 수거 용기가 있었어요.

 

 

여전히 하늘은 흐렸어요.

 

 

"이 집 뭐지?"

 

희안하게 생긴 집이 있었어요.

 

 

 

오래된 집이었어요. 2층 한옥이 있었어요. 오래된 집에서 2층 한옥 자체가 보기 힘들어요. 아주 옛날에는 한반도에도 2층 한옥이 많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나 조선시대로 들어와서 온돌이 널리 퍼지고 소빙하기와 경신대기근을 거치며 조선 후기에 가서는 2층 한옥이 사라져 버렸어요. 저 건물은 조선 초기 2층 한옥은 절대 아니었어요.

 

기와를 올리기는 했지만 묘하게 이질적이었어요. 적산가옥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저게 적산가옥인지도 불명확했어요. 건축시기를 알 수 없었어요. 단순히 생긴 모습만 보고 적산가옥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이유가 있었어요. 소위 '적산가옥'이라고 부르는 일제강점기 일본식 가옥 형태와 건축 양식은 광복 이후 바로 사라지지 않았어요. 해방 이후 한동안은 적산가옥 스타일의 가옥이 지어졌어요. 그러니 무턱대고 적산가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본 가옥 양식이 들어가 있는 건 분명했어요.

 

매우 이질적으로 생긴 2층 한옥을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가옥 바로 앞에 통리5일장이라고 좌판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더 다가갈 수 없었어요.

 

한동안 2층 한옥을 유심히 바라보다 다시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여기까지 왔네!"

 

생선 한 마리를 보고 놀랐어요.

 

 

동해안 생선 곰치 한 마리가 있었어요. 동해시에서 곰치국을 먹은 적이 있었어요. 곰치국의 재료가 되는 생선이 바로 곰치에요. 곰치는 귀한 생선이에요. 동해시에서도 한 마리 봤는데 그 귀한 곰치가 태백시 통리5일장에 한 마리 와 있었어요.

 

 

 

 

 

"여기는 경북이랑 교류가 많은가?"

 

강원도 태백시 통리5일장을 둘러보며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어요. 통리5일장에서 태백시에서 생산된 것은 거의 못 봤어요. 임산물조차도 태백시 것은 거의 안 보였어요. 생선이야 당연히 태백시 것이 있을 리 없었어요. 생선은 동해, 삼척에서 넘어온 거였어요.

 

매우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던 것은 농산물이었어요. 많은 농산물이 원산지가 경상북도였어요. 봉화, 영양, 의성 같은 경상북도 산지와 시골에서 넘어온 농산물이었어요. 임산물도 경상북도에서 넘어온 것들이 있었어요. 경상북도 봉화, 영양 같은 곳은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한 산간 낙후 지역이에요. 그런 곳에서 여기까지 농산물이 건너오고 있었어요. 옆동네라고 해도 험한 산길을 넘어와야 할 텐데 힘든 길을 넘어온 농산물이었어요. 반면 오히려 영월, 정선처럼 옆동네 것은 별로 안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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