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리 매우 낡은 건물이 보였어요.
단순히 낡은 건물이 아니었어요. 오래된 아파트 같은 건물이 여러 채 있었어요. 딱 봐도 버려진 건물이 많이 있었어요.
'저거 광산사택 아파트 아냐?'
전에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중석마을에 갔을 때였어요. 중석마을에는 버려지고 방치되어서 완전히 폐허가 된 대한중석 광산사택 아파트가 있었어요. 그때 봤던 폐허가 된 광산사택 아파트와 매우 비슷해보였어요. 저기는 분명히 사연이 있는 곳이었어요.
멀리 보이는 버려진 광산사택 아파트로 추정되는 건물을 사진으로 찍어서 확대해서 봤어요.
저곳은 무조건 사연이 있는 곳이야.
글자가 말해주고 있어.
외벽에는 검은 글자로 '태안'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태안'이라는 글자 뒤에는 원래 적혀 있던 글자가 있었어요. 바로 '한보'였어요.
한보?
한보그룹?
IMF 도화선이 된 한보사태때 그 한보?
흔히 'IMF 사태'로 알려진 1997년 외환 위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기억하는 회사가 두 곳 있어요. 바로 한보와 대우에요. 1997년은 1월에 한보가 부도났고, 한보사태로 인해 당시 정경유착 비리가 폭로되며 1997년 내내 시끄러웠어요. 한보사태는 IMF의 시발점이 되었고, IMF 사태의 정점은 대우 사태가 찍었어요. 그러니 한보와 대우는 IMF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회사 이름이에요.
"저기 진짜 뭐지?"
'한보'라는 희미한 글씨에서 조건반사적으로 IMF 사태가 떠올랐어요.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연구할 때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주제에요. 단순한 경제위기를 넘어서서 한국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버린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큰 변화를 야기한 사건이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IMF 사태의 후유증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사회에 이어지고 있어요. 단순히 무슨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하면 '제2의 IMF 사태가 온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더 나아가 아직 자세히 다룬 자료를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 20대와 30대의 특징 중 하나가 어쩌면 IMF때 영유아기, 아동기를 보내서 심리적으로 크게 상처입은 세대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보면 MZ세대라는 현재 한국 20대와 30대의 특징 중 설명이 난해한 부분 중 여러 가지가 설명이 되요.
'한보'라는 글자와 방치된 폐아파트촌.
저기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원래 여행 계획보다 물닭갈비를 늦게 먹고 통동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빨리 통리5일장을 보고 이동해야 했어요. 그러나 저 건물들을 지나칠 수 없었어요. 저기는 지나쳐서는 안 되는 곳이었어요. 분명히 어떤 큰 이야기가 있을 거였어요. 단순히 버려진 아파트촌이었다면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멀찍이서 보고 바로 통리장으로 가버렸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무려 '한보'라는 희미한 글자까지 보이자 대체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대충 앞만 가보고 와야지.'
그래도 너무 깊숙히 들어가지는 말고 버려진 아파트 앞까지 가서 보고 돌아오기로 했어요.
이 으스스한 분위기.
갑자기 누가 튀어나오면 공포 그 자체인 풍경.
가까이 다가가자 풍경이 으스스했어요. 참혹하다고 해도 될 수준이었어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중석마을에서 봤던 대한중석 광부사택 아파트보다 상태가 훨씬 더 심각했어요. 인류 멸망의 날 촬영지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어요.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건물은 벽에 칠해진 페인트 색이 달랐어요.
폐아파트 앞에는 텃밭이 조성되어 있었어요. 텃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할아버지께 다가갔어요. 허리를 굽혀서 깍듯이 인사했어요.
"안녕하세요."
할아버지께서 인사를 받아주셨어요.
"여기 혹시 광산사택이었나요?"
"응, 맞아."
할아버지께 이 폐아파트촌이 과거에 광산사택이었냐고 여쭈어봤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맞다고 하셨어요.
"여기에 예전에 탄광 있었어요?"
"응."
할아버지께서는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놓고 밭일을 하고 계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귀가 별로 좋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발음은 잘 알아듣기 어려웠어요. 대화를 나누기 조금 어려웠어요.
"여기가 어떤 탄광 광산사택이었어요?"
"한보탄광."
"한보요?"
"응."
할아버지께서는 이 폐아파트촌이 예전에 한보탄광 광산사택이었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러면 바로 저게 예전 광산이에요?"
"아니."
한보탄광 광산사택 옆에는 검은 망을 높게 쳐놓은 시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게 한보탄광이냐고 여쭈어보자 할아버지께서는 아니라고 하셨어요.
"여기는 경동이고. 저기 경동아파트 있잖아."
"그러면 한보탄광은 어디 있었어요?"
"탄탄파크 자리가 한보탄광이야."
"예."
할아버지께서는 오늘날 탄탄파크가 있는 곳이 과거 한보탄광 자리라고 알려주셨어요. 더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웠어요. 할아버지께서 짧게 무언가 더 이야기해주셨지만 우렁찬 카세트 라디오 노랫소리에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못 알아들었어요. 할아버지께서 귀가 별로 안 좋으셔서 크게 소리쳐서 말씀드려야 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린 후 한보탄광 광산사택촌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이거 왜 이렇게 모아이처럼 보이지?"
버려진 광산사택 아파트촌이 은근히 사진으로만 본 멀리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처럼 보였어요. 눈이 휑하니 비어 있는 거석 조각상 모아이와 유사해 보였어요. 모아이도 모아이를 만든 라파누이인의 라파누이어와 라파누이어 문자인 롱고롱고 문자는 소실되어서 여전히 언어학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어요.
"여기 대체 버려진 지 얼마나 오래된 거야?"
버려진 한보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걸어갈 수록 여기가 한두 해 버려진 곳이 아니라는 것이 보였어요. 길가에 있는 폐아파트 건물 앞에는 텃밭이 조성되어 있었어요.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수풀이 엄청나게 우거져 있었어요.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풀이 너무 우거져서 입구가 수풀로 막혀 있었어요.
한보1단지 아파트 건물은 콘크리트가 삭아서 떨어져나가고 있었어요. 외벽만 떨어져나간 정도가 아니라 복도식 아파트 기둥이 아예 다 삭아서 떨어져 나가 아파트 복도와 아파트 기둥 사이에 큰 틈이 생겨서 붕 떠 있는 곳도 있었어요.
한보1단지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특별히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수풀 때문에 아예 접근할 수 없었어요.
가장 안쪽까지 들어갔어요.
가장 안쪽에 있는 폐아파트는 입구에 풀이 덜 자라 있었어요. 여기는 폐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으로 접근할 수 있었어요.
후에 여행기 쓰면서 찾아본 자료와 정보에 의하면 이 광산사택 아파트의 정식 명칭은 한보1단지아파트에요.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구글맵에는 이름이 나와요.
한보광업소는 1982년 한보탄광 통보광업소로 문을 열었어요. 여기에서 '한보'는 IMF 원흉 중 하나인 한보그룹의 '한보' 맞아요. 한보그룹의 한보탄광 통보광업소로, 석탄을 생산하는 탄광이었어요. 한보그룹은 1982년 한보탄좌개발을 설립했어요. 같은 해에 한보그룹은 한보탄좌개발을 한보탄광으로 상호를 변경했어요. 한보탄좌개발은 유창물산으로부터 광업권을 매입해 운영을 시작했어요.
한보탄광 통보광업소는 한때 강원도 정선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강원도 삼척의 경동 상덕광업소와 더불어 국내 4대 민영 광업소로 꼽혔어요. 또한 한보광업소는 1993년에 폐광한 태백시 철암동 강원산업과 함께 태백탄전지대를 상징하는 굴지의 민영탄광이었어요.
한보그룹은 한보탄광 통보광업소 광부들 숙소 용도로 한보사택을 건설했어요. 한보사택 아파트 단지는 총 4단지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1단지는 1983년에 8개 동 144가구로 건설되었어요. 2단지는 1985년에 5개 동 126가구로 건설되었어요. 3단지는 1987년에 19개 동 390가구로 건설되었어요. 5단지는 1988년에 7개 동 150가구로 건설되었어요. 이렇게 태백시 한보탄광 통보광업소 광부사택 아파트는 총 39개 동 810가구였어요.
여기에서 왜 4단지가 없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거에요. 한국 문화에서 4는 죽을 사 死와 발음이 같다고 기피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래서 오래된 건축물을 보면 숫자 4를 안 쓰려고 한 흔적이 있어요. 3동, 3호 다음 4동, 4호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5동, 5호로 넘어갔어요. 또한 건물 층은 4층 대신 바로 5층으로 넘어가거나 F층이라고 4를 사용하지 않고 1,2,3으로 숫자를 쭉 쓰다가 갑자기 F를 쓰는 일이 있었어요.
더욱이 탄광은 상당히 위험한 곳이었고, 인명사고도 잦은 곳이었어요. 광산 근로자들은 항상 사고에 매우 민감했고, 이는 광산 근로자들이 많은 미신을 굳게 믿는 현상으로 이어졌어요. 군대 훈련소에서 꿈자리 이상하면 실제 수류탄 투척 훈련 열외시켜주는 것처럼 탄광 근로자들 역시 조금이라도 찜찜하거나 꿈자리가 사나우면 출근 안 하는 일이 흔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전국민이 다 믿던 미신인 숫자 4 기피를 광산사택에 써봐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광산 근로자들 전부 당연히 극도로 싫어하죠.
강원도 태백시 한보탄광 통보광업소의 광부사택은 모두 건설 기간이 매우 짧았어요. 한보탄광 광산사택 1단지부터 5단지까지 모두 착공에서 준공까지 짧게는 5개월, 길어야 1년 4개월 소요되었어요. 특히 바로 이 한보1단지아파트는 착공에서 준공까지 불과 5개월 걸렸다고 해요.
한보1단지아파트를 비롯한 한보탄광 통보광업소 광부사택은 빠른 시일에 많은 광부를 수용할 수 있는 광산사택을 건설하기 위해 시멘트 벽돌을 쌓아 올려서 외벽을 세우는 조적 구조로 건설되었어요. 한국 건축에서 조적 구조는 단독주택이나 1970년대 이전 아파트 건설에서 사용되던 건축 방식이에요. 1970년대 이후에는 건물을 지을 때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주로 사용했어요. 한보탄광 탄광사택은 빠르게 건축하기 위해 건축 기술에서 오히려 10년 이상 역행한 방식을 사용해 건설되었어요.
한보사택은 지하층이 없었어요. 한보사택은 지상 3층, 가구당 15~16평으로 지어졌고, 거실과 방 2개, 화장실 구조였어요.
한보탄광 광부사택은 당시 다른 광산촌 사택과 비교하면 최고급 주거지였다고 해요. 한국의 아파트형 탄광사택의 시초는 1978년에 태백시 장성동에 건설된 화광아파트에요. 한보탄광 광부사택이 건설될 당시에도 탄광촌 사택은 대부분 매우 열악했어요. 넓이는 5~8평이고, 방 1개에 공동화장실, 슬레이트 지붕의 단층짜리 주택이 탄광촌 사택의 표준이었어요. 그나마 이렇게 열악한 광부사택조차 공급이 부족해서 여기조차도 못 들어가는 광부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해요. 도처에 광산사택이 빽빽히 자리잡고 있었던 1980년대 당시 태백시에는 1층짜리 주택만 즐비했고, 이와 같은 아파트 건물은 거의 없었다고 해요.
1997년 1월에 한보그룹이 부도가 났어요. 한보그룹은 공중분해되었고, 한보광업소는 법정관리로 넘어갔어요. 한보광업소는 2004년에 태안광업에 인수되었고, 사명이 태안DNI로 변경되었어요.
2004년에 태안광업이 인수한 한보탄광은 석탄산업 사양화와 매장량 감소가 겹쳐서 2008년 10월에 폐광했어요. 폐광 당시 한보탄광 종업원은 467명이었고, 연간 생산량은 28만2천톤이었다고 해요.
태안광업은 폐광을 앞두고 한보광업소 터에 2020년까지 총사업비 1조3천억원을 들여서 대체산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어요. 태안DNI는 한보폐광부지에 허브를 테마로 하는 휴양리조트를 조성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으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서 계획은 현실화되지 못했어요.
한보탄광이 폐광한 후 강원도 태백시 한보탄광 광부사택 1단지, 2단지, 3단지, 5단지의 운명은 각자 달라졌어요.
먼저 한보탄광 통보광업소 부지는 2016년 2월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주목받았어요. 한보광업소 광부 목욕탕은 드라마 속에서 우르크 발전소로 묘사되었어요. 이후 한보광업소 통보광업소 부지는 태백시가 관광자원화사업으로 국비를 확보하고 야심차게 개발한 탄탄파크로 바뀌었어요. 또한 부지 일부는 태양광발전소로 바뀌었어요.
태안광업은 광부사택 2단지를 철거한 후 2010년에 2단지 부지를 경기도 안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인 우일학원에 54억원에 매각했어요. 우일학원은 연수원 신축 명목으로 해당 부지를 매입했지만, 이후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한보탄광 광부사택 2단지 부지는 2021년 5월 WK뉴딜국민그룹 총재가 방문해 마스크 생산공장 건립 의사를 밝히며 돌아보고 갔다는 기사가 있어요. 그러나 이후 WK뉴딜국민그룹쪽에서는 현재까지 한보탄광 광부사택 2단지 부지 사업계획이 딱히 밝혀진 것이 없어요.
태안광업은 광부사택 3단지와 5단지를 민간에 매각했어요. 3단지와 5단지는 리모델링을 거쳐서 일반에 분양되었어요. 2009~2010년에 2700만~3100만원에 분양했다고 해요.
이 중 광부사택 3단지는 사택을 인수한 민간업자가 2008년에 리모델링을 했고, 2009년에 하나연립으로 명칭을 바꿔서 전원주택, 별장형 콘도, 임대사업 수익률 보장 등의 내용으로 가구당 2700만원에 분양했다고 해요. 당시 하나연립 분양광고에서는 단지 후문에서 동백산역까지 도보로 5분이 걸리고, 세계 최대 내추럴월드 천연 복합리조트가 개발 예정이며,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 오투리조트, 동해안 유명 해수욕장과 가깝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해요. 하나연립으로 이름이 바뀐 광부사택 3단지는 2009년에 290세대를 분양하는 데에 성공했고, 2010년과 2011년에는 수도권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나머지 250세대 분양에 성공했다고 해요.
문제는 바로 바로 이 광부사택 1단지였어요.
태안광업 1단지 사택은 2단지, 3단지, 5단지와 달리 국유지에 산림청의 사용 허가를 받아서 건설되었어요. 한보탄광 광부사택 2단지, 3단지, 5단지 토지는 한보탄광 소유 사유지였지만, 1단지만은 토지가 국유지였어요. 1단지가 국유지 위에 건설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석탄 산업이 국가 경제 기반 산업이었기 때문에 국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고 해요.
현재도 한보탄광 광부사택 1단지 소유주는 산림청이고, 지목은 임야에요. 태안광업이 폐광한 후 원칙적으로는 1단지를 철거하고 국가에 반환해야 했어요. 한국에서 광산이 폐광되면 폐광 이후 광업시설과 사택 등 광산의 폐시설물은 관련법에 따라 소유권자 동의를 받아서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철거해요.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광산의 폐시설물을 철거한 후 토지를 원상복구하고 산림청에 반환해요.
그러나 한보탄광 사택 1단지는 철거되지 않고 지금까지도 방치중이에요. 태안광업이 한보사택 1단지 철거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1단지에는 한 채권자로부터 가압류도 걸려 있어서 강제철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건물 가압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건물을 강제철거하면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채무자가 되기 때문에 가압류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철거 작업에 나설 수 있어요.
이렇게 해서 한보탄광 광부사택 1단지인 한보1단지아파트는 여전히 버려진 폐허로 방치중이었어요.
한보1단지아파트 벽에 '한보'라는 글자 위에 '태안'이라는 글자가 진하게 덧칠된 이유는 한보탄광이 태안광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기 때문이었어요.
한보1단지아파트 단지를 쭉 둘러보고 텃밭에서 일하고 계신 할아버지께 가서 다시 한 번 인사드린 후 통리5일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길 맞은편에는 경동아파트가 보였어요. 경동아파트도 광부사택이에요. 경동보일러, 경동도시가스, 경동나비엔로 많은 사람들이 접한 바로 그 '경동'기업이 운영중인 탄광 근로자를 위한 사택이었어요. 경동은 지금도 탄광을 운영하고 있어요. 경동 상덕광업소에요. 주요 갱으로는 태백시 통동 통리갱과 삼척시 도계읍 황조갱이 있다고 해요.
철도 건널목을 건넜어요. 증기기관차 모형이 통과하는 아치 위에는 '통리기차마을'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간판이 붙어 있었어요.
통리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벌써 1시 다 되어가네?"
2022년 10월 5일 12시 46분이었어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