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 조동리 함백 안경다리 탄광마을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사람들이 없었어요. 매우 조용했어요. 가옥 모양이 일반적인 시골집이 아니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광산 사택 모양이 도계에 있던 거랑 비슷하네?'
함백에 있는 광산 사택은 도계에서 본 광산 사택과 모습이 비슷했어요.
마을을 다 둘러봤어요. 다시 큰 길로 나왔어요.
"이 동네에 카페가 있네?"
큰 길로 나와서 차를 주차해놓은 곳으로 걸어가는데 카페가 한 곳 있었어요. '카페 안경다리'라는 카페였어요. 함백 안경다리 탄광마을 동네 모습을 보면 카페가 있게 생기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전부 노인들이었어요. 우리나라 도처에 카페 없는 곳이 없다고 하지만 여기는 외지인들이 관광하러 오게 생긴 곳이 아니었어요.
"어떤 카페지?"
카페가 없게 생긴 지역에 카페가 있는 것도 신기한데, 외관을 보면 과거 다방 같은 곳이 아니라 생긴 지 얼마 안 된 카페였어요. 누가 카페를 제대로 차려놨어요.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신식 카페라 어떤 카페인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마침 날이 더웠고, 잠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쉬고 싶었어요. 시간이 아직 매우 여유로웠어요. 이제 2022년 8월 31일 오후 1시 54분이었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 한 분이 카페를 지키고 있었어요. 음료를 주문한 후 자리를 잡았어요. 카페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어요.
어디에 앉을지 자리를 찾아봤어요.
"여기 무선 충전기도 설치되어 있다."
카페 안경다리 안에는 무선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좌석도 있었어요. 카페에 앉아서 음료수 마시며 쉬는 동안 아주 편하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카페였어요. 여행 중에는 스마트폰을 충전할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충전하는 것이 좋아요. 스마트폰을 보조배터리에 연결해서 들고 다니면 매우 귀찮고 불편해요. 여행 중 보조배터리는 정말 비상 수단으로 놔두는 것이 좋아요.
카페 안경다리 매장 안에 들어와서 보니 밖에서 본 것보다 카페가 지어진 지 더 오래 안 되어 보였어요. 대도시에 있는 웬만한 동네 카페보다 카페가 전혀 없게 생긴 함백에 있는 카페 안경다리가 시설이 훨씬 더 좋았어요.
카페 안경다리 안쪽에는 바닥에 앉는 좌식 테이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기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골랐어요. 창가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음료가 나왔어요. 음료를 받아서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오늘 날씨 참 습하네요."
카페를 지키고 계신 할머니께 가볍게 날씨 이야기를 했어요. 할머니께서도 비 와서 습하다고 하셨어요.
"올해 여름은 비가 쉬지도 않고 내리네요. 여기도 비 자주 왔어요?"
"아니, 여기는 자주 안 내렸어."
2022년 여름, 수도권은 질리도록 비가 퍼부었어요. 뉴스에서 '늦은 장마'라는 표현을 넘어서 '여름 장마'라고 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된 것이 장마철보다 비가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퍼부었어요. 그러나 할머니께서 함백은 그렇게 비가 엄청나게 퍼붓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동네가 한적하네요."
"탄광 닫은 후에 사람들 다 떠났어."
"여기 관광객들 오나요?"
"전에는 왔는데 요즘에는 뚝 끊겼어."
할머니께서는 전에는 관광객들이 종종 왔었지만 요즘은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하셨어요.
"지금이 애매할 때라 그런가봐. 사람들이 돈이 있어야 오는데 지금쯤은 월급 받은 거 남은 걸로 버텨야 할 때니까."
할머니께서는 지금 즈음은 사람들이 월급 받은 걸로 버텨야하는 때라 사람들이 안 오는 거 같다고 하셨어요.
"추석이 가까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추석? 아, 추석도 가까이 있지."
"저도 다음주라면 여행가는 거 매우 망설였을 거에요. 추석때 내려가야 하는데 여행 갔다가 바로 또 내려가려면 부담스러워서요."
"그럴 수도 있겠다."
할머니께 추석이 가까워서 그런 거 아니냐고 말씀드렸어요. 2022년 추석은 9월 10일이었고, 추석 연휴는 9월 9일 금요일부터 9월 12일까지였어요. 8월 31부터 추석 연휴까지 고작 열흘 채 남지 않았어요. 2022년은 추석이 매우 빨리 있었어요.
추석이 가까워지면 추석 귀경 준비를 해야 해요. 그리고 바로 열흘 후 추석 연휴이기 때문에 8월말은 여행 가기 매우 애매한 때였어요. 8월 말에 여행을 다녀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추석 때문에 귀경해야 했어요. 추석때 귀경을 하는 사람은 귀경이 코앞이라 여행 가기 망설여질 거였어요. 추석때 고향 안 내려가고 여행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추석 연휴 동안 어디 다녀오는 것을 계획할 거였구요. 직장인이라면 연차 쓰면 무려 5일 휴일이었어요. 그러면 굳이 8월말에 여행 갔다가 또 피곤하게 추석때 내려가기 보다는 그냥 8월말에 어디 안 가고 추석때 여행가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어디에서 왔어?"
"저는 의정부요."
"아, 멀리서 왔네."
"의정부 아세요?"
"알지."
할머니께서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셨어요. 의정부에서 왔다고 대답했어요.
"아들이 연천에서 복무했었어."
"아, 연천이요? 여기에서 연천이면 먼 곳으로 갔네요?"
강원도 정선군 조동리에서 경기도 연천군은 엄청 멀어요. 할머니께 몇 세인지 직접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아드님이 군대를 갈 때라면 춘천 102보충대가 있을 때였어요. 강원도 정선 함백 사람이 멀리 연천까지 가서 군복무를 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102보충대도 있고, 근처에 다른 향토사단 신교대도 있었을 건데 하필 연천까지 가서 군생활했다니 완전히 예상 밖이었어요.
할머니께서는 아드님이 훈련소를 논산 육군훈련소로 갔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그럴 수 있었어요. 논산 육군훈련소는 무작위 배치에요. 향토사단 신교대는 대체로 그 지역 및 인근으로 배치되고 아주 소수만 멀리 멀리 떠나게 되지만 논산 훈련소는 자대가 어디로 나올지 아무도 몰라요. 논산 육군훈련소로 갔다면 자대를 완전히 엉뚱하고 먼 곳으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요.
"아들 자대 데려다주는데 연천쪽은 높은 산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인 거 같은 거야. 방향도 모르겠구."
할머니께서 아드님을 자대에 데려다주는데 연천은 높은 산이 없어서 방향도 가늠 안 되고 어디까지 왔는지도 몰라서 하마터면 아드님 부대 복귀가 늦어질 뻔했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이 말 듣고 엄청 웃었어요. 정말 공감갔기 때문이었어요.
저도 서울 처음 왔을 때 적응 안 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방향 가늠하는 것이었어요. 제주도에서 살 때는 한라산과 바다를 보며 방향을 가늠하며 다녔어요. 지도가 없어도 한라산과 바다를 보면 맞게 가고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어요. 이렇게 높은 산을 기준으로 방향을 가늠하며 다니다 서울에 오자 방향 가늠할 게 없었어요. 강북권은 남산도 있고 북한산도 있어서 대충 산 보고 방향 가늠이 되는데 강남은 이게 아예 안 되었어요. 강남은 길 보며 길 찾아가야 하는데 안 해봤던 거라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할머니께서는 카페 안경다리가 마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카페라고 하셨어요. 마을 노인분들이 같이 운영하고 수익도 같이 나눠갖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셨어요.
할머니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었어요. 친구는 말 없이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었어요. 그렇게 30분 정도 카페에 앉아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카페에서 나왔어요.
다시 차를 탔어요. 이번에는 조동철교 쪽에 차를 세우고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조동철교 근처에는 조동4리 경로당이 있었어요.
"여기에 차 주차하자."
조동4리 경로당 앞 공터에 차를 주차했어요.
차를 주차하고 조동철교를 한 번 바라봤어요.
조동철교는 매우 신기하게 생겼어요. 사진으로만 본 고대 로마 시절 건설된 수도교 같이 생겼어요. 한편으로는 골격만 있는 구조라서 건물 골격만 남아 있던 철원 노동당사가 떠올랐어요.
멀리 고랭지 배추밭이 보였어요. 평화로운 풍경이었어요.
멀리 터널 입구가 보였어요.
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동네를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이 동네 뭔가 신기한데?"
느낌이 매우 독특한 곳이었어요. 흔한 시골 마을과는 느낌이 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