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이었어요. 친구가 제게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왔어요.
"너 혹시 내일 폴바셋 갈 일 있어?"
"폴바셋?"
내가 내일 서울 갈 일 있나?
친구의 질문에 아주 잠시 다음날 서울 갈 일이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서울 갈 일이 없었어요. 서울에 갈 일이 있을 리 없었어요. 특히 낮에 서울 갈 일은 없었어요.
의정부도 웬만한 건 다 있어요. 의정부가 부대찌개 말고 특색있는 게 딱히 없어서 그렇지, 진짜 쇠락하고 망한 동네는 아니에요. 서울 북부와 별 차이 없는 동네라서 일부러 의정부 와서 할 만한 게 부대찌게 먹는 거 말고 없어요. 의정부 와서 스타벅스 갈 거도 아니고, CGV 갈 거도 아니잖아요. 갈 수도 있기야 하지만 그게 의정부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의정부는 도심권이 철도 때문에 두동강난 꼴이라서 도심권이 다른 도시 도심권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아요. 의정부역을 넘어가며 의정부시청부터 중랑천까지 간다면 의정부 도심도 크다고 하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안 다녀요. 의정부역을 기준으로 구시가지로 갈지 신시가지로 갈지 정하고 거기서만 놀곤 해요. 이 역을 넘어간다는 게 무지 귀찮거든요.
어지간한 건 의정부 안에서 다 해결되요. 서울에 가려면 정말 놀러 가거나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쓸 데 없이 서울 갈 일이 없어요. 카페고 패스트푸드고 식당이고 어지간한 건 다 의정부에 있으니까요. 24시간 카페는 의정부가 오히려 서울보다 더 낫구요.
이렇게 친구가 폴바셋 갈 일 없냐고 물어보자 바로 서울 갈 일이 있는지부터 떠올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의정부에 폴바셋 있나?
의정부를 돌아다니면서 폴바셋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의정부 살면서 '서울의 맛'인 것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곳이 커피빈이에요. 커피빈은 서울 가보면 도처에 드글드글한데 희안하게 도봉산과 수락산을 넘어가면 아예 없어요.
써브웨이도 한때 서울의 맛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의정부역 근처에 써브웨이 매장이 생겨서 써브웨이는 서울의 맛이 아니에요. 의정부에 있는 써브웨이 매장은 무려 24시간 영업해요. 써브웨이 매장에서 책 보고 공부하고 노트북하기는 그렇지만, 의정부에서 간단히 커피 한 잔 마시는 카페 찾는다면 써브웨이도 나름대로 괜찮아요.
'의정부에 폴바셋 없지 않나?'
제 머리 속에 폴바셋 역시 '서울의 맛'이었어요. 커피빈과 마찬가지로 서울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서울의 맛 중 하나였어요.
"아니. 의정부에 폴바셋 자체가 없을걸? 갑자기 왜?"
"쿠폰 있는데 너 줄까 해서. 내일까지거든."
"그래?"
친구는 제게 유효기간이 다음날까지인 폴바셋 쿠폰을 주려고 물어봤다고 했어요.
'설마 의정부에 폴바셋 있을 건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카카오맵으로 '폴바셋 의정부'를 검색해봤어요. 무려 두 곳이나 있었어요.
"이거 진짜 맞아?"
교차검증을 해보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네이버지도에서 '폴바셋 의정부'를 검색해봤어요. 네이버지도에도 의정부에 폴바셋이 두 곳이나 있다고 나왔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
열심히 강원도 남부를 헤메고 다니고 도보 여행 경로 뚫는다고 지도 보고 걸어다니고 별 짓을 다 했는데 정작 의정부에 폴바셋이 무려 두 곳이나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정말 등잔 밑이 어두웠어요.
"이러니 내가 몰랐지!"
의정부에 있는 폴바셋 매장은 폴바셋 신세계의정부점과 폴바셋 의정부 을지대병원점이었어요. 폴바셋 의정부 을지대병원점은 건물 바깥에서 보이기는 하는데 병원 구역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의정부 을지대병원 위치 자체가 일부러 작정하고 가지 않으면 가지 않게 생긴 위치에요. 가능역에서 동북쪽으로 가서 하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이쪽에는 정말 을지대병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폴바셋 신세계의정부점은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으니 바깥에서 보일 리 없었어요.
"의정부에 폴바셋 있다! 쿠폰 주면 정말 감사감사할께!"
친구에게 쿠폰 필요없어서 주는 거라면 달라고 했어요. 친구가 쿠폰을 줬어요. 친구에게 매우 고맙다고 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다음날이었어요. 친구가 준 폴바셋 쿠폰 만료일이었어요. 무조건 이 날 쿠폰을 사용해야 했어요.
"의정부 폴바셋 한 번 가봐야지."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으로 갔어요.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은 의정부역과 같이 있어요.
"여기 어디에 폴바셋이 있다는 거지?"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은 몇 번 들어가봤어요. 최근에도 들어간 적 있었어요. 영풍문고 가서 책 보려고 갔었어요. 예전보다는 덜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1년에 서너 번은 안으로 들어가요.
"폴바셋을 본 적이 없는데?"
의정부 신세계백화점 안에 폴바셋 매장이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은 총 10층이에요. 10층 중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어요. 10층에 있을 확률은 거의 없었어요. 10층은 CGV거든요.
별 생각없이 의정부역 입구 맞은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입구로 들어갔어요. 의정부역 입구 맞은편 입구는 신세계백화점 3층이에요.
별 생각없이 안으로 쭉 들어갔어요. 직진해서 푸드코너에 갔다가 없으면 아래로 내려가보기로 했어요.
"뭐야? 진짜 있잖아!"
신세계백화점 3층 입구로 들어가서 그대로 쭉 가면 폴바셋이 있었어요. 이걸 왜 지금까지 몰랐는지 신기했어요.
음료를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았어요.
의정부 폴바셋은 신세계백화점 안에 하나의 코너로 존재하고 있었어요. 오래 앉아 있거나 카페 와서 책 보고 노트북할 만한 곳은 아니었어요. 콘센트는 아예 없었고, 책을 보려고 하면 볼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백화점 푸드코너에 있는 한 코너였기 때문에 당연했어요.
그래도 폴바셋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만약 의정부에서 폴바셋 메뉴를 먹고 싶다면 신세계백화점 가면 되었어요. 이걸 지금까지 몰랐어요.
폴바셋 신세계의정부점은 밖에서 안 보인다고 없다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반드시 검색해보라는 교훈을 준 폴바셋 매장이었어요.
의정부 폴바셋은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어요. 의정부역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3층 입구로 들어가서 그대로 쭉 걸어가면 있어요.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기 때문에 신세계백화점 휴무일에는 같이 쉬어요. 폴바셋 하나 때문에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활짝 열어주지는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