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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새벽 서울 조계사 풍경

좀좀이 2022. 11. 1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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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7일은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는 날이에요.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에는 수험생의 수험장 이동 및 수능 시험 진행을 위해서 회사에 따라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증시도 늦게 개장하고 늦게 폐장해요.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이 되면 반드시 꼭 왜 지금 증시 개장 안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등장하고, 왜 아직도 증시가 돌아가고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올해는 경찰들 진짜 정신없겠다."

 

매해 수능날 아침에는 수험생 이동 때문에 경찰들이 정신없어요. 매해 꼭 경찰 오토바이 타고 수능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학생 모습이 뉴스에 등장해요. 대중교통 마비, 교통체증 등으로 수능을 못 치면 세상에 그것보다 억울한 일이 없을 거에요. 그래서 수능일이 되면 경찰들도 매우 바빠져요. 경찰들에게는 이른 아침부터 바쁜 날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이에요.

 

이것이 바로 설상가상인가.

 

절묘하게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딱 이 시기에 맞춰서 방한했어요. 원래는 11월 17일 입국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겨서 16일 오후에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귀국 예정이라고 뉴스에 나왔어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매우 큰 뉴스에요. 특히 경제 분야 기사를 보면 엄청 난리났어요. 바로 네옴시티 프로젝트 때문이에요.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네옴시티 NEOM 프로젝트는 공식 사업비만 5000억 달러 - 한화로 약 670조원이에요. 이런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십중팔구 공식 사업비보다 진행되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있어요. 그러니 정말로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요. 네옴시티는 스마트시티, 친환경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여기에서 얼마나 수주할 수 있는지가 엄청난 관건이에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17일 예정되었던 재판에 불출석 의견서를 내고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러 갈 예정이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이 차담회에 참석하기로 했어요.

 

언론사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요. 서울 공덕역에 있는 S-Oil 본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축하 현수막을 아주 크게 걸었다고 뉴스에 보도되었어요. S-Oil의 S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S-Oil의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인 AOC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S-OIL 보고 저거 사우디 오일 아니냐고 말하곤 해요. 자기네 나라 기름 퍼와서 파는 회사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하구요.

 

수능에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 방한까지 겹쳤으니 2022년 11월 17일은 정말 재미있는 날이에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수능 제2외국어 아랍어 시험지를 풀어보는 이벤트가 있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아랍인들이 체면과 명예를 얼마나 중시하는데요.

 

"올해는 조계사 어떨 건가?"

 

수능 당일이 되면 서울 조계사에 가서 절을 하며 기도드리는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수능 당일이 되면 언론에서 조계사 풍경을 비춰주곤 했어요. 전국적으로 수능때가 되면 매우 유명해지는 절이 몇 곳 있어요. 서울에는 조계사가 있고, 대구에는 갓바위가 있어요. 수능 대박 치성을 드리는 곳으로 양대 산맥이에요. 조계사는 서울에 있어서 연중 유명한 곳이고, 갓바위는 대구의 유명한 관광지에 가는 사람이 많아서 동대구역 가보면 갓바위 가는 버스 타러 가는 길이 아주 잘 안내되어 있어요. 조계사, 갓바위 모두 원래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수능 즈음이 되면 더욱 유명해져요.

 

2020년과 2021년에 조계사는 별 거 없었어요. 집합금지 때문에 법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어요. 수능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래도 수능에 인생을 걸어야하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조계사에서 별 거 없었던 이유는 집합금지가 컸어요.

 

"한 번 가볼까?"

 

깊은 밤, 수능 실시 몇 시간 전에 조계사에 가서 분위기를 보고 오기로 했어요. 조계사는 24시간 접근할 수 있어요. 종각역에서 걸어가면 되요.

 

'올해는 수능 기도회 있을 건가?'

 

예전에는 매해 수능 당일에 기도회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절을 드리곤 했어요. 올해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이제 마음껏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하는 것 외에는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조계사 풍경을 한 번 봐보기로 했어요.

 

물론 시험이 실시된 후에 갈 건 아니었어요. 야심한 밤에 가서 구경하고 오기로 했어요.

 

2022년 11월 17일 자정 조금 넘은 시각이었어요. 조계사에 도착했어요.

 

 

조계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올해는 뭐 없나?"

 

조계사 안은 조용했어요. 대웅전은 불이 꺼져 있었어요.

 

 

조계사 대웅전 우측 입구에는 두 분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요.

 

"올해는 밤새 기도드리는 거 없나 보네?"

 

예전에는 수능 당일에 와보면 자정에도 대웅전 안에서 절을 하며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올해는 대웅전이 불이 꺼져 있고 아예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조계사 수능대박 기원초 공양 입간판이 서 있었어요.

 

 

대웅전 입구로 갔어요.

 

 

조계사 대웅전 운영시간은 오전 3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에요. 안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조계사는 조용하고 깜깜했어요. 인적이 없었어요.

 

 

초와 향을 피우는 곳으로 갔어요.

 

 

초는 밝혀져 있었어요. 향은 다 꺼져 있었어요.

 

 

 

대웅전 앞에서는 두 분께서 수능초를 켜는 단을 정리하고 계셨어요.

 

"오늘 수능 기도 없나요?"

"수능 기도 16일에 끝났어요."

"예?"

"일주일간 하고 회향했어요."

"아, 그러면 오늘은 기도 없나요?"

"이따 3시 30분부터 또 사람들 와서 기도드릴 거에요."

 

수능초 켜는 단을 정리하는 분들께 여쭈어봤더니 올해는 수능 기도를 일찍 시작해서 수능 당일 전에 기도가 다 끝났다고 했어요. 매해 상황 봐가며 날짜를 정해서 하는데 올해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무리되었어요.

 

일찍 올 걸.

 

괜히 늦장부렸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낮에 가볼 걸 그랬어요. 수능 당일 자정에 사람들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절을 드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러 왔는데 정말 애매한 시각에 왔어요. 그 모습을 보려면 아예 전날 낮에 오거나 이날 아침에 와야 했어요.

 

'내년에는 수능 당일 자정에 대웅전에서 수험생 부모님들이 절하며 기도드리는 장면 볼 수 있을까?'

 

올해는 아쉽게도 그 장면을 못 봤어요. 내년에는 보다 더 잘 알아보고 와야겠어요.

 

그리고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022년 11월 17일에 조계사 대웅전은 새벽 3시 30분부터 열려요. 수능 기도 드리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새벽 3시 30분 넘어서 가면 볼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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