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잊혀진 어머니의 돌 (2022)

잊혀진 어머니의 돌 - 14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하이원그랜드호텔 카지노 룰렛 배팅 대박의 꿈

좀좀이 2022. 11. 1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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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 무료 셔틀버스가 왔어요. 정확히는 강원랜드 카지노 무료 셔틀버스가 아니에요. 하이원 리조트 무료 셔틀버스에요. 버스는 거대한 하이원 리조트 시설 몇 군데에 정차해주고, 그 중 하나가 강원랜드 카지노에요. 물론 십중팔구는 한 판 땡기러 강원랜드 가는 목적으로 그 버스를 타는 것이겠지만요. 어쨌든 정확히는 하이원 무료 셔틀버스에요.

 

친구와 버스에 탑승했어요. 빈 좌석이 많았어요. 친구와 앞쪽 좌석에 앉았어요.

 

"너는 도박은 안 해?"

"도박? 나 도박 안 좋아해. 로또도 안 해."

 

이렇게 말하고 친구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남들 절대 못 듣게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주식 단타도 하는데 도박까지 하면 그게 사람이냐."

 

친구가 제 말을 듣더니 제게 물어봤어요.

 

"너 주식 단타는 이제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또 해?"

"아니. 주식 단타도 안 해."

 

주식이라고 하면 우아하게 '투자', 카지노라고 하면 상스럽게 '도박'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부지기수에요. 그런데 주식도 생각해보면 딱히 다를 거 없어요. 특히 단타 매매라면요. 솔직히 그놈이 그놈이에요.

 

현재가를 기준으로 매수 주문 넣어서 오르면 수익, 떨어지면 손실.

현재가를 기준으로 배팅 들어가서 하이면 따고 로우면 잃음.

 

똑같잖아요. 아니, 뭐가 달라요. 그건 있네요. 주식은 떨어져도 일정 비율만 잃지만 도박은 배팅이 틀리면 싸그리 날려요. 이 정도 다르겠네요. 주식은 거래세와 수수료가 있는데 카지노는 입장료가 있구요. 주식 사서 오르면 고상하게 몇 퍼센트 수익, 더 나아가 쭉쭉 올라가면 1배 1루타, 2배 2루타, 더 쭉쭉 가면 10배 텐베거라고 하지만 원고 투고 쓰리고에 따블에 따따블에 잭팟이라고 한다고 다를 거 없잖아요.

 

주식은 기술이고 도박은 운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도박이라고 무조건 깜깜이 배팅도 아니고 여러 기술이 있으며, 주식도 아무리 저평가 주식이니 뭐니 해도 운 없으면 망하는 건 매한가지에요. 어차피 주식도 확률에 배팅하는 거고, 이 확률 계산도 과거 사례들을 모아서 나온 패턴으로 유추하는 귀납적 결과물이에요.

 

주식 단타 매매도 게임 삼아서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현재가 놓고 하이 로우 배팅 들어가면 되요. 하이 당첨이면 원고 투고 쓰리고 어디까지 갈 지 결정하면 되구요. 물론 원고 투고 쓰리고 이런 게 딱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알아서 끊어서 팔고 나와야하지만요.

 

의학적으로도 주식 단타 매매 중독자의 두뇌는 도박 중독자의 두뇌와 똑같은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어요. 주식도 선 넘으면 도박이고, 도박도 선 안 넘으면 게임이에요.

 

2021년에는 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게임 삼아서 주식 단타를 했었어요. 2022년에도 잠깐 했었어요. 그러나 2022년 초여름 이후로는 주식 단타를 아예 손대지 않고 있어요. 주식 단타나 도박이나 할 때는 재미있지만 설령 돈을 따더라도 하고 나면 허무함이 몰려와서 끝맛이 안 좋아서 안 좋아해요. 게임도 그런 허무한 끝맛이 느껴져서 아예 안 하구요. 게다가 주식 단타나 도박이나 그놈이 그놈인 거 잘 아는데 주식 단타에 도박까지 하면 그건 정말 인간이 아니라 축생이죠.

 

"배팅 금액은 공금으로 할까?"

"어. 공금으로 하게. 손실 합쳐서 무조건 절반."

"그럼 한 명에 10만 따고 다른 사람이 다 잃으면 각각 5만원씩?"

"응. 그렇게 하게."

 

친구와 강원랜드 입장비와 한 사람당 게임비 3만원은 공금으로 하기로 했어요. 각자 알아서 배팅하되 결과는 합산해서 무조건 반으로 나누기로 했어요. 한 사람은 따고 한 사람은 잃어도 다 합쳐서 반으로 갈라서 나누기로 했어요. 돈을 따서 인생 한 방 인생역전하러 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가서 짧고 굵게 즐기고 나오는 게 목적이었어요.

 

"가서 깔끔하게 삼세판으로 갈까? 만원 배팅 3번."

"오, 좋다. 깔끔하게 3판 가자."

 

친구와 배팅 금액도 정했어요. 만원으로 세 번 배팅하기로 했어요. 3만원을 한 번에 걸었다가 바로 져버리면 너무 허무해요. 배팅 금액을 너무 낮게 잡으면 강원랜드까지 갈 이유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저나 친구나 한 판에 만원 거는 도박은 죽어도 안 해요. 아, 저야 주식 단타칠 때 당연히 만원 이상으로 치기는 하지만요. 사회적으로 '도박'이라고 말하는 도박 게임에 한 판에 만원씩 걸지 않아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한 판에 만원씩 걸어보겠어요. 이왕 왔는데 그래도 짜릿짜릿한 맛이 있어야죠. 1만원으로 3판이면 딱 적당할 거였어요. 강원랜드에서 도박하는 시간이 길어질 리도 없을 거고, 잘 하면 빨리 나와서 영월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을 거였어요. 3만원 다 잃어도 3만원 정도는 부담되는 돈도 아니었어요.

 

사북역에서 강원랜드까지는 3.6km였어요.

 

"우리 돈 잃으면 걸어서 사북역까지 갈까? 돈 잃은 자 버스 탈 자격도 없다."

 

친구가 제 말에 웃었어요.

 

"가면 슬롯 땡기지?"

"아니, 거기까지 가서 뭔 슬롯이야. 우리가 할 만한 건 룰렛이야."

 

저도 카지노에 어떤 게임이 있는지 다 몰라요. 카드게임으로 바카라, 블랙잭, 포커 같은 것이 있을 거에요. 카드 게임은 룰을 익히는 데에 시간이 걸려요. 족보도 알아야 하구요. 테이블 좌석이 있을 리 없었어요. 그러므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을지나 몰랐어요. 그 다음에는 다이 사이 - 주사위 게임이 있을 거였어요. 다이 사이도 룰이 쉬워서 많이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룰을 몰랐어요. 슬롯머신은 그걸 굳이 강원랜드까지 가서 해봐야할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동네에 황금도 그려져 있고 물고기도 그려져 있는 오락실들 있잖아요. 게다가 슬롯머신을 1만원씩 세 번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요. 이건 들어가자마자 나갈 확률이 너무 높아서 즐기고 말고 할 틈도 없을 거였어요.

 

강원랜드는 고사하고 카지노 자체를 단 한 번도 안 가봤지만 카지노 가서 생각없이 가볍게 놀다 올 거라면 제일 좋은 게임이 있었어요. 바로 룰렛이었어요.

 

룰렛은 동그란 원판을 돌리고 구슬을 돌려서 구슬이 들어간 원판 숫자를 맞추면 되요. 가장 기본적으로 이렇게 설명해줘요. 룰렛에는 숫자가 1부터 36, 그리고 0과 00이 있어요. 0과 00은 같은 것으로 치니까 총 37개 숫자 중 하나를 맞춰야 해요. 숫자를 정확히 찍어서 맞추면 당첨금으로 36배를 받아요. 이렇게 보면 거의 로또에요. 확률이 너무 희박해요.

 

그렇지만 룰렛은 배팅 방법이 여러 가지 있어요. 홀짝 배팅도 있고, 검은색과 빨간색 배팅도 있고, 하이 로우 배팅도 있어요. 하이 로우 배팅은 1부터 18은 로우, 19부터 36까지는 하이에요. 이런 건 확률이 50%에요. 실제로는 0과 00의 존재 때문에 50% 조금 안 되지만 어쨌든 38칸 중 2칸을 제외하면 1/2의 확률이에요.

 

여기에 배팅하는 보드판의 한 라인으로 배팅할 수도 있고, 선에 걸쳐서 칩을 놓아서 인접한 숫자 2개나 4개에 배팅하는 방법도 있어요. 또한 1~12, 13~24, 25~36에 배팅하는 방법도 있고, 1에서 3씩 더해서 34까지, 2에서 3씩 더해서 35까지, 3에서 3씩 더해서 36까지에 배팅하는 배팅판 세로 한 라인에 배팅하는 방법도 있어요.

 

강원랜드 룰렛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짜 룰렛 머신을 이용하고 커다란 판에 칩으로 배팅하게 되어 있을 거였어요. 이런 건 정말로 카지노 가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서 해볼 가치가 있었어요. 돈 따러 가는 게 아니라 강원랜드 카지노 즐겨보는 게 목적이었으니 룰렛보다 더 좋은 게 없었어요. 룰도 배팅 방법만 알면 되는데 이거야 배팅하는 보드판에 다 적혀 있고, 정 골치아프고 모르겠다면 대충 홀짝, 하이 로우, 색깔 배팅만 하며 놀아도 되요.

 

룰렛은 아주 예전에 2500원짜리 보드 게임으로 해본 기억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게 룰 익히기 위해 머리 안 쓰면서 강원랜드 간 보람이 가장 큰 게임이란 건 알았어요. 배팅판에 칩을 올려놓는 배팅 방법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홀짝, 색깔, 하이 로우 배팅으로 얼추 1/2 확률 비슷한 확률로 배팅할 수 있다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차피 머리 쓰려고 가는 게 아니라 즐겁게 운세나 점 치는 셈 치고 3만원으로 삼세판하는데 이 만한 게 없었어요.

 

"그리고 룰렛에는 0과 00이 있어. 여기도 배팅할 수 있어."

 

친구에게 룰렛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해주면서 룰렛 번호 중 0과 00이 있다는 것도 이야기해줬어요. 0과 00이 있기 때문에 카지노는 룰렛으로 돈을 야금야금 벌게 되어 있어요. 초록색 칸 0과 00이 없다면 홀짝, 색깔, 하이 로우는 정확히 50%의 확률이 나와요. 그렇지만 0과 00 때문에 홀짝, 색깔, 하이 로우도 승률이 50%가 못 나오고, 승률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록 플레이어는 결국 손해보게 되어 있어요.

 

"0에 걸까."

 

혼자 중얼거렸어요. 0에 걸고 싶었어요. 0이 걸릴 확률은 2/38이었어요. 단일 숫자에 배팅하는 것보다는 확률이 높았지만 거의 가능성 없었어요. 그래도 0에 걸어보고 싶었어요.

 

'아냐, 그래도 확률상 더 높은 걸 가야지.'

 

왠지 강원랜드 카지노 들어가서 룰렛 하게 되면 0에 걸어야할 거 같았지만 수학적으로 접근하기로 했어요. 1/2 확률에 가장 가까운 곳에 걸면 세 판 만에 완전히 0이 될 확률은 의외로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20/38의 확률에 세 번 걸려야 했어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확률이었어요. 20/38의 확률에 3번 연속 걸리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운이 없는 거라 할 말이 없었어요.

 

버스가 드디어 강원랜드 카지노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이 다 내렸어요. 사람들은 지하로 가는 계단으로 내려갔어요. 저와 친구도 사람들을 따라 내려갔어요. 어떤 아저씨가 매우 익숙하게 걸어갔어요. 계속 따라갔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어요. 한참 가는데 카지노는 안 나왔어요. 뭔가 이상했어요. 강원랜드 카지노 정류장이라서 내렸는데 카지노 입구가 안 보이고 계속 주차장만 끝없이 이어졌어요.

 

"카지노가 이렇게 먼가?"

 

저와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아저씨께서 들으셨어요.

 

"아, 저는 지금 카지노 가는 게 아닌데...카지노는 이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저쪽으로 쭉 가야 해요."

 

아저씨께서 저와 친구에게 잘못 따라왔다면서 카지노 가는 길을 알려주셨어요. 친구와 아저씨가 갈려준 방향으로 갔어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그때 엘리베이터에 청년 3명이 탑승했어요.

 

"내가 하는 맛이 있어야 좋아."

 

한 명이 강원랜드 카지노에 있는 여러 게임 중 한 도박 게임이 자기가 하는 맛이 있어서 좋고, 다른 게임들은 자기가 직접 뭘 하는 맛이 없어서 별로라고 했어요.

 

'쟤 위험하다.'

 

속으로 웃었어요. 미래의 도박중독 후보자 한 명 발견했어요. 이게 처음부터 모든 게 운이라고 생각하고 운에 맡긴다면서 순수하게 즐긴다는 사회통념상 도박쟁이 마인드면 오히려 도박에 중독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애초에 안 될 거라고 믿으니까요. 당연히 잃어도 되는 돈만 배팅 들어가고, 따면 재수 좋은 거고 잃으면 당연한 거에요. 재미로 소액 짤짤이로 가끔 할 수는 있겠지만요. 이런 사람들에게 도박이란 마치 로또 복권 사는 것과 같아요. 로또 중독 같은 건 없잖아요.

 

진짜 위험한 사람들은 이게 실력이라고, 노력하면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진짜 위험해요. 왜냐하면 도박이란 게 해보면 될 거 같거든요. 될 거 같은데 안 되요. 그러니 돈을 계속 쏟아붓고 계속 물고 늘어져요.

 

이건 주식도 마찬가지에요. 애초에 주식은 사기판에 도박이라고 철저히 불신하면 하더라도 감당되는 선에서 들어가요. 더 웃긴 건 이렇게 하면 또 아주 본능적으로 주식판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는 자산배분부터 시작해서 무리하지 않는 배팅, 신중한 진입, 분할매수, 칼 같은 손절 같은 거 엄청 잘 해요. 이런 개념 하나도 모르고 들어본 적조차 없더라도요. 오히려 주식은 도박이 아니고 공부하고 노력하면 될 거라고 믿을 수록 무리해서 돈을 밀어넣고 강승부 보고 난리피우다 수렁에 빠져들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요.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가 나왔어요.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얼마 없었는데 버스에서 내린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강원랜드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정확히 이 입구는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가 아니라 하이원 카지노 호텔 지하 입구였어요.

 

하이원 카지노 호텔 지하 입구를 통과하자 넓은 홀이 나왔어요. 넓은 홀 같은 복도를 걸어가자 입장권을 판매하는 매표소가 나왔어요. 양옆에는 기계로 발권하는 발권기가 있었어요. 친구와 무인발권기로 갔어요. 신분증을 스캔해야 한다고 했어요. 신분증을 갖다대었어요. 신분증이 인식되지 않았어요.

 

"그냥 줄 서서 사서 들어가자."

 

친구와 줄을 섰어요. 줄 선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한 명 처리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저와 친구 차례가 되었어요. 입장료는 1인당 9천원이었어요. 공금으로 계산하기 위해 친구가 카드를 건넸어요.

 

"여기는 카드 안 되요. 현금 결제만 됩니다."

 

직원이 입장료 결제는 무조건 현금만 된다고 했어요. 카드로 결제는 아예 안 된다고 했어요. 근처에 신협 ATM이 있으니 거기에서 현금을 인출해와야 한다고 했어요. 친구와 신협 ATM으로 갔어요. 입장료와 안에서 게임할 때 쓸 돈을 합쳐서 한 사람당 4만원씩 인출했어요. 돈을 인출한 후 입장권을 구입했어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이는데?"

 

카지노 입구 앞에는 보안검색대가 있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줄이 별로 안 길었어요.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하려면 난리도 아니라는 뉴스 기사를 많이 봤어요. 카지노 입장하기 위해 한참 기다려야할 줄 알았는데 유명한 맛집보다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더 없었어요. 거의 대기 없이 들어가는 수준이었어요. 지하철 개찰구 통과하는 수준으로 잠깐 멈추어서야 하는 정도였어요. 친구와 입구를 통과했어요. 드디어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어왔어요.

 

"이 분위기 뭐야?"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어요. 아주 묘한 분위기였어요.

 

언론 매체에 나오는 불법 비닐하우스 도박장과 영화에서 나온 카지노를 섞어놓은 분위기.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는 처음 들어갔을 때는 규모가 꽤 커 보였어요. 화려한 것 같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입구에서 보이는 것은 영화에서 봤던 다양한 게임이 있는 테이블 같은 것이 아니었어요. 전광판이 있고 그 앞에 기계들이 많이 있었어요. 슬롯머신 기계들도 있었어요. 밝고 보다 화려하고 널찍하고 쾌적하게 만들어놓은 대규모 게임장 같은 풍경이었어요.

 

"룰렛 어디 있지? 룰렛이 없을 리가 없는데..."

 

입구를 통과해서 본 풍경은 이게 9천원 내고 입장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풍경이었어요. 대규모 게임장 같은 모습이었고, 이럴 거면 굳이 올 필요가 없었어요. 9천원 내고 들어왔으면 그에 걸맞는 게 있어야 했어요. 영화에서 보던 테이블과 딜러,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했어요. 솔직히 그런 장면을 구경하고 싶었어요. 친구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게임을 즐기러 온 게 아니라 강원랜드 카지노 구경하러 왔어요. 카지노 구경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1만원씩 3번만 배팅해보기로 했구요. 이런 목적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강원랜드 가자고 해도 안 갔을 거였어요.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드디어 딜러가 있는 테이블이 나타났어요. 여러 가지 게임이 있었어요.

 

"여기 게임 즐길 수 있나?"

 

안쪽으로 들어가서 딜러가 있는 테이블이 나오자 분위기는 정말로 뉴스에서나 봤던 깊은 산속 불법 비닐하우스 도박장 같은 분위기였어요.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우글거렸어요. 내부에 사람이 그렇게까지 미어터지지는 않았지만 테이블만큼은 한결같이 자리가 다 차 있었고, 뒤에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서 있었어요.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산만하고 난잡했어요.

 

"이 분위기 뭐야!"

 

강원랜드 갈 때 내심 영화에서 보던 고급스러운 카지노 분위기를 기대했어요. 테이블마다 고급 양복 입고 배팅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중하게 고민하며 도박을 즐기는 승부사들의 모습 같은 건 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어요. 그렇지만 눈 앞에 펼쳐진 강원랜드는 전혀 아니었어요. 탑골공원 같은 곳에서 장기 두고 있는 노인들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서서 장기 두는 거 구경하는 광경과 흡사했어요.

 

"이거 완전 도박장이잖아!"

 

기대했던 상상 속 카지노와는 아주 먼 풍경. 경찰만 있으면 무슨 사건25시나 뉴스 기자 출동 코너 같은 곳에 나올 법한 장면이었어요. 강원랜드 카지노에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바글거리지 않는데도 분위기는 완전 탑골공원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과 구경하는 사람들 분위기였어요. 내부 인테리어는 꽤 신경쓴 거 같은데 분위기가 완전히 탑골공원 장기판 분위기라 기이했어요.

 

룰렛 테이블을 찾았어요. 룰렛 테이블은 룰렛 기계 하나에 양쪽으로 배팅 테이블이 있었어요. 룰렛 기계 하나로 테이블을 2개 돌리고 있었어요. 룰렛 테이블 앞에 좌석이 2개 있어서 앉았어요. 먼저 각자 3만원씩 내고 1만원짜리 칩 3개씩 받았어요.

 

"여기 천원짜리 칩도 있다. 금액 낮춰서 몇 판 더 할까?"

"아니, 그냥 세 판만 해."

 

룰렛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딜러에게 현금을 주고 현금을 칩으로 바꿔야 했어요. 칩은 1000원짜리부터 있었어요. 친구에게 1만원짜리 칩 3개가 아니라 금액이 낮은 칩으로 바꿔서 몇 판 더 즐기다 가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원래 계획대로 1만원짜리 칩 3개로 딱 세 판만 즐기고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이거 한 번에 몰빵할까?"

"야, 만원씩 세 번 해."

 

친구가 제게 몰빵하는 거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그건 진짜 아니었어요. 단판 승부로 갔다가 잃으면 진짜 강원랜드 입장하자마자 퇴장이었어요. 그래도 기껏 왔는데 노는 맛이 있어야죠. 세 판은 하고 가야 뭐 하는 맛 좀 느끼지, 한 번에 다 몰빵으로 걸고 잃어버리면 온 이유가 없어요. 강원랜드 건물 보려고 온 건 아니니까요.

 

딜러에게 배팅 방법을 물어봤어요. 제 기억이 대충 맞았어요. 이제 칩을 배팅 보드 위에 올려놔야 했어요.

 

"지금 무슨 휴게시간인가?"

 

배팅 보드 위에는 칩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어요. 숫자가 보이지도 않았어요. 사각형 안과 사각형 테두리 라인 구분없이 칩이 잔뜩 쌓여 있었어요. 숫자가 보여야 숫자 하나에 걸든가 할 건데 칩이 배팅 보드 위에 수북히 덮혀 있어서 숫자가 아예 안 보였어요. 숫자를 보려면 배팅 보드 위에 있는 칩을 치우고 숫자를 확인해야 했어요.

 

"지금 배팅해도 되요?"

"예."

 

룰렛 배팅 보드 꼴이 말이 아니라 지금 룰렛 배팅해도 되는지 의문이었어요. 룰렛 배팅 보드 꼬라지가 게임 다 끝낸 후 보드에 말과 칩을 다 올려놓은 게임판과 똑같았어요. 배팅 보드만 보면 지금은 청소 및 휴게 시간이라 룰렛이 안 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딜러에게 지금 배팅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딜러가 배팅하라고 했어요. 바로 참가할 수 있다고 했어요.

 

'0에 걸까?'

 

제가 앉은 룰렛 테이블에서 최근에 나온 숫자를 봤어요. 너댓번에 한 번씩 0이나 00이 나왔어요. 0, 00이 그렇게 자주 나올 확률이 아닌데 너댓번에 한 번씩 나왔으니 상당히 많이 나왔어요.

 

'우리 이거 첫 판에 따면 바로 튀자.'

 

친구와 강원랜드 가기 전에 첫 판에 돈 크게 따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오기로 했어요. 마음은 0, 00에 배팅하는 초록색 칸에 칩을 올려놓으라고 하고 있었어요. 아까 버스에서부터 계속 왠지 0, 00에 걸어야할 거 같았어요.

 

다시 한 번 최근에 나온 숫자를 봤어요. 빨간색, 검은색은 뒤죽박죽 나오고 있었어요. 이건 딱히 추세랄 게 없었어요. 홀짝 배팅도 마찬가지. 역시 뒤죽박죽이라 뭐가 우세하다고 할 게 없었어요.

 

하이 로우로 간다.

 

룰렛에서 1/2에 근접한 확률 배팅은 홀짝, 색깔, 하이로우 세 가지 있어요. 이 중 저와 친구가 앉은 테이블의 룰렛은 홀짝, 색깔은 추세랄 게 없었어요. 뒤죽박죽 나오고 있었고, 거의 반반 수준이었어요. 눈에 띄는 점은 0, 00이 상당히 자주 나왔다는 점과 1~18 구간에 들어가는 숫자가 유독 많이 나오고 있었어요. 하이 로우에서 로우에만 배팅하면 무조건 돈 따고 나오는 수준으로 로우만 쏟아져나오고 있었어요. 여기에 너댓번에 한 번씩 0, 00이 나오고 있었구요.

 

추세는 꺾으라고 있는 법.

역추세 간다!

 

마음은 0, 00에 배팅하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머리는 이 정도면 추세 한 번 꺾을 때가 되었다고 하고 있었어요. 룰렛 기계가 로우한테 돈을 삽으로 떠서 퍼주고 있었어요. 로우에만 걸면 되는 걸 왜 못 가져가냐면서 가져가기 싫어도 제발 좀 가져가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어요. 이러면 꺾어서 들어가야죠. 로우로 몇 연타를 치려구요. 줄 타지 않고 줄을 꺾어서 역추세로 가기로 했어요. 하이에 1만원짜리 칩을 올려놨어요.

 

"나는 너 반대로 해봐야지."

 

친구는 로우에 칩을 놓았어요.

 

양빵 간다.

 

어차피 누가 따고 누가 잃든 나중에 다 합쳐서 절반씩 나누기로 했어요. 친구는 줄 탄다고 로우 배팅, 저는 줄 꺾는다고 하이 배팅. 0,00만 안 나오면 첫 판에서는 무조건 본전이었어요. 한 명이 칩 1개 잃어도 다른 한 명이 칩 1개 따니까요. 2/38의 확률만 아니면 무조건 첫 판은 본전 유지였어요.

 

드디어 구슬이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룰렛 기계는 테이블에서 안 보였어요. 작은 전광판에 뜬 숫자를 봤어요.

 

'아우, 썅! 씨발!'

 

마음의 소리.

내 마음이 맞았다.

 

0이 떴다.

 

왠지 0에 걸고 싶었어요. 버스에서 친구에게 룰렛으로 가자고 하면서 룰렛에 대해 이야기할 때부터 계속 0에 걸고 싶었어요.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건데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심장매매를 해야 했어요. 심장매매했으면 바로 일어나서 환전하고 영월 가는 기차 타러 갔을 거였어요. 이번 여행비 전부 멘징되었어요. 왠지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0에 걸고 싶었는데 역시 처음 뷰가 정답이었어요. 주식도 도박도 심지어 시험 찍기조차도 맨 처음 뷰가 정답일 때가 많아요. 맨 처음에 0에 걸고 싶었는데 그게 정답이었어요.

 

'돈 다 꼴겠네.'

 

마음이 매우 가벼워졌어요. 이게 괜히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에요. 주식, 도박이란 게 첫판 해보면 딱 느낌이 와요. 첫판에서 느낌이 좋으면 기세 타는 거고, 첫 판 망하면 뭔 짓을 해도 안 되요.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이 현상에 공감했으면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절대명언까지 등장했겠어요. 돈을 잃더라도 뭔가 느낌이 괜찮으면 그래도 살아날 희망이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꺾였으면 이건 볼 것도 없어요. 이럴 때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깔끔히 다 털어버려야 해요. 그러니까 어차피 엔딩은 안 봐도 뻔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서 칩 환전하고 강원랜드를 나가야 했어요. 이건 운이 절대 안 따라줄 거라는 계시였어요. 느낌 제대로 왔어요. 첫 판부터 2/38 확률로 망해버렸다면 말할 것도 없어요. 36/38이 본전 확률이고 2/38이 손실 확률인데 2/38에 당첨되었잖아요.

 

딜러가 룰렛 배팅 보드 위에 쌓여 있는 칩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왔어요. 당첨 보상 칩과 쌓여 있던 칩을 가져갔어요. 게임 끝나 다 쏟아놓은 꼴이었던 룰렛 배팅 보드는 게임 끝나서 칩을 질서없이 뿌려놓은 것이 아니라 몇 사람이 확률 높인다고 선에도 올리고 면에도 올리면서 그 모양이 되었던 것이었어요.

 

"여기는 자리 있어요."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께서 저와 친구에게 테이블 좌석은 다른 사람 자리라고 말씀하셨어요.

 

"아, 예."

 

딜러가 배팅 보드를 치우고 사람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 칩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어요. 테이블 좌석에 앉아서 하는 사람 두 명이 배팅 보드에 자기 칩을 여기저기 배팅해놓고 잠시 담배라도 피우려고 갔는지 자리를 비웠어요. 룰렛에 사람들이 와서 배팅하고 배팅 끝난 후 기계가 돌아가고 결과 나오는 동안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미리 배팅 다 해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에 저와 친구가 왔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할아버지께서 제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셨어요.

 

"여기는 처음 온 사람들 돈 못 따요. 저기 주사위 가서 해요."

 

주사위는 다이 사이를 말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다이사이든 룰렛이든 그놈이 그놈이었어요. 다이 사이는 아예 한 번도 구경도 못 했기 때문에 이건 배팅 방법 익히는 것부터 시간이 걸릴 거였어요. 반면 룰렛이야 배팅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바로 즐길 수 있어요. 어차피 승률 50% 짜리 게임은 도박장에 있을 리 없고, 그나마 룰렛에서 홀짝, 색깔, 하이 로우가 50%에 가까워요.

 

만약 다른 도박이었다면 자리 가지고 큰 소리 나오고 싫은 소리가 나올 수도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룰렛은 그런 일이 없어요. 왜냐하면 테이블에 앉아 있다고 해서 특별한 거 없거든요. 단지 오래 하는데 뒤에서 서서 하면 다리 아플 뿐이에요.

 

다음 배팅이 시작되었어요. 할아버지 뒤에 서서 사람들이 어떻게 배팅하는지 구경했어요.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면, 선에 1000원짜리 칩을 아주 수북히 쌓고 도배하고 있었어요. 저는 또 하이에 1만원짜리 칩 1개를 걸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와서 배팅 보드에 칩을 올려놓으며 배팅했어요.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룰렛판을 쓱 보더니 숫자 12개에 거는 칸에 10만원 칩 1개를 놓고 아주 쿨하게 다른 게임 테이블로 갔어요.

 

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또 로우였어요. 칩 1개를 또 잃었어요. 주식 단타에서는 역추세로 재미 좀 봤는데 룰렛에서는 역추세했다가 아주 거지되게 생겼어요. 솔직히 세 판 중 한 판은 이길 줄 알았는데 역추세로 줄 꺾는다고 했더니 내리 두 판 졌어요. 이제 남은 칩은 1개. 아까 아주 쿨하게 10만원짜리 칩 1개를 숫자 12개에 거는 칸에 놓은 아주머니는 돈을 땄어요.

 

딜러가 잠시 테이블 소독한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너 아까 그 아주머니 봤어?"

"어. 장난 아니더라. 한 번에 몇십을 따갔어."

 

다른 룰렛에서 배팅할 수 있는지 봤어요. 다른 곳도 소독해야 한다며 다 정지되었어요.

 

"너 칩 몇 개 있어?"

"나? 3개. 너는?"

"나는 1개. 이제 마지막 배팅이야."

 

친구는 두 번째 판에서 한 번 따서 본전으로 올라왔어요. 저는 칩 2개 잃었어요.

 

"이거 하고 버스 시간 될 건가?"

"빠듯할 거 같은데?"

"재미있는데 끊어버리네."

 

흐름이 끊겼어요. 칩 2개 잃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깔끔하게 마지막 한 판 하고 영월로 넘어가고 싶은데 소독 시간이라고 멈춰버렸어요. 어차피 본전 찾기는 글렀고 첫 끗발이 개끗발인데 첫 끗발에서 완전히 망했어요. 어서 마지막 한 판 하고 끝내고 싶었어요.

 

지루하고 긴 소독 시간이 끝났어요. 다시 아까 계속 하던 룰렛 테이블로 갔어요.

 

"한 번은 걸리겠지."

 

이건 너무 사기잖아요. 하이는 거의 안 나오고 주구장창 로우만 나왔어요. 여기에 너댓번에 한 번씩 0이 떴구요. 제가 한 2판 결과만 그런 게 아니라 앞선 여러 판 결과가 이랬어요. 이 정도면 하이 한 번 줄 때가 되었어요. 룰렛 기계가 이 따위로 로우만 나오면 여기 와서 로우에만 계속 칩 1개씩 걸면 세상 최강의 재테크 수단이겠어요. 뭐 로우만 계속 떠먹여줘요.

 

또 하이에 걸었어요. 막판이었어요. 이제는 진짜 하이가 나올 때가 되었어요. 0이 너댓판에 한 번씩 나오는 것도 희안한 일인데 하이는 완전 천연기념물을 넘어서서 멸종 동물 박물관 박제 전시물 수준이었어요.

 

"이번엔 무조건 하이다. 한 번은 주겠지."

 

룰렛이 돌아갔어요.

 

"하이다!"

 

하이였어요. 다시 칩이 2개가 되었어요. 친구와 칩을 합쳐봤어요. 저는 칩이 2개, 친구는 3개였어요. 여기에서 끝내고 나가면 한 사람당 입장료 9천원에 제가 잃은 손실 1만원이 있으니까 강원랜드 카지노 와서 14000원 쓰고 가는 셈이었어요. 이 정도면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사북역에서 강원랜드 오는 건 공짜 셔틀버스 타고 왔고, 한 사람당 잘 놀고 강원랜드 카지노 관람비 낸 셈 치고 14000원이면 한 번 올 만했어요.

 

"우리 막판 할까?"

 

친구에게 말했어요. 이거 칩 남겨가서 뭐 해요. 한 사람당 14000원 지출이니 애매했어요. 이럴 거면 강원랜드 카지노답게 몰빵 한 번 들어가야죠.

 

"다 걸을까?"

"어, 모 아니면 도다."

 

친구가 몰빵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그러자고 했어요. 막판이니까요. 이제 드디어 몰빵의 맛을 볼 때가 되었어요. 각자 세 판씩 재미있게 잘 놀았어요. 세 판 잘 놀았으면 이제 마지막은 바로 몰빵 타임이었어요.

 

이번엔 추세 탄다.

 

제가 플레이하던 룰렛 기계는 계속 로우가 나왔어요. 줄을 타려면 로우로 가야 했어요. 도중에 청소한 것이 찜찜했어요. 청소 후 첫 판에서 하이가 나왔어요. 어쩌면 이게 흐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어요. 청소 전까지 로우만 계속 퍼먹여줬으니까 이제부터는 하이만 계속 퍼먹여줄 수도 있었어요. 도박판 흐름에서 진행이 한 번 길게 끊기면 꼭 흐름이 바뀌거든요.

 

그래도 이번에는 이 기계의 과거 전적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계속 로우만 먹여줬고 대세는 로우였어요. 하이가 아예 안 나왔던 건 아니었어요. 어쩌다 한 번 나왔어요. 통계적으로 본다면 로우로 가야 했어요. 0이 나올 타이밍은 아니었어요.

 

로우에 있는 칩 2개 모두 걸었어요. 친구도 로우에 칩 2개를 올리고 다른 곳에 남은 칩을 올려놨어요. 만약 지금껏 이 기계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로우가 나오면 강원랜드 카지노 무료 체험 완성. 반대로 하이가 나오면 쪽박이었어요.

 

미신?

통계에 근거한 귀납적 결론이다!

 

"뭐야?"

 

입에서 작게 '뭐야?' 소리가 나오며 웃어버렸어요. 절묘하게 하이가 나왔어요. 아까는 로우만 주구장창 퍼먹여주더니 청소 후에는 연달아 하이 2번. 미신이요? 미신이 아니라 통계에 근거한 귀납적 분석 결과겠죠. 도박판에서 한 번 게임이 길게 끊기면 흐름이 바뀐다고 해요. 이걸 경험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도박판에서 꼭 일어나는 일이에요. 룰렛 테이블 소독으로 진행이 끊겼을 때 도박판에서 흔히 말하는 '진행이 길게 끊기면 흐름이 바뀐다'는 믿음에 의거해서 하이만 연달아 걸었으면 돈 따고 나올 수 있었어요.

 

"가자."

 

친구에게 웃으며 가자고 말했어요.

 

나의 데스티니와의 고독한 싸움.

졌지만 잘 싸웠다.

 

돈은 잃었지만 기분이 하나도 안 나빴어요. 이것은 나의 데스티니. 마치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나는 불과 첫 판에서 이 미래를 알고 있었어요. 첫 판에서 저는 하이, 친구는 로우 - 이렇게 양빵 배팅 갔는데 0이 나와서 망했어요. 이건 뭔 짓을 해도 잃을 거라는 미래를 알려주는 사건이었어요. 한 판도 못 이기고 주구장창 지다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한 판 이겨서 한 판 더 즐기고 나왔어요. 이 정도면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생각보다는 그래도 분위기 괜찮은데?'

 

언론매체에서 보도된 강원랜드 카지노 분위기보다는 훨씬 밝았어요. 난잡한 분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뭐 나쁘지는 않았어요. 언론매체에서 보도되는 강원랜드 분위기는 도박중독자들이 우글거리는 무서운 세계였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고려할 점이 하나 있었어요. 원래 술집과 유흥가도 24시간 풀타임으로 더럽고 난잡하지는 않아요. 개장해서 피크시간까지는 깨끗해요. 정점을 지나가면 그때부터 더럽고 난잡해지고 문 닫을 시간이 슬슬 다가올 때부터는 정말로 더럽고 위험해져요. 제가 강원랜드 카지노에 있었던 시각은 오후 6시에서 7시 조금 넘어서까지였어요. 이 시각은 저녁 먹는 시각이에요. 그러니 사람들이 밥 먹는다고 조금 빠졌을 거고, 저녁에 놀러오는 사람들도 아직 우루루 몰려올 시각까지는 아니었어요. 2022년 8월 30일은 평일이었구요. 만약 밤 10시 넘어가고 야심한 시각이 된다면 정말로 소위 찐이라 할 수 있는 도박 중독자들만 우글거리는 암울한 세계였겠지만 시각 자체가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려올 시각도 아니었던데다 정말 가볍게 놀러 오는 사람부터 중독자까지 다 있을 때였어요.

 

"음료수는 어디 있다는 거야?"

 

강원랜드 카지노를 한 바퀴 돌았지만 무료 음료수 코너는 안 보였어요. 무료 음료수 코너가 있으면 열심히 음료수 마시고 가려고 했지만 무료 음료수 코너를 못 찾았어요. 무료 음료수 코너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고 들었는데 무료 음료수 코너를 못 찾은 건 아쉬웠어요.

 

친구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나왔어요.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 했어요. 사북역 가는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했어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어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으러 갔어요.

 

어어어 말려든다아아아아아

 

빠져나올 수 없는 강원랜드 카지노 마궁으로 말려든드아아아

 

"이놈들은 정류장 대체 어디에 숨겨놨어?"

 

강원랜드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 안내가 하나도 없었어요. 강원랜드 카지노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강원랜드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 가는 길 안내는 아예 못 봤어요. 사북역 가는 무료 셔틀버스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빨리 셔틀버스 타러 가야 하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계속 헤매고 있었어요. 점점 급해지는데 강원랜드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 안내는 하나도 없고 사람들이 알려주는 곳으로 갈 수록 더 이상한 주차장 구석으로 갔어요. 미궁으로 더 빠져들고 있었어요.

 

한참 지하주차장에서 헤메다 보니 버스 시간도 지나가버렸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버스도 못 타게 생겼어요. 일단 이 망할 지하 주차장 미로에서 탈출해야 했어요. 뭔가 잘못되었어요. 사람들이 알려주는 곳으로 가면 갈 수록 더 이상한 곳으로 갔어요.

 

"돌아가자. 돌아가서 다시 찾자."

 

제대로 망했음을 깨달았어요. 아예 처음부터 다시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했어요.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이대로 주차장에서 계속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가다가는 밤새도록 주차장에서 헤멜 게 분명했어요. 친구에게 지하 하이원 카지노 호텔 입구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하이원 호텔 카지노 입구까지 돌아왔어요.

 

 

"뭐 주차장 표시도 없어? 아, 짜증나네. 돈도 잃고. 뭐 병신같이 버스 정류장 안내도 없어?"

 

친구가 징징병이 도져서 발광하기 시작했어요. 아까는 재미있게 잘 놀다 나왔다고 좋아하더니 이제 갑자기 버스 정류장 못 찾고 버스 시각 늦었다고 짜증내면서 돈 잃은 것도 짜증난다고 큰 소리로 짜증내기 시작했어요.

 

천만다행인 점은 강원랜드 가자고 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친구였어요. 만약 제가 가자고 했다면 저한테 쓸 데 없이 강원랜드 와서 이게 뭐냐고 엄청 짜증내고 징징거렸을 거에요. 그런데 저는 끝까지 강원랜드 가는 거에 시큰둥했어요. 원래 제 계획은 태백시 가는 거였어요. 친구가 여행 왔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무조건 꼭 넣어야한다고 우기다시피 해서 온 곳이 강원랜드였어요. 그래서 저한테 쓸 데 없이 강원랜드 와서 이게 뭐냐고 짜증내지는 못 했어요.

 

"버스도 놓치고 정류장은 대체 어디 있는 거? 택시 타고 가야겠네."

"그냥 버스 타고 가!"

 

친구가 버스 정류장 찾기 짜증나니까 택시 타고 가자고 징징거렸어요. 바로 친구에게 버스 타고 가자고 버럭 소리쳤어요. 친구가 아가리를 다물었어요. 강원랜드 오는 것 자체가 그리 내키지 않았는데 이 친구와 오는 건 더욱 안 내켰어요. 왜냐하면 이럴 줄 알았거든요. 어차피 가면 돈 잃고 나올 거라 보고 즐겁게 게임이나 몇 판 하고 구경하고 나오는 걸로 가야 하는데 이 친구가 절대 그럴 리 없었어요. 아까 몰빵하고 다 잃었을 때 왜 잠잠하나 했어요. 그때도 친구가 유치원도 못 가는 5살짜리 꼬맹이처럼 짜증내려고 할 뻔 했지만 거기에서 어떻게 짜증내겠어요. 순간 짜증내려다가 이성의 끈을 다시 부여잡는 걸 봤어요.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알 수 있었어요. 그러다 버스 정류장 못 찾아서 헤메니까 그 짜증이 폭발했고, 여기에 괜히 버스 기다리기 귀찮다고 택시 타고 가고 싶다고 더 애새끼마냥 징징거리고 짜증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로 소리쳐서 입 닥치게 했어요.

 

솔직히 이때 친구 때문에 진짜 쪽팔렸어요. 지하 주차장이라 작게 말해도 소리가 울려서 잘 들리는데 큰 소리로 미취학연령 꼬맹이마냥 징징거리고 짜증내고 있었어요. 사람들 없는 빈 구석에서 그렇게 굴면 다른 곳에서 들리니까 쪽팔리는데 하이원 호텔 카지노 입구라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러고 있었어요. 무슨 돈 잃었다고 동네 방네 광고하는 것도 아니구요. 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도박장에서 돈 잃고 징징거리는 찌질이 찐따 호구 꼴이었어요. 친구가 꼬맹이가 떼쓰는 것처럼 징징거리면 그 자체로 짜증 엄청 나는데 세상에서 제일 추접한 도박장에서 돈 꼴고 징징거리는 찌질이 찐따 호구 꼴을 보이고 있으니 엄청 짜증나고 같이 다니는 게 쪽팔렸어요.

 

게다가 지금 택시 타고 가는 건 진짜 멍청한 짓이었어요. 여기 와서 하고 본 거라고는 카지노 하나가 전부였어요. 그 외에 어떤 것도 못 봤어요. 사북 숙소도 예약 안 했어요. 셔틀버스 정류장 찾고 숙소 예약한 후 강원랜드 내부를 돌아다니며 조금 구경하면 버스 시간이 맞을 거였어요. 배차 간격이 무슨 2시간 3시간 농어촌 버스 수준이 아니라 1시간에 1대 꼴로 있어요. 강원랜드는 카지노 외에 볼 것들이 여러 가지 있다고 하니 한 시간 정도는 금방 갈 거였어요. 지하 주차장 헤메는 데에도 한참 걸렸는데요. 영월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면 택시를 고려해볼 만 했겠지만, 영월 가는 기차 타는 글렀어요. 사북에서 1박 해야 하는데 숙소도 안 잡았어요. 택시타려면 택시 정류장을 또 새로 찾아야할 거였어요. 저는 강원랜드 와서 본 게 카지노 하나 뿐이었어요. 택시 타고 사북역으로 가야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택시 타고 가면 폭우 속에서 숙소부터 잡아야 할 거니 더 짜증나는 상황과 마주할 거였어요.

 

친구가 잠잠해졌어요. 징징거리는 발작이 멈췄어요. 이 친구와 한 두 해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여행 한 두 번 다녀본 게 아니라 매우 잘 알아요. 친구는 다섯 살짜리 꼬맹이처럼 구는 게 있어요. 저능아라는 말은 아니고, 친구들과 놀 때는 아주 본능에 충실해져서 행동해서 영유아처럼 굴 때가 종종 있어요. 이게 심해지면 엄청 떼쓰고 징징거려요. 이럴 때는 정신을 다시 차리게 해줘야 해요. 그래봐야 소용없고 너 지금 그러는 거 때문에 상당히 짜증났으니 조심하라고 확실한 신호를 보내줘야 해요.

 

하이원 호텔 카지노 입구에서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한참 헤메었는데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자리가 호텔 카지노 입구에서 바로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있었어요. 버스 타는 곳은 찾은 것 같았어요.

 

강원랜드 안으로 돌아왔어요. 먼저 숙소를 예약해야 했어요. 친구와 기차에서 봐놨던 숙소 중 하나를 예약했어요.

 

"귀신 안 나오겠지?"

 

서로 귀신 나오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어요.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이 동네는 괴담이 매우 많아요. 파도 파도 미담이 나오는 동네가 아니라 파도 파도 괴담이 나오는 동네에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만 모아서 보면 사북, 고한에서 숙소가 몰려 있는 곳은 아주 그냥 심령스팟으로 소문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에요.

 

"우리 자는 곳에서는 귀신 안 나올 거야."

"왜?"

"그래도 2인실인데 이런 데에서 하겠어? 하더라도 좀 후진 1인실이나 장급에서 하겠지."

"그런가?"

 

친구는 그런 안 좋은 일을 설마 2인실 빌려서 자면서 하겠냐고 했어요. 뭔가 그럴싸했어요. 설마 그런 일을 할 사람이 혼자 2인실 빌려서 하겠어요.

 

참고로 여기에서 알아보는 뉴스 볼 때 꿀팁이 하나 있어요. 요즘은 그런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언론에서 매우 자제하고 있어요. 베르테르 효과 등을 우려해서 직접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피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대충 눈치껏 알아채야 해요. 기사 하단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면 눈치껏 사망 원인이 그거 때문이라고 알면 되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저런 문구를 기사 맨 아래에 집어넣어서 간접적으로 알리고 눈치껏 알아채라고 하고 있어요.

 

친구와 다시 기분 좋게 강원랜드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친구도 정류장 못 찾아서 순간 욱하고 짜증 치솟은 데다 한 번 찔러나 보자는 심보로 징징거리며 짜증냈던 거라 다시 밝아졌어요.

 

"잠깐 쉴까?"

 

버스 정류장은 찾았어요. 시간이 널널했어요. 어차피 바깥은 비가 너무 퍼붓고 있어서 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실내에서만 놀아야 했어요. 카지노에 또 들어갈 건 아니라서 다른 곳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워야 했어요. 잠깐 앉아서 쉬고 나서 돌아다니고 싶은데 쉴 만한 곳이 없었어요.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도박중독상담센터로 가즈아!

 

순간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강원랜드 카지노 매표소 맞은편에는 도박중독상담센터가 있어요. 예전에는 강원랜드 카지노에 절대 다시 오지 않겠다고 서약서를 쓰기만 하면 귀가 여비를 줬대요. 그런데 하도 먹튀가 많아서 이제는 몇 회 이상 방문한 내역이 있어야만 한다고 해요. 친구도 몇 년 전에 왔다고 하고 저는 이날 처음 강원랜드에 가봤으니 상담받고 서약서 쓰고 돈 받는 대상에 아예 해당 안 되었어요.

 

그렇지만 도박중독상담센터 안에는 분명히 의자가 있을 거였어요. 거기에 앉아서 조금 쉬다가 가면 될 거였어요. 머리를 조금 나쁘게 쓰면 도박중독 상담 받는 경험을 하며 앉아서 쉬고 나올 수도 있기는 했지만 도박 중독도 아닌데 상담사분들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니었어요. 친구는 모르겠지만 저는 적당히 둘러대며 이렇게 도박중독 상담을 일부러 받아볼 수 있었어요. 까짓거 '주식매매 중독에 걸려 있다가 돈 다 잃고 강원랜드 카지노까지 왔습니다'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어요. 주식 단타 매매 안 해본 것도 아니고 한때 게임 삼아서 조금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 정도야 리얼하게 이야기 만들어낼 수 있어요. 경험에 조금 더 많이 과장되게 살 좀 붙이면 그만이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억지로 '강원랜드 도박중독상담센터에서 상담받아본 썰' 같은 거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냥 의자에 앉아서 조금 쉬고 도박중독 상담 및 치료 관련된 것들이 뭐가 있는지 한 번 보고 나오고 싶었어요.

 

"야, 우리 도박중독상담센터 들어가서 쉬자."

 

친구와 도박중독상담센터로 들어갔어요. 문을 열자 상담사분들이 저와 친구를 쳐다봤어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아...조금 앉았다 갈 수 있나요?"

 

바로 거부당했어요. 역병 사태 전에는 도박중독상담센터 안에 들어와서 앉았다가 가는 것도 되었대요. 그러나 역병 사태 이후 도박중독상담센터에서 쉬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상태라고 했어요.

 

실제로 도박중독상담센터 내부는 정신병원처럼 무섭게 생긴 곳이 아니었어요. 일종의 휴게실처럼 되어 있었어요. 앉아서 쉬면서 도박중독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인쇄물 같은 것을 보며 쉴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이게 이상한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정상적인 거에요.

 

누구나 처음부터 도박 중독되겠다고 카지노에 가지는 않아요. 가볍게 하던 것이 점점 승부 욕구를 자극하고 본전 만회 욕구를 자극하면서 빠져든다아아아하면서 중독에 빠져들어요. 그 과정에서 승리의 쾌감으로 도파민 과잉 분출이 일어나며 더욱 그 짜릿함에 중독되고, 나중에는 의학적으로 뇌가 망가지며 심각한 지경에 빠져들어요. 주식 중독, 도박 중독이 '병'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이게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두뇌에도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정신과 가라는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알고 미리 조심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도박으로 인한 가정 파탄, 인생 몰락 스토리를 보는 게 아니에요. 정확히는 어떤 식으로 도박 중독이 진행되는지를 본인 스스로 알고 본인 스스로 체크하며 본격적인 도박 중독으로 진입하기 전에 끊어야 해요. 카지노에서 한 판 놀고 도박중독상담센터에 쉬러 와서 도박 중독에 대해 공부하는 게 미래의 도박 중독자 탄생을 막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그러니 휴게실처럼 꾸며놓고 편하게 쉬면서 도박 중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도박 중독 예방 방법이에요.

 

역병 사태 이후 도박중독상담센터에서 쉬는 것은 금지되었고, 제가 갔을 때도 계속 금지된 상태였어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제가 강원랜드 카지노 갔을 때는 예약제로 한정 인원만 받다가 입장 인원 규제가 풀린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도박중독상담센터에서 나왔어요. 강원랜드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로봇 커피 있다!"

 

다날의 커피 로봇 기계가 있었어요. 이거 한 번 마셔보고 싶었어요. 로봇 커피로 갔어요. 일반 카드 결제는 안 되고 어플을 다운받아서 결제하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못 마셨어요.

 

"재미있네."

 

로봇커피 이야기도 알고 보면 꽤 재미있어요. 우리나라에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로봇 카페는 몇 곳 있어요. 제일 최초로 로봇 커피 카페를 선보인 곳은 달콤커피에요. 강원랜드에 있는 로봇 커피도 달콤커피 것이에요. 달콤커피에서 운영하는 로봇 카페 이름은 비트 beat에요. 달콤커피는 다날에프엔비의 커피 브랜드에요. 다날에프엔비는 (주)다날이 모바일 결제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만든 회사에요. 그리고 (주)다날은 모바일 결제로 매우 잘 알려진 그 다날 맞아요.

 

여기에서 끝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당연히 이야기가 더 있어요. 다날 주식은 현재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어요. 코스닥 064260 다날 주식이 바로 모바일 결제 회사 다날의 주식이에요. 다날은 자체 암호화폐인 페이코인 PCI를 만들어서 운영중이에요. 그래서 다날 주식은 페이코인 시세 영향, 더 나아가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 영향을 엄청 크게 받아요. 다날이 PCI를 뿌려댈 때 받아서 놔뒀던 사람들은 2021년 봄 암호화폐 붐 때 공짜로 받아서 모아놨던 PCI로 짭짤한 용돈을 받았어요. 그런데 PCI는 편의점에서 결제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아마 크게 먹지는 못 하고 평소에 모아서 편의점에서 다 썼을 거에요.

 

도박 중 최고 도박에 도박의 끝판왕이라면 단연코 코인 마진 거래에요. 이건 정말 미친 도박이에요. 강원랜드에 코인 선물 거래방까지 마련되어 있었다면 정말 웃겼을 거에요. 어쩌면 진짜로 카지노에서 땡기고 남은 시간에는 또 암호화폐 선물 거래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주식하면서 강원랜드 와서 땡기는 사람이야 수두룩할 거구요.

 

잠깐만, 이거 강원랜드의 신사업 아냐?

 

상당히 오래 전 이야기에요. 2017년 이야기에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서 아주 잠깐 암호화폐 마진 거래 서비스를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얼마 못 가서 경찰이 코인원 거래소의 암호화폐 마진 거래 서비스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및 도박장 개장 혐의로 수사에 나섰어요. 2021년 3월에서야 코인원의 마진거래 서비스는 도박장 개설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어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마진 거래 서비스는 금지되어 있어요.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2017년 이후 중국계 거래소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어요. 바이낸스, 바이비트, 후오비 등등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암호화폐 마진 거래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키우면 꽤 재미있을 거에요. 어차피 할 사람은 다 하고, 코인 마진 거래하러 해외 거래소로 송금해서 외국에서 돈 잃을 바에는 차라리 강원랜드에서 암호화폐 마진 거래 서비스 가능하게 하고 거기에서 잃으라고 하는 게 나으니까요.

 

 

"기프트샵은 별 거 없네."

 

기프트샵은 별 거 없었어요. 돈을 따서 즐겁게 돈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기프트샵을 크게 만들 필요도 없어서 별로 크고 화려하게 만들지 않은 거라고 추측했어요.

 

강원랜드 지하를 돌아다니는데 분위기가 밝지 않았어요. 한산했어요. 들리는 소리 중 돈 땄다는 소리는 안 들렸어요. 카지노 밖에 나와 있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지만, 나와 있는 사람들 모두 한결같이 돈 잃었다는 말만 하고 있었어요.

 

동작 그만!

뭔가 이상합니다.

 

그 패, 다시 한 번 까볼까?

그거 혹시 삼팔 광땡이 아니라 이팔 떡 아니오?

 

갑자기 뭔가 번뜩 떠올랐어요. 다시 한 번 패를 까봐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 확 왔어요.

 

버스, 순환노선일 리 없잖아!

 

아까 버스 내릴 때가 떠올랐어요. 버스가 하이원 리조트 입구 찍고 바로 길을 돌아서 다시 사북역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아까 버스 내린 곳으로 가면 안 되었어요. 거기로 가면 엉뚱한 곳으로 갈 거였어요. 지금 친구와 버스 정류장이라고 찾은 곳은 아까 버스 내렸던 장소였어요. 만약 거기로 가서 버스를 탄다면 제 추측과 운이 좋아서 순환노선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있었어요. 만약 아까 버스 내린 곳에서 버스를 타도 사북역에 갈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그렇다면 버스 탑승 시각이 달라질 거였어요.

 

직원에게 사북역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버스 정류장 위치를 물어봤어요. 아까 주차장에서 방향을 알려줬던 직원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곳을 알려줬어요. 카지노에서 윗층으로 올라가서 건물 바깥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정류장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위험했어요. 왠지 패를 다시 까봐야할 거 같은 느낌이 확 들었는데 그 느낌이 맞았어요. 사북역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정류장은 엉뚱한 곳에 있었어요.

 

 

다시 윗층으로 올라왔어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나오면 이렇게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로비가 나와요.

 

 

아랫쪽을 내려다봤어요.

 

 

친구에게 로비에서 쉬라고 하고 저 혼자 로비에서 나갔어요. 다시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오른쪽으로 가면 화단이 나오고, 화단을 따라 더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비가 무지막지하게 퍼붓고 있었어요.

 

 

 

엄청나게 퍼붓는 비를 맞으며 정류장을 찾아서 갔어요. 정류장이 진짜로 있었어요. 정확한 위치를 찾았어요.

 

 

다시 안으로 돌아왔어요.

 

 

하이원그랜드호텔 로비에는 사북 지역 과거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놓은 전시물이 있었어요.

 

 

버스 타러 갈 시간이 되었어요. 친구와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어요. 친구에게 조심하라고 했어요. 비가 많이 와서 정말로 조심해야 했어요.

 

 

주변을 둘러봤어요.

 

 

 

버스 정류장은 사북역 가는 버스와 고한역 가는 버스 둘 다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이었어요.

 

 

버스가 왔어요. 버스를 탔어요. 조금 가자 아까 버스를 탔던 정류장에서 버스가 정차했어요.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에 타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이제 저녁 먹고 한 판 땡기며 놀러 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설마 이 날씨에 밤에 워터파크 즐기러 가는 사람들이겠어요.

 

비를 뚫고 숙소로 갔어요.

 

 

 

이번에 자는 숙소는 트윈룸이었어요. 저와 친구가 침대를 따로 쓰는 방이었어요.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봤어요.

 

 

 

폭우가 쏟아지는 사북의 밤. 비구름과 안개가 끼어 있었어요. 멀리 산 위에는 불이 밝게 켜져 있었어요. 아주 으스스한 풍경이었어요.

 

 

깜깜하고 폭우 내리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2022년 8월 30일 밤 8시 30분 풍경. 참 나가기 싫은 분위기였어요. 그러나 아직 일정이 안 끝났어요. 또 나가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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