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여행기를 끝마치고

좀좀이 2012. 11. 3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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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 오며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밀린 여행기를 다 쓰는 것이었다. 이 블로그를 열면서 여행기를 하나씩 써서 올리다보니 지금까지 쓰다 중단한 여행기 모두 완결짓고 싶어졌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에 오며 한국에서 가기 어려운 주변 국가들 여행을 갈 생각이 컸기 때문에 그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기를 써서 올리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올해 안에 끝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써갔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었다. 스스로 발전하는 것도 느껴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법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직도 후회되는 것은 내 글이 티스토리 메인에 뜨지 않는다는 사실에 보다 빨리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그렇게 클 줄 몰랐다. 역시 스스로 나서서 얻으려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진리인가 보다.


타지키스탄 다녀와서 여행기를 후다닥 쓴 후, 지난해에 다녀온 카프카스 여행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그 지옥같던 투르크메니스탄 경유비자 받기 위해 몇 번을 허탕치고 툴툴대던 시기였다. 결국 이 여행기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다녀온 후에야 다 썼다.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바로 여행기 작성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여행기를 작성할 때 꽤 힘들었다. 이때부터 밥먹고 학원 다녀와서 여행기 작성에 미쳐있었다. 50도까지 치솟는 불볕 더위 때문에 낮에 잠을 청하고 조금 살만해지는 밤에 일어나 대충 숙제하고 바로 여행기 쓰기의 연속이었다.


그때 나의 모든 진이 다 빠져버린 것 같았다.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떠나는 날에야 겨우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여행기를 다 썼고, 그날 택시에서 뒷자리 한 가운데에 낑겨서 골아떨어졌다. 골아떨어지며 한 가지 생각한 것은 '여행기 쓰는 건 너무 힘들어'였다.


그래도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여행기도 또 꾸역꾸역썼다. 이미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여행기를 쓰며 모든 진이 다 빠져버려서 거의 기어서 산 꼭대기에 올라가는 기분으로 글을 작성했다. 어떻게든 빨리 쓰고 싶고, 의욕은 그래도 넘치는데 글은 매일 나오지 않았다. 이때 내 머리의 대부분은 잠자고 싶다는 생각과 여행기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다. 올해 10월을 회상해보면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오직 '여행기 쓰기'밖에 없다. 정말 그만큼 어떻게든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를 끝내기 위해 미쳐있었다.


어떻게 여행기를 다 쓰고, 그 후부터 - 즉 11월부터는 계속 미리 완결지어놓은 우즈베키스탄 여행기를 하루에 하나씩 올렸다. 일요일에는 쉬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11월 30일에 후기를 올려서 깔끔하게 11월 마지막날 올해 세운 한 가지 목표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행기 연재 끝난 그 순간


글을 예약발행으로 걸어놓았다. 이로써 길고 길었던 6개월의 대장정이 끝났다.


앞으로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한 달간 곰곰이 고민해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구상은 지금껏 내가 모아온 자료들을 하나씩 정리해 올리는 것이다. 언어는 다른 블로그에 올리고, 여기에는 주로 문화를 올릴 생각이다. 그나마 내가 다른 여행자와의 차이라고 꼽을 수 있는 거라면 현지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여행지 위치가 어떻고, 요금이 어떤지는 정확성의 문제가 있기는 해도 어차피 가이드북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니까 그것을 또 내가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럴 바에는 주로 문화에 대해 글을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문화 이야기는 맛보기 수준조차 되지 않으니 외국어 공부도 하고 내가 관심도 있고 잘 아는 쪽을 키우는 게 맞을 거 같았다. 문제는 이 '문화' 안에는 다시 무수히 많은 세부 분야가 있다는 것. 이것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아마 글을 또 100개쯤 올리면 알아서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물론 방문자는 아마 여행기를 올릴 때보다는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지 기뻤던 점이라면 여행기를 연재하며 방문자가 꾸준히 늘어나 드디어 이번달에는 한 달 방문자가 15000명을 넘겼다는 것이다. 물론 아제르바이잔 원유 목욕의 공이 지대하게 크기는 했지만 블로그를 하며 한 달 방문자 만 오천 명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수이다.


여기 와서 여행기만 100화 넘게 썼다. 그러고보면 내가 징하게 길게 쓰기는 했다. 아마 그 끝은 우즈베키스탄 여행기가 아닐까 싶다.


월요일에 가자 (타지키스탄) - 파일 616 (글 30, 사진 586)

두 개의 장벽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 파일 696 (글 47, 사진 649)

해야 했던 숙제 (우즈베키스탄) - 파일 1080 (글 42, 사진 1038)


지금까지 나의 글을 보아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분들 덕분에 정말 큰 힘을 얻었다. 이걸 왜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1년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한다 하더라도 고비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계속 여행기를 써서 무사히 내가 세운 1년 목표 중 하나인 '밀린 여행기 다 쓰기'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여행기가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했다. 그리고 여행기를 다 올리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도 궁금했다. 이제 알겠다. 지금 느끼고 있으니까. 시원하다. 정말로 긴 여행을 끝내고 방바닥에 드러누워 맞이하는 아침처럼.


오늘 아침 8시 20분. 예약 발행을 걸어놓은 나의 밀렸던 여행기의 마지막 - '해야했던 숙제 - 우즈베키스탄 여행 후기 (에필로그)'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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