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잊혀진 어머니의 돌 (2022)

잊혀진 어머니의 돌 - 04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천주교 도계성당,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기숙사, 도계리 옛 탄광사택 양지사택

좀좀이 2022. 9.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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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드러눕자 바로 잠들었어요. 아주 깊이 잘 잤어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몇 시인지 봤어요.

 

"사우나 가기는 늦었네."

 

몇 시인지 보니 2022년 8월 30일 아침 9시 20분이었어요. 전날 A1모텔 체크인할 때 사우나 할인권을 받았어요. 친구와 방에 들어가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개운하게 사우나 한 번 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사우나를 계속 못 갔기 때문에 정말 모처럼 사우나에 가고 싶었어요. 여행 온 김에 아침에 뜨끈한 탕에 들어가서 몸을 푹 담그고 나와서 샤워 한 번 하면 그동안 쌓인 피로가 아주 깔끔히 풀릴 거 같았어요. 그러나 늦었어요. 사우나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이미 아침 9시였어요. 이러면 샤워하고 체크아웃하고 밖에 나가야 했어요. 그래야 도계를 다 돌아보고 저녁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어요.

 

"야, 일어나!"

 

쿨쿨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웠어요. 친구는 간신히 눈을 떴어요.

 

"지금 9시 넘었어. 이제 일어나야 해."

 

친구는 여전히 잠에서 완벽히 깨지 못하고 비몽사몽 상태였어요. 친구에게 잠에서 깨라고 했어요.

 

'아까 일어나야 했어.'

 

8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들었어요. 그때 방 안이 별로 안 밝았어요. 졸리기도 매우 졸렸어요. 그래서 친구와 사이좋게 알람을 끄고 다시 잤어요. 사우나고 나발이고 잠을 1분이라도 더 자고 싶었어요. 정신이 돌아오고나서 그때 일어났어야 했다고 후회했어요. 그때 억지로라도 일어났다면 잠을 자더라도 뜨뜻한 탕에서 조금 잤을 거고, 지금쯤 아주 개운하게 샤워 잘 했다고 좋아하고 있었을 거였어요.

 

'지금 날씨 어떻지?'

 

창문을 열었어요.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한 번은 맞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한 번은 맞춰요. 그러니까 하루에 정확히 한 번만 조심하면 고장난 시계가 계속 틀릴 거라는 곳에 배팅하면 끝없이 맞춰요. 이 한 번을 잘 피해야 해요. 그런데 망했어요. 하필 이날이 바로 고장난 시계가 하루 중 딱 한 번 맞추는 바로 그때 같은 날이었어요.

 

일기예보는 왜 오늘 맞는데!

 

비가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일기예보는 제대로 맞춘 때가 없었어요. 이번에도 당연히 일기예보가 틀릴 줄 알았어요. 일기예보에서는 다음날까지 비가 계속 퍼부을 거라고 했지만, 일기예보는 고사하고 일기중계조차 똑바로 못하는 한국 기상청을 믿기로 했어요. 기상청이 틀릴 거라고 믿으면 무조건 맞는 8월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틀릴 거라고 믿고 왔는데 하필 이날 정확히 기상청의 일기 예보가 맞아버렸어요.

 

누가 추세 매매하라고 했어!

 

흔히 추세매매하라고 하는데 추세매매가 아니라 역추세매매를 해야 하는 날씨였어요. 기상청 일기예보가 틀리는 게 추세 추종이니까 기상청 일기예보 믿는 건 추세 꺾어서 들어가는 역추세 매매 기법. 추세 추종해서 기상청이 이번에 또 틀릴 거라고 믿고 왔더니 이번에는 기상청이 정확히 맞췄어요. 기상청 예보대로 비가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전날 밤에는 분명히 비가 안 오게 생긴 하늘이었는데 아침이 되자 비가 신나게 퍼붓고 있었어요.

 

변곡점에서 처물렸쥬?

세상에 변곡점에서 처물리는 호구가 여기 있쥬?

 

기상청의 조롱이 귀에 들렸어요. '아따, 호구 왔능가' 소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되어 땅바닥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비가 와도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일정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비 온다고 하루 종일 어디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 수 없었어요. 정확히는 그게 되게 생긴 동네가 아니었어요. 비온다고 카페 들어가서 하루 종일 있는 것은 대도시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구요. 전날밤 도계역에서 A1모텔까지 걸어오며 본 풍경을 떠올려보면 제 의사와 상관 없이 체크아웃시간 전에 모텔에서 나가서 밖을 돌아다녀야만 했어요.

 

"너 안 씻어?"

"나는 어제 샤워하고 잤어."

 

잠기운에 취해서 몽롱한 상태인 친구에게 샤워 안 할 거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전날 샤워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어요.

 

"그러면 나는 샤워하고 나온다."

"어."

 

샤워를 하고 나왔어요. 시설은 참 좋았어요. 시원하게 샤워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짐을 챙겼어요. 우산을 꺼냈어요. 친구도 정신을 차리고 짐을 다시 챙겼어요. 친구와 체크아웃하고 숙소 밖으로 나왔어요.

 

 

'여기는 왜 검은빛 낀 거 같지?'

 

동튼 후 본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첫 인상은 뭔가 검은빛이 끼어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비가 와서 평소보다 색이 진한 것도 있지만, 다른 지역 돌아다녔을 때와 달리 뭔가 거무스름한 톤이 전체적으로 끼어 있는 것 같았어요. 비가 내리면 풍경은 먼지가 씻겨 내려가고 물을 먹어서 매우 쨍한 색으로 바뀌어요. 그런데 여기는 처음 와봤지만 풍경이 물을 먹으니까 거무스름한 톤이 위로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어요. 확실히 색감이 달랐어요. 갤럭시노트10+로 찍은 사진이 검은 톤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가 보고 있는 풍경과 색이 아주 비슷했어요.

 

'날이 어두워서 그런가?'

 

지금까지 다녀본 다른 지역 풍경과 비교해보면 색감에서 분명히 검은색 톤이 더 깔려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날이 밝지 않아서 그런 것일 거라고 여겼어요.

 

"우리 어디 갈 거?"

 

친구가 물어봤어요.

 

"여기는 탄광사택 둘러보고 갈 수 있으면 탄광 입구까지 가보고 하면 돼."

"그거 어디 있는데?"

"여기에서 내려가다가 도계중학교 쪽으로 가면 돼."

 

친구에게 도계에서 볼 것은 석탄 광산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다시 한 번 알려줬어요. 도계읍에는 여러 탄광사택이 있어요. 이런 탄광사택들을 둘러보고, 갈 수 있다면 탄광 입구까지 가서 석탄 광산이 이렇게 생겼다고 보면 되었어요. 경동2단지 달전아파트 근처에 있는 경동사택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남쪽으로 가서 흥전리 기찻길옆벽화마을을 보면 도계읍은 다 보는 것이었어요. 맨 처음에는 동쪽으로 갔다가 돌아와서 점심으로 물닭갈비 먹고, 시간 되고 체력 되면 흥전리 기찻길옆 벽화마을, 도계 유리마을 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이었어요.

 

'아마 흥전리는 못 갈 거야.'

 

흥전리 기찻길옆 벽화마을과 도계 유리마을을 보려면 아마 한나절 돌아다녀야 할 거였어요. 도계역에서 흥전리 도계 유리마을 및 기찻길옆 벽화마을까지는 충분히 걸어갔다 올 수 있는 거리였어요. 도계역에서 도계 유리마을까지 거리는 2km 남짓이었어요. 그러나 보나마나 친구가 힘들다고 할 거였고, 날씨도 비가 내려서 웃으며 걸어다닐 날씨가 아니었어요. 비가 곧 그치고 날이 쨍하게 갠다면 친구가 흥전리 도계 유리마을까지 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가 왠지 쉽게 안 그칠 모습이었어요.

 

걷다 보니 전날 왔던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나왔어요.

 

 

"우리 우비 살까?"

"우비?"

"어. 편의점에서 1회용 우비 사서 입고 돌아다닐래?"

"그래."

 

친구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회용 우비 사서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친구에게 그러자고 했어요.

 

 

편의점에서 일회용 우비를 구입해서 편의점 안에서 비닐을 뜯고 우비를 입었어요. 가방 짊어맨 상태에서 그 위에 우비를 입었어요. 우비가 넉넉하게 커서 가방 짊어맨 상태로 우비를 입어도 괜찮았어요. 우비 입고 우산도 쓰고 다니니 이제 무서울 거라고는 길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 뿐이었어요. 신발은 어쩔 수 없었어요. 신발 젖는 것은 물 웅덩이에 발이 푹 빠지는 것을 조심하며 다니며 적당히 방지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나 우비를 입었기 때문에 이제 옷 젖을 일, 가방 젖을 일 다 걱정 안 해도 되었어요.

 

우비를 입고 밖으로 나왔어요.

 

"여기 무려 대학로점이다."

 

편의점 나와서 편의점 지점명을 보고 웃었어요. 편의점 이름이 무려 '세븐일레븐 대학로점'이었어요. 지도상에서는 '세븐일레븐 도계대학로점'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매장에는 '세븐일레븐 대학로점'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여기가 대학로?

 

서울 마로니에 공원 있는 쪽 대학로가 교차되어 보였어요. 대도시 기준으로 보면 식당 몇 개 있고 편의점 몇 개 있는 흔한 골목길. 이게 도계읍에서는 무려 대학로였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도계읍에 세븐일레븐 도계대학로점이 생겼을 때, 밤에 여기로 오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학생들이 꽤 많았다고 해요.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거 사고 가벼운 안주 사고 맥주 사서 노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고 해요. 여기가 도계읍에서는 나름 심야시간 핫플레이스였다고 해요.

 

"우리 아침 안 먹을 거?"

 

친구가 아침 안 먹을 거냐고 물어봤어요.

 

"지금 문 열은 식당 있나? 시간도 어정쩡하지 않아? 너 배고파?"

"아니, 그다지. 너는?"

"나도 별로."

 

전날 밤에 컵라면을 하나씩 먹고 잤어요. 그래서 친구는 아침은 걸러도 된다고 했어요. 저야 원래 아침에 뭐 안 먹구요.

 

"그러면 장미사택쪽 보고 와서 점심 먹자. 점심에 물닭갈비 먹으면 되잖아. 지금 뭐 먹기엔 점심 시간 얼마 안 남아서."

"그러자."

 

친구에게 지금 막 먹고 싶은 거 없으면 장미사택 쪽 갔다가 돌아와서 점심으로 물닭갈비를 먹자고 했어요. 거리가 별로 안 멀었기 때문에 장미사택쪽을 둘러보고 오면 점심 먹을 시간일 거였어요. 지금 아침으로 뭐 먹으면 점심시간까지 두세 시간 남짓 뿐이라 점심이 맛없어질 거였어요. 친구도 그러자고 했어요.

 

 

카카오맵을 보며 걸었어요. 아침 10시 반 채 안 된 시각이었어요. 아직 영업중인 식당은 한 곳도 없었어요.

 

"장미사택이 어디 있어?"

"도계중학교쪽."

"너 방향 맞아?"

"응?"

 

친구가 방향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어요. 지도를 다시 봤어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틀린 방향이었어요. 갤럭시노트5에 3G를 사용하니까 지도 어플을 사용할 때 반응이 매우 느려요. 제가 친구를 데리고 가는 방향은 틀린 방향이었어요. 친구가 방향 이상하지 않냐고 했을 때가 되어서야 지도에 제가 있는 위치와 방향이 제대로 인식되었어요.

 

"아, 틀렸네. 우리 A1모텔 쪽으로 돌아가야 해."

"지도 길 맞춰서 보면 되잖아."

"이게 느려."

 

친구와 A1모텔로 돌아갔어요. 여기에서 다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어요.

 

2022년 8월 30일 오전 10시 28분,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리 도원동 건널목에 도착했어요.

 

 

"여기 철길 건널목이다."

 

개폐기가 열려 있었어요. 철길 위로 올라갔어요.

 

 

"저 건물 뭐지?"

 

 

멀리 'KNU 강원대학교'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높은 건물이 보였어요. 도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해도 되는 건물이었어요.

 

'강원대 도계캠퍼스는 여기에서 엄청 멀지 않나?'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는 도원동 건널목으로부터 9.6km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자리는 여기가 아니었어요.

 

"저 건물 뭐지?"

 

전날 밤부터 보며 궁금했던 건물이었어요. 사진 찍고 'KNU 강원대학교'라고 적힌 높은 건물을 보고 있는 사이에 친구는 철길 건널목을 건너갔어요. 저는 바로 건너가지 않고 계속 서 있었어요. 개폐기가 내려갔어요.

 

 

기차가 도원동 건널목을 지나갔어요.

 

기차가 지나간 후 개폐기가 열렸어요. 친구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갔어요.

 

 

길을 건너가자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불교 절인 영락사가 나왔어요.

 

"너 절 안 가?"

"귀찮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우비를 입고 있어서 법당 안에 들어가기 위해 신발 벗고 우비 벗을 생각하니 매우 귀찮았어요. 게다가 계속 오르막이었어요. 절이 보이면 절에 가서 법당 안에 들어가서 삼배 드리고 나오지만 이날은 귀찮아서 가지 않았어요.

 

"저거 진짜 강원대인가?"

 

'KNU 강원대학교'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높은 건물을 바라봤어요.

 

사진 속 영락사 옆에 보이는 'KNU 강원대학교'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높은 건물은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기숙사인 도원관이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는 온라인상에서 꽤 유명한 대학교에요.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국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고, 가장 해발고도 높은 곳에 있는 대학교라고 간간이 올라오곤 해요. 이 때문에 성지순례하듯 찾아가보는 사람들이 있구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가 생긴 이유는 석탄 산업의 몰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요.

 

1989년, 정부는 비경제성 탄광을 폐광시키고 경제성 탄광을 건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추진했어요. 이로 인해 한국의 많은 탄광이 폐광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은 도계광업소, 경동광업소 두 곳만 남았고, 그 외 탄광 10개가 문을 닫았어요. 이로 인해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인구는 1989년을 기점으로 급감해서 2003년에는 주민이 14,445명까지 줄어들었어요. 학교도 14개에서 9개로 줄어들었고, 학생수는 10,012명에서 2,906명으로 크게 감소했어요.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인한 실직, 지역 경제 마비, 인구 급감 등의 불안감에 탄광촌 주민들은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어요. 탄광촌 주민들의 대정부 투쟁이 격화되자 1995년에 정부는 석탄산업 종합대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어요. 이때 정부에서는 무연탄 전용 발전소인 동해화력을 건설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서 도계 지역에 황조스키장, 상덕골프장, 약초재배단지 등 사업으로 폐광 지역 경제 활성화를 약속했어요.

 

그렇지만 정부가 약속한 대체 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는 지리멸렬한 상태였고, 도계광업소 중앙갱은 폐쇄되었으며, 구조조정이 계속되어 지역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고,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었어요.

 

이렇게 정부의 약속과 달리 도계 지역이 계속 절망적인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2000년 10월 10일에 도계읍번영회가 주도하는 '도계 경제살리기 대정부 투쟁'이 시작되었어요. 도계광업소, 경동광업소는 임시 휴업했고, 상가는 모두 철시했어요. 도계역광교에서 지역 주민 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동 삼척시장, 최연희 국회의원, 박병근 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전원과 이상준, 이연우 도의원도 참석했어요. 여기에서 삼척시장과 시의원, 주민대표 등 100여명이 삭발하며 투쟁 의지를 다졌고, 주민들은 석공도계광업소 감산 및 구조 조정 철회, 석탄안정지원금 전액 지원,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체 산업 육성 등을 요구하면서 7km거리 시위를 진행했어요. 이날 오후 4월 20분 경에는 상여를 멘 시위대가 철도에 상여를 내려놓는 순간 순식간에 시위대 500여명이 철도를 점거하며 시위는 정점에 달했고, 밤 10시 4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영동선이 불통되었어요.

 

이 시위를 도계 지역에서는 10·10투쟁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도계 10·10투쟁을 통해 도계 지역 주민들은 중앙갱 폐쇄를 막아 감산과 감원을 최소화했어요. 이를 통해 도계 지역이 석탄 산업 의존 지역에서 다른 산업과 경제를 키워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지역 붕괴를 막을 대책을 수립하고 진행할 여건이 마련되었어요. 또한 탄광지역 개발사업비 확보를 통해 지역의 대체산업 가능성이 생겼어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와 블랙밸리 골프장이 도계읍에 건설되었어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는 2009년 3월 1일에 출범했어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기숙사가 읍내에 위치한 건 이해할 만 해요. 그래야 학생들이 읍내에서 생활하고 돌아다닐 거니까요. 학생들도 엄청난 외지보다는 그래도 읍내에서 생활하니 덜 힘들 거고, 지역 주민들도 학생들이 돌아다니니 마을에 생기가 도는 것처럼 느낄 거고, 학생들이 이래저래 소비하는 돈으로 지역 경제도 어느 정도 유지될 거에요.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교와 기숙사가 산길로 9.6km 떨어진 건 이해가 어려워요. 이 지역 사람들도 이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지 도계캠퍼스 위치 선정 과정에서 높으신 분들의 땅투기가 있었다는 말과 의혹이 있었을 거라고 해요. 아무리 도계읍내 주변이 거의 전부 탄광 지역이었다고 해도 학교와 기숙사가 산길로 9.6km는 조금 많이 너무하잖아요.

 

아침에 갔던 세븐일레븐이 세븐일레븐 대학로점이었던 것도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기숙사가 이쪽에 있기 때문이었어요.

 

 

오르막길을 헥헥거리며 올라갔어요.

 

"저건 상파울루 따라한 건가?"

 

 

예수상이 양 팔 쫙 펼치며 도계읍내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여기는 상파울루가 아니라 '산'파울루야?"

 

당연히 헛소리였어요. 거대한 예수상으로 유명한 브라질 도시는 상파울루가 아니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요. 저도 순간 착각했어요. 어쨌든 보면 리우 예수상이 리우 데 자네이루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고지대에 위치한 예수상이 도계읍내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지도를 봤어요. 여기가 천주교 영동지구 원주교구 도계성당이었어요. 여기에서 도계성당으로 내려가서 도계중학교 쪽으로 가면 탄광사택을 쭉 볼 수 있었어요.

 

"성당 가보자."

 

친구에게 성당을 가보자고 했어요. 가톨릭 신도인 친구가 좋다고 했어요.

 

 

길을 따라 도계성당 쪽으로 내려갔어요.

 

 

 

"여기 안에 들어갈 수 있어?"

"문 열려 있으면."

 

친구에게 도계성당 안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문이 열려 있으면 예배당 안에 들어가도 된다고 했어요. 문이 열려 있다면 도계성당 예배당 내부를 잠시 보고 기도하고 나가기로 했어요. 친구는 세례도 받았고 제주도에서 성당에 미사 보러 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에요. 친구는 가톨릭 신자라서 예배당 들어가서 기도드리고, 저는 기복신앙 삼아서 제발 이 비 좀 빨리 그치게 해달라고 빌고 성당 내부 구경하면 딱 좋았어요.

 

"강원랜드에서 대박 터지게 빌까?"

 

친구는 여기까지 왔으니 사북역 가서 강원랜드 가서 한 판 땡겨보자고 하고 있었어요. 이왕 성당 왔으니 하느님께 오늘 강원랜드 가서 대박 터지게 비는 것도 매우 좋아보였어요. 진짜 서울에서 강원도 첩첩산중에 있는 도계역까지 힘들게 와서 비는데 한 번은 들어주겠죠. 대도시쪽 성당은 워낙 온갖 소원 비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원이 하느님께 접수되기까지 기다리는 게 한 세월이겠지만 여기야 사람 참 없게 생겼으니 빌면 바로 하느님께 접수되지 않을까요. 사북에도 성당이야 있겠지만 사북성당 가서 제발 대박 터지게 해달라고 비는 도박쟁이가 한둘이겠어요. 이렇게 아주 한적하고 사람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와서 빌어야 하느님 예수님께 소원이 빨리 전달되죠.

 

예배당 입구로 갔어요. 친구가 문을 열기 위해 시도했어요. 문이 잠겨 있었어요. 다른 문은 열려 있는지 다른 문을 열어봤어요. 역시 굳게 잠겨 있었어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모두 잠겨 있었어요.

 

날씨에 성당까지 너희는 오늘 제대로 낚였다고 하고 있습니다.

 

'뭐지?'

 

굳게 잠긴 성당 문. 만약 이따 친구가 가자고 한 강원랜드 가서 대박터지게 해달라고 빌러 왔더니 너희 같은 아주 불량한 목적으로 기도하러 오는 놈들은 썩 꺼지라고 하느님 예수님이 성당 문을 제때 잠가버렸을 리는 없어요. 그러나 어느 성당을 가나 친구와 같이 갔을 때는 항상 열려 있던 성당 문이 이날 하필 굳게 잠겨 있는 것은 좋은 징조라 해석할 일은 아니었어요.

 

'성당 예배당이 문 잠겨 있을 수도 있지.'

 

도계성당에서 뒤돌아서서 나왔어요. 문이 잠겨 있는 줄 알았다면 계단을 올라가지 않았을 거에요. 비 내리는데 짐 전부 짊어지고 계단 올라가서 더 피곤해졌어요.

 

 

도계성당 바로 옆에는 전날 밤에 예약 없이 1박하러 갔다가 실패한 유리 게스트하우스가 있었어요.

 

"여기가 예전에 탄광사택이었대."

 

친구에게 유리 게스트하우스가 과거에는 탄광사택이었던 곳이었다고 알려주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대한길 36 일대에 위치한 유리갤러리 게스트하우스 - 도계 유리 게스트하우스는 예전에는 '양지사택'이라는 광산에서 광부들에게 제공한 사택인 탄광사택이었어요. 양지사택은 일자형으로 한 개 동은 5가구 연립형이었고, 15개동으로 형성되어 있었다고 해요. 양지사택 이름의 유래는 양지바른 곳에 위치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양지사택 건물 상당수는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에 삼척시가 도계 활성화 차원에서 2019년에 양지사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고 해요. 현재 양지사택은 게스트하우스 7동, 유리갤러리, 주민공동시설로 변모했어요. 과거 양지사택이었던 이곳은 지금 블랙밸리 CC와 연계한 골프 갤러리 숙박 시설 및 정보교류센터로 활용중이라고 해요.

 

유리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블랙밸리 컨트리 클럽 골프 이용객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요. 게스트하우스만 단독 예약은 불가능해요. 유리게스트하우스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블랙밸리 컨트리 클럽의 클럽하우스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서 체크인하고, 클럽하우스 프런트에 가서 키를 반납해서 체크아웃하는 방식이라고 해요.

 

향후 강원도 남부 운탄고도 여행객이 크게 증가해서 도계읍 숙박 수요도 덩달아 크게 증가한다면 블랙밸리CC에서 유리게스트하우스를 골프장 이용객 뿐만 아니라 숙박만 원하는 일반인들의 예약도 받는 방식으로 변경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블랙밸리CC 이용객만 유리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어요. 강원도 운탄고도 도계 지역 여행 계획 짜면서 도계에서 숙소 찾을 때 참고하면 좋을 거에요.

 

"저기에서 자보고 싶었는데..."

 

유리게스트하우스를 보며 전날밤이 떠올랐어요. 원래는 유리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싶었어요. 탄광사택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서 아주 특별해 보였어요. 탄광사택을 개조해 만든 숙소를 여기 아니면 어디에서 자보겠어요. 그러나 유리게스트하우스는 블랙밸리CC 이용객만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숙소였어요. 그래도 다행히 전날 묵은 A1모텔도 방이 엄청나게 넓고 매우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크게 아쉽지는 않았어요.

 

 

'여기 설마 이 지역 전체가 탄광사택 마을인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다른 지역과 상당히 달랐어요. 가장 다른 점은 길다란 단층 다세대 주택이 매우 많이 보였어요. 강원도 삼척시 운탄고도 도계에 오기 전에 도계가 어떤 곳인지 조사했어요. 도계에서 봐야할 것은 여러 탄광사택이었어요. 탄광사택 건물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었어요. 바로 길다란 단층 다세대 주택이었어요. 다른 지역에서 거의 못 본 형태의 가옥이었어요.

 

눈 앞에 보이는 도계 풍경 속 건물들을 보면 길다란 단층 다세대 주택이 많이 보였어요. 아직 장미사택, 유신사택 같은 여러 탄광사택이 모여 있는 곳까지 가려면 조금 더 가야 했어요. 그러나 아무리 봐도 눈 앞에 보이는 길다란 단층 다세대 주택들은 탄광사택 같았어요. 여기에 탄광사택이 여러 채 있어도 이상할 것 없었어요. 당장 양지사택을 개조한 도계 유리 게스트하우스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전날 밤에 봤던 정자까지 왔어요. 여기는 마을 회의하는 곳인지 의자가 매우 많았어요.

 

 

골목길로 들어가봤어요.

 

 

사진을 찍으며 거리를 걸었어요.

 

 

"저거 아이템풀 아냐?"

 

유리창에 붙어 있는 글자 스티커가 너무 낡아서 형태가 많이 훼손되어 있었어요. 왼쪽 창문에 붙어 있는 글자는 아이 같기도 하고 이이 같기도 했어요. 오른쪽 창문에 붙어 있는 글자는 형태를 아예 알아볼 수 없었어요. 왠지 어렸을 적 풀었던 학습지인 아이템풀 같았어요. 누구나 어렸을 때는 남이 하는 거 부러워서 자기도 하게 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가 불과 한 달 채 안 걸려서 이걸 왜 부모님께 해달라고 졸랐는지 뼈저리게 후회하며 부모님께 학습지 밀렸다고 혼나는 아이템풀.

 

제가 어렸을 적에는 집에 아이가 있는 집에는 아이템풀 학습지 꽂는 봉투가 문 옆에 붙어 있었어요. 학습지를 풀어서 문 옆에 붙어 있는 봉투에 꽂아놓으면 아이템풀 직원이 수거해서 채점한 것을 봉투에 다시 꽂아주었어요. 대충 풀었다가는 아이템풀 학습지에 온통 빨간 비 내려서 부모님께 엄청 혼났어요.

 

 

여러 가지 벽화가 그려져 있는 굴다리를 지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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