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잊혀진 어머니의 돌 (2022)

잊혀진 어머니의 돌 - 01 여행은 즉흥적으로 가기로 해야 제맛

좀좀이 2022. 9. 1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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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9일 자정 조금 넘은 시각이었어요. 비가 안 내리는 늦여름 밤이었어요.

 

"부산이나 오랜만에 가볼까. 거기 더울 건가?"

 

같이 중국 여행을 했던 친구가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왔어요.

 

"글쎄? 거기는 왜?"

"내가 그쪽만 몇 년 동안 안 가봐서."

 

친구는 부산만 몇 년 동안 안 가봐서 이번에 한 번 가볼까 고민중이라고 했어요. 이 말을 제게 왜 했겠어요.

 

나한테 같이 갈 생각 없냐고 떠보는 거지.

 

저한테 같이 가자고 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면 아무리 제가 자정에 자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왜 제게 부산이나 오랜만에 가볼지 고민중이라고 하겠어요. 저한테 혹시 같이 갈 생각 있냐고 물어보는 거였어요.

 

"부산은 제대로 안 가봐서 모르겠다."

"아, 너도 거기는 많이 안 가봤냐?"

"부산은 제대로 가본 적 없어."

"나는 5~6년 전에 마지막으로 가본 듯 하다."

 

부산광역시.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대표적인 관광지. 해운대, 광안리, 감천문화마을, 범어사 등 관광지가 많이 있는 도시. 그러나 저는 부산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요. 부산을 가본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산을 정확히 세 번 가봤어요. 처음 갔을 때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였어요.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부산으로 갔어요. 부산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북쪽으로 올라갔어요. 두 번째는 다른 고향 친구와 여행갔을 때 역시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비행기 타고 갔어요. 이때도 부산 도착해서 한 거라고는 밤새 친구와 같은 편 먹고 피씨방에서 컴퓨터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새벽에 광안리 해수욕장 구경한 게 전부였어요. 세 번째 갔을 때는 일이 있어서 갔어요. 그때는 부산 돼지국밥만 먹고 계속 회의만 하다가 바로 올라왔어요. 부산 구경은 지금까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부산 뭐 있지?"

"부산은 뭐 무슨 시장하고 책방골목하고 해운대, 국밥거리 이런 거 아닐 건가?"

 

저도 부산은 잘 몰라요. 그래도 블로그 한 지 하도 오래되니까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쓴 여행글을 하도 많이 봐서 부산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대충 어떤 곳이 있는지 정말 유명한 곳은 몇 곳 알아요.

 

저나 친구나 여행 계획을 엄청 꼼꼼하게 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대충 도시 정도 정하고 여기에 꼭 가고 싶은 곳 한두 곳 정하고 끝이에요. 그 다음에는 '가서 정한다'에요. 목적지로 정한 곳에 도착하면 봐서 다음 갈 곳 정하며 다니는 식이에요. 여행 계획 꼼꼼히 짜고 최대한 알차게 엄청나게 많이 보며 다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너무 너무 멀어요.

 

"국내여행은 역시 강원도가 만족도 제일 높네."

"강원도가 재미있기는 하지. 용자물 찍기는 강원도가 좋구."

 

부산 여행은 별로 안 끌렸어요. 제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국내여행을 간다면 무조건 강원도 남부 몰락한 탄광지대였어요.

 

"내일 어디 갈 지 고민 중. 너 시간 되면 강원도 거기나 부산 갈래? 그 용자 마을이나. 아니면 숙소랑 밥 먹기 편한 경남이나."

 

친구가 다음날 같이 여행 가지 않겠냐고 했어요.

 

아...내일은 내가 일이 있다.

 

다음날인 8월 29일에는 일이 있었어요, 지난 금요일이었던 8월 26일이었어요. 증권사 영업시간이 끝난 후 발행어음형 CMA 계좌를 개설했어요. 그런데 다른 계좌 하나 더 개설해야 해서 새로 또 계좌 개설하려고 했더니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이라고 개설이 안 되었어요. 황당했어요. 발행어음형 CMA 계좌를 개설한 증권사는 이날 처음 가입한 증권사가 아니라 202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써오던 증권사였어요. 지금까지 계속 사용해오던 증권사에서 CMA 계좌 하나 새로 발급했는데 이거 때문에 다른 증권사에서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이라고 계좌 개설이 안 되었어요. 이 문제를 아침에 증권사 두 곳에 전화해서 해결해야 했어요. 게다가 30일에는 택배 받을 게 있었어요.

 

"나 아침에 증권사에 전화해서 문제 해결해야 하고 30일에는 택배 받을 거 있어."

"전화야 뭐 가면서 할 수 있을 건데 문제는 택배네. 거기 누가 가져가? 맡길 데 없어? 목요일 병원 가기 전에 어디 다녀오고 싶기는 한데..."

 

친구는 병원 치료 받는 것이 있어요. 목요일인 9월 1일에 병원에 또 치료 받으러 가야 해서 병원 가기 전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했어요.

 

"강원도 거기 갈 거면 너랑 가도 되고, 부산은 너 안 끌리면 나 혼자 다녀오구."

"강원도 거기는 좀 길게 가야지."

 

친구가 말하고 있는 '강원도 거기'는 제가 전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던 강원도 남부 운탄고도 몰락한 탄광지대를 지칭하고 있었어요. 강원도 남부 운탄고도 몰락한 탄광지대인 예미, 사북, 고한, 추전, 통리, 도계는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오기에는 힘든 동네였어요. 여기는 못 해도 3박 4일은 잡아야 했어요.

 

"그 땅끝마을 라면집은 아직 할 건가? 기억나? 해물라면. 전라도였을 건데."

"남해 다랭이마을?"

 

친구와 해물라면을 먹었던 곳은 남해 다랭이 마을이었어요.

 

https://zomzom.tistory.com/948

 

기억을 되짚어 03 - 남해군 다랭이마을

전날밤 이곳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대로 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로 갔어요. "다랭이 마을 가려면 어떤 표 끊어야 해요?" "가천이요." "얼마에요?" "2500원이요." 표를 끊고 건물 밖으로 나왔어요. 8월

zomzom.tistory.com

 

친구는 지난 번에 동해시 여행 갔을 때부터 남해군, 통영시 여행을 같이 갔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맞아, 다랭이. 거기도 나름 좋았는데. 부산-진주-통영 간만에 땡기네."

 

친구는 경상남도 해안가를 가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예전에 친구가 자기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경상남도 한 번 가자고 했었어요. 아이폰에서 자기가 가서 사진 촬영한 장소가 지도로 표시되는 것을 보여주면서 경상남도 한 곳만 비어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올해 안에 경상남도도 채우고 싶다고 했었어요.

 

"좀 힙한 곳 없나?"

"창원은 볼 거 없고, 언양 가서 불고기 먹어?"

 

경남 여행은 진짜 갈 생각이 안 듭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걸 어떡합니까.

 

경상남도 여행은 정말 안 끌렸어요. 확 끌리는 곳이 안 떠올랐어요. 아주 오래되기는 했지만 산청, 마산, 진주, 남해, 통영은 다녀왔어요. 부산도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어쨌든 세 번 가봤구요. 창원, 김해는 관광지가 아예 아니구요.

 

"통영 가서 6끼 내내 빼떼기죽만 먹고 와?"

"고문이냐?"

"빼떼기 마스터."

 

농담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가 당장 1박2일 코스로 어디 여행 가고 싶은 곳 없냐고 물어봤어요. 정말 떠오르는 곳이 없었어요. 친구는 요즘 날이 좋아서 어디 가서 1박 해야 할 거 같다고 했어요.

 

그렇게 대화가 끊겼어요. 이후 자려고 했지만 잠이 안 왔어요. 결국 밤을 새었어요. 아침이 되었어요. 증권사 두 곳에 전화했어요. 간신히 단기간 다수 계좌 문제를 해결했어요. 증권사 문제가 해결되자 그제서야 잠이 왔어요. 게다가 아침 10시 반에 창밖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잠을 잤어요.

 

잠에서 깨어나자 오후 1시 반이었어요.

 

"지금 부산 갈까 졸라 고민중이다. 다랭이 마을은 가기 너무 빡세네."

 

친구가 다랭이 마을은 너무 가기 힘들어서 부산 갈지 고민중이라고 했어요.

 

"비오는데?"

"거기는 별로 안 온대. 내일은 맑구."

 

증권사 볼 일도 다 끝나고 잠시 자고 일어났지만 경남 여행은 참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어요. 자고 일어나도 경남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안 생겼어요.

 

"그냥 비 그치면 오늘은 서울이나 걸을까? 일단 나왔다."

 

친구는 서울에서 신세지고 있는 다른 친구 집에서 나왔다고 했어요.

 

"오늘이나 내일 진주-통영 아니면 부산 생각중."

"오늘?"

"오늘 가면 저녁에."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정말 여행을 가볼까 생각해봤지만 참 안 내켰어요. 비가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집에서 나가기 매우 싫었어요.

 

"오늘은 서울에서 놀아야겠다. 이태원 갈래? 4~5시쯤 비 그친다던데. 나는 동대문쪽 가는 중."

 

'도계 가봐?'

 

친구는 어디든 가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혹시 도계 갈 지 물어보기나 해보기로 했어요."

 

"용가 같은 곳은 너가 무리지?"

"어디?"

"아무 데나."

"뭐 졸라 높이 등산 이런 거 아니면 가능해."

 

어디든 좋다?

설마 강원도 남부 운탄고도 몰락한 탄광지대도?

 

"기차는 막차가 몇 시지? 야간 이동 한 번 해?"

"어디 가게? 방향마다 다르지. 야간 열차는 이제 없어졌다."

 

진짜 야간 열차가 없어졌는지 찾아봤어요.

 

 

심야시간에 출발해서 새벽에 부산 도착하는 열차는 없었어요. 그래도 서울에서 밤 10시 30분에 출발해서 부산에 다음날 새벽 1시 30분에 도착하는 열차라면 나름 심야이동 열차라고 할 만 했어요. 기차는 완전히 심야시간에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것이 없다시피 하지만, 버스는 있어요. 서울에서 자정에 출발하는 서울경부-부산 고속버스를 타면 다음날 새벽 4시쯤 도착해요. 그러나 친구는 버스 여행은 영 안 좋아하고 기차 여행을 선호해서 기차만 찾아봤더니 서울에서 부산 가는 막차를 타면 다음날 새벽 1시 30분 부산역 도착이었어요.

 

"갈래? 그런데 더 일찍 안 가고 저녁에 가는 거?"

"너 수요일 언제까지 놀 수 있는데?"

"나 수요일은 계속 돼. 목요일 2시 병원이니까."

 

 

"부산은 안 되겠다. 계속 비네. 내일은 그나마 나은데 수요일이 문제다."

"나는 이태원이다. 여차하면 여기서 서울역 가까우니까."

 

일기예보를 봤어요. 전국이 다 비가 내릴 예정이었어요.

 

"기상청이 이번에는 열심히 일하나? 구라청일지 아닐지."

 

 

"너 병원 가서 진료 받고 가는 건 어때? 그때가 날씨 좋네."

 

9월 1일부터는 날씨가 좋다고 나왔어요.

 

"그때는 내가 체력이 안 좋을 수도 있어. 치료 받은 후라서."

 

친구는 9월 1일에 치료받은 후에는 체력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일 거라 지금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냥 통영 여행 가버려?

 

"통영은 버스표 어떻게 되지?"

"진주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타는 게 제일 좋아."

"그게 더 오래 걸릴걸? 그때는 표 없어서 그렇게 간 거구."

 

친구에게 서울에서 통영은 버스표 시각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어요. 친구는 진주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타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어요. 예전에 남해군 여행 갔다가 통영으로 넘어갈 때는 남해군에서 통영으로 바로 가는 버스표가 없어서 진주를 경유해서 통영으로 넘어갔었어요. 서울에서 통영 바로 가는 버스가 없을 리 없었어요.

 

 

검색해봤어요. 막차는 23시였어요. 소요시간은 4시간 10분이었어요. 23시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통영 가는 버스를 타면 다음날 새벽 3시 10분에 통영에 도착할 거였어요.

 

"통영 가게?"

"통영 가서 노파더 노마더 충무김밥 먹어?"

 

우리나라에서 가성비 최악으로 나쁜 음식 best 3 꼽을 때 항상 1위를 놓고 싸우는 통영 충무김밥. 전에 통영 갔을 때 충무김밥은 안 먹고 왔어요. 이번에 통영 간다면 충무김밥이나 먹고 올 거였어요. 그거 말고는 지난번에 통영을 잘 돌아다니고 먹을 거 잘 먹고 와서 새로울 것이 없었어요.

 

"남부터미널에서도 있네?"

"국내여행은 버스가 최고라니까!"

 

기차가 빠르고 편하기는 하지만 국내여행은 단연코 버스가 최고에요. 버스는 좌석도 좋고 안 들어가는 곳이 없어요. 오히려 웬만한 곳은 고속버스, 시외버스 타고 여행가는 것이 훨씬 더 쾌적하고 빠르게 갈 수 있어요. 대한민국 삼천리 방방곡곡 다 철도가 건설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역이 폐역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버스로 갈 거라면 더 가기 어려운 동네를 찾자."

 

기차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통영보다 가기 훨씬 어려운 지역도 갈 수 있어요.

 

"일단 통영으로 갈래? 6시 30분 차."

"그건 못 타."

"그래? 너가 의정부에서 5시에 지하철 타면 가능한데."

"지금 씻지도 않아서 빠듯하다."

"7시 40분도 있다. 대충 샤워하고 숙소에서 제대로 씻어."

 

친구가 안달났어요. 어서 뛰어오라고 하고 있었어요.

 

"표 많은데 고터 가서 어디 갈지 대충 찍을까? 내가 일단 고터만 가면 되잖아."

 

제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만 가면 되었어요. 어디 갈 제 정확히 정하는 것은 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정해도 되었어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 노선과 시간 쭉 보고 결정해도 되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족스러운 노선이 안 보이면 남부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해도 되었어요. 의정부에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게 문제일 뿐이었어요. 이건 제가 빨리 가고 싶다고 해도 빨리 갈 수 없었어요. 지하철로 의정부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는 1시간이 넘었어요. 카카오맵 지하철 노선도에서 검색하면 56분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제가 의정부역까지 가는 시간도 있고, 고속터미널역에서 나오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려서 1시간 반은 잡아야 했어요.

 

혹시 도계는?

도계도 갈 수 있지 않을까?

 

"도계는 버스 어떻게 되나 찾아봐줄 수 있어? 우울한 동네 비 올 때 더 우울한 분위기."

 

친구에게 도계 가는 버스를 찾아봐달라고 하고 샤워하러 들어갔어요. 샤워하고 나와서 카카오톡 메세지를 봤어요. 친구가 태백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원도 삼척시 도계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버스 시간표를 찾아서 보내줬어요.

 

 

"청량리~태백 무궁화로 가구. 그런데 도착해서 자든가 날 새야 해. 태백에서 첫 버스가 새벽 5시 50분이니까."

"서울에서 도계 직행은 없어?"

"없어."

"동서울도?"

"도계까지 직행이 있겠니?"

 

그러다 친구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봐요.

 

"잠깐만."

 

뭔가 찾아보더니 제게 없다고 했어요.

 

"태백으로 먼저 가야 하나?"

"응."

 

친구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을 가려면 태백시부터 가야 한다고 했어요.

 

"도계 있다."

 

친구가 기차표를 찾아보더니 도계역까지 기차가 간다고 했어요. 청량리역에서 도계역까지 가는 기차가 있었어요.

 

"갈래? 도계?"

"가도 되구."

 

친구는 도계도 좋다고 했어요.

 

"그런데 갔던 곳은 피하자. 동해, 묵호 이런 데."

"태백이나 정선, 원주로 나와야지."

 

저도 도계까지 가서 거기에서 동해, 묵호로 나올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도계에서 서쪽으로 가서 정선이나 원주로 나올 생각이었어요.

 

"어디로 가? 나 이제 준비 끝."

"아, 고민되네. 일단 청량리에서 봐?"

"어. 나 바로 청량리 간다."

 

청량리는 의정부역에서 금방 가요. 의정부역에서 청량리역까지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환승 없이 쭉 가면 되요. 전철 소요 시간은 33분이에요. 대충 넉넉잡아서 1시간이면 청량리역에 도착해요.

 

"미개척지를 뚫자!"

 

친구가 웃었어요.

 

"저녁을 청량리에서 먹고 타면 되겠다. 일단 표 두 개 예매한다."

"태백 도착하면 몇 시?"

 

친구는 청량리역에서 태백역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예매하겠다고 했어요. 친구에게 그러라고 했어요. 친구는 청량리역 출발 태백역행 기차표를 2장 예매했다고 했어요. 붙어 있는 자리가 없어서 앞뒤로 나란히 앉아서 가야 했어요.

 

이때가 2022년 8월 29일 오후 4시 32분이었어요.

 

뛴다.

드디어 내 심장이 뛴다.

도파민, 아드레날린 모두 쏟아져나온다!

 

"모험 함 해보자! 아, 심장이 뛴다!"

 

카카오톡 채팅으로 친구에게 외쳤어요. 진짜로 드디어 여행을 향한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뛰게 만들려고 해도 안 뛰던 여행을 향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어요.

 

"어? 도계행 있다!"

"어?"

"도계역! 도착지 바꿔? 그런데 숙소는 없을 수도 있어. 빨리 답변!"

 

친구가 기차표 없어진다고 빨리 결정하라고 했어요.

 

"도계역 변경에 붙은 자리다!"

 

 

"굿!"

 

진짜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역으로 가기로 했어요. 기차표도 끊었어요. 이제 기차역으로 빨리 달려가야 했어요.

 

"4시간이다."

 

친구가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기차 타고 도계역까지 가려면 4시간 걸린다고 했어요.

 

"나는 책 가져왔다."

"나는 기차에서 글 쓰면 되겠다."

 

친구는 책을 가져왔다고 했어요. 기차를 무려 4시간 동안 타고 가는 동안 독서하는 지식인이 되겠다고 했어요. 저는 기차 타고 가는 4시간 동안 글을 쓰기로 했어요. 블로그에 올릴 글을 기차에서 써서 미리 예약 발행 걸어놓기로 했어요.

 

"도계에서 밤에 걷든지 숙소 찾아보게. 여권은 있겠지."

"와, 이건 진짜 미친 여행이다!"

 

강원도 도계 탄광이 저와 친구를 부르고 있었어요. 우리는 기차 타고 달려갈 거에요. 숙소 못 찾으면 기차역 노숙이라도 할 거에요. 뭐라도 있겠죠. 뭐라도 되겠죠. 가서 생각할 거에요. 가서 해결할 거에요. 식어버린 심장이 다시 뛰고 여행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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