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2022년 8월 9일 2차 장마 수도권 집중호우 경기도 의정부 중랑천 풍경

좀좀이 2022. 8.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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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금 난리났어!"

 

2022년 8월 8일. 잠에서 일어났을 때는 밤이었어요. 점심 즈음에 자서 밤에 일어났어요. 창밖은 고요했어요.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밤이었어요. 그런데 친구는 서울이 지금 난리났다고 했어요.

 

"왜?"

 

친구가 기사를 보내줬어요.

 

"뭔데!"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었다는 기사였어요.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해 강남역 일대 및 서울 남부, 인천 쪽 많은 곳이 물에 잠기고 지하철역도 통제되었다고 나와 있었어요. 말이 좋아 침수지, 홍수였어요. 사진을 보니 적당히 발 좀 푹 잠기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오리배 띄우고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어요. 서울 중심지역인 강남역 일대에 홍수가 발생해서 완전히 잠겨버렸어요.

 

"여기는 어떻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봤어요. 의정부는 역시 조용했어요. 제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비가 많이 퍼붓기는 한 모양이었어요. 길거리 자동차가 세차를 빡빡 해놓은 것처럼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번쩍이고 있었어요. 길거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 뿐이었어요. 이 정도야 요새 의정부에서 일상인 풍경이었어요. 오히려 비가 안 온 날이 더 없었고 거의 매일 소나기가 세차게 퍼부었거든요.

 

뉴스를 봤어요. 서울 강북권은 멀쩡했어요. 의정부도 멀쩡했어요. 서울 강남권만 난리였어요.

 

"폭우도 살고 싶어하는 강남."

 

친구에게 폭우도 살고 싶어하는 강남이라고 말했어요. 친구가 빵 터졌어요.

 

"여기는 아무 것도 없어."

 

의정부는 별 거 없었어요. 제가 자는 동안 비가 많이 왔는지 모르겠어요. 워낙 곤히 자서요. 그런데 의정부는 예전부터 서울쪽에서 눈이나 비로 난리가 났을 때 조용한 동네였어요. 의정부와 서울은 날씨가 매우 다른 날이 있어요. 특히 눈이나 비가 올 때요. 아무래도 서울과 의정부 경계에 도봉산, 수락산 등 산이 있어서 날씨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도봉산역에서 눈 펑펑 쏟아지고 비 좍좍 퍼부을 때 의정부는 아주 조용하고 흐리기만 한 날이 꽤 있어요.

 

의정부에 하천이 많은 것도 큰 비가 와도 홍수가 잘 발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거에요. 의정부 도심에는 하천이 2개 흘러요. 의정부 제일시장 너머 동쪽으로는 중랑천이 흘러요. 의정부 시청 앞에는 백석천이 흘러요. 의정부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의정부역을 중심으로 도심 외곽에 하천 2개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물이 빠져나가기 좋아요. 의정부가 하천 정비도 잘 되어 있구요. 회룡쪽은 회룡천이 흐르고 있구요. 백석천, 회룡천은 중랑천으로 합류해요. 그래서 도심권에서는 물이 빠져나갈 길이 형성되어 있어요. 비가 많이 오면 도로에 물이 크게 고이기는 하지만요. 비가 많이 퍼부으면 도로와 인도에 물이 많이 고이기는 해도 침수피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으악! 또 비온다!"

 

친구가 또 비가 무섭게 퍼붓는다고 했어요. 인터넷에서도 서울은 비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의정부에 살고 있는 제게 서울에서 폭우로 지하철까지 끊길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먼 동네 이야기였어요.

 

새벽에 글을 쓰고 있었어요. 의정부 새벽 하늘은 오히려 개어가고 있었어요.

 

'아까 밤에 쓰레빠 질질 끌고 중랑천 가볼걸!'

 

고상하게 '슬리퍼 신고'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쓰레빠 질질 끌고' 중랑천을 가볼걸 그랬어요. 이제는 하천에 물이 많이 빠졌을 거였어요.

 

점심때가 되었어요. 비가 조금 잦아들었어요.

 

'중랑천 가봐야겠다.'

 

의정부 시내에서 버거킹 의정부 DT점으로 가서 조금 더 가면 중랑천이 있어요. 이왕 나온 김에 의정부 중랑천이 어떤 모습인지 구경이나 하고 가기로 했어요.

 

 

"에이, 별 거 없네."

 

의정부 중랑천은 물이 많이 빠져 있었어요. 산책로에는 산책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언론에서는 지금 비가 계속 퍼붓는 상황에 대해 2차장마라고 하고 있어요. 정말 '장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는 날씨에요. 7월 중순부터 매일 계속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어요. 장마철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장마보다 더 장마처럼 비가 내리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올해 장마는 비가 정말 자주 많이 퍼부었는데 장마 끝나나 싶더니 더 지독한 장마가 찾아왔어요.

 

 

중랑천 산책로로 내려갔어요.

 

 

전날에는 물이 꽤 많이 불었던 것 같았어요. 그러나 8월 9일 오후에는 물이 많이 빠져 있었어요. 물가에 나 있는 풀은 다 물살에 꺾여서 자빠져 있었어요.

 

 

"물 다 빠졌네."

 

어제 저녁에 왔으면 물이 엄청 불어있었을 거였어요. 정말 새벽에 슬리퍼 신고 와볼 걸 그랬어요.

 

 

이렇게 보면 의정부도 집중호우 때문에 난리난 것처럼 보여요.

 

 

그러나 실제는 이랬어요. 물이 많이 불어나 있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하천 옆 산책로로 다녀도 매우 안전했어요.

 

경기도 의정부 중랑천 풍경을 보니 악어떼 동요가 떠올랐어요.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온다

 

응?

 

오리떼!

 

 

오리들이 떼로 나와서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어요.

 

 

물이 불어난 중랑천 물살은 얼핏 보면 별로 안 세어 보였지만 유속이 조금 빠르긴 빠른 모양이었어요.

 

 

표지판이 자빠져 있었어요.

 

 

표지판이 잡초로 만든 치마를 입고 있었어요.

 

 

맨홀에서 물이 퐁퐁 샘솟고 있었어요. 이게 그나마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어요.

 

"어제 의정부는 뭐 없었나 본데?"

 

다행히 의정부는 별 일 없었어요. 중랑천이 산책로까지 잠시 범람하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모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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