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망상 속의 동해 (2022)

망상 속의 동해 - 06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북평 민속 오일장

좀좀이 2022. 7. 29. 09:00
728x90

이불도 안 덮고 이불 위에 드러누워서 그대로 잠들어버렸어요. 눈을 떠보니 커튼 사이로 햇볕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2022년 7월 18일 새벽이었어요.

 

"진짜 깊게 잤네."

 

오늘은 북평 5일장날.

 

친구는 인터넷을 찾아보더니 북평 5일장이 전국 3대 전통시장이라고 했어요. 전국 3대 전통시장 기준이 뭔지는 몰라요. 이것도 찾아보면 제각각이에요. 성남 모란장, 전북 익산장, 동해 북평장을 전국 3대 전통시장이라고 하는 글도 있고, 대구 서문장이 들어가기도 하고 충남 강경장이 들어가기도 해요. 그래도 대체로 북평장은 3대 전통시장에 들어가는 편이니 전국 3대 전통시장이라고 해도 될 거에요.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북평 민속 오일장 장날은 매 3일과 8일이에요. 5일장이기 때문에 이 외의 날에 가면 장이 제대로 안 서 있을 거에요.

 

강원도 동해시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동해 북평장 정보에 의하면 북평 민속 오일장 대지 면적은 43.400㎡이고, 점포 수는 노점 수까지 합쳐서 약 600곳이라고 해요.

 

북평 민속5일장은 조선 정조 20년인 1796년에 시작했다고 해요. 초기에는 물물교환 방식의 정기 시장이었던 것으로 추정중이래요. 북평 민속 오일장은 처음에는 현재 나안동인 월동 다리 일대에 있었지만, 물길이 바뀌면서 전천 남쪽 언덕으로 이설되었어요. 1910년 10월 8일에 대홍수로 인해 장터가 옮겨져서 큰 길이 생기고 인구가 늘어났대요. 1932년부터는 교통이 편리한 북평과 구미 사이 도로변으로 오일장이 이전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해요.

 

강원도 동해시 북평민속오일장은 이 지역 방언으로 뒷드르, 뒷드루, 뒷드리, 뒷뚜르 장이라고 불렸대요. 이렇게 불린 이유는 북평의 고유어인 '뒷들'에 열리는 장이라는 말이었다고 해요. 북평은 한자로 北坪이에요. 북녘 북, 들 평이에요. 북평은 한자 뜻을 보면 북쪽 들판이라는 말인데, 뒤쪽 들판이라는 말이에요. 한국 가옥이 남향인 점을 떠올려보면 북쪽을 뒷쪽이라고 한 게 이해되요.

 

"야, 일어나."

 

친구를 깨웠어요.

 

"나 조금만 더 잘께."

 

친구는 조금 더 잔다고 했어요. 친구에게 조금만 더 자라고 한 후 짐을 풀었어요. 긴 바지는 진짜 아니었어요. 외투도 진짜 아니었어요. 이 더위에 이렇게 입고 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게다가 오후에 강수 확률이 80%였어요. 긴 바지 입고 다니면 비 올 때 바지가 비에 쫄딱 젖을 거였어요. 날도 덥고 비도 오후에 한바탕 퍼부을 거라고 하니 외투도 벗고 긴바지 대신 반바지를 입기로 했어요. 셔츠와 반바지를 꺼냈어요.

 

'신발도 슬리퍼 신고 다닐까?'

 

슬리퍼도 챙겨왔어요. 여행 갈 때 슬리퍼 챙겨서 가면 엄청 편해요. 신고 다니는 신발은 발이 아팠어요. 그래도 이제 길이 조금 들어서 발이 덜 아프기는 했지만 많이 걸으면 여전히 발가락이 시작되는 뼈 쪽이 매우 조여서 아팠어요. 이게 발이 얼얼한 게 아니라 뼈가 아파서 문제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슬리퍼 신고 다니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건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어요.

 

짐을 꾸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했어요. 친구를 다시 깨웠어요. 친구가 일어났어요.

 

"너 옷 그렇게 입으니까 훨씬 낫다."

 

제가 외투를 벗고 긴 바지도 벗고 완전히 한여름 복장으로 바꿔입은 것을 본 친구가 제게 아주 잘 했다고 했어요.

 

"대신 이러면 주머니 없어서 엄청 불편해."

"너 옆으로 메는 가방 있잖아."

"여기 넣어도 불편하지."

 

그래도 더위가 불편한 것보다 더 문제였어요. 일단 오늘 하루는 혹시 바닷가 가서 발 담그고 놀 수도 있으니 반팔에 반바지로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친구도 일어났어요. 짐을 빠뜨린 것 없는지 확인했어요. 아주 잘 챙겼어요.

 

숙소에서 나왔어요.

 

 

"저기 돌하루방이 왜 있어!"

 

숙소 정문 옆에는 제주도의 상징 돌하루방이 서 있었어요. 돌하루방은 제주도의 상징인데 왜 비행기도 안 들어오는 동해시에 와서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주도 사람들이 오일장날 되면 일도 없는데 꼭 오일장 가잖아."

"무슨 피 속에 뭐가 있나봐. 무의식적으로 어어어 하면서 오일장 간다니까."

 

제주도 제주시 민속오일장은 2,7일 장이에요. 제주시 민속오일장도 전국적으로 상당히 큰 민속시장이에요. 여기도 오일장 규모에서는 전국 순위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주시에서 민속오일장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해요. 대형마트도 오일장날은 장사가 잘 안 될 지경이에요.

 

그런데 제주시 사람들은 오일장날이 되면 왠지 오일장을 가야만 할 거 같아져요. 이거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장 볼 것이 딱히 없어도 일단 가고 봐요. 오일장날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오일장에 가야만 한다고 느껴요. 오일장 가서 할 것도 없는데요. 이건 진정한 제주시 사람들만이 아는 느낌이에요. 오일장날이 되면 일단 오일장 가고 봐야 해요. 이유 없어요. 가서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오일장을 가야만 할 거 같아요. 그래서 오일장날이 되면 오일장 일대는 교통 지옥이 발생해요. 진짜 장 보러 가는 사람도 많지만 놀러 가는 사람도 있고, 정말 이유 없이 그냥 장날이라 오일장 가는 사람도 많아요. 이게 제주도 제주시 민속오일장이에요. 장 볼 게 전혀 없는데 오일장날이 되면 오일장 가야만 할 거 같은 마음이 들면 제주도에 적응 아주 잘 한 거에요.

 

돌하루방을 보며 웃었어요. 지금 저와 친구가 북평 오일장에 가는 것도 시장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가는 것도 있지만, 이런 제주도 사람 특유의 오일장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 때문도 있었어요. 오일장이라는데 오일장 가야만 할 거 같았어요. 찐옥수수라도 하나 사서 먹고 와야만 할 거 같았어요. 이건 흥미로 인한 선택이 아니라 숙명에 의한 의무 같은 감정이었어요. 장날이라잖아요. 그러면 장에 가야죠.

 

"추암부터 갔다가 오일장 가자."

 

너무 일찍 나왔어요. 아직 8시도 안 되었어요. 이 시각에는 장이 제대로 서 있을 리 없었어요.

 

"아냐. 지금 시장 열렸을 거야."

"무슨 시장이 이 시각에 열어?"

"오일장에 시골 할머니들 막 꼭두새벽부터 간다니까? 7시면 다 열어."

"그거 다 새빨간 거짓말이야!"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오일장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가야 한다구.

 

어렸을 적 엄청 들었던 말이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혼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진짜 그런지 확인하려고 일부러 이른 아침에 제주시 민속오일장을 가봤어요. 거짓말이었어요. 아침 8시가 되어도 장은 제대로 들어서지 않았어요. 8시 넘어서야 상인들이 오일장에 와서 좌판 깔기 시작했어요. 무슨 새벽 7시부터 장이 열려요. 그건 무슨 소달구지 타거나 머리에 짐 이고 다닐 때 소리에요. 그때야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리니까 7시에 나가야 한참 걸어서 아침 9시쯤 장에 도착하는 거고, 지금은 무려 '버스'라는 현대 문명의 산물이 돌아다니잖아요. 승용차 안 타고 다녀도 버스가 돌아다니는데 무슨 꼭두새벽에 장으로 가요. 오일장이 크게 열리는 시골은 버스가 7시에 제대로 다니지도 않아요. 저의 추측이 아니라 제가 제주도 가서 직접 확인한 거에요.

 

친구는 계속 오일장이 아주 이른 아침부터 여니 오일장부터 가자고 했어요. 제가 봤을 때는 추암 촛대바위부터 일찍 보고 오는 게 더 나아보였어요. 그러나 친구와 이거 가지고 언쟁 벌이기 싫었어요. 어차피 같은 방향이었어요. 북평5일장이 열리는 길을 지나서 추암 촛대바위였어요.

 

"버스 타고 가다가 장 안 열렸으면 그대로 추암으로 가자."

 

싸울 이유가 없었어요. 어차피 추암으로 가기 위해 타야 하는 버스가 북평오일장을 지나갔어요. 그러면 방법은 간단했어요. 버스에서 창밖을 봤을 때 시장이 하나도 안 열렸으면 그대로 추암으로 가고, 장이 열려 있으면 버스에서 내려서 북평오일장 보고 추암으로 넘어가면 되었어요. 반드시 추암 촛대바위부터 먼저 가야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아침에 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을 거니 추암촛대바위부터 보고 북쪽으로 올라가며 북평오일장 본 후 묵호, 망상으로 이동하는 게 편하고 더 나아보였을 뿐이었어요.

 

 

"맥도날드다!"

"응. 맥도날드."

"저기서 우리 맥머핀 먹고 갈래?"

"나는 별로."

 

친구가 맥도날드에서 맥머핀 먹고 가지 않겠냐고 했어요.

 

동해시 와서 먹는 식사가 맥도날드라...

동해시 명물 맥도날드?

절대 거부합니다.

 

이건 아니었어요. 더욱이 저는 맥머핀 안 좋아해요. 맥모닝 메뉴 전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햄버거가 있으면 햄버거 먹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맥도날드는 아침에 햄버거를 안 팔아요. 모닝 메뉴 판매할 시간이었어요.

 

친구는 계속 맥머핀을 먹고 싶어했어요.

 

"버스 몇 시인데? 시간 있으면 너 먹든가."

 

만약 시간이 된다면 친구는 맥머핀 먹으라고 하고 저는 아이스크림이나 먹을 생각이었어요. 친구가 버스를 확인했어요. 8분 후 도착이었어요.

 

"8분이면 안 되겠네."

 

8분이면 택도 없었어요.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8분 걸리면 다행이었어요. 친구도 맥모닝은 포기했어요.

 

"여기 조금 더 보다 갈까?"

 

버스 정류장 근처를 둘러봤어요. 전날 닭강정 샀던 가게가 보였어요. 동해닭강정이었어요. 알고 보니 숙소에서 엄청 가까웠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돌아올 때 동해닭강정에서 닭강정 또 사와서 먹을 걸 그랬어요. 전날에 한섬 해변 가는 길에 동해닭강정에서 닭강정 사서 가서 한섬해변 도착했을 때 동해닭강정이 숙소에서 엄청 먼 줄 알았어요. 전혀 아니었어요. 가려면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하나도 안 먼 곳에 있었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어요. 계속 추암으로 갈지 북평오일장으로 갈지 이야기했어요. 친구는 이 시각에 장 다 들어섰을 거라고 했어요.

 

"지금은 아직 장 안 들어섰어요."

 

옆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지금은 아직 장이 개시 안 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몇시쯤 장 열려요?"

"9시쯤에 열릴 거에요."

 

아주머니께서는 9시쯤 되어야 장이 제대로 열릴 거라고 알려주셨어요.

 

버스가 왔어요. 버스에 올라탔어요. 친구는 계속 북평오일장부터 가자고 했어요. 제 대답은 한결같았어요. 장이 제대로 열렸으면 북평오일장부터 가고, 아니면 추암 촛대바위로 바로 가는 거였어요.

 

북평 오일장 거의 다 왔어요.

 

"장 열렸다!"

 

친구가 장이 열렸다고 했어요. 창밖을 봤어요. 솔직히 장이 안 열렸어요. 이제야 상인들이 하나 둘 와서 좌판을 열고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이 정도면 추암촛대바위부터 다녀오는 게 더 나았어요. 그러나 친구가 하도 가고 싶다고 해서 북평 오일장부터 가기로 했어요.

 

버스에서 내렸어요.

 

 

 

시장은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았어요. 이제 8시가 되려고 하고 있었어요. 이 시각에 무슨 시장이 제대로 열려요. 친구도 많은 어머니들의 공통된 말씀 중 하나인 오일장은 이른 아침부터 열린다는 말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도 다행이라면 시장 개시 준비가 진행중이라는 점이었어요. 이보다 더 빨리 왔으면 정말 휑한 길거리를 볼 뻔 했어요.

 

 

아침을 안 먹었기 때문에 간단히 떡을 하나 사서 먹었어요. 호박이 들어간 떡이었어요. 살짝 새콤한 맛이 있는 거 같으면서 매우 달았어요. 제가 매우 좋아하는 맛이었어요. 떡을 먹으며 시장을 돌아다녔어요.

 

친구는 이것저것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그러다 음료수 좌판을 찍을 때였어요.

 

"사진 찍지 마세요!"

 

상인분께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셨어요. 친구가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어요.

 

"예쁘게 진열된 후에 찍어야지, 지금 찍으면 어떡해!"

 

상인분 말씀을 듣고 친구를 보며 속으로 웃었어요. 상인분께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 이유는 이제 장사 준비 시작해서 아직 볼 품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일단 음료 통은 좌판 위에 다 깔려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음료가 없는 텅 빈 통도 있고, 얼려놓은 음료 덩어리가 들어가 있는 통도 있었어요. 제대로 음료수 들어 있는 통이 없었어요. 그래서 상인분께서 이따 제대로 장사 준비 다 되면 그때 와서 사진 찍으라고 하신 거였어요.

 

 

문어를 팔고 있었어요.

 

 

"이거 가오리 아냐?"

 

말린 가오리가 매달려 있었어요.

 

 

말린 가오리 사진을 찍자 상인분께서 그거 모델료 줘야 한다고 농담하셨어요. 웃으며 가볍게 목례 드리고 지나갔어요.

 

 

 

 

"새총도 파네?"

 

시장에서 새총도 팔고 있었어요.

 

 

"아침 어디에서 먹지?"

 

장은 대충 다 둘러봤어요. 아직 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크게 볼 게 없었어요. 아침 먹고 추암으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여기 국밥거리가 있대."

 

친구가 북평 오일장에는 국밥집이 모여 있는 길이 있다고 했어요. 국밥 골목으로 갔어요. 딱히 느낌이 확 오는 곳이 안 보였어요.

 

"어제 거기 미역국이 진짜 맛있었는데."

"그러니까. 그거 아침에 미역국만 따로 팔면 안 되나?"

 

친구와 전날 장치찜 먹을 때 같이 딸려 나왔던 미역국을 이야기하며 어떤 식당을 갈지 살펴봤어요.

 

"저기 소머리 국밥이 엄청 맛있다더라."

"글쎄...장터 왔으면 칼국수 먹어야하지 않을 건가?"

"너 칼국수 별로잖아."

"그래도. 시장 왔으면 국수 먹어야지."

 

친구는 계속 국밥을 먹자고 했어요. 두꺼비 국밥집이 진짜 유명한 곳이라고 했어요. 친구와 각자 먹고 싶은 곳에서 밥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친구가 가자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사실 저는 이때 이미 떡을 하나 사먹었기 때문에 추암촛대바위 보고 그 후에 아침을 먹어도 상관없었어요. 그러나 친구는 떡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면서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였어요. 길거리 음식은 아직 하나도 안 나와 있었어요. 저는 뭘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고, 친구는 반드시 무언가 아침밥을 먹고 싶어하는데 국밥에 완전히 꽂혔어요.

 

 

친구가 가고 싶어하는 두꺼비 국밥집으로 갔어요.

 

 

친구는 소머리국밥을 먹겠다고 했어요. 저는 돼지국밥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딱 보니 여기는 소머리국밥이 유명한 곳이었어요. 식당 벽에는 소머리국밥으로 TV 방송에 출연했다고 나와 있었어요.

 

"저기요, 돼지국밥 말고 소머리국밥 2개 주세요."

 

바로 주문을 바꿨어요. 다행히 주문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서 바꿨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었어요.

 

 

조금 기다리자 소머리국밥이 나왔어요.

 

 

소머리국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이것도 매우 맛있었어요. 맛이 엄청 진하고 고기도 매우 실하게 들어 있었어요. 국물이 쭉쭉 잘 넘어갔어요. 속도 든든해졌어요. 아침에 먹어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는 맛이었어요.

 

 

소머리 국밥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우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아침 8시 반이 넘었어요. 슬슬 아침 9시가 되어가려고 하고 있었어요. 이제서야 장이 제대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어요.

 

 

"이따 오면 맛있는 거 많겠다."

 

친구와 이야기하며 아까 준비 다 되면 사진 찍으라고 했던 상인분의 좌판으로 갔어요. 장사 준비가 끝나 있었어요.

 

 

친구는 식혜를 구입했어요. 저는 미숫가루를 구입했어요.

 

"이거 미숫가루가 무슨 커피처럼 진해!"

 

미숫가루를 한 모금 마시고 깜짝 놀랐어요. 이건 진짜였어요. 꼭 마셔야 했어요. 북평 오일장 맛집이라고 해도 되었어요. 오랜만에 미숫가루 마시고 싶어서 미숫가루 골랐는데 이게 대박이었어요. 미숫가루가 엄청 진했어요. 색깔부터 믹스 커피 색이었는데 맛도 커피처럼 매우 진했어요. 조금 걸쭉했고 고소한 맛이 매우 강했어요. 여기에 물 조금 섞어서 희석시켜도 서울에서 미숫가루 파는 것 중 어지간한 것보다 더 진했어요. 제가 마신 건 원액 수준이었어요. 독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너 한 번 마셔봐."

 

친구에게 한 번 마셔보라고 했어요. 친구가 제 미숫가루를 한 입 마셨어요.

 

"이거 쩌는데?"

 

친구도 깜짝 놀랐어요.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독한 미숫가루였어요. 진하다는 말로는 부족했어요. 독하다고 해야 했어요. 그만큼 엄청 진했어요. 소머리국밥도 잘 먹었는데 그 다음에 마신 미숫가루에서 대박 수준이 아니라 잭팟이 터졌어요. 완전 신났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