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망상 속의 동해 (2022)

망상 속의 동해 - 01 동해를, 동해시를 가자

좀좀이 2022. 7.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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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여행갈까?"

 

저와 지금까지 여행을 여러 번 같이 다닌 친구가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친구는 제게 여행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나도 여행 가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안 가고 싶다.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니에요. 계속 어딘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섣불리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항상 의정부와 서울만 돌아다니고, 그나마도 요즘 들어서는 거의 안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일 없으면 절대 집에서 안 나가고 있었어요. 나가기 싫었어요.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비행기표 가격이 매우 비싸져서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요. 가려면 국내 여행을 떠나야 해요. 심지어 국내여행 중에서도 제주도는 무리에요. 제주도 항공권 가격도 완전히 미쳐돌아가고 있어요. 국제선 비행기표는 말할 것도 없구요. 사람들이 서로 여행가려고 하는데 하필 이 시기에 국제 유가가 폭주하는 바람에 비행기표 가격도 정신나갔어요. 올해 해외여행 떠나는 것은 맨정신으로 역사적 고점에 처물리는 급이에요. 물론 그래도 갈 사람은 다 가고 있지만요. 저야 딱히 급할 게 없기 때문에 아직은 관망중이에요.

 

국내여행조차 절대 안 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렇다. 지금은 장마.

비가 내린다.

 

비 내리니까요. 비가 좍좍 퍼붓는데 뭘 여행을 떠나요. 비 오는데 나가면 고생이에요. 비 좍좍 퍼붓는 장마에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 있는 게 최고에요. 나가면 옷도 젖고 신발도 젖어요. 옷 젖는 건 괜찮아요. 신발 젖은 건 잘 마르지 않아요. 가뜩이나 이번에 이사간 집은 지층이라서 방이 매우 습해요. 빨래가 잘 안 말라요. 신발은 바짝 말리기 어려워요. 건물 옥상에 널어놔야 하는데 비 내려서 널어놓지도 못해요. 물에 푹 젖은 신발을 방치하면 발냄새 너무 심해져요.

 

국내 여행을 가더라도 장마는 끝나고 가고 싶었어요. 장마철에 국내 여행 갔다가 비 오면 완전 낭패에요. 호캉스 즐기는 게 취미도 아니고 그런 숙소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건 최악이에요. 제 방에서 쉬는 게 더 좋아요. 나갔다가 괜히 비 퍼부어서 숙소 방구석에서 짜증만 잔뜩 나고 돌아올 바에는 현명하게 방에서 시간이나 죽이고 있는 게 더 나았어요. 비 맞으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이상한 취향은 저와 극단적으로 거리 멀어요. 땡볕에 마른 오징어가 되었으면 되었지, 비에 푹 젖은 싱싱한 생물 오징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도 제 생돈 써가면서요.

 

"몰라. 나 토요일에는 춘천 갔다 올 거야. 춘천 다녀온 후에 이야기하자."

 

게다가 2022년 7월 16일 토요일에는 당일치기로 춘천 사는 친구를 만나러 춘천 다녀오기로 했어요. 이건 이미 예전에 잡은 약속이라 이 약속이 우선이었어요. 제주도에서 올라온 친구와 여행 떠나는 것은 토요일에 춘천 다녀온 후에 생각하기로 했어요. 같이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일기예보를 봐야 했어요.

 

기상청 일기예보를 믿느니 비트코인 100만달러 가즈아를 믿겠습니다.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조차 제대로 못 하는 우리나라 기상청을 믿을 바에는 비트코인 100만 달러 가즈아를 믿겠어요. 기상청이 일기예보 제대로 해줄 날보다 비트코인 100만 달러 가는 날이 더 빠를 거 같아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진지하게 둘 다 가능성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가능성 있는 걸 고르라면 차라리 비트코인 100만 달러 돌파를 고르겠어요. 비트코인이 영원히 100만 달러 못 가고 디지털 쓰레기 되어도 우리나라 기상청 일기예보만 하겠어요.

 

2022년 7월 16일 토요일. 당일치기로 춘천을 다녀왔어요. 친구와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왔어요. 상봉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갔다가 전철 타고 돌아왔어요. 경춘선 지하철을 보니 날씨가 영 안 좋은데 놀러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의정부 자취방 돌아오니 밤 11시였어요. 원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춘천을 가려고 했지만 자정에 일어난 후 잠이 안 오고 정신 말똥말똥해서 잠 더 안 자고 춘천을 다녀왔어요. 의정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딱 한 시간 잤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자정부터 밤 11시까지 지하철에서 잠 잔 1시간이 이때 잠 잔 것의 전부였어요. 의정부 돌아오자마자 자리에 누웠어요.

 

"나 이제 돌아와서 누웠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네?"

 

제주도에서 올라온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보냈어요. 친구는 제가 자기 예상보다 일찍 돌아왔다고 했어요.

 

"우리 내일 여행 갈 거?"

"글쎄...날씨 괜찮을 건가?"

 

또 속는 셈 치고 일기예보를 봤어요. 일기예보에 나와 있는 날씨는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아주 여행에 비우호적인 날씨였어요. 그래도 다행히 적대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었어요. 저녁 즈음에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낮에는 그래도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대신 모레 일기예보가 낮에 비 퍼붓는다고 나와 있었어요. 여행 가고 싶기는 하지만 참 사람 머뭇거리게 만드는 일기예보였어요.

 

"어디 갈 만한 곳 있나?"

"내일 당일로 놀거면 서울에서 뭐 맛난데 가도 되고, 아님 어디 영주 같은데 가보든가. 풍기, 단양 은 가봤으니까. 아니면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알려줘."

 

가고 싶은 곳이 없어.

가고 싶은 곳 있었으면 내가 벌써 혼자라도 다녀왔지.

 

국내여행이라...진짜 어디 떠오르는 곳이 없네.

 

우리나라 방방곡곡 다 다녀보지는 않았어요. 우리나라도 찾아보면 좋은 곳들 있어요. 문제는...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곳은 가기가 거지 같지.

 

한국도 예쁜 곳 꽤 있어요. 대신 대부분이 가기 아주 거지같아요. 아, 진짜 무슨 일본 도쿄 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예쁜 곳 가는 게 더 어려워요.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우리나라도 예쁜 곳이 꽤 많지만 예뻐서 가보려고 길 찾아보면 자가용 없으면 갈 방법이 없어요.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하면 하루에 버스 3대 뭐 이래요. 아예 버스로 못 가는 곳도 많구요. 설악산 천당폭포 같은 곳을 뭔 수로 버스 타고 가겠어요. 설악동 입구까지야 속초 시내버스로 갈 수 있지만 천당폭포는 설악동 입구에서 걸어올라가야 해요. 대부분이 이래요.

 

안 가본 곳이라...떠오르는 곳이 없소.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어요. 배낭여행식으로 가서 즐겁게 즐기고 올 만한 곳. 그 중에서 둘 다 안 가본 곳. 조건이 매우 어려웠어요.

 

"군산? 너 군산 가봤어?"

"어."

 

저는 군산, 전주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친구는 군산, 전주를 다녀왔다고 했어요.

 

"영동 갈래?"

"영동? 거기 뭐 있는데?"

"거기 엄청 오지잖아."

 

충청북도 영동군은 비록 기차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오지에요. 충청북도 영동군은 충청북도이지만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북 생활권이 아니라 오히려 대전 생활권에 가까워요. 영동군은 아주 오래 전에 가봤어요. 10년보다도 훨씬 전에 딱 한 번 가보고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아, 영동은 겨울에 가야지?'

 

충북 영동은 늦가을에서 겨울에 가면 곶감을 만들기 위해 덕장에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영동이 포도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건포도 만들려고 포도 덕장을 도처에 만들어놨을 거 같지는 않았어요. 지금 영동 가면 계곡 같은 곳이나 조금 갔다가 돌아와야 할 거였어요. 그 계곡도 쉽게는 못 갈 게 뻔했어요. 대중교통이 절대 좋을 리 없었어요.

 

"부여? 백제 수도 볼까?"

 

원래는 친구와 경주를 다녀오려고 했어요. 작년에 경주 여행 갔을 때 경주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속초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배낭여행 가기 좋은 도시였어요. 그런데 친구가 한 달 전에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러니 친구에게 경주 가자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경주가 신라의 수도였으니까 백제의 수도인 부여, 공주도 괜찮아 보였어요. 친구도 부여, 공주에 솔깃해했어요.

 

'부여, 공주 괜찮은지 찾아봐야겠다.'

 

부여, 공주 관광정보를 찾아봤어요. 찾아보자 김이 샜어요. 경주와 비교가 아예 안 된다고 했어요. 경주가 압도적으로 훨씬 더 좋다고 했어요. 역사적으로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던 천년고도이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키운 관광도시에요. 지금도 경주는 관광업을 발전시키려고 끝없이 노력중이에요. 반면 부여, 공주는 백제가 수도로 삼은 기간 자체가 얼마 안 되었고, 그나마도 홀라당 파괴되었어요. 주요 관광지로 크게 키우지도 않았구요. 누가 현실적으로 글을 써놓은 걸 봤어요. 경주는 몇박 며칠씩 수학여행을 가는 곳이고, 부여, 공주는 소풍을 가는 곳이래요. 확 와닿았어요.

 

일단 부여, 공주는 후보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영 내키지 않았어요.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다른 곳을 검색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는데 하필 김성모 화백의 명작 청송감호소 짤방을 봐버렸어요. 마침 친구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곳을 가보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는 예전 2006년에 풍기, 단양 여행 갔던 것을 다시 해보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그때 여행을 쓴 여행기가 바로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에요. 저도 그때 그 여행을 잊을 수 없어요. 다시 한 번 그렇게 다녀보고 싶었어요.

 

"야, 우리 청송 갈까?"

"청송? 거기 뭐 있는데?"

"깜빵."

"으헉!"

"깜빵의 메카 청송 몰라?"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청송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교도소. 정식 명칭은 경북북부교도소. 심지어 경북북부교도소 안까지 들어가는 버스 노선도 있대요. 일반인은 버스가 청송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기 전 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하지만요.

 

물론 경상북도 청송군에 진짜 교도소만 있고 교도소만 유명한 것은 아니에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었던 주산지가 바로 청송군에 있어요. 주산지는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가는 출사지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에요. 당연히 친구와 청송군으로 여행을 간다면 경북북부교도소 근처는 얼씬도 안 할 거고 주산지를 갈 거였어요. 친구는 경북 여행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경북 오지는 진짜로 엄청 오지인데.'

 

경상북도 대표 오지 BYC - 봉화군, 영양군, 청송군은 정말로 오지로 유명해요. 이 중 봉화군은 저도 한겨울에 한 번 가본 적 있어요. 그때 봉화군에 간 이유는 우리나라에 혹한, 한파가 찾아오면 뉴스에서 봉화군을 보여주곤 했어요.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봉화군 주민들이 도로 얼음을 삽과 곡괭이로 깨서 치우는 장면이었어요. 염화칼슘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얼음을 깨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정하고 한겨울에 봉화군 가봤어요. 당연히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무슨 산과 절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당일치기로 서울에서 다녀올 수준이 아니었어요.

 

친구와 여행 일정은 1박2일. 고작 1박2일인데 경상북도 오지로 가는 건 아무 것도 못 하고 그대로 끝나버릴 수 있었어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어요.

 

친구와 거의 아무 말 대잔치 수준으로 어디 갈지 마구 쏟아내다가 순간 번쩍 떠오른 곳이 있었어요.

 

"우리 동해 갈까?"

"동해? 강릉?"

"아니, 동해시."

 

동해, 삼척.

 

항상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봤던 곳.

내가 한창 국내여행 다닐 때 쉽게 갈 엄두가 안 났던 곳.

 

제가 한창 국내여행 다닐 때, 동해시와 삼척시를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여기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이때는 당장 속초만 해도 동서울 터미널에서 3시간 넘게 걸렸어요. 속초가 버스로 3시간이 넘었고, 동해, 삼척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어요. 게다가 사람들이 동해, 삼척은 놀러 잘 가지 않을 때였어요. 동해안 간다고 하면 100이면 100 전부 강릉 경포대, 정동진만 떠올리던 시절이었어요.

 

'동해, 삼척이면 같이 가볼만 하지 않을 건가?'

 

동해, 삼척으로 여행간다면 꽤 재미있을 거 같았어요.

 

"너 동해, 삼척 가본 적 있어?"

"아니."

"동해, 삼척 갈까?"

"거기?"

 

친구에게 동해, 삼척으로 가자고 했어요. 친구도 괜찮아했어요.

 

"너 2박3일은 돼?"

 

친구에게 2박3일 여행은 되냐고 물어봤어요. 친구가 된다고 했어요. 2박3일이라면 국내여행 선택지가 상당히 많아요. 서울에서 1박2일 여행 가려고 하면 선택지가 별로 없어요. 자기 차를 몰고 다니는 거라 해도 제약이 커요. 하지만 2박3일 일정이라면 교통이 약간 불편한 곳, 이동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곳도 갈 수 있어요. 2박3일 일정이면 웬만한 곳은 다 다녀올 수 있어요.

 

"우리 동해 가자."

"동해시? 부여는?"

"부여는 별로. 동해 가자."

 

진심으로 가고 싶은 곳을 가자.

 

친구가 좋다고 했어요. 어느덧 새벽 1시를 훌쩍 넘겼어요. 친구와 어떻게 갈지 의논했어요. 동해시로 가는 방법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과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서울역에서 기차 있다."

"서울역? 청량리가 아니라?"

"어. 서울역."

"응?"

 

의외였어요. 동해안 가는 기차는 대체로 청량리에서 출발해요.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강원도 쪽으로 가는 기차에요. 그런데 친구가 기차표를 찾아보더니 서울역과 상봉역에서 기차가 정차한다고 했어요. 친구는 아침에 상봉역에서 잠깐 일이 있다고 했어요. 버스 시간표를 봤어요.

 

'차라리 밤 새고 갈 수 있는 게 좋은데...'

 

전날 자정에 일어나서 이때까지 지하철에서 1시간 잔 게 전부. 시간이 늦으면 더 힘들어요. 차라리 빨리 기차든 버스든 뭐든 타고 이동하는 게 훨씬 쉬웠어요. 이동수단 안에서 잠을 깊게 자는 게 더 나았어요. 어설프게 늦으면 진짜 너무 깊게 잠들어버릴 거였어요. 원래 잠을 워낙 깊게 자서 제 시각에 일어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데 요즘은 그 시끄러운 스마트폰 알람 소리까지 못 듣고 잠자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찍 일어나는 게 더 스트레스였어요.

 

"우리 빨리 갈 수 있는 거 없어?"

 

친구에게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기차를 찾아보자고 했어요. 친구는 아침 10시에 상봉역에서 볼 일이 있다고 했어요. 저도 빨리 가면 너무 깊게 잠들기 전에 일어나서 갈 수 있으니 좋고, 친구도 상봉역에 10시에 나와서 일 본 후 허송세월하지 않고 갈 수 있으니 좋을 거였어요. 친구가 기차표를 찾아봤어요.

 

"11시 28분에 상봉역에서 KTX 있다."

"그거 가자."

 

친구에게 11시 28분 상봉역에서 동해역 가는 KTX를 타고 가자고 했어요. 친구가 기차표를 예매했어요.

 

친구가 기차표를 찾아보는 동안 동해시에서 일정을 어떻게 보낼지 짜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했어요. 이제 새벽 2시였어요. 우물쭈물거리다가는 누워있다가 잠 한 숨 못 자고 바로 일어나야 했어요. 동해시 관광 정보를 찾아봤어요. 동해시 중심가는 천곡동이었어요. 천곡동에는 천곡동굴이 있었어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동해시청에서 1.2km 떨어져 있었어요. 이 정도면 걸어가도 되었어요.

 

"숙소는 천곡동에서 잡자."

"천곡동?"

"어. 동해 터미널이나 동해시청."

 

동해시는 남쪽으로 추암, 북쪽으로 묵호, 망상이 있었어요. 일정을 제대로 다 짜고 자려고 하면 잠을 한숨도 못 잘 거였어요. 일단 대충 천곡동에서 숙소를 잡으면 다음에 일정을 어떻게 짜도 이동하기 편할 거였어요. 천곡동이 도심이었고, 천곡동 중심으로 추암, 묵호, 망상 모두 거리가 별로 안 멀었어요. 천곡동에서 숙소를 잡는다면 동해시 가서 여행 정보를 더 찾아보고 일정을 세부적으로 결정해도 별 무리 없을 거였어요. 게다가 천곡동굴도 유명하다고 하니 첫날은 천곡동굴 가면 되었어요.

 

친구와 여행 일정 대충 짜고 기차표 예매하고 숙소 잡으니 새벽 3시였어요. 둘 다 빠르게 잠을 청했어요.

 

2022년 7월 17일 제헌절. 아침 8시 30분에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어요. 바로 일어났어요. 30분간 잠이 덜 깨서 헤롱헤롱했어요. 잠기운이 완전히 가시자 짐을 빠르게 꾸렸어요.

 

"여름이니까 짐 많네."

 

2박3일 여행 가는 짐이나 7박8일 여행 가는 짐이나 그게 그거였어요. 7박8일쯤 되면 중간에 빨래 한 번 하거든요. 2박3일이라면 빨래 하나도 안 하고 옷과 양말, 속옷을 계속 갈아입구요. 짐이 별 차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캐리어를 끌고 갈 정도는 아니었어요. 백팩 하나에 다 우겨넣었어요. 그래도 백팩 절반 정도 밖에 안 되었어요. 그러나 가방은 2개 들고 가야 했어요. 카메라 가방이 없어서 노트북 가방을 들고 가야 했어요. 여행을 안 간 지 오래되었지만 여행 짐 꾸리는 데에는 10분이면 충분했어요. 실제로는 15분쯤 걸렸어요. 이사오면서 옷짐을 아직도 다 안 풀어서 옷이 들어 있는 캐리어를 헤집어가며 옷을 꺼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아침 9시 반이 되자 샤워를 했어요. 샤워를 하는데 전화가 왔어요. 무시했어요. 보나마나 친구가 전화했을 거였어요. 제가 한 번 잠들면 누가 억지로 깨우기 전까지는 죽어도 못 일어날 정도로 엄청 깊게 자는 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씻고 나가서 친구한테 연락하면 되었어요. 몸에 비누칠 다 했는데 전화받자고 나갈 수도 없잖아요.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친구에게 샤워했고 이제 출발한다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세면도구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방에 쑤셔넣었어요. 마지막으로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가방에 넣었어요. 이제 준비가 완벽히 끝났어요.

 

 

의정부역에 도착하니 아침 10시 5분이었어요.

 

"의정부역 사진 찍어야겠다."

 

이번 여행은 작년 경주 여행과 달리 여행기를 쓸 계획이었어요. 여행기를 쓸 계획을 하고 여행을 떠날 때는 제가 지하철 타는 지하철역 사진을 꼭 촬영해요. 여행의 시작점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에요.

 

"카메라 또 이러네."

 

제 디지털 카메라인 캐논 파워샷 SX70 HS으로 의정부역 사진을 촬영하는데 반셔터를 눌렀을 때 반셔터가 풀렸어요. 상봉역에 늦지 않게 가려면 빨리 가야 했어요. 의정부역 사진이야 수도 없이 찍어대었기 때문에 기록으로의 의미 이상은 없었어요. 단지 카메라가 여전히 반셔터 눌렀을 때 반셔터 풀리는 현상이 있어서 조금 짜증났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카메라를 안 쓴 지 하도 오래 되어서 사진 찍으려고 하면 얼룩이 생기는 현상이 보였어요.

 

 

경기도 의정부 서부광장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을 찍은 후 지하철역으로 내려갔어요.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지하철 1호선 인천행 열차는 곧 들어올 예정이었어요. 하늘은 비가 오후에 한 번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흐린 하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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