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탕롱 수상인형극장 전통 인형극 감상을 마친 후 하노이 야시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하노이에서 마지막 야시장이네.'
다음날에도 가려고 한다면 야시장을 다녀올 시간이 있기는 할 거였어요. 그러나 다음날에 투어를 다녀온 후 또 야시장까지 다녀올 수 있을지 몰랐어요. 아마 안 갈 거였어요. 여행 갈 때마다 마지막 날에는 기분이 영 안 좋거든요. 여행 마지막 날이 되면 마음이 그냥 싱숭생숭해져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무엇을 해도 재미가 많이 떨어져요. 한편 어짜피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고 만사 귀찮아지구요.
"오늘은 야시장에서 뭐 먹지?"
하노이 야시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어요. 야시장 가면 먹을 것은 많이 있었어요.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있었어요. 야시장으로 가며 베트남 하노이 야시장에서의 마지막 저녁으로 무엇을 먹어야 좋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하노이 야시장에 도착했어요.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가 났어요.
'마지막 식사는 역시 분짜가 좋겠지?'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인 친구 덕분에 알게 된 분짜. 너무 맛있었어요. 또 먹고 싶었어요. 마침 분짜 파는 식당에서 매우 맛있는 구운 고기 냄새가 어서 와서 자기를 먹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어요.
'쌀국수야 한국 가서도 먹을 수 있잖아.'
한국에서 쌀국수 파는 식당은 많았어요. 베트남 쌀국수야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었어요. 원하면 언제든지요. 제가 살고 있는 곳에도 베트남 쌀국수 식당이 있었어요. 무려 베트남인이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었어요. 그러니 쌀국수는 귀국해서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분짜는 아니었어요. 분짜는 한국에서 파는 식당이 거의 없었어요. 한국에 안 알려진 베트남 음식이었어요.
'분짜는 왜 한국에 안 알려졌지? 한국인들이 열광하면서 먹을 맛인데.'
분짜가 왜 한국에 안 알려졌는지 매우 궁금했어요. 베트남 쌀국수 바로 다음에 월남쌈이 아니라 분짜가 유명해져야 할 거 같았지만, 분짜는 한국에서 파는 식당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베트남 와서야 이런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2014년 12월 24일 저녁 식사는 분짜로 결정했어요. 분짜를 파는 식당으로 갔어요.
분짜를 주문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분짜가 나왔어요.
'이 맛이 아니야.'
맛있기는 했지만, 역시 베트남인 친구가 데려갔던 그 식당의 분짜보다는 확실히 별로였어요.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오늘이 베트남 하노이 야시장에서의 마지막 식사잖아? 하나 더 주문해?'
베트남 음식은 양이 별로 안 많았어요. 그래서 하나 더 먹어도 괜찮았어요. 게다가 이날 이 식사가 베트남 하노이 야시장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거였어요. 분짜가 맛있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맛이었어요. 베트남인 친구가 데려간 분짜 전문 식당보다는 별로였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욕구 불만까지 겹치자 다른 음식을 하나 더 주문해서 먹어보고 싶어졌어요.
"반 꾸온 주세요."
반꾸온을 주문했어요.
'이건 무슨 맛이야?'
반 꾸온은 밍밍했어요. 무슨 맛으로 먹는 음식인지 의문이 들 정도의 맛이었어요. 주문한 반 꾸온도 다 먹었어요. 음식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왔어요.
야시장 식당들은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이 정도면 충분했어요. 다시 호안끼엠 호수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호안끼엠 호수까지 왔어요.
"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장난 아니었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끌고 다 나와 있는 것 같았어요. 하노이에 오토바이가 많기는 했지만, 지금은 바로 조금 전에 봤던 퇴근 시간 퇴근길 오토바이 행렬보다 훨씬 더 많았어요. 게다가 오토바이가 아예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어요.
'뭐지? 오늘 별 거 없을 건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도로를 봤어요. 무슨 축제 수준이었어요.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많았고, 베트남인도 많았어요. 도로가 오토바이로 완전히 점령당했어요.
아무리 봐도 정상인 상황은 아니었어요. 나쁜 쪽은 아니라 좋은 쪽으로 정상적인 풍경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날 풍경이었어요.
'오늘 뭐 있다는 말을 못 들었는데?'
만약 오늘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호스텔에서 알려줬을 거에요. 뭔가 안내문이라도 붙어 있었을 거였어요. 베트남인 친구가 알려줬을 수도 있구요. 그런데 그런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아무 것도 없는데 거리는 모든 베트남인이 다 나온 것처럼 오토바이로 꽉 차 있었어요. 도로가 도로인지 오토바이 주차장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어요. 여기에 도로 위에서 놀고 있는 사람도 무지 많았어요.
'베트남인 친구한테 물어봐야겠다.'
베트남인 친구들에게 호안끼엠 호수 주변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 후에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어요. 오늘 어떤 특별한 일 있냐고 물어봤어요.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래."
"크리스마스 이브?"
"12월 24일이잖아."
"베트남에서도 크리스마스 기념해?"
"그건 아닌데, 하노이는 원래 그래."
베트남인 친구 말로는 하노이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사람들이 밤에 호안끼엠 호수 및 성 요셉 성당 주변으로 나들이를 나온다고 했어요.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나와 있는 거라고 했어요.
'베트남은 가톨릭 믿는 사람은 얼마 안 되는데 이런 건 챙기네?'
베트남은 불교 국가에요. 대승불교 국가에요. 가톨릭 신자는 별로 없어요. 성탄절은 베트남 공휴일도 아니에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사람들이 전부 호안끼엠 호수 및 성요셉 성당 근처로 놀러나온 거였어요.
"성요셉 성당 가봐야겠다."
베트남인 친구는 베트남인들이 성요셉 성당 쪽으로 많이 갈 거라고 알려줬어요. 그래서 성요셉 성당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성요셉 성당 가는 길은 완전히 오토바이가 장악했어요. 아예 이동도 못하고 있었어요. 아까도 이게 도로인지 오토바이 주차장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성요셉 성당 가는 길은 훨씬 더 심했어요.
성요셉 성당으로 가는 동안 평생 볼 오토바이을 다 본 거 같았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본 오토바이보다 훨씬 많은 오토바이를 성요셉 성당 가는 길에서 봤어요. 어쩌면 베트남에서 본 오토바이 전체보다 이때 본 오토바이가 더 많았을 수도 있었어요. 아까 퇴근길 오토바이 행렬보다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아까는 오토바이들이 그래도 조금씩 가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 하고 있었어요.
2014년 12월 24일 밤 9시 10분, 성요셉 성당에 도착했어요.
"우와!"
성요셉 성당 앞은 크리스마스 이브 명동성당 못지 않았어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어 보였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명동 인파와 여기 중 어디가 사람이 더 많냐고 물어보면 어디가 사람이 더 많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성요셉 성당 압구 쪽으로 가볼 엄두가 안 났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성요셉 성당을 본 후 다시 호안끼엠 호수 쪽으로 걸어갔어요.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거닐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끽하고 있었어요.
거리에는 이 시각까지 장사하는 상인도 있었어요.
리 타이 토 대왕 동상 앞으로 왔어요.
베트남 리 타이 토 대왕 동상 앞에도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와 리 타이 토 대왕 동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아마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있으니까 그냥 사람들이 몰린 거일 거에요.
'저 대왕이 지금 이 인파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이렇게 많은 베트남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모여 있고, 자기 앞에 몰려온 걸 보면 놀랄 거에요. 옛날 말에 해당하는 게 요즘은 오토바이이고 자동차니까요. 엄청난 오토바이 대군이었어요. 어쩌면 리 타이 토 대왕이 이런 오토바이의 행렬을 보며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할 수도 있을 거에요.
'저 대왕이 갑자기 나타나서 태국으로 진격하자고 하면 엄청 웃기겠다.'
동남아시아의 맹주는 태국. 그리고 베트남이에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서쪽은 태국이, 동쪽은 베트남 세력권이에요. 이 중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이하게도 중국과 끝없이 갈등하면서 다른 동남아시아 민족들을 미개한 야만인 취급을 해왔어요. 중화문명을 받아들인 우수한 민족이라는 소중화 사상이 베트남 역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요. 그러니 리 타이 토 대왕이 갑자기 나타나서 오토바이 대군들을 보고 감격하며 태국으로 진군하자고 외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어요. 물론 오토바이로 진군은 무리겠지만요. 태국 이전에 라오스를 넘어야 하니까요.
실제로 베트남 서부는 산악지형이라서 태국과 직접 전쟁한 역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태국과 베트남이 직접 충돌한 일이 없을 거에요.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매우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베트남이 태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경제 규모 및 경제 개발 측면에서 태국은 베트남보다 훨씬 앞선 나라에요. 단, 베트남은 빠르게 성장중인 국가이고, 태국은 1990년대부터 저성장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어요. 베트남이 계속 고도성장을 유지한다면 태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거였어요. 단기간에 바로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요.
"와, 이 오토바이 파도 속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네?"
깜짝 놀랐어요. 오토바이 파도 속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었어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관광객 같았어요.
돌무더기 위에 건립된 석탑 앞으로 왔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왜 다 위로 올라가고 있지?"
베트남 사람들이 탑 아래에 있는 돌무더기 위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이유는 몰랐어요. 중요한 건 사람들이 계속 돌무더기 위로 기어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뭐 있나?"
베트남 사람들이 계속 돌무더기 위로 기어올라가는 것을 보니 궁금해졌어요.
"나도 올라가봐야겠다."
저도 베트남인들을 따라서 같이 돌무더기 위로 올라갔어요.
아무 것도 없었어요.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이라 보다 더 시원하고 멀리까지 보이기는 했지만, 큰 의미가 있는 조망 차이는 아니었어요.
돌탑에서 다시 내려왔어요.
매우 힘이 넘치는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이건 전혀 몰랐네!"
여행 계획을 짤 때 베트남 하노이에서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사람들이 성요셉 성당 및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몰려나오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이걸 노리고 계획을 짠 게 아니라 그냥 이때가 마침 시간이 되어서 베트남으로 여행 온 거였어요. 그런데 완전히 횡재했어요. 엄청난 소득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를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거라 상상했어요. 하지만 한국 명동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진짜 하노이 구경 잘 했다!"
베트남 하노이를 많이 구경하지는 못 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라면 이번 여행에서 하노이 구경은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하루 더 있고 싶었지만, 하루 더 못 있는 것이 더욱 아쉬워졌지만, 대신에 하노이의 크리스마스 이브 문화를 직접 경험했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계속 밖에서 돌아다니며 구경했어요. 매우 늦은 밤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계속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거리는 계속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이 사람들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건데 괜찮나?'
베트남 사람들은 하루를 매우 일찍 시작해요. 게다가 성탄절은 베트남에서 쉬는 날도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밤 늦게까지 다 나와서 놀고 있었어요.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다.'
다음날은 매우 일찍 일어나야 했어요. 저는 베트남 사람이 아니라 더 놀면 안 되었어요. 숙소로 돌아갔어요. 숙소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어요. 숙소에 도착해서 곧 잠들었어요.